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나는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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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써 내려간 저의 성장기에 보내주신 관심 감사드립니다.
사실 하나의 글로 쭉 써 내려서 본론만 상담을 받을까도 싶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사건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역으로 역으로 올라가다 보니 성장기부터 쓰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개인의 치부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시절의 이야기를 써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강조하건데- 예전처럼 생각하고, 맘먹고,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라 자부했기에 부끄러워도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댓글을 보다보니 ‘나 스스로가 바뀌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과정을 알고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추후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고 정리하여 저 스스로의 변화과정도 써 내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편은 결혼 상대자, 즉 남편을 만나게 된 과정과, 연애 이야기, 결혼에 다다르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다소 염장 주의가 예상되며, 내용이 긴 편입니다. 참조바랍니다:-)
인생 위시리스트에서 ‘연애’는 있었어도, ‘결혼’은 없었던 그 즈음에 저는 회사 지인으로 부터 소개팅 제안을 받습니다.
상대는 같은 건물 건설사에 다니고 있는 청년이며, 건실하고 아주 믿음직스럽다는 주선자분의 소개였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워낙 반사적으로 소개팅을 제안하시는데, 처음에는 한두차례정도 “네네, 시간 좀 보구요~”라는
형식적인 대답으로 일관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야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잡게 되고, 그렇게 소개팅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이 소개팅의 주선 계기가 있는데, 글이 길 것 같아 생략하고- 궁금하시면 댓글로 달겠습니다^^;)
그렇게 소개팅 시간과 장소가 마련되었으나,
연말에 걸쳐 연초로 이어지는 과한 업무들에 저의 지각과 펑크로 두번 정도 자리가 무산되었습니다.
세번째 역시도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서 1시간이나 지체되었으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저는 ‘어쨌든 만나기로 한 자리니 오늘은 회사 일 다 제쳐두고 약속부터 나가보자’라는 심산으로 회사 야근을 과감하게 쨌습니다.
상대방은 ‘오늘 이 여자가 늦으면 다시는 이 사람하고 약속을 잡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저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2월초 한적한 카페에 상대방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저는 늦은 와중에 세팅으로 잔뜩 힘준 머리와 소개팅 전용 원피스를 장착(!)하고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만난 시간이 8시 였으니 밥을 먹기도 애매했고, 카페에서 일단 차를 한잔 하기로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만남에서 상대방은 카페에 진열된 책을 반쯤이나 읽은 모양었습니다.
주문한 음료를 앞에 두고, 읽던 책을 옆으로 두고는 차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오호 저 책은 지적인 남자로 보이기 위한 컨셉의 소품인게야. 후후, 나는 다 알지’라는 살짝 오만방자한 마음이
제 속에서 싹텄고,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이는 궁합도 안본다는 네살차.
상대는 이제야 회사에 갓 입사한 햇병아리 신입사원이었고, 저는 나름 사회인으로 5~6년의 근속이 있는 회사에 찌든 야근노예(..)였습니다.
변명같았겠지만 두번이나 약속을 미루고, 파토낼 수 밖에 없던 이야기들이
‘사회’와 ‘회사원’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버무려져 나갔고,
자연히 회사에 있는 꼴불견들 Best 3를 엮어나가며 이야기를 재미지게 엮어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주로 보는 웹툰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소소한 생활툰을 즐겨 본다는 점이 서로 맞았습니다.
당시 저와 상대방은 각각 연애와 결혼을 다룬 생활툰을 즐겨보았는데-
그 웹툰의 영향으로 결혼관과 연애관을 고스란히 첫만남에 얘기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생각이 없으니, ‘그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것이다 라는 생각에
웹툰에 나온 일부 내용 중, 생각이 맞는 구절을 상대에게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구절이 그 만남에 있어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고,
첫만남에 ‘저 여자와 만남을 계속 지속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합니다.
그때 제가 상대의 마음을 울렸던 저의 한마디는
“어차피 연애고 결혼이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행복하고, 즐거우면 되는거 아닌가요?
무리하게 빚내서 넓은 집을 해오고, 다 쓰지도 못할 기능의 혼수를 그 집에 채워넣는다고 당장 행복한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였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저 한마디가 계속 머리에 왱왱거렸고, ‘이 여자와 꼭 결혼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카페와 핸드폰 문자로 만남을 지속하던 중, 첫만남에서 딱 한달이 되던 날에
상대방은 제가 즐겨보던 웹툰의 커플봉제인형과 꼭꼭 눌러 쓴 편지를 주며 고백했고,
그날의 만남이 있던 세시간 후 새벽에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습니다.
연인이 되어 상대방, 아니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도 보고, 호숫길도 손잡고 산책하는 평범한 데이트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이 남자의 자취방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아, 어쩌면 그날 화장실이 급하다며 칭얼대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쉽게쉽게(?) 자취방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에 이르는 인연이 있었을까도 싶습니다.
그렇게 한번 자취방에 들어가니, 두번이 어렵지 않고, 세번이 무섭지 않습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만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장 본것을 남자친구의 자취방 냉장고에 넣어주고.
그 장 본 것을 가지고 주말 아침에 맛난 아점을 만들어 같이 먹고는 든든한 배와 함께 오후에는 극장에 영화도 보고,
점심 도시락을 싸 식비도 아끼고 피크닉도 합니다.
저녁 야경도 보고, 드라이브를 하는 데이트를 이어나갔는데, 이때를 위해 그간 쌓아둔 요리실력이 빛을 발했을까-
남자친구는 ‘아 이 여자랑 같이 살면 삼시세끼를 굶지 않겠구나. 엄마의 밥상같은 식탁을 매일 만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격한 근무로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 느즈막치 자취방에서 자고 있을즈음,
제법 부지런히 일찍 아침에 넘어온 제가 찌개를 끓이고, 소시지를 구워주어 아침상을 차려주는 냄새를 잠결에 맡다보니
이 남자, 저에게 ‘남자친구’가 아닌 ‘남편’으로의 포지션 변경을 요구하는 눈치였습니다.
결혼에 막상 생각이 없다가도, 내심 일과를 찬찬히 뜯어 보면, 결혼생활 같은 연애를 하는 이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딸은 아버지를 닮은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라는 속설이 문득문득 떠올라
이 남자에게 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있는지를 짧은 순간동안 구석구석 찾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이 남자를 보니,
아버지 처럼 과한 술을 하는 것도 아닌 질 좋은 수입 맥주 한병으로 주류생활을 만족하는 점,
아버지처럼 반 보루 이상의 흡연을 하는 것도 아닌 비 흡연자라는 점,
욱하여 폭행을 서슴치 않는 마초도 아니었으며,(마초가 전부 다 저렇다는 표현은 아닙니다;)
지나가는 이가 툭 치고 욕을 중얼거려도 ‘아놔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하고는 툴툴 댈 뿐
폭언과 욕설을 일삼는 이도 아니었습니다.
주변에 여자가 차고 넘쳐 외도를 상상하는 남자, 역시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남자에겐 제가 첫사랑이고 첫 연인이었다는 점이 신기했죠.
(나중에 “어디서 말도 안되는 뻥이신지”라고 하고는 믿지 않았지만,
정말 시어머니께 여쭤보니 정말 자발적 모태솔로였다는 증언을 듣게됩니다.
대학시절 흠모하는 여자동기들이 제법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난 공부해서 학점따고, 알바해서 학비 내고 얼른 졸업하서 취직할거니까 연애는 안할거란다. 맘 접어다오.”하며
단호박을 일갈하셨다는 훈훈한(?) 후문을 듣게 됩니다.)
나를 배려해 주는 자상한 모습과 내 기준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 남자가
결혼이라는 퀘스트를 같이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고
저도 이 남자와 함께 인생의 동반길에 나서기로 맘을 먹습니다.
이렇게 저의 행복이 실크로드처럼 무탈하게 이어질 줄 알았지만, 생각외로 결혼 과정은 몹시 험난했습니다.
남자친구의 집안에서는 저를 매우 예삐여겨 혼사에 문제가 없을듯 했지만, 관건은 저희집이었습니다.
괴팍한 아버지와 그로 인해 종종 우울한 우리 집안. ‘상대가 감당해낼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이 계속되는 와중에 저는 아버지께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며, 결혼을 꿈꾸게 하는 건실한 남자가 있어 아버지께 소개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몇가지 묻기 시작하셨습니다.
“직업은 뭐냐?”
-모 건설사에 사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이름은 뭐냐?”
-K00입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콧방귀를 세차게 뀌시며 폭언으로 말문을 열며 상대를 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가정에 다소 헌신적이지 않으셨던 아버지께서도 손수 키웠다고 자부하는 딸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는 선언이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폭언을 배제하고라도 정당한 이유를 듣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상대가 왜 보기싫으신 건가요? 왜 맘에 안드신 건가요?
“모 건설사? 거기 그룹이 노조 안만들어 주기로 유명한 회사 아니더냐? 그런 회사에 다니는 사원 나부랭이라고?
XX 말이 되는 소리나 해라. 그런 말도안되는 조건으로 무슨 돈벌이를 하겠다고!
안정적인 직장으로는 공무원이 딱이다. 그러니 내앞에 공무원 사위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결혼의 결 자도 꺼내지 마라.”
냉정한 아버지의 말씀에 서운하기도 했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한번 만나보기만이라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어처구니 없는 말 한마디와 함께 세차게 방문을 닫고는 더이상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K씨라? 고집세기로 유명한 그 성씨라지? 됐다. 그럼 더더욱 볼 일이 없을것이다!”
건설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세찬 고집으로 대두된다던 K라는 성씨라는 두 이유가 결혼반대의 최종 이유였습니다.
다소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고, 정말 이런 이유였을까 싶어 어머니를 통해, 주변을 통해 여쭤보니-
정말, 저 두 이유가 맘에 들지 않는 이유였기에 만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셨답니다.
그래도 저희 둘 다 결혼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합니다. 한동안은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집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겠데, 그 이유가 하나는 당신의 회사, 하나는 당신의 성씨래. 라고는 차마 말할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남자친구의 만남재촉이 이어지고, 저는 어렵게 저 두 이유를 상대방에게 말했습니다.
상대는 난감했고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만남의 자리만 성사된다면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줄것'이라는 것을 꼭 어필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흔들릴 듯 휘청할 듯 외줄타기같은 이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버지께는 큰아버지, 큰어머니와 식사를 한다는 자리로 위장을 하여 초대하고,
집안 대소사가 목전인 만큼 저의 성장에 도움이 되 주셨던 큰아버지, 큰어머니를 자리에 동석하여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남자친구에게는 좀 더 부담감이 커지게 된 자리가 되었지만, 절대 걱정하지 말라며 저를 안심시켰고, 대망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저희를 보시던 아버지는 만남의 장소에서 이를 알게 되자 집으로 돌아가시겠다고 하셨답니다.
이를 같이 들어가시기로 하였던 큰아버지께서 설득하고 훈계하자 못 이기는 척 들어오셔서 식사자리에 응하시게 된 것입니다.
살얼음판 같은 자리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어머니는 조곤조곤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안주하나 손 대지 않은채로 글라스컵에 깡소주를 세번에 나누어 한병을 비우셨고, 한병반 쯤 비우시고는 입을 여셨습니다.
“자네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화기애애하다고 생각하면서 뭔가 다 잘 될 것 같다는 듯이 생각하는 모양인데,
난 절대 자네에게 딸을 줄 수 없네. 그러니 난 오늘 여기서 그냥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만 대충 알았다고 생각할테니
착각말고 관계정리하고 돌아서게.”
말도 안되는 이유에 덧붙여 ‘니가 싫다’라는 말을 면전에 싸늘하게 비수를 꽂듯 말하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남자친구도 적잖게 충격이 되었고, 저는 더더욱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어머니는 조금 온화했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게 되어 어찌할 줄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렇게 식사자리가 마무리 되고, 아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서셨습니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서는 제법 남자친구의 포부와 자세가 맘에 드셨던 모양인지,
아버지만 잘 설득하여 결혼에 이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시고는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식사자리가 마무리 되고, 저희 둘은 식당인근의 카페에 가서 따로 시간을 더 보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렇게 사자후(;;)를 날려놓은 분위기에 이 남자의 손을 잡고 어딜 가겠다는 생각이 미안하긴 했지만,
집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카페로 자리를 옮겼고,
옮기자 마자 저는 남들이 쳐다볼만한 어마무시한 사연있는 울음으로 카페를 뒤집어 놓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너무 미안하고, 미안했습니다.
이 남자 역시 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멋지게 자라온 아들일텐데,
가혹한 이유와 무례한 태도로 이렇게 평가받고 무시받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내가 욕을 먹은 느낌만큼이나 서러웠습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당황한 눈치였지만, 다시 아외 테라스로 데리고 나가 폭 껴안아 주고는 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굳은 심지를 내보였습니다. 그때가 이 남자에게 큰 믿음을 얻게 된 계기였으려나요.
그렇게 만남을 마치고 저녁쯤 집에 들어가니, 집안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매캐한 담배냄새(원래도 집안에서 흡연에 대해서는 일체 가족에게 배려가 없으셨던 아버지 이기도 했습니다.)가
좁은 평수의 집안을 가득 메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이미 1차로 그날 자리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좋게좋게 생각해 보자고 설득을 하셨지만,
그런 설득이 귀에 들릴리 없었고, 그 파편들이 큰동생과 막내에게 튀어 집안에서 쥐죽은 듯 숨죽은 듯 있어야 하는 처지였던 것입니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되며 제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저의 등 뒤로 아버지의 싸늘한 한마디가 꽂힙니다.
“앞으로 퇴근해서 집에 6시되서 들어오고, 동생들한테 전화해서 집에 없다 하면 가차없는줄 알아라.
그런 개념없는 놈 만나서 시집을 가겠다고? 고생길이 훠언~하다. 듣기만 해도 별로였는데, 보니까 더 별로더구나.
앞으로 내 눈밖에 나는 짓 하기만 하면 이 세상에 없을 각오 하도록 해라.”
다 큰 성인 딸래미에게 통금이라니.
통금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것은 이후로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다른 선자리를 알아보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당신이 고른 조건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 고생은 없을 것 같더랍니다.
그래서 찾은 상대는 저보다 18살이나 많은 이혼 전적이 있다는 시청의 공무원도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이런 정신적인 언어폭력과 물질적인 언어폭력이 계속되면서
남자친구를 만나 끊었던 정신과 약물치료가 다시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통금이 생기면서 남자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줄기도 했고, 거기서 오는 초조함이나 강박들이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하루에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는 저의 상태에
남자친구는- 본인이 받았던 무시를 참고서라도 잘해보려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미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전에 이런 가혹한 방법과 피로감으로 여자친구를 괴롭히는
아버지를, 말리지 못하는 가족을 어느면에서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심각한 불면증으로 인해 하루에 두시간도 채 자지 못한채 비정상적인 생활 패턴으로 회사에서는 업무 실수가 잦아졌고,
남자친구 앞에서는 무언가를 먹지도, 마시지도 못합니다.
이를 보고 남자친구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결혼은 한다. 반드시 한다. 일단 내 사람으로 만들고 본다!’
그리하여 저와 남자친구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날, 2년전 5월 8일 어버이날.
구청에 단둘이 손잡고 걸어가 혼인신고를 하게 됩니다.
결혼식도 아니고, 혼인신고 말입니다.
저날은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하는 날이었으면서 동시에 부모님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p.s. 만남에서 결혼직전에 이르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여기서 상담을 요하는 '본론'이 슬슬 보이리라 생각됩니다.
차근히 정리하여 우여곡절끝에 결혼식장에 입성하여 결혼생활에 이르는 다음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다들 칼퇴근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전직 야근폐인이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