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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21 19:05:35
Name CoMbI CoLa
Subject [일반] 우리들의 동창회
12년 동안의 학창시절 동안 딱 한 번,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반장이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2학기 반장선거 때 제가 아파서 조퇴를 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저를 추천해서 선출까지 해버렸죠.
어차피 고3 반장이라고 하면 차렷/경례 말고는 할 것도 없으니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살, 대학생으로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겨울방학에 친구 A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야기인 즉슨,

"이번에 XXX가 입대한대, 한 번 만나서 술이나 먹자" -> "차라리 1년만에 고등학교 친구들 다 불러서 놀자" ->
"네가 반장이어서 애들 연락처를 제일 많이 알고 있어" -> "그러니 네가 애들한테 연락 좀 해라"

이런 사소한 대화로부터 저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연락셔틀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말이죠.
그리고 겸사겸사 장소결정과 돈을 걷고, 쓰는 회비까지도 제가 도맡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친구들이 취업을 하고 내일 모래 30을 바라보는, 하지만 아직 20대 중반이라 우기는 2015년입니다.
다음달에 또 저희들은 만납니다. 물론 연락은 연락셔틀인 제가 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특이한 제안이 나왔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XX고등학교 OO회 동창회 라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회장, 총무, 회계를 뽑아서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단톡방이 아니라 저에게 개인적으로 몇몇 친구들이 보내왔습니다.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연락을 취해온 것이죠.


사실, 지난 겨울에 모였을 때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시골에 내려가서 참여를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부 친구들이 선약이 있어서 2차가 끝난 뒤에 합류를 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인원들은 3차로 PC방, 노래방 그리고 귀가할 사람들로 나뉜 상태였습니다.
중간에 합류한 친구들은 3차로 술집을 가길 원했고, 기존 인원 일부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바로 돈이었죠.
친구A(위에서 저에게 연락한 친구)가 당시 돈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새로온 친구들에게 돈을 걷자고 했답니다. (절반만)
그러자 새로 온 애들은 "우리는 방금 왔고, 너희들하고는 같이 놀 생각 없다. 우리 돈으로 놀겠다."
뭐 이런식의 의견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남는 돈은 네 주머니로 들어가는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하네요.


이러한 충돌은 드라마나 동네 아주머니들 입소문에서나 존재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체계적인 조직... 분명히 언젠가는 필요할 것입니다. 주먹구구식이 언제까지 통용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우리들의 순수했던 모임이 어른들의 세상에 찌든 모임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니 씁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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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5/06/21 19:14
수정 아이콘
회비걷고 1차만 '공식적'인 행사로 진행하고 2차부터는 알아서하는 것으로 진행하기로 공지해놓고, 공개 카페같은거 만들어서 영수증 사진찍어서 올리고 회비정산하고 그렇게 운영해야죠.

안그러면 뒷얘기 나오는거 순식간이에요.
아수라발발타
15/06/21 19:15
수정 아이콘
그냥 아무리 작은돈이라도 꼼꼼하게 따지는게 맞습니다 주먹구구식 계산이 세상에 찌든 못된 관행을 의식없이 수용한겁니다
CoMbI CoLa
15/06/21 20:42
수정 아이콘
음... 생각해보니 그렇게도 볼 수가 있겠네요.
본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情)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화나 관행일테니까요.
라라 안티포바
15/06/21 19:20
수정 아이콘
'그냥 마음맞아서 같이노는 친구 몇 명' 이 아니라, '같은반이었던 동창 무리' 가 되어버렸으니 그에 걸맞는 운영방식도 바뀌는거죠.
단순히 어릴적 같은반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되는것은 아니니까요.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이 다양해질수록 점점 객관적인 원칙과 체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해질 수 밖에 없지요.
티이거
15/06/21 19:25
수정 아이콘
우린 회비 달마다 2만원씩 걷어서 놀았네요.. 그리고 모이는장소도 자기집이랑 가까운곳으로 돌아가며 만났구요. 30대들면 더 체계적으로 하셔야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건 애교수준이에요. 본격적으로 취업다하면 진짜 친하지않는이상 같이 못놉니다
HYBRID 500H
15/06/21 19:46
수정 아이콘
오히려 싸움은 작은 돈 때문에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그냥 한명이 하루 다 계산하고 카톡으로 영수증 첨부해서 1/n 합니다.
돈 걷어서도 해봤는데 모자란돈을 또 누가 내고 안내고 서로 빈정상하는 경우가 있어서..이 경우에는 술에 취해있는 경우가 많아서..저희끼리 찾은 최선의 방법이죠.
무무무무무무
15/06/21 19:51
수정 아이콘
원래 모임같은 거 하면 일단 한 명이 카드로 긁고 1차 2차 각각 1/n해서 나간 곳만 계좌이체 하는 거 아닌가요?
누가 여기는 내가 다 쏜다 이런 게 아닌 이상은.... 카드로 긁으니까 영수증 첨부할 필요까지는 없다 치더라도
CoMbI CoLa
15/06/21 20:43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는 그냥 현금 2만원 정도 일괄적으로 걷어서 모자라면 더 걷고, 남으면 택시비 혹은 편의점에서 후식 사먹거나 했습니다.
그냥 친구사이니까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거든요.
Sydney_Coleman
15/06/21 20:17
수정 아이콘
동창회 만드실 때 회칙 작성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니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회장/총무/회계 직책 두고 사람만 정해서 알아서 하라고 해버리면 연도가 바뀌면서 업무이관할 때 상당히 번거롭게 됩니다.
15/06/21 20:25
수정 아이콘
지금 초등학교 동창회라는 명목으로 10여명이 모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10여명밖에 안되지만 회칙을 다 만들었습니다.
회비 얼마, 경조사비 얼마등등
분기별로 한번씩 모이는데 모일때는 몇명이 나오던 평균적으로 쓰는 회비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다들 갑자기 일이터져 3명만 모였을때도 30만원 넘는 금액을 사용했죠 크크
만약 동창회를 제대로 만든다고 하시면 회칙을 정확하게 만드셔야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일이 터지고 모임은 순식간에 와해되 버려요.
CoMbI CoLa
15/06/21 20:47
수정 아이콘
대강의 회칙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차피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예습을 하면 조금 더 나을테니까요.
15/06/21 20:54
수정 아이콘
저희 경우는 월 2만원씩 회비를 걷습니다.
모임은 분기별 한번 1년에 4번 모이는걸 기본으로 하구요. 한번 모일때 금액은 대충 30~40만원선으로 잡습니다.
만약 전원 참석으로 오버가 되는건 회비로 채워넣고 인원이 적을 경우에라도 30만원선정도 쓰는건 노터치입니다.
회비를 모아 계산을 하니 돈으로 불만을 가질수 없구요. 모이는건 한두달전부터 정하는거니 개인사정으로 못나와도 회비쓰는거에 일절 터치를 할 수 없도록 정했습니다.

그외 경조사비는 결혼 모임에서 30만원+개인축의금
부모상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비슷할거같고,
돌잔치는 개인적으로 하는걸로 결정했습니다.

회장을 따로 두지않고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이 한번씩 돌아가며 계주를 합니다.
모임장소를 정하고 연락을 돌리는건 그 친구 몫이고, 총무는 1년에 한번씩 돌아가며 하고있구요.
지금 한 5년정도 진행했고, 처음부터 회칙을 정하고 진행해서 별다른 잡음은 없었네요.
CoMbI CoLa
15/06/22 07:45
수정 아이콘
조언 감사합니다.
동네형
15/06/22 00:26
수정 아이콘
회계만 칼처럼 한다면야 문제 안되지 않나요? 모든 결재는 카드로 퉁치고 기록남는거 돌리면 되는데 그게 그리 어려운일인지는;;;

지나간 인원 포함하면 몇천명 가량의 소모임을 운영중입니다만 소모임 통장만들어서 회계하면서 한번도 돈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애초에 제가 n빵하기 어려운건 우스리 털고 주도적으로 늦은사람은 얼마 술값은 얼마 하면서 나눈다음에 내기싫은 사람은 내지마라
내 돈으로 매꿔넣겠다. 라는 식으로 운영하긴 했습니다. 먹튀는 어차피 두번은 제 얼굴을 못볼테니 큰 피해 보기전에 털어버린다는 마인드로요.

예를들어 7인 모임에 4인이 술먹고 2인이 추가로 왔는데 한명은 술먹고 한명은 안먹었다.
근데 돈이 16만 7천원(술값은 약 3만원)이 나왔다.

그러면 최초 참석자 7인 1.7만원. 늦게온사람 1.2만원
음주는 회비에 + 칠천원. -> 17.1 걷어서 4000원 차회 모임 회비로 이월. 모든 결제는 카드결제후 영수증 첨부. 자금 관리는 통장으로.
CoMbI CoLa
15/06/22 07:47
수정 아이콘
카드로 안해서 문제가 된 것이죠. 현금이었다고 해도 영수증 처리도 안했고요.
그냥 친구라는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진행했던 것인데 그게 통용되지 않는다는걸 이번 기회에 깨달았습니다.
15/06/22 05:14
수정 아이콘
저도 비숫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총무였구요.
이 역할을 맡아서 하다보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적습니다.
처음에야 규모도 작고 분위기도 좋아서 십원까지 공평하게 나누고, 영수증 스캔본에 주석까지 달아서 메일로 돌리고,
전화, 문자, 메일로 일일히 예상비용 알려주고 모임 후 추가비용, 꽐라 된 친구들이 추가로 돈쓴게 없는지 물어봐가며 관리를 했었지요.
밀린 회비는 대신 메꾸기도 했습니다. - 악의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 뭐라 하기도 힘듭니다.
여기저기 빵꾸는 나는지라 의견 나눠서 누군가는 손해보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 좋다고 입소문도 나고, 그룹에 권태기도 찾아오면서 급작스럽게 모임이 커졌습니다.
모임이 커지면서 말씀 하신 것처럼 말하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진정 규칙이 필요해졌는데요,
결과만 말씀드리면 '어른들의 찌든 모임'은 사람 간에 지켜야 할 신뢰 관계를 규칙으로 정해 둔 것일 뿐
속물처럼 멀리하고 싶은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의견 충돌이란 것도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끼리 의견을 개진한 것을,
한 편에서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리 건너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쌍방충돌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별적으로 직접 대면해서 의견을 종합해보다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좋은 친구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거나, 먼 미래에 도움주고 받을 수있는 인맥이 아닌 이상 이런 역할은 그만두세요.
약 10년을 했었는데,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친구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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