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1/14 18:09:04
Name 카우카우파이넌스
Subject [일반] 法 "'제국의 위안부' 저자, 피해자에 9천만원 배상하라"(종합2보)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1/13/0200000000AKR20160113132952004.HTML?from=search



이 사건에 관해선 이미 종전에 몇번 글이 올라온 바 있었는데(가령 https://pgr21.com/?b=8&n=62329)
그 경위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박유하 교수, 2013년 8월 '제국의 위안부' 초판 발간.
(2) 위안부 할머니 11인, 2014년 6월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출판금지가처분등 신청.
(3) 위안부 할머니 9인, 2014년 7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1인당 3천만원)
(4) 법원, 2015년 2월, 가처분 신청 일부인용.
(5) 검찰, 2015년 4월 위안부 할머니와 박유하 교수 간 형사조정 실시.
(6) 박유하 교수측, 2015년 6월 가처분 취지 따른 수정판 발간. 그 내용에 관한 위안부측의 반발. 형사조정 결렬.
(7) 검찰, 2015년 11월, 박유하 교수를 형법 307조 2항 허위 명예훼손으로 불구속 기소.



그리고 2014년 7월에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판결이 어제 나온 것입니다.
원고 1인당 각 1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일부인용 판결입니다.
뭐 소송의 성격상 원고 측은 단 백원이 인용되더라도 피고의 행위가 불법행위라고 인정받는게 목적이었겠지만요.



이 소송과 관련해서 특히 흥미로운 대목이라면 소위 '역사적 인물' 법리와 관련된 대목입니다. 기사 한 대목을 보면

[재판부는 "역사적 인물이 생존하는 경우라면 그들의 인격권에 대한 보호가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호보다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면서 "일반적인 학문 발표보다 신중함이 요구됨에도 박 교수는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표현으로 원고의 명예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어떤 인물이나 사실이 '역사성'을 갖게 됬다는 사정이
명예훼손 기타 인격권침해를 조각시키는 사유가 된다는 법리는
독일의 시대사적 인물 법리 등 외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후반 이래 법원 판례를 통해 받아들여진 바 있습니다.

가령 90년대 KBS의 광복 50주년 기획드라마 김구에서
고 김창룡이 김구암살의 주범인 것으로 묘사된 데 대한 유족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언론 매체의 명예훼손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라는 점을 들어 유족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아마 단순히 시간적 거리만을 척도로 보면
김구 사건보다 위안부 사건에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더 보호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구사망~위 판결 당시: 50년, 위안부 사건~현재: 70년 이상.)

다만 본 사건 1심법원 및 박유하 교수를 기소한 검찰은
이번 위안부 사건은 UN 보고서, 고노 담화, 기타 기존 학술연구들이 '객관적 자료'로서의 위상이 확고하므로
김구 사건같은 경우와는 달리 '진실 확인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엔 분명히 학문의 세계에서 '기성의 연구'가 '객관'의 위상을 독점하고
그에 반하는 것들이 배척되고 비난을 당하고 심지어 법적 처단을 당하는 일은 그리 바람직한 일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위안부 사건에서 박유하 교수의 논의가 UN 보고서, 고노 담화, 기타 기존 학술연구에도 불구하고
학술적 연구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고 대법원 판결로까지 확정되면
'UN 보고서, 고노 담화, 기타 기존 학술 연구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게
한국 사법부 공식입장이 되는 격이 됩니다.
그렇다고 현행 명예훼손법에 비추어, 이 사안에서 소액 벌금형 및 약간의 배상인용 판결을 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처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사법부는 관련 분쟁에서 이번 1심판결 같은 입장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한편 이 사건 검찰 기소에 반대하는 지식인들 중에 적지 않은 수는
'검찰 기소 때문에 오히려 제국의 위안부의 허술한 논리전개 등이 토론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날 기회가 사라졌다'
뭐 이런 입장을 취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현행 명예훼손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한마디로 현행 명예훼손법의 관점에서 보면 저런 시각은 오히려 검찰의 기소를 정당화하는 점이 있습니다.
객관적 자료와 내용이 안맞는 것도 문제인데, 학술적으로 봐도 허술한 논리전개라니 더더욱 기소를 해야 맞는게 아니겠습니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1/14 18:14
수정 아이콘
어떤식으로 표현을 했길래 부정적이고 충격적으로 표현랬단 소리가 나오나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1/14 18:16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b=8&n=62125

제가 전에 쓴 글에 인용한 검찰 보도자료는 이런 것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 조선인 위안부의 고통이 일본인 창기의 고통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
- ‘위안’은 가혹한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실제로 돈을 버는 이들은 적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입이 예상되는 노동이었고, 그런 의미에서는 ‘강간적 매춘’이었다.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
- 조선인 ‘위안부’를 지칭하는 ‘조선삐’라는 말에서는 조선인에 대한 노골적인 경시가 드러난다. 이 군인들이 그녀들을 이렇게도 간단히 강간할수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창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조선인’이었기 때문이다.
- 그러한 정신적 ‘위안’자로서의 역할 - 자기 존재에 대한(다소 무리한) 긍지가 그녀들이 처한 가혹한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 그것은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는 동지적인 관계 때문이었다.
- 일본인 조선인 대만인 ‘위안부’의 경우 ‘노예’적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 홀로코스트에는 ‘조선인 위안부’가 갖는 모순, 즉 피해자이자 협력자라는 이중적인 구도는 없다.
- ‘조선인 위안부’는 피해자였지만 식민지인으로서의 협력자이기도 했다.
-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 적어도 ‘강제연행’이라는 국가폭력이 조선의 위안부에 관해서 행해진 적은 없다.
16/01/14 18:20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찾아보고있었는데 하..이것도 표현의 자유인가.. 싶으면서 하.. 참 뭐랄까.. 표현할말이없네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1/14 18:24
수정 아이콘
사실 이 책 초판을 읽어본 바로는, 전반적인 필치는 무척 담담하고, 그리 자극적이거나 선동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책이 특히 증언집 같은걸 인용하면서 위안부들이란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려는
그런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점은 주목을 요하는 것 같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 책을 읽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읽어봤다면 몇몇 단어들보다는 전체적인 접근법 때문에 기분이 나빴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Re Marina
16/01/14 18:2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안 가긴 하지만...어쨌든 이제 1심이니 더 기다려 보렵니다.
王天君
16/01/14 18:29
수정 아이콘
이럴 수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사법부와 행정부의 태도가 이렇게 둘 다 예측을 벗어나는군여
양념게장
16/01/14 18:43
수정 아이콘
http://m.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738
박유하 교수가 직접 쓴 한국어 요약문입니다. 읽어보시면 반대쪽에서 쓰여진 글들이랑은 완전 다릅니다. 그리고 무슨 소설처럼 박유하 교수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쓴 것도 아니고 위안부들 증언집 및 사료를 바탕으로 쓴 글이고 거기서 제기하는 합리적인 의문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건데, 그거에 반발이 있으면 다른 연구를 해서 박유하 교수의 논거는 이런저런면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하면 될 일입니다. 이번 합의만 없었으면 박유하 교수의 손을 들어줬을거 같은데 시기가 나빴다고 봅니다.
Jace Beleren
16/01/14 18:44
수정 아이콘
혹시 제국의위안부 인세 수입은##어느정도인지 자료가 있을까요?
화이트데이
16/01/14 20:07
수정 아이콘
저런 불쏘시개를 사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허허.
분리수거
16/01/14 18:59
수정 아이콘
당연한 결과 아닌가요. 사람들이 지적하던건 박유하씨를 기소한 검찰의 판단이 과하다는 점이었고 이건 2014년에 할머니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것에 대한 패소구요. 그냥 받을 결과를 받은 것이라고 봅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1/14 19:15
수정 아이콘
이 사건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은 쟁점이 많은 점에서 겹치는데다
검찰이 본디 형사조정을 실시했으나 박유하 교수 측의 수정본에 위안부 측이 반발하는 등의 사유로
형사조정이 결렬된 데 따라 이 사건 기소를 하게 된 것이라는 경위에 비춰보면
(만약 형사조정이 성립했다면 통상 고소취하, 소취하로 민형사분쟁이 모두 끝났겠죠.)
그 둘이 당연히 나눠지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본질은 피해자인 위안부측이 박유하 교수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현재 한국사회 지형상 각하께서 원하신다든가 하는 사정 없이 검찰이 달리 결정하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명예훼손 비범죄화 같은걸 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Judas Pain
16/01/14 19:13
수정 아이콘
민사결과는 무난한 것 같고
검찰고소로 일문학 전공인 박유하 교수나 그가 쓴 역사계 쟁점에 대한 역사책에 거품이 마이 낀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애초에 위안부 할머니들이 형사는 시도 안했어야지 싶네요.
피로링
16/01/14 19:33
수정 아이콘
저 책은 읽어보질 못해서 뭐라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강제모집이냐는 확실한 증거가 없긴 합니다. 반면에 문서 증거의 경우 강제적이지 않았는것이 많구요 (애초에 그러니까 일본이 발뺌하기가 쉬운거고) 할머니들 증언도 돈 많이 준다고 했다하다가 끌려갔다 하다가 증언이 시간에 따라서 변하거나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있고 점차 과격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정확한 증거가 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뭐 어차피 이번 일로 다 퉁쳐버려서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젠.
cottonstone
16/01/15 00:15
수정 아이콘
아베가 '강제징집'이 아니었다는 말로 위안부문제를 회피하려고 했다가 세계의 질타를 받았어요. 왜냐면 유엔 등이 바라보는 일본위안부문제는 전쟁 중 '성노예'로 착취당했다는 것이지 강제로 징집했냐 자발적이었냐는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고 해요.
Je ne sais quoi
16/01/15 09:1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직원들 해고할 때도 거의 대부분 법적으로야 아무 문제 없죠. 어떻게든 법적으로는 동의를 받으니까요. 그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137 [일반] 쯔위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닌게 [55] 다시해줘10222 16/01/16 10222 1
63136 [일반] (내용추가) 부모가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 및 냉동 상태로 보관 [26] CoMbI COLa8304 16/01/16 8304 0
63135 [일반] [응팔]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예언글들 [16] 고기반찬주세요10983 16/01/16 10983 0
63134 [일반] [응답하라 1988] 갑자기 생겨난 미스테리. 선우의 성씨는? [33] 거룩한황제9766 16/01/16 9766 1
63133 [일반] 2015년 영화 총결산 '영화契' 시상식 (스압) [7] 리니시아4496 16/01/16 4496 1
63132 [일반] 버니 샌더스 "아이오와여! 다시 한번 역사를 만듭시다" [53] 삭제됨8468 16/01/16 8468 4
63131 [일반] 세월호 관련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고의침몰? [243] 삭제됨22520 16/01/16 22520 11
63130 [일반] 무한도전 <예능총회> - 이경규, 김영철 [122] 王天君16820 16/01/16 16820 1
63129 [일반] 응답하라 1988 19화 가상 나레이션(최택 시점) [17] 이순신정네거리5880 16/01/16 5880 0
63128 [일반] 1 [73] 삭제됨10518 16/01/16 10518 0
63127 [일반] [잡설] 인류 정신의 진보에 대한 회의 [111] ohmylove6665 16/01/16 6665 2
63126 [일반] 신영복 선생님 별세... [26] 서흔(書痕)5569 16/01/15 5569 0
63125 [일반] [짤평]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압도적 촬영, 명료한 이야기 [63] 마스터충달7077 16/01/15 7077 4
63124 [일반]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와 "하나의 중국" [220] KOZE17702 16/01/15 17702 2
63123 [일반] [야구] SK와이번스 유명선수 성폭행설 (정식기사 추가) [38] 이홍기18468 16/01/15 18468 0
63122 [일반] [오피셜] 석현준 FC 포르투 이적 [24] d5kzu6073 16/01/15 6073 1
63121 [일반] 월간 윤종신과 정용화x선우정아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2] 효연덕후세우실3255 16/01/15 3255 0
63120 [일반] 연말정산 시즌이 되었습니다. 서로 질문,답변 정보공유 해봅시다. [80] 파란무테11441 16/01/15 11441 4
63119 [일반] 카라 공식 해체 선언 [54] 효연덕후세우실10246 16/01/15 10246 0
63118 [일반] 2016년 이경규는 패널로 성공할 수 있을까? [36] 에버그린10528 16/01/15 10528 2
63117 [일반] X데리아 클라스 [24] 10397 16/01/15 10397 0
63116 [일반] 이 정도면 조경태는 출당 시키거나 공천에서 배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78] 김익호8847 16/01/15 8847 1
63115 [일반] [음악 감상] 서태지 너에게 각종 버젼 [10] 등짝에칼빵4540 16/01/15 4540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