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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25 05:31:58
Name under7
Subject [일반] 우리 쿨하게 지내자.
1. 세상에 도대체 차갑다. 냉정하다 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진 쿨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주 쓰이게 되버린거지. 요 근래 너무나도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된 쿨하다라는 말이, 사실 지금도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 알지 못한다. 그냥 주변에서 나한테 쿨하다 쿨하다. 라고 얘기들을 해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뿐. 이것은 쿨한 나의 자랑 이야기.

라고 정리를 해버리면, 돌맞을 일이 너무 많은 관계로,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했다.





2.그 아이는 가끔씩 즐기던 온라인게임에서 알게 된 아이였는데, 그 게임 특성상 보이스 채팅을 해야 되기에 자주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늘 그 아이에게 넌 너무 쿨 한 것 같아. 라고 이야기를 했고, 본인 역시 그에 동의했다.

그 놈의 쿨하다는 것이, 무슨 벼슬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 아이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봐선 뭐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나 역시도 그 녀석과 어울리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윽고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흔히 말하는, 오프라인으로 까지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뭐 할일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어느 날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쿨하다는 이야기가 녀석과 나 사이에서 나오게 되었다.

"오빠도 나만큼 쿨한 사람인 것 같아."

"그래 너 말 잘했다. 그 놈의 쿨하다 쿨하다. 도대체 쿨하다는 게 뭐냐?"

"별거 있나. 그냥 막걸리는 마시고 나면 다음날 뒷끝이 심하잖아. 양주는 안그렇거든. 그게 쿨하다는거야."

"하필이면 술이냐. 술도 못마시는게."

"그렇다는 거지. 그냥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게 쿨한거지 뭐 별로 대단할 건 없어."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그 녀석에 말에 뭐 그닥 수긍은 가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3.녀석과의 만나는 횟수가 조금 씩 늘어갈 무렵 녀석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자가 왔다.

"오빠 이제 우리 그만 만나."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감정이라는 것은 컵속의 물과 같다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통보 받고 나서 그냥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넘어갔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밤늦게 녀석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왜 아무런 연락이 없어?"

"글쎄, 니가 그렇게 생각을 했다면 내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넌 쿨한 사람이니까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았지.

사실 궁금한게 하나 있기는 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유를 모르겠어. 왜 그렇게 이야기 한거야?"

별 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이별통보는 사실 나에게도 충격이긴 했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고.

한참동안 말 없이 훌쩍이던 녀석이 말하길

"나는 스스로를 쿨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빠를 만나고 부터 문자나 전화같은 것에 집착을 하게 된다는 것이 너무 싫었어.

근데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게 더 짜증나."

그 녀석의 말을 이해할 수도, 아니 애초에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넌 쿨한 아이야. 그리고 나도 쿨한 사람이지. 그렇지?"

대답이 없다.

"그러니까 우리 쿨하게 지내자."

녀석과는 그 후에도 몇번 연락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 쿨(이상)한 성격에 질려버려 연락하거나 하질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슬픈 것은 겨우 입구를 열어주었던, 쿨하다라는 녀석의 문이 다시 닫혀버렸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쿨하다라는 것의 뜻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하루키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래.

저 멀리 중국 대륙 어딘가에는 쿨하다 라는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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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왕 김수면
15/02/25 05:35
수정 아이콘
정작 여성분께서는 쿨하다는 그 개념에 대해 쿨하지 못하셨군요. 진정 쿨한 사람이라면 그런 쿨하다는 개념에 대해서도 쿨할텐데요. 말을 하다보니 쿨하다는 것이 이렇게 보니 미련이 없다는 말로 대체 가능한 개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왕삼구
15/02/25 06:32
수정 아이콘
윗분 말씀처럼 그녀의 그 쿨함에 쿨하지 못한 것에 관계가 끊어진 것 같네요. 그 놈의 쿨이 뭔지...
조이9012
15/02/25 06:49
수정 아이콘
쿨하다는 용어가 쓰인지 10년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 주위에서 정작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쿨한 행동을 일관성 있게 하는 사람은 못봤습니다. 들어보지도 거의 못했구요. 자기는 좋아하지만, 상대는 좋아하지 않을때 두어번 대쉬해보고 아니면 상대는 모르게 혼자만 아프게 지내는 사람은 봤습니다. 상대는 그러면 쿨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좋아한 당사자는 사실 쿨한게 아니지요. 쿨한척 행동한 것일뿐.
15/02/25 06:54
수정 아이콘
이놈의 몽둥이를 분질러야 ㅠㅠ
오쇼 라즈니쉬
15/02/25 07:49
수정 아이콘
도토리 쿨재기군요
15/02/25 07:50
수정 아이콘
예전에 피지알에서 봤던 글인 것 같은데 .. 제 착각인가요?
HOOK간다.
15/02/25 07:59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 사람에게까지 쿨할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싶네요.
그대가부네요
15/02/25 08:02
수정 아이콘
Under7님을 많이 좋아했나보네요 ㅠㅠ
yangjyess
15/02/25 08:15
수정 아이콘
두 분 모두 쿨하지 못하시네요. 좋은 겁니다.
앙리와베르기
15/02/25 08:20
수정 아이콘
드라마 제목이 기억안나는데 이재룡이랑 김민희 나왔단 kbs2드라마 보면 쿨 관련한 명언이 나오지요
임개똥
15/02/25 08:34
수정 아이콘
쿨쿨 졸립네요
15/02/25 08:43
수정 아이콘
쿨하게 하라고 하니 진짜 쿨하게 대하는 것일지도...
15/02/25 09:28
수정 아이콘
'나는 너에게 쿨하게 대하겠지만 그렇다고 네가 나에게 쿨하게 대하면 안되는 거 아냐?'
....인가요? 흐흐.
포스트잇
15/02/25 11:11
수정 아이콘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면 절대 쿨하게 못 대하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포핀스
15/02/25 11:17
수정 아이콘
저도 제 자신이 쿨한 줄 알았고 일상에서도, 연애할 때도 거의 그런 태도였는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되니 쿨할 수가 없더라구요....
스웨트
15/02/25 11:27
수정 아이콘
"세상에 사랑에 쿨한게 어딨어 쿨한척 하는거지"
이 글귀가 참.. 아직까지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Fanatic[Jin]
15/02/25 11:31
수정 아이콘
강쿨과 약쿨의 만남이었군요!!!!
중요한건내의지
15/02/25 11:31
수정 아이콘
사랑하지 않을때나 쿨한거죠. 전 항상 쿨하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편인데 감정이 싹 트는 순간 찌질해지죠.
그 찌질함을 숨기고 쿨한 척 하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면역결핍
15/02/25 12:00
수정 아이콘
연애에 사업파트너 마인드가 왜 필요한지...

저도 쿨이란게
표정이나 말투 행동을 보고 그러는 건지
일, 사건의 처리방식을 보고 그러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편하게 상황에 따라 기준도 없이
들이대는 방어아이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15/02/25 12:06
수정 아이콘
작성자님의 사례와는 무관하지만, 쿨하다는 표현을 보니 생각나는데

"나는 감성에 휘둘리지않는 쿨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야"
를 어필하고자 노력하는 언행 또는 글이 비단 피지알에서 뿐 만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참 우습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크
기러기
15/02/25 21:30
수정 아이콘
뭐가 우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어떠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게 훨씬 좋은 결과를 낼 때가 많다는 걸 모르시는 분인듯 하네요. 가령 진로 선택이라든가 재테크, 주택 구매등등이 그렇죠.
15/02/25 21:47
수정 아이콘
포인트가 다르게 전달된것 같네요.
'어필하고자 노력하는'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말씀하신 부분 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이 당연히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미가 잘 못 전달될 수 있었는데 댓글 달아서 오해의 소지를 없앨 추가 언급이 가능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러기
15/02/25 22:38
수정 아이콘
네 같은 말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한데서 나온 오해같네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 본문에서 나온 상황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하긴 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말을 보고 약간 감정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저 자신도 그렇게 못하고 있네요;;; 암튼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측면은 사과드립니다.
알카즈네
15/02/25 13:39
수정 아이콘
진정 쿨하기 위해서는 모든 번뇌와 잡념을 끊어낸 부처가 되어야합니다.

나름 한 쿨한다는 사람들도 대부분 쿨한 척하거나 쿨해보이기 위해 노력한다에 제 소중한 500원을 걸겠습니다.
Cool & Peace!
사악군
15/02/25 20:17
수정 아이콘
여기에 좋은 답이 되는 말이 있었는데..

사랑은 쿨한게 아니죠. 웜~한거죠. 따뜻한거.

쿨함의 근본은 관심없음, 대수롭지 않음입니다.
저도 쿨하다는 소리를 듣는 영역이 있는데 가만보면 그건 다 제가 별 관심없는 영역이에요.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으니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거죠.

그런데 사랑은 그와 정반대되는 개념인데 양립은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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