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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05 11:06:35
Name swordfish-72만세
File #1 he10_22_i1.jpg (109.1 KB), Download : 63
Subject [일반] 당백전- 경제를 모르는 국가의 사기 행위


전통적으로 조선 후기부터는 경제 규모에 비해 화폐량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금속의 부족- 구리는 조선에서 산출이 부족하고 다른데(무기) 같은데 쓰임이 많아서- 그나마 일본에서 수출이 늘었던
후기에는 화폐로 만들 수준으로 가격이 싸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했고
이런 부족한 구리 대신에 고액 역할을 할 은의 경우 청나라에 빨려 갔던 당시 상황에 은이 가치가 조선 재화 수준에 비해 너무 비싸서
쓰기는 어려운 금속이었습니다.
또한 영조와 같이 나름 검소한 유교적 전통에 충실했던 사람은 심지어 화폐 발행을 금지시키기 까지 해서 부족한 화폐수량을 더욱 부족하게
만드는데 공헌을 합니다.

이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했던 게 고액 화폐. 흥선대원군이 만든 이런 요구에 부합했던 화폐가 바로 당백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당백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무려 액면 가치는 상평통보 1닢 당 100배의 가치. 그러나 현대의 신용화폐 시대도 아니고
조선의 국가의 지급신용도도 딱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화폐가치는 소재 가치와 연동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은도 아닌 물건이 무려 100배의 소재 가치를 가질리는 없고 당백전의 경우 실제 가치는 1닢당 상평통보 5닢 정도.

문제는 이 5냥 짜리 물건을 정부는 시중에 무려 100냥에 팔아 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상당한 이익을 마련할 수 있었죠.
초반에 무려 18배 정도의 이익이었다니 엄청난 이익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련 한 재원은 당시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었던 경복궁
중건에 마련했습니다.

그나마 이 화폐가 소수만 만들어 졌다면 시장 교란이 덜했을 텐데 당시 돈이 너무 필요했던 조선 정부는 이 화폐를 무려 6개월 사이에
액면가로 1천6백만냥이나 풀어 버렸습니다. 당시 상평통보가 1천만냥이 유통되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는 천문학적인 돈이 시중에
풀렸다는 걸 의미 했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에 기존 통화량의 1.6배의 돈이 추가적으로 풀렸으며 당시 경제 성장률이 엄청 미미했다는 걸 생각하면 물가 폭등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발행 직전 쌀 1섬의 7~8냥 짜리가 1~2년 만에 44~45냥 짜리로 폭등했습니다.

또한 다른 문제는 정부에서 이 화폐의 신용도를 지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정부는 발행 이후 사용에서
자기가 불리한 경우 액면가가 아닌 실제가치로 사용했으면 심지어 조세 납부에서 이돈을 받지도 않는 천인공로할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 돈은 정부가 유리할 때만 액면 가치가 지켜졌으며 나머지에는 걍 5냥짜리 동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조선 경제는 사실상 멸 두더 망이 되었고 2년만에 너무 백성들의 불만이 폭등하자 결국 완전 폐지를 선언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졸렬했던 건 정부는 이 돈을 겨우 상평통보 1냥과 교환해주었다는 겁니다. 결국 이돈을 액면가로 샀던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2년 후 100냥이 겨우 1냥으로 돌아 왔던 거죠.

이 모든 일은 돈이 필요했던 정부와 경제는 전혀 몰랐던 권력자의 무모한 결정 때문에 일어 났고 개화직전에 조선 경제 체력에 치명적인
손실을 끼치게 된 거죠. 웃긴건 그후가 더 개막장이었던지라 이런 미친 경제 정책을 핀 대원군을 백성들은 그리워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황현 같은 분은 대원군이 쌓아 놓은 부를 민비가 탕진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참고로 훗날 고종도 광무개혁 당시 백동전으로
이 짓을 하게 됩니다.

전에 누군가 올린 조선 같으면 베르사유 같은 사치는 못했을 거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아마 떡사마가 쓴 걸 퍼온 거 같은데)을 보고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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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love
15/07/05 11:21
수정 아이콘
조선에는 서양의 경제학과 같은 학문 자체가 없었나요? ㅠㅠ
닉네임을바꾸다
15/07/05 11:23
수정 아이콘
경제학이란 학문자체가 그다지 오래된 학문이 아닐껄요???
ohmylove
15/07/05 11:24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죠...
공허진
15/07/05 11:39
수정 아이콘
아담스미스도 원래 철학자라지요...
Shandris
15/07/05 12:53
수정 아이콘
경제학은 몰랐어도 적어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았겠죠. 문제는 재정이 그런걸 해야겠다 마음먹을 정도로 파탄이 나있었다는 것일테고...돈에 쪼들리는 사람이 더 도박을 하듯이요.
wish buRn
15/07/05 11:24
수정 아이콘
교과서에서 흥선대원군의 실정을 다룰때 '당백전을 발행했다 끗'..이렇게 한줄로 넘어갔는데..
그렇게 끝날일은 아니군요
스핔스핔
15/07/05 11:28
수정 아이콘
완전 나쁜놈들이네요
역사선생님
15/07/05 11:38
수정 아이콘
영조와 정조 때 이른바 전황이라는 걸 겪어 보았고, (두 전황의 성격이 다르긴 합니다만) 영조 대의 경우는 대규모 주전을 통해서 사태를 해결 해봤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정조 대의 전황은 시전에 돈이 돌지 않았던 경우라, 돈 엄청 찍어도 결국 난전이나 밖으로 다 돌아버렸던 경우)

이 후에는 말씀 하신대로 규모에 비해 주전이 자꾸 못따라 갔던것으로 보입니다.

대원군의 삽질 이후에도 서양에서 온 재정고문인 묄렌도르프의 건의로 당오전 열심히 찍었다가 한 번 더 악화(惡貨)남발..

이거도 액면가가 5인데 실제가치가 상평통보의 2배가 안되었다고 합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악화 남발은 통치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카드이긴 하죠. 돈놓고 돈 먹기 하는 기분인지라.. 그게 쥐약이라 문제(....)
15/07/05 12:41
수정 아이콘
이야. 당백전 수익률 처참하네요.
전에는 일본의 예처럼 만약에 대원군시기에 약간 노력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냥 답이 없던 시절이였군요.
Shandris
15/07/05 12:47
수정 아이콘
대원군만 이런 삽질을 했던게 아니니...괜히 그레샴의 법칙이 나온게 아니겠죠.
swordfish-72만세
15/07/05 13: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당시 유럽 같으면 딴나라 화폐도 존재하기 때문에 저런 악화 발행하면 바로 자기 화폐는 지지 치겠다는 거니
저렇게 막나가지는 않죠. 딴나라 양화를 쓰게 되니까요. 물론 조선도 그점때문에 청나라 화폐를 많이 썼습니다. 그 청나라 화폐가
상평통보보다는 악화라 문제지.
아마 저런 단시간 통화량 증가는 전설적인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초기와 짐바브웨나 가능할 거 같습니다.
카롱카롱
15/07/05 13:24
수정 아이콘
대원군 그리워 할만도 한게 당시 고위층은 역대극 막장이니까여...그니마 그중 대원군이 낫다는게 백성들 심정이겠죠
도깽이
15/07/05 13:47
수정 아이콘
이런 상황인데도 당시 조선에 자본주의 맹아론 이니 자생적 근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고 하니 코웃음이 나오는거죠. -.- (다행이 요즘에는 다 폐기됐다고 하더군요.)
근성러너
15/07/05 15:07
수정 아이콘
2년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봤는데..
아니 원래 교과서는 가장 반영이느리니까 당연한건가요? 흑흑
소독용 에탄올
15/07/05 15:45
수정 아이콘
통화팽창을 통한 시장개입, '화폐발행권자' 양반의 통화가치조작+자본편취는 나름 '근대적' 행위이자 '자본주의'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니 근대니 하는 물건들이 긍정적이기만 한 물건은 아니니까요.

자본주의 맹아론과 자생적 근대화론이 가지는 최고의 문제점은 '근대화'와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
근대화의 경우 '어떤 긍정적인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점에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뭔지'도 이야기 하지 않고 역사속에서 해당 사례를 찾으려 했으니 성공하기 어렵죠.
(식민지 근대화론 굴리는 양반들도 이 부분은 유사하긴 합니다만, 그쪽은 몇가지 '수치증가'를 근거로 삼는 것에서 역산가능한 근대화나 자본주의의 정의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긴 하다는 점에서 이 기준상 좀더 낫긴 합니다...)
15/07/05 14:23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를 그대로 가져오시고 진실인듯 말하면 상당히 곤란합니다.
swordfish-72만세
15/07/05 15:15
수정 아이콘
백과사전 여러군데를 참고했는데
-사실 나무 위키도 거기 인용 같더군요-
다른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죠?
좀 알려주시죠
15/07/05 18:39
수정 아이콘
당백전이 마치 조선에만 있었던... 재정확보를 위해 굉장히 획기적이고 백성들 엿먹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당백전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한반도에서야 화폐보급이 17세기가 되어 성공해서 그 전에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이지,
중국에서만 해도 당백전과 비슷한 화폐가 통용되지 않은 시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고대로 가 촉의 직백이나, 오의 당천전같은 엽기적인 화폐는 굳이 얘기 안 하더라도,
당나라만해도 일당십이니 일당오십이니 하여 대전을 통용했고, 명나라도 당십, 당오, 당삼 등등 뻥튀기 된 화폐 자체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조선 태종만 하더라도 저화라 하여 종이돈을 만들어 녹봉을 죄다 저화로 줘버리고 국고의 쌀도 저화로 사버리는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입니다.
이후 저화의 가치 폭락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고 후에 폐지되는데, 조정에서 그 가치하락이나 폐지 됐을 때의 손실을 책임 졌을까요?

조정에서도 과거 사례를 들어 당백까진 아니더라도 당오나 당십전을 만들어 통용하자. 이런 건의는 영정조 때부터 나옵니다.
그럼에도 화폐는 유통이 목적이니 이익창출이 목적이 아니고 폐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해야한다고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흥선군 때 경복궁 화제 사건이 터져 엄청난 논의 끝에 유통한 겁니다.
그냥 한탕 해먹자 브라보. 하며 한 게 아니에요. 당백전 유통을 할 때도 엄청난 논의가 있었고, 그러고 결정한 겁니다.

또 조정에서는 이 화폐의 가치 하락을 막지 않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애당초 저화도 그렇고 당백전도 그렇고 조정에서는 이 화폐를 진짜로 유통시키고 사용할 목적이 있었습니다.
군포도 당백전으로 걷으려고 했었고, 중간 관리들이 계속 당백전으로 인한 수취를 거부하자 이에 대한 처벌도 계속 했어요.
그럼에도 명목상 수십배에 달한 화폐의 신용은 올라가질 않았고, 개인이 돈을 만들어 유통하는 폐해가 계속 생겨서 유통을 중단한 거지요.

또한 당백전 유통량에 대해서도 진위가 불분명한데, 현대에 너무나 당연시 언급되는 1천 6백만냥이라는 숫자의 원 출처가
1970년대 출판된 한국화폐소사에 나온 기록이고 이후 아무런 연구도 없이 그냥 당연하게끔 이 숫자를 말해버립니다.
사실 조선 화폐사 자체가 연구가 미진하여 당백전의 폐해가 어느정도인지, 유통이 어느정도나 통용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가 정답입니다.

당백전의 유혹을 흥선군이 못 피해나갔다는 문제는 분명 있지만, 무슨 짐바브웨를 언급하는 건 정말 오바중에 오바에요.
swordfish-72만세
15/07/05 20:0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회색사과
15/07/05 20:50
수정 아이콘
현물(금) 이 제일 믿을만 하다는 건 예로부터 검증된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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