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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24 21:53:43
Name tyro
Subject [일반] 만화보다가 찡했던 기억들


https://pgr21.com/?b=26&n=13856

위에 링크를 건 질문 글을 보고 나는 언제 울었나 회상을 해봤습니다. 닥터 노구치 외에 그렇게 눈물샘을 자극했던 만화는 떠오르질 않더군요. 그리고나서 댓글을 쭈욱 훑어보니 '아, 저 만화는 그랬던 것 같아'라고 하면서 공감을 했던 내용도 있었고,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인정할만한 장면도 있었으며, 중간에 '음?' 하면서 물음표가 생겼던 리플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그래도 저의 마음을 울렸던 만화가 여럿 떠올랐는데, 그 중에서도 제가 좋아했던 유형은 시공간을 미묘하게 교차시키는 그런 만화 류였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느꼈던 감흥이 다시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에 흔적을 남겨봅니다.

(스포 다량 함유)


- GMT

세대 구별법으로 구멍이 달린 어떤 이상한 물체에 펜을 끼워서 돌리는 한 만화 장면이 유머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나이가 어려서 무슨 물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만화가 바로 굿모닝 티쳐(GMT)입니다. 누구나 한 번은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학창 시절을 그린 만화이지요. 학교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주인공은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시간은 흘러 학교를 졸업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마지막 문인 취업에 도전할 나이가 되니 어느덧 졸업한지 1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는 정장을 갖춰 입고 마침내 오랜 동안 가지 않았던 모교에 찾아갑니다. 마지막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정장을 입은 지금의 자신과 10년 전 운동복을 입고 뛰놀던 자신의 모습이 교차했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바로 그 장면에서 뭔가 울림을 받았습니다. 물론 좋아했던 은사님을 만났던 것 같기도 한데 그건 덤이 아닌가 하네요.


- 스타 오션

아마도 게임이 원작인 것 같은데 정확한 관계는 잘 모르겠고, 저는 구루구루로 유명한 GM인가 하는 회사에서 출판했던 만화로 기억합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SF 장르로 내용은 함장의 아들이 한 혹생을 조사하게 되면서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물리치는 것으로 대충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여차저차해서  용사 일행이 마왕과 대결을 앞두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혹성이 얼마 후에 폭팔되는 상황인 것을 발견하고 함장인 아버지로부터 강제 소환을 당하게 되죠. 이와 비슷한 구조를 얼마 전 영화 스타트랙에서 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일종의 SF에서의 클리쉐가 아닌가 합니다. 하여튼 그래서 주인공은 조사원으로서 혹성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용사로서 일행과 같이 마왕을 물리칠 것인지 갈등하다가 후자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마왕을 물리치고 히로인과 감동의 재회를 하게 되는데요. 이 순간 혹성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데, 이 장면이 저에게는 묘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이야기상 절정에 해당되는 이 대목에서 만화가 끝난 건 함정.


- 마리 블랑슈의 유언

보이라는 만화를 그린 야마자키 다카코의 단편집 중 하나입니다. 순정 만화이고요. 위에서 소개한 스타 오션처럼 SF물로 타임머신이 개발된 약간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서 있는 두 가문이 등장하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면 될 듯싶네요. 그 중 한 가문의 후예가 우연히도 과거에 적대적이었던 두 가문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마리 블랑슈의 시대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그 시대를 겪으면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와 책으로써 전해지는 내용이 교차되는 것이 인상 깊었고, 특히 마지막에 시간이라는 장애물을 너머 선인이 책에 쓰지 못한 말을 후인에게 전하려는 대목에서 찡해지더라요. 독서의 묘미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그런 느낌을 만화로 전달해 주는 듯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 하늘은 붉은 강가, 바사라

이 두 작품은 엄청 유명한 만화인지라 딱히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갈까 합니다.

먼저 하늘은 붉은 강가에서는 이야기 중반부에 주인공이 히타이트의 한 강가를 앞두고 위기에 처한 왕자를 구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본국으로 돌아가 원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인가 선택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과 묘하게 비교되면서 미묘한 울림을 전달했습니다. 물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인생에서 선택의 갈림길은 항상 존재하고, 그렇게 존재하지 않는 다른 한 세계를 떠올리는 것은 항상 묘한 감흥을 일으킵니다. 다만, 위에서의 스타 오션의 경우처럼 두 갈림길이 전혀 다른 세계를 가리킨다는 것이 그러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사라입니다. 이 만화에서 감동을 주는 장면은 꽤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특히 외전에서 바사라 시대에서 혁명을 성공시킨 4가문의 선조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외전의 시대에서 주인공과 그녀의 일행 4명은 혁명에 실패했으니까요. 그 시대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불씨로 오랜 기간동안 꺼지지 않고 후대에까지 이어져 결국 바사라 시대에 성공했으니 결국에는 의미가 없었던 행위였으나 꽤나 의미 있는 행위가 되었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그 이야기 자체는 비극적인데, 그 중 한 명이 연결점으로 과거의 비극과 미래의 희극을 교차시키는 점이 울림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주작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모 게이머가 떠오르네요. 하여튼 그렇습니다.


나름 생각했던 바가 잘 옮겨다가 갑자기 이상한 잡상이 등장하고, 그 이후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가 없는 걸 보니 이걸로 끝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닌가 합니다.  뭔가 마지막이 별로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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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코뿔소
13/09/24 22:01
수정 아이콘
GMT 언급하시는걸 보니 연식이 좀 있으시군요!
드라고나
13/09/24 22:04
수정 아이콘
바사라는 사람 눈물 펑펑 나게 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가 없군요.
13/09/24 22:06
수정 아이콘
스타오션은 원작 게임도 스토리도 괜찮고 시스템도 괜찮았죠.

근데 굿모닝 티쳐 말고는 본게 읍네요.
켈로그김
13/09/24 22:07
수정 아이콘
- 대털
굶주림에 죽어가는 갓난아기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여수독고 : 성구야.. 왜 그래..? 성구야..

오늘 보면서 코 끝이 찡했습니다..;;
Practice
13/09/24 22:08
수정 아이콘
만화라고 한다면 저는 부끄럽지만 초전자포 보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살해 당할 운명에 처한 자신의 클론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추한 모습으로 죽을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하는 여주인공이 너무 처량해 보여서...ㅠ.ㅠ 원작 소설 읽을 때는 그렇게 깊게 와닿지 않았는데, 초전자포 코믹스는 작화에서부터 연출, 구도가 전부 흠잡을 데가 없이 완벽해서 감정 이입하기가 쉬웠던 것 같아요.
사악군
13/09/25 09:47
수정 아이콘
초전자포 코믹스보다보면 금서목록 코믹스를 읽을 수가 없음..ㅠㅠ
Rorschach
13/09/24 22:18
수정 아이콘
'서'와 "써"의 용법을 아직도 '써방님 서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크크
그런데 그렇게 기억해도 막상 쓸 때는 헷갈린다는게 함정;;;

굿모닝티처 이외에는 본 작품이 없네요.
13/09/24 23:20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작품으로 서른 넘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천진희
13/09/25 11:20
수정 아이콘
저도 항상 GMT의 써방/서자로 생각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크크
가끔 생각나서 찾아보면, 여전히 공감되면서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네 라는 걸 새록새록 느끼게 해주지요.
절름발이이리
13/09/24 22:23
수정 아이콘
음..
레드블러드
비천무
꼭두각시 서커스
정도가 보다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었군요.
아이유
13/09/24 22:24
수정 아이콘
링크해주신 질게글을 보며 자게로 가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비슷한 이야기가 올라왔네요. ^^
링크 글에서 썻지만 전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3권의 루리가 지로의 찰흙 인형을 보고 눈물흘리는 장면이 최고의 눈물샘 자극 장면입니다.
기억을 잃은 가족, 하지만 기억하고 있던 동생이 자신을 기억하며 만든 그 인형을 보고 가족 모두 기억을 되살리는게 어찌나 눈물나던지요. 흐흐
미디어(?)를 보고 처음 눈물 흘린게 가난한 가족(엄마, 형, 동생)이 우동집에 들어가 1인분만 시키던 이야기인걸 보니 전 가족애에 약한 것 같습니다.
아이유
13/09/24 22:28
수정 아이콘
하지만 오늘은 제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직장 동료가 주웠는지,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있는지, 혼자 사니 누구 폰을 빌려서 연락할 방법도 없지....
이게 절 울게 하네요. ㅠ.ㅠ
그나마 2년 약정이 얼마전에 끝난 녀석이라 잃어버린거면 쿨하게 잊어볼까 생각도 합니다만, 2년 넘게 써온 핸드폰 속에 남아있는 메세지들이 아쉽네요.
파란아게하
13/09/24 22:39
수정 아이콘
바사라는 정말 명작입니다.
13/09/24 23:24
수정 아이콘
당장 생각나는 명장면으로는...메존일각 마지막 편의 여주인공의 대사 2개.
중간에 남주에게 말하는 '소원이 있어요.저보다 오래 살아 주세요.이제 혼자 되는건 견딜수 없어요' <-대충 이런 내용;;;
맨 마지막 아이에게 하는 독백 '하루카야~여긴말야~엄마하고 아빠가 처음으로 만났던 곳이란다'
암튼,타카하시 루미코 여사 최고 명작으로 전 메존일각을 뽑습니다.이상의 이유로 인해서.하하
13/09/25 00:36
수정 아이콘
굿모닝 티처는 진짜 명작 of 명작입니다. 한때는 정경희 선생님같은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었습니다. GTO를 볼때도 정경희 선생님이 더 나은 것 같다..라는 생각을 늘 했었죠.
13/09/25 01:20
수정 아이콘
전 슬램덩크 산왕전에서 강백호가 버저 비터 성공시킨 후 서태웅이랑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난 기억이 있네요~
시라노 번스타인
13/09/25 16:29
수정 아이콘
울컥한 만화야 엄청나게 많지만 요즘 기억나는건.
3월의 라이온, 자이언트킬링
두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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