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0/18 20:18:16
Name 글자밥 청춘
Subject [일반] 앵거스 디턴 위대한 탈출의 번역이 이상하다?
http://socialandmaterial.net/?p=33921

앵거스 디턴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하자마자 국내 경제지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대문에다가 피케티와 좌파적 경제학자들(피케티가 좌파라는것도 참 생소하지만)을 신나게 능욕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꿈틀대는 기사들을 쓰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몇몇 군소 언론지에서는 디턴의 그 간의 연구와 '위대한 탈출'이라고 번역된 저작 등에 대해 다시 알아보며 그 기사들이 허황된 거짓에 가깝다고 비판했죠.


디턴이 불평등과 빈곤이 하나의 '성장'에 대한 동기로서 작동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게 모든 사회에 통용되는 것이 아니며, 각 사회의 수준이나 상황에 따라 빈곤과 불평등은 다른 해결책으로 접근해야하고, 그럼에도 불평등과 빈곤은 여전히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디턴의 주장에는 성장과 불평등 뿐만아니라 세계의 빈곤과 보건에 대한 관심도 드높았죠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런것들을 싹 빼고 기사에 대문짝만하게 '노벨경제학자 수상자가 말씀하시길, 불평등과 빈곤은 성장의 밑거름!나쁜게 아니다!
이렇게 떠들었습니다. 뭐, 언론지야 원래 게이트키핑이 일어나고 자기 이익과 자기 자본에 맞는 입장을 쓰는데다가, 한경은 특히 극우적 경제관을 강하게 주장하는 신문이니.. 하고 짜증만 난 채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한경 신문사 출판부는 아주 대담하더군요. 위 링크의 블로거는 디턴의 유명한 저작인 '위대한 탈출'을 번역한 한경출판사가 번역을 의도적으로 곡해하여 출판했다고 주장합니다. 영문 원서와 국내 번역판의 비교를 통해 빠진 주장도 많고, 학술지의 '읽는 방향'을 정하는 서문을 마음대로 조각내었으며, 특히 그 결과물이 디턴이 원서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자신의 연구와 주장을 왜곡된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위대한 개츠비 같은 고전소설도 번역 몇 군데가 어색해서 재판을 하고 그걸 가지고 사람들이 갑론을박하는 시대에! 무려 학술지를 자기들 마음대로 자르고 붙여서 번역본이랍시고 낸겁니다.


워낙 국내 출판시장의 규모가 작고, 학술지는 특히 그러다보니 감수조차 제대로 안된것은 아닐까 싶으면서도, 아무리 감수단계에서 문제가 있어도 그렇지 이런식으로 책을 번역해서 내놓는 저 '우파 경제지'의 자신감에는 놀라울 뿐입니다. 며칠전에는 자유경제원 소속 토론패널이 코미디를 찍더니, 이제는 한국 양대 경제지의 출판사에서(양대 경제지가 한경과 매경이라니 진짜 지옥같네요) 학술지를 번역하면서 한다는 짓이...


영어와 경제학이 무슨 상류계급의 전유물도 아니고.. 디턴과 프린스턴대학 출판부가 국제소송을 거하게 날려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 영어 이메일부터 써야겠네요. 영어를 잘 못하지만 사전을 끼고서라도 쓸겁니다 젠장.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정치경제학
15/10/18 20:22
수정 아이콘
안 그래도 요즘 디턴과 피케티에 대해 어떤 말이 옳은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프레임에 완전히 낚였던거네요.
15/10/18 20:25
수정 아이콘
애초에 디턴과 피케티의 주장들은 반대되는게 아니고 오히려 서로 보완관계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디턴이 한 이야기 중에 자신들이 듣고 싶은것만 듣는거죠.
정치경제학
15/10/18 20:34
수정 아이콘
네, 본문내용을 보고 이해했습니다.

학부 1학년생이라 아는건 없고 경제기사만 몇개 줏어읽다보니;
Re Marina
15/10/18 22:14
수정 아이콘
애초에 디턴이 수상한건 그런 거창한게 아니라 세밀한 부분이고, 애초에 피케티를 반박해서 노벨상을 받고 그럴 정도로 피케티가 거물도 아니죠. 피케티에 대한 이론적인 비판은 너무 많아서...vs 붙은건 그냥 마케팅 용이라고 봐야겠죠.
최종병기캐리어
15/10/18 20:23
수정 아이콘
한경과 매경은 보도자료 던져주면 토씨하나 안바꾸고 고대로 올려주는 좋은 경제지입니다...
15/10/18 20:41
수정 아이콘
우리가 영어 쓰는 국가였으면 이 짓을 못했으려나 싶네요 (...)
담배상품권
15/10/18 21:25
수정 아이콘
에이,한국어도 아다르고 어다르게 가져다 쓰는데 영어 썼어도 똑같겠죠.
옥스퍼드회장
15/10/18 20:46
수정 아이콘
꼭 바로잡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검은별
15/10/18 20:49
수정 아이콘
경제신문 도서관에서 보다가 육성으로 욕했습니다. 진짜 한심한 수준이더군요.
피아노
15/10/18 21:01
수정 아이콘
극우 경제관념은 진짜 극혐이네요. 불평등은 몰라도 '빈곤'을 저딴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인간임을 포기한 거죠.
대체 무엇을 위한 성장?
Arya Stark
15/10/18 21:19
수정 아이콘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15/10/18 22:15
수정 아이콘
경제지의 논리는 항상 뻔하죠. 전부 시장논리로 기사화합니다.
카시우스.
15/10/19 00:02
수정 아이콘
경제학에는 문외한이고 디턴이나 그의 책에 관해서는 아는바가 없어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기사의 논조를 살짝 바꾸는거야 흔한 일이지만 학술서의 번역을 왜곡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글쓴님이나 링크하신 블로그 주인장님이나 화이팅입니다~

요새 취업 준비라 경제신문을 읽고 있는데 그래도 한국경제는 항마력이 딸려서 도저히 못읽겠더군요. 얘네는 우파적 스탠스도 아니고 그냥 재벌 기관지급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특히 재벌대기업 이슈와 관련해서는 "얘네들이 말하는게 과연 시장자유주의적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한두번이 아니었죠..그야말로 곡학아세의 전형이었습니다. 하긴 한경의 지분들을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나눠갖고있다죠..
그래도 매경은 한경에 비해서는 괜찮더군요. 논조야 시장주의적이긴 하지만 그건 그들의 성향일뿐이고 최소한 한경정도로 자극적이고 막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글자밥 청춘
15/10/19 00:17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한경의 지면은 나무야 지구야 미안해 를 넘어서 변소용으로 쓰기도 싫지만 매경은 그정도는 아니에요. '비해서는'이라는게 참담할뿐...ㅜㅜ
수면왕 김수면
15/10/19 07:37
수정 아이콘
아하하하. 안그래도 제가 매X, 한X 등의 소위 말하는 "경제전문" 기자님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한바탕 털었습니다. "제가 금년도 수상자님하고 문맥이 비슷한 전공하는데 (다만 전 깡 이론...), 님들이 쓰신대로 경제학자들 앞에서 말하면 털리기 십상임요" 라고. 답변이요? 글쎄 메일이나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비슷한 메일을 아마 제 주변의 선배님들부터로도 꽤나 받았을 걸로 추정합니다.

아니면, 디튼 선생님께 메일을 날려드려야죠. 저 누구 선생님 제자인데요....하고.
15/10/20 07:29
수정 아이콘
http://subinkim.com/
이분 블로그를 보니 직접 회신이 왔고, 조치도 있을 모양이네요.
문맥이 비슷한 전공이라면 우리나라에선 어느쪽인가요?
수면왕 김수면
15/10/21 00:57
수정 아이콘
여기서 이걸 밝히면 제 신상정보 거의 공개하는 일이라 (이미 저희 업계 쪽에서 피쟐 하시는 분들은 어느정도 짐작 하시지만...) 직접 밝히기는 좀;;; 원하시면 쪽지를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
myangelum
15/10/19 15:24
수정 아이콘
경제지는 시장논리라고 부르기도 아까워요 그냥 재벌논리이죠. 쌘놈의 붙어먹는 고등학생 일진 놀이 하는 애들 같은 느낌이에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1570 [일반] 백화점 점원 무릎꿇고 사죄...'고객갑질' 논란 [108] CoMbI COLa10869 15/10/19 10869 1
61569 [일반] 김문돌 이야기 -10- [8] 알파스3133 15/10/19 3133 6
61568 [일반] 일반적이지 않게 된 대자보 문화 [45] 글자밥 청춘8541 15/10/19 8541 15
61567 [일반] [KBO] 두산의 어마무시한 포시 성적 [32] QM37924 15/10/19 7924 1
61566 [일반] 나는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2- [13] 달달한사또밥5407 15/10/19 5407 6
61565 [일반] 김문돌 이야기 -9- [13] 알파스3361 15/10/19 3361 12
61564 [일반] [야구] 드라마 때문에 플옵 3차전 중계 포기한 MBC와 후폭풍 [78] 어리버리11397 15/10/19 11397 1
61563 [일반] 소개팅에 나가 계산을 혼자 하셔야 하는 PGR 남성분들께.. [75] 마르키아르18135 15/10/19 18135 25
61562 [일반] 갤럭시 노트 5를 구입했습니다. [35] 냉면과열무9775 15/10/19 9775 2
61561 [일반] 나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20] 달달한사또밥5737 15/10/19 5737 1
61560 [일반] 우리가 바라보는 여론은 과연 어떤 여론일까? (1) [11] 수면왕 김수면6093 15/10/19 6093 1
61558 [일반] 이민을 가려할 때 생각할 것 5 –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 [6] 밀물썰물5839 15/10/19 5839 7
61557 [일반] [광고이야기] 이것은 광고글이 아니다(2) [12] 스테비아4816 15/10/19 4816 9
61556 [일반] [리버풀] 야성을 되찾은 클롭 휘하의 리버풀 [57] 아우구스투스8814 15/10/18 8814 4
61555 [일반] [광고이야기] 이것은 광고글이 아니다 [13] 스테비아6101 15/10/18 6101 5
61554 [일반] 멀티플레이어즈(6) - 레드벨벳 슬기 [17] 좋아요4757 15/10/18 4757 3
61553 [일반] [가요] 아이유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발표곡 3곡 [43] KARA6152 15/10/18 6152 2
61552 [일반] 앵거스 디턴 위대한 탈출의 번역이 이상하다? [18] 글자밥 청춘7897 15/10/18 7897 9
61551 [일반] 행복한 인생이 끝난지 15일 후... 느닷없이 나타난 보스 [13] 6384 15/10/18 6384 1
61550 [일반]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본다는것.. [22] lux7336 15/10/18 7336 5
61548 [일반] 이젠 캣맘 사건 대신 용인 아파트 무차별 살인사건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326] 에버그린18088 15/10/18 18088 19
61547 [일반] 그것이알고싶다 '신정동 살인사건' [16] 자전거도둑16235 15/10/18 16235 1
61546 [일반] 우리나라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by. 정부 [43] 최강한화9565 15/10/18 9565 2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