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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21 21:09:20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③ 욕심
손자는 군사의 운용과 작전에 관해서 그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빠르게 행동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야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오자(오기)는 전쟁 시작단계의 준비과정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니 그 준비를 철저히 갖추어 싸우면 승리한다고 봤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손자의 이론을 실행했던 사람은 조조나 유비 정도이고 오자의 이론을 실행했던 사람은 제갈량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손준은 준비를 착실히 하지도, 빠른 행동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오군이 출진한 때는 윤달 1월 9일이었습니다. 실권자였던 사마사는 반란이 일어난지 13일이 지난 255년 정월 25일에 직접 출병했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꾸물거렸다고 볼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연주자사로 있던 등애는 관구검이 반란을 일으키고 각 지역을 혼란시키기 위해 밀정등을 파견하자 이들을 적발 처형하고 바로 군사를 출동시켜 악가로 달려가서 부교를 만들어 진출로를 닦습니다. 진남장군으로서 예주를 지키던 제갈탄은 관구검과 문흠이 자신들의 반란에 가세하라고 권유했지만 사자를 죽이고 사마사의 명령에 따라 안풍진을 거쳐 수춘을 장악합니다. 실제로 사마사가 거의 출진까지 13일이나 걸리고, 다음달인 윤달 1월 1일에 은교 지역에 온걸 감안하면 거의 반란이 시작된지 거의 20일을 날려먹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등애는 악가를 지키면서 부교를 만들어 남진로를 개척했고, 제갈탄은 반란군의 중심지역인 안풍과 수춘을 공략해 반군을 내부에서 와해시키려 했던 것이죠.



이렇게 각 지역에서 민첩하게 대응이 이루어지는 위에 비하여 오의 움직임은 나무늘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북 양주의 반란소식이 언제 전해졌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군사를 소집해 북 양주로 밀고 들어간 것은 윤달 1월 9일의 일이었습니다. 만일 위국 내의 반란정보가 1월 20일 경에 전해졌다면 오군의 움직임이 심하게 늦어진 것이고, 만일 윤달 1월 경에 알려졌다면 오가 가진 위나라 내의 정보망이 어그러진 것을 의미합니다. 정보전이 시대를 불문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준은 욕을 퍼먹어도 모자라죠.

손준은 낙가에서 벌어진 문흠과 위군의 전투에서 문흠이 대패한 것이 알려졌지만 오히려 탁고라는 지역으로 진격해버립니다. 물론 문흠이 손준이 이 지역으로 진격해오는 것을 알자 달려가 투항했지만 목표로 한 수춘은 제갈탄이 강행해 21일에 수춘을 장악했고 같은날 안풍진의 주민 장속이라는 사람이 관구검을 죽여서 반란이 완벽하게 진압된 상태였습니다. 제갈각이 합비 신성 공략에 나섰을때 처음 합비 신성이 포위당하자 사마부가 이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오군의 기세가 강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다가 장특의 계책으로 인해 오군이 점차 지치고 군중에 전염병까지 돌게 되어 오군의 전투력이 떨어지자 제갈각은 어쩔수 없이 퇴각했죠.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제갈각이지만 물러나야 할 때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준은 오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겨우 퇴각하려다가 보급부대와 함께 퇴각하던 노장 유찬이 전사하고 보급부대가 전멸했습니다. 여거의 경우 위장 조진이 추격해왔지만 고정에서 여거가 역습하고 맹장 정봉이 돌격해 적병 수백을 무찌르는 대활약을 하면서 조진을 격퇴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여거의 경우 손준과 비교해 입지가 별 차이가 없었고 이 모든 작전을 입안하고 총지휘했던 사람이 손준인 만큼 이 실패는 고스란히 손준이 떠안게 됩니다.

(그리고 저번 편에 주거가 죽은 후 손노육의 두번째 남편이 이때 전사한 유찬이라고 적었는데 제가 자료를 잘못 봐서 동명 이인인 유찬이 손노육의 남편이었습니다.)

이렇게 창피를 당한 손준은 3월 진남장군으로 있던 주이에게 안풍을 습격해 빼앗으라고 명령합니다만 제갈탄에게 가로막힌 듯 합니다.

이렇게 손준의 위세가 깎이자 254년 여름에 이어 또다시 손준 암살 모의가 일어납니다. 장군으로 있던 손의와 장이, 임순이 손준을 죽이기로 한 것이죠. 이맘때 촉에서 사신이 오자 손준이 촉의 사신과 접견하는 때를 노려 손준을 죽이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일은 사전에 발각되어 손의는 손준의 체포령이 떨어지자 자살하고 장이와 임순은 붙잡혀 처형당하고 이와 관계된 사람들과 이들의 일족 수십명이 연좌되어 처형당합니다.



이때 희대의 악녀 손노반이 농간을 부립니다. 이궁의 변 당시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던 자매 손노육에게 원한을 품고 그녀에게 해꼬지를 하고 싶어했지만 딱히 기회가 없었는데 손의의 손준 암살 모의에 손노육이 손의의 일당들과 같이 모의했다고 모함해 손준은 손노육을 죽여버리죠.

손노육은 유찬에게 재가하기 전, 전남편인 주거와의 사이에서 아들 둘과 딸을 낳았습니다. 이 딸은 이복동생인 손휴에게 시집가있던 상태였습니다. 손휴는 낭야왕으로 봉해 진 후 이후 단양군에 있다가 다시 회계로 간 상태였습니다. 손휴의 처이자 손노육의 딸인 주부인은 연좌죄로 걸려있었기 때문에 손휴는 건업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부인이 떠나려고 하자 손휴는 손을 붙잡고 통곡하면서 그녀를 떠나보냅니다. 하지만 손준은 그 어머니인 주공주 손노육은 죽였지만 그 딸인 주부인은 살려보냅니다. 손준이 무슨 이유로 주부인을 살려보냈는 지는 적혀있지 않습니다만 손노육의 자식이긴 하지만 주거가 억울하게 죽어 동정여론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는데 그 자식들까지 죽였을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죽이지 않은 걸까 추측됩니다. 어쨌든 살아난 주부인은 다시 손휴에게 돌아왔죠.

손의의 암살모의를 기점으로 피의 숙청을 단행한 손준은 다시 북진을 추진합니다. 이제는 군사를 직접 충돌시키는 것보다 더 나쁜 방식을 택한 것이죠.

손준은 위위로 있던 풍조를 책임자로 삼아 광릉 지역에 성을 쌓도록 하게 한 것입니다. 또한 장군 오양을 광릉태수로, 유략을 동해태수로 임명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청주 세부 지도는 구할수가 없었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ㅠㅠ)

이 땅들이 전부 위나라의 권역 안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동해군은 청주에, 광릉군은 서주에 속한 땅이었는데 동해군은 오와 상당히 먼 땅이라 이름뿐인 경우였지만 광릉군은 좀 달랐습니다. 광릉군은 오의 권역과 가까운 국경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광릉군은 건업인 말릉과 가까운 지역이었습니다만 결국 강을 건너서 광릉을 점령해야했죠. 그리고 성을 쌓기 위해서는 성벽을 쌓기 위한 석재와 기타 건축 재료를 구해야 했는데 광릉 지역에서 위군이 어서옵쇼~ 하고 땅을 내줄리도, 축성 자재를 대어주진 않았겠죠. 결국 축성 자재를 전부 오 지역에서 운송해오거나 광릉 지역에서 채취해야한다는 의미인데....이는 정말 바보짓이 따로 없죠. 성이 크든 작든 성을 쌓는 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헌데 백퍼센트 전투가 예상되는 일임에도 성까지 쌓는 것은 말 그대로 정말 바보짓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다가 또 한가지 악재가 발생합니다. 오 전역에 한파가 발생한 것이죠. 이미 이 계획이 세워질 당시 조정의 관리들은 모두 손준의 방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준을 말린 사람은 등윤 뿐이었습니다. 손준이 무차별로 휘두르던 숙청의 칼날이 두려웠던 것이죠. 손준의 광릉 축성 계획은 광릉을 기점으로 서주-청주로 진격하겠다는 의미였을 겁니다. 하지만 광릉 장악은 실패했죠. 하지만 손준은 그 실패를 숨기기 위해 광릉 축성 책임자였던 풍조를 감군사자 독서주제군사로 삼습니다.

다음해인 256년 2월 초하루 건업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오력에는 5월 손권의 묘를 세우고 태조묘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난데 없이 손권의 묘를 세웠다는 점을 보면 이 화재가 오의 종묘 일부를 불태웠을 가능성이 있죠.

오나라로 망명했던 문흠은 가절을 받고 진북대장군 유주목 초후라는 고위직에 오릅니다. 그는 오에 어떠한 공적을 세우지 못했고 주요 인사였던 주이와 여거와 같은 사람들과는 성격적 문제로 반목했지만 집권자였던 손준에게 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고위직에 오를수 있었죠. 문흠은 성과를 올리기에 전전긍긍하던 손준에게 서주와 청주 공격로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광릉 축선이 아닌 다른 지역이었습니다. 회수와 사수 사이를 공략하자는 것이었죠.



회수와 사수 가운데 지역은 다름아닌 하비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정사에서도 하비는 상당히 강력한 방어기지였습니다만, 당시 대오 방위선은 합비 신성-수춘 선과 광릉 전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비-서주-팽성 지역은 주 전장이 아니었죠. 문흠은 양주자사로 있었기 때문에 방어력이 강화된 양주 루트나 광릉 루트를 버리고 우회하자는 것이었죠.

8월 손준은 문흠을 정북대장군으로 승진시키고 문흠과 표기장군 여거, 거기장군 유찬, 진남장군 주이, 전장군 당자를 선진과 본진으로 삼습니다. 일단 관직으로 보아 문흠은 안내역으로서 선진에 소속되고 유찬과 주이는 선진에 여거는 중군으로 당자는 안내역이 된 것 같습니다.



당자는 원래 위 출신으로 조비 시대인 255년 6월, 청주 이성군에서 채방이 반란을 일으키고 태수 서질을 죽이자 조비는 청주자사 왕릉과 둔기교위 임복, 보병교위 단소를 파견해 채방의 반란을 진압합니다. 이때 당자는 채방 등에게 추대받아 우두머리가 되지만 반란이 진압당하자 배를 타고 오나라로 망명하죠.

손준은 등윤과 함께 선진을 먼저 석두성에서 출병시키고 친위병 백명을 거느리고 여거의 진영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여거는 군사를 잘 정돈해놓고 기다리자 이를 본 손준이 불편해 합니다. 왜냐면 여거가 공을 세울 경우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워 질까 염려했던 것이죠. 불편해 한 손준은 가슴통증이 있다 말하고 건업으로 돌아가버립니다.

그리고 9월 14일, 손준은 갑작스럽게 죽어버립니다. 손준전에서는 제갈각에게 공격당하는 꿈을 꾸고 무서워하다가 병이 걸려 죽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손준은 죽기전 사촌동생 손침에게 후사를 부탁하죠.

손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여거와 등윤은 손준과 손침 등 손씨 방계 일족들을 도태시키기로 마음먹습니다. 내부가 위와의 전쟁으로 어수선한 사이 자신들이 이끈 병력을 이용해 방계 일족들을 쓸어버리기로 한 것이죠. 당시 손침은 바로 정권을 물려받은 터라 우왕좌왕 하고 있었고, 등윤과 여거는 북진 때문에 상당수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광릉 축성 사건과 건업의 화재 사건, 255년 말의 한파와 256년의 가뭄은 백성들이 손준에게 원망을 퍼붓고 있었고, 연이은 위나라로의 출정은 군사들의 피로를 가중시켜 군사들은 손준을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침은 시중과 무위장군 직을 이어받고 여거등을 불러들입니다. 손준이 죽은 이상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군 지휘권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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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21 22:22
수정 아이콘
오나라는 정말 어지럽군요;;
MC_윤선생
13/09/22 02:45
수정 아이콘
우와 이번엔 자료화면도 빠방하네요. 크크.
확실히 후반부는 잘 이해가 안가지만, 늘 감사히보고 있슴돠.
루크레티아
13/09/22 13:47
수정 아이콘
보다보면 오나라만큼 스펙타클하게 내부가 돌아간 나라도 별로 없죠.
전부 다 막장드라마 군상들 덕분이지만..;;
산적왕루피
13/09/23 10:18
수정 아이콘
오나라가 그나마 촉보다 더 버틴게 신기하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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