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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15 21:09:26
Name 하이바라아이
Subject [일반] 선거제도의 기초를 이해해보자!
1. 서론 : 작성 의도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게임의 '룰'입니다. 선거 제도의 형태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이 상당히 바뀔 수 있는 만큼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룰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정치권의 현 상황이 이를 증명합니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이해대립은 선거구 획정위가 약속한 시간 내에 확정을 짓지 못했을 만큼 치열합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은 꾸준히 비례대표제의 축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정련의 이종걸 의원은 의원 정수의 확대를 주장하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은 바 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권자로서 이렇듯이 복잡하게 펼쳐지는 선거라는 정치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가를 한 번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의 형태로 주제를 한정해서, 제가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쉽게 소개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보고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 혼합형 선거제

직전의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혼합형 선거제입니다. 혼합형 선거제란 다수대표제의 지역구 선거(246석)와 비례대표제(54석)를 병렬적으로 합친 제도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가 2표를 행사하는 모습을 연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다수대표제(지역구) : 효율성, 안정성

다수대표제란 많은 수를 득표한 후보자, 정당이 당선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 상대다수제로, 상대보다 딱 1표라
도 많이 획득한 후보자 1명이 당선됩니다. 반면 절대다수제는 50%를 넘는 과반의 표를 얻은 후보자만을 당선시키는 제도로서 결선투표제가 이에 해당합니다.

다수대표제는 효율성과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대표합니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의 정당이 국회의 다수를 형성하기 쉬운 관계로 국정 운영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다수대표제는 사표의 발생문제, 불비례성(disproportionality)이라는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표의 발생이란, 1명의 대표를 뽑는 국가에서 100명이 투표를 해서 A후보가 51표를 받아 49표를 받은 B후보를 제쳤을 때, B후보를 지지한 49표가 사라져버리는 문제입니다.
불비례성이란 투표율과 국회 의석수가 괴리되는 문제입니다. 위의 예는 51 대  49라는 투표율이 100 대 0이라는 의석률을 낳는 심각한 불비례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 비례대표제 : 대표성, 비례성

비례대표제란 정당에 대한 투표를 의석에 그대로 반영해서 유권자가 행사하는 표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며, 우리나라는 1인 2표 일본형, 폐쇄형 정당명부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는 대표성과 비례성이라는 가치를 대표합니다. 대표성이란 다양한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대표가 선출되는 정도입니다. 비례대표제 도입 직후 열린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 8석을 얻을 정도로 선전하여(지역구에서는 단 2석) 국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모습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례성이란 앞서 설명했듯이 득표수와 의석수가 비례하는 정도를 뜻합니다. 사람들이 정당에 투표하는 숫자 만큼 비례대표의 숫자가 결정됩니다.


3. 개혁의 두 가지 방향성

앞선 내용을 잘 살펴보면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는 추구하는 가치 면에서 서로 충돌하는 상충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기비이양식, 권역별 비례제 등 다양한 주장들이 존재하나 저는 다수대표제 강화 대 비례대표제 강화라는 관점에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다수대표제의 강화

비례대표제를 없애거나 축소하고 지역구 의석의 비중을 높이자는 주장으로, 최근 정치권에서 연일 부각되고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여론 또한 다문화, 여성 대표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인 시각에 입각해서 대체로 이에 편승하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서 정치학자들이 제시하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개혁 목표부터 살펴보자면, 학자들은 다수대표제의 지나친 승자독식 문제와 지역주의 투표 행태 문제의 해결을 지적합니다. 소수의 의견이 사표가 되어 반영되지 못하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본다면 선거제도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하죠. 그래서 정치권과 달리 학계에서 다수대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은 소수의 견해입니다.

2) 비례대표제의 강화

앞서 제시한 이유로 비례대표제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 다수의 견해입니다. 정치학자 레이파트는 다수의 지배를 강조하는 '다수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다수대표제가, 소수를 보호하는 토론과 합의의 문화가 중시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비례대표제가 적합하다는 유명한 주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의 이질성이 점차 심화되어가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적실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기때문에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한 비례대표제의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현행 혼합형 선거제도에서 여전히 낮은 비례성을 보이는 이유로 단 18%(54석 / 300석)에 불과한 비례의석 비율로부터 원인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일본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의석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더 나아가서 비례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독일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러한 개혁에는 엄청난 현실적인 문제점이 뒤따릅니다. 일본형 강화든 독일형이든 비례의석 수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서 비례의석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의원 총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1번을 택하자니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여집니다. 2번을 주장하면 어떻게 될 지는 지금 뉴스를 보면 예측 가능합니다. 물론 이는 국민의 무한 불신에 직면한 정치인들 잘못으로부터 기인합니다.


4. 분석 : 김무성 의원의 주장에 대하여

다시 한국 정치 현실로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례대표제의 축소, 폐지를 주장하는 김무성 의원의 주장 이면에는 선거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선거 개입 논란, 세월호, 성완종 리스트 등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근래 벌어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다수대표제가 제공하는 제1당의 이득률을 최대한 획득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킬 유인이 있습니다. 다수의 지배가 용이한 제도를 관철시켜서 집권당의 지배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예측되며, 분명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러한 계산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얼마전 이종걸 의원 또한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새정연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좀 의아했습니다.

또한 다수제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소수의 의견이 더 소수가 되어버릴 위험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1인이 2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구와 비례구에 각각 다른 정당을 교차투표 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유하게 되죠. 비례제가 축소된다면 현재의 정의당과 같은 군소정당을 통해 소수의 이익을 대변할 기회는 분명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 여겨집니다.



※ 본문에서 다수대표제에 대한 설명은 1개의 선거구에서 1인을 선출하는 현행 한국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혁 논의에 대해서는 다른 훌륭한 글이나 기사들을 참고하시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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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Marina
15/10/15 21:20
수정 아이콘
그나마 새정련이 비례대표를 살리고 싶으면 지역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구를 줄이자고 해야하는데, 그렇게 비례대표를 늘린다고 해도 날아갈 지역구의 인기만큼 확실한 의석수를 보장하지는 못할테니 딜레마겠죠. 반대로 새누리 쪽에서는 꼭 비례대표를 줄이지 않더라도 의원수를 늘리는 것에 욕심을 가져볼만 한데 이걸 건드리면 어떻게 될 지 알기에 일찌감치 비례대표 쪽을 버렸고...그래서 새정련에 비해서는 입장이 확실한 편 아닌가 합니다.
하이바라아이
15/10/15 22:48
수정 아이콘
글을 쓰면서 과연 새정연은 비례대표제로 이득을 보고 있을지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정의당처럼 군소정당의 이득을 보기엔 지역구 선거에서 지역주의의 이득을 일부 보고 있고, 그렇다고 제1야당으로서 이득율을 기대하자니 최근 지나칠 정도로 여당에 계속 패배하고 있으니까요.
15/10/15 21:31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용어공부가 되었네요.
15/10/15 21:36
수정 아이콘
선거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것 중에서 한개가 빠져 있습니다.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이죠.

다수대표제가 소선거구제와 연계가 되어있기에 나오는 결과와 다수대표제 자체의 내용이 조금 혼재되어 있습니다.

정치권이 답이 없는 분들인 것이
원래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고려되었던 것이 중대선거구제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고 비례대표 정수이야기나 하고 있으니까요.

비례대표는 각 계파가 자신의 사람을 심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저번 총선에서 야당이 말이 많았던 부분과 이석기 씨가 어떻게 금뱃지를 달았는지를 생각하면 비례대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넘어서 비례대표가 답이라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솔로11년차
15/10/15 21:41
수정 아이콘
전 대선거구제보다는 비례연동제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관위의 안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대선거구제보다는 단연 나았다고 봅니다.
하이바라아이
15/10/15 22:38
수정 아이콘
지적해주신 것처럼 선거구 크기에 대한 설명이 빈약한 점을 인정합니다. 단기비이양식 등 다수대표제와 중대선거구의 결합까지 서술하면서 쉽고 간결하게 쓸 자신은 도저히 없더라고요.

중대선거구제 개혁방안 중 2010년 무렵 제기된 단기비이양식에 대해서는 과거에 이를 실시한 일본의 사례 등에서 폐해가 적잖이 지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제가 좀 더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진당의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 있었던 이석기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라면 비례대표제 자체에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당 내부의 공천 방식 문제를 놓고 생각해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유리한
15/10/16 01:02
수정 아이콘
뭐 추가로 아쉬운건.. 당내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선거로 했다가 피본게 통합진보당이었죠..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처럼 선거없이 비례대표를 추천했으면 당이 깨지는 일은 없었을텐데..
소독용 에탄올
15/10/15 22:40
수정 아이콘
비례대표제 자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고, 구속명부식 형태가 아닌 개방명부식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통해서 해당하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가 주장한 비례연동제에 개방명부식을 추가하는 형태라면 중대선거구제보다 더 나은 형태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유권자 양반 부담이 커질수야 있지만 민주주의라는 물건이 원래 유권자 양반을 엄청나게 괴롭히는 물건이기도 하니까요...
무무무무무무
15/10/16 07:20
수정 아이콘
개방형 명부제가 그나마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용지 만드는 사람은 힘들겠지만요.
솔로11년차
15/10/15 21:40
수정 아이콘
의석을 늘려야죠. 전 그거 외엔 답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이야 밥그릇 많이 만들어봐야 자신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 늘려놓은 밥그릇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건데 그 비겁하고 치졸함이 정말... 특히 요즘 지역구가 합쳐져버릴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말들은 진짜로 토할 것 같더군요.

전 정치인들은 공의와 그 정치인의 사의가 부합할 때 가장 믿을만하고 쓸모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바라는 거니까 반대한다는 사람들보면 정말로 때려주고 싶어요. 그렇게 무식하게 행동하면서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을 틀렸다고 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말하죠.

딴 이야깁니다만, 언제까지 땅덩이에 투표권을 주는 행태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이바라아이
15/10/15 22:42
수정 아이콘
저도 국회의원 의석을 장차 확대시켜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회의원들부터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겁니다.
15/10/15 23:24
수정 아이콘
그 부분은 반대로 봅니다...
그동안 일하는 국회의원보다는 지역구 행사에 얼굴 많이 비추고
노골적으로 지역이념 갈등을 조장하며 권력에 줄타기 하는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더 좋아해왔죠..
하이바라아이
15/10/15 23:45
수정 아이콘
현재 국민들의 정치의식 또한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죠. 사실 저는 근래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국민이 먼저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올바른 가치관을 확산시킬 수 있는 건전한 정치인들의 등장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전한 정치인을 뽑으려면 건전한 국민이 있어야한다는 순환논증에 빠지더군요. 어찌됐건 현재 한국정치는 국민과 국회의원간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솔로11년차
15/10/15 23:45
수정 아이콘
국회의원들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한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 노력으로 회복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은 다수가 비례대표인데, 지금 비례를 줄이자는 여론을 보면 알 수 있죠.
국회의원들을 열심히 일하게하는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당선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해결해야하는거죠.
국회의원들 중에는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습니다만, 그 '열심'과 그 다음 총선에서의 당선이 상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겁니다.
하이바라아이
15/10/15 23:48
수정 아이콘
넵 좋은 제도가 좋은 정치인을 조각할 겁니다. 그런데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저 모양이라 크크..
무무무무무무
15/10/16 07:30
수정 아이콘
의석을 늘리는 게 답이에요. 아무리 동일 투표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지만 통합되는 의석 대부분이 그렇잖아도 발전에서 소외되고 있는 농어촌, 산골 지역인데 이걸 없애는 게 말이 되나요. 지금까지 불균형한 발전전략을 통해서 일부 지역만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지역 인구 끌어들여서 성장한 건 싹 무시하고 이제와서 결과적으로 발전이 안된 지역이라 인구가 적으니까 의석을 줄이자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의석을 늘려도 소외지역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은 떨어지겠지만, 최소한의 발언 창구는 놔둬야죠.

물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지 지역의 대표가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얘기는 국회에 실제로 지역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들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이것저것 만들다 개판되는 걸 뭐 한두번 봐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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