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V.A라는 게임의 세계대회 홍보 페이지의 배경이 되는 세계지도 그림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흐릿한 저걸 찾아낸 것도 참 대단합니다만....아무튼 이 '아바 온라인'이라는 게임은 졸지에 '아베 온라인'이라는 별명을 얻고 게임 관련 사이트에서 매국노 친일파라고 엄청 까이면서 사과문까지 올렸더군요.

이 사건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국제적으로 일본해라는 표기는 말도 안되고 동해 표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조금만 알아봐도 동해라는 명칭은 자폭에 가까운 주장이죠.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이니 동해라 불러야 한다는건 궁색한 변명에 가깝고요. '한국해' 같은 좋은 명칭을 내버려두고 왜 '동해' 같은 정체불명의 명칭을 수십년간 밀어붙이고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여러국이 인접한 바다에 특정 국가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일본해를 반대했다가 한국해를 주장할 명분을 잃어버리기까지 하는걸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죠.

이런 논쟁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움직이기 쉬운 떡밥은 영토 분쟁과 연관지어서 '일본해라는 명칭을 인정하면 독도가 일본땅이 된다!' 주장인데 이것도 허점이 많지요. 특정 해양의 지명이 특정 국가의 소유권을 보장 및 선언하는게 아닙니다. 그런 논리라면 대한해협에 있는 대마도는 당장 우리땅이 되겠죠. 러시아, 중국과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 그런 주장은 자폭이라는걸 뻔히 알기에 하지도 않을테고요.

뭐...명분이야 상관없고 어쨌든 국익이 중요하다는 논리하에 동해를 밀어붙인다고쳐도 그 '국익'이 뭔지 궁금하네요. 우리의 노력으로 지도에서 동해/일본해를 병기하는 경우가 50%에 가깝게 늘어났다고 떠들썩하던데, 정확한 수치는 몰라도 그 병기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수많은 로비를 하고 긴 시간을 투자했다는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투자로 얻은 이익이 정확히 뭘까요. 이름이 가져다주는 국제사회의 영향력? 그런걸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동해가 아니라 한국해를 주장하는게 낫지 않을지...

A.V.A의 홈페이지에 세계지도를 올린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동해를 몽땅 들어다가 일본에 갖다바치다는 생각으로 그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일본해라는 공식 명칭이 아직도 흔하게 쓰이다보니 아무 세계지도나 갖다쓰다가 불벼락을 맞게 된 걸테죠. 결국 사과문을 쓰고 표기를 동해(east sea)로 고치고 나서야 논란이 잦아들었지만, '동해' 명칭 자체에는 논란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토하던 사람들이 원한게 국익인지 애국심인지 올바른 표기인지 아니면 그냥 껀수 생긴김에 두드려팰 상대인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