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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11 16:17:50
Name Cool Gray
Subject [일반]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몽테뉴였던가요. 저 말을 던진 사람이.

근래에 들어 다시 밀덕질을 시작했습니다. 총포나 칼 같은 무기류가 아니라, 대규모 군사작전을 주로 연구하는 그런 밀덕질입니다. 전술연구.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밀덕의 유형이던가요. 제가 주로 파고 있는 부분은 제2차세계대전의 동부 전선입니다. 바르바로사부터 시작해서 민스크. 스모렌스크, 태풍 작전, 모스크바, 르제프, 세바스토폴, 하리코프, 스탈린그라드, 다시 하리코프, 쿠르스크, 코르순-체르카시, 바그라티온, 그리고 비수아-오데르에 이르기까지...

뭐 그래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여기 나온 도시 또는 지역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프로호르프카 또는 포니리라는 마을의 이름을 들어보는 사람의 비율이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될까요? 이 바닥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저는 적어도 일반인보다는, 그게 비록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해도, 눈곱만큼은 더 알고 있는 셈이 되겠죠.

그간 제가 읽었던 책은 (솔직히 귀찮기도 했지만 읽기 힘들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비싸서) 원서가 아닌 번역서들이었습니다. 원서(그래봤자 영어로 번역한 겁니다만)로 읽은 건 만슈타인의 자서전뿐.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 칼 하인츠 프린저의 <전격전의 전설>, 그리고 저자 이름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동부 전선을 보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독소전쟁사>라던지, <히틀러 최고사령부 1936-1945>라던지... 집에 폴 콜리어가 쓴 <2차세계대전사 : 사상 최악의 전쟁>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기억이 안 나니 이건 안 읽은 거라고 칩시다. 여하간 이러한 입문서라고 해 둘까요. 이 정도는 뭐, 2차대전 전사를 연구한다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안 읽는 게 이상하겠죠.

그런데, 입문서를 섭렵하고 나니까, 다음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뭘 읽을까, 어디를 중점으로 읽을까. 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은 1943년의 쿠르스크 전투이기는 합니다만, 전투 한 번으로 끝나는 전쟁은 극히 드물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뭔 책을 읽어야할지 참으로 망설여지는 겁니다. 교보문고가 집에서 1시간 거리였던 시절에는 서점에서 쭉 한 번 둘러보고 재밌어보이는 책을 골라잡으면 되었지만(영문코너도 꼭 들렀습니다. 덕분에 읽지도 못하고 쌓아두고만 있는 원서들도 있습니다;), 지방에서 따로 떨어져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게 안 되더라구요.

이 글의 제목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분명한 것은 진짜 '꾼'들에 비하면, 대놓고 말하면 풋내기 수준이라는 거죠. 관련 책 좀 읽어보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을 펴거나 가정을 해 보는 수준까지는 가능하지만, 결정적으로 깊이가 없습니다. 군사학을 듣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죠. 종심 작전, 전과확대, 기동전, 포위전, 망치와 모루 전술 등등 중요한 개념을 "완벽하게" 섭렵해야 깊이가 드러나는 법인데 안타깝게도 저는 종심 작전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얕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정도가 되면 아예 군인으로 방향을 잡는 쪽이 더 낫겠죠(저는 이공계입니다).


요즘 들어 회의가 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 (지금은 개학해서 제 코가 석 자인지라 좀 뜸해졌지만) 방학 중에는 주중에 하루 1회 오늘의 토막 상식을 올리고는 했습니다. 글이 하도 길어서 탈이었지만... 근데 제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기도 하고, 제가 아는 게 틀렸을 가능성도 있어서 여기저기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덧붙이고 합니다(서브컬쳐는 엔하, 보통은 영문 위키). 적어도, 저 스스로 그 날의 주제에 대해서 잠깐 공부할 시간이 났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두려움이 들더라구요. 내가 혹 물박사 같은 그런 사람은 아닌가 하는 그런 두려움.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배우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근데 그걸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뭣도 모르고, 아니 아무것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근래 다시 시작한 밀덕질에서 깊은 회의가 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굉장히 많은 분야에 손을 댔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가 만족할 수준까지는 지식을 빨아들였죠. 철도, 2차대전사, 암호, 야구, 한국지리(특히 휴전선 북쪽. 그 중에서도 그 쪽의 철도망은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근 몇 년간 통 정리할 시간이 안 나서 그렇지), 세계지리, 한국사, 세계사,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등등... 관련된 책을 읽고 이게 이랬구만 저게 저랬구만 하면서 쭉 빨아들이는 게 제 주특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제 본업(?)은 화학입니다. 대학원 재학 중이구요.

뭐 그래요. 이것저것 넓게 아는 것, 다 좋다 이겁니다. 근데 앞서 말한 그 회의감, 내가 도대체 얼마나 알고 떠들고 있는가에 대한 그런 회의감 때문에 요즘에는 토막 상식 같은 걸 페북에 올린다던지 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스스로도 많은 회의감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본업이 과학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죠. 틀린 걸, 혹은 허위의 사실을 이야기하는 건 과학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그럴 경우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제가 가진 고민은 그런 겁니다. 혹 내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 짝 아닌가.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지식은 얕다 못해서 종잇장 수준인 건 아닌가. 그런 회의가 드는 겁니다.


PGR에는 많은 능력자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역사 관련 글을 눈여겨보던 입장이라 재미있게 읽었는데, 도대체 그 많은 건 어떻게들 알고 계시는지 궁금해할 때가 많습니다. 뭐 저도 졸렬하나마 철도 쪽에 관한 이야기도 써 보고 했습니다마는, 냉정하게 말하면 저는 엑스퍼트가 아니에요. PGR 글쓰기 버튼이 무겁다지만, 제가 설령 디시인사이드 삼갤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해도, 이런 고민 때문에 글을 쓰려다가 몇 번이고 접었을 겁니다. 근본적인 두려움이죠. "너는 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부르게 이런 글을 쓰냐"라는 말을 들을까봐.


전문가일수록 입을 닫는다고들 합니다. 자신이 아는 바가 없음을 느낀다는 것이죠. 근데 그 말이 백 프로 옳았다면 제가 PGR에서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들을 듣는다던지 2차대전사를 접한다던지 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어느 이야기건간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PGR의 능력자분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인간인 이상, 질투는 필연입니다. 질투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저는 능력에 대한 질투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강한 편입니다. 본업을 제외하고(이쪽은 갈 길이 워낙 멀어서 지금 몰라도 앞으로 배우면 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저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뭐랄까, 오기랄까요? 그런 게 생겨서 평소보다 더 파고는 합니다. 이 글은, 그런 분들, 저보다 더 많이 알고 또 많은 지식을 전파해 주시는 분들, 저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분들에게 물어보는 글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의문을.

어떻게,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가.
또, 자신이 이 분야에서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건 분명히 대단히 무례한 질문이지만, 제가 가진 다른 분들에 대한 의문이랄까요, 혹은 경외심이랄까요, 아니면 질투랄까요?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것이 어느 주제이던간에, "무엇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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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김
13/09/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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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가
-> 못이겨서 GG치고 똥세계로 피난갔음..;;

어느 주제이던 간에 "무엇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걸까요?
-> 제가 아는건 "직접 겪어본(혹은 종사해 본) 입장" 에서 알 수 있는 만큼의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상황 뿐이고
(예를 들어.. 막노동 요령, 닭 도축 공정의 사소한 이모저모, 와이퍼 잘 파는 방법.. 이런 것들..;)
체계화되고 정확한 지식은 아마도 거의 없지 싶습니다.

일단.. 저도 글쓴분과 비슷한 불안감, 내지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1人으로서 첫플을 개시했습니다..;;
Cool Gray
13/09/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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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상황뿐이라도 그것조차 접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겁니다. 예컨대 막노동 요령 같은 거, 어디 제가 공사판에 가서 안전모 한 번 써 봤어야 말이죠. 비록 직접 경험은 아닐지라도 그런 경험을 말씀해주시는 건 반면교사라는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참 근데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죠. 하하...
레지엔
13/09/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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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니까 근거를 첨부해서 지르고 반박 들어오면 피드백하고 자신을 수정하는 것이죠. '나는 얼마나 아는가'에 대해서, 한국인 사이에서의 문화는 과할 정도로 '모르는 걸 걸리면 끝장이니 가만히 있자'라는 풍조가 강하다고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간다'라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심지어, 연구자들끼리도 그런 성향을 찾아볼 수 있죠. 이게 개인, 집단, 사회의 자기 발전에 상당히 저해요소라고 봅니다.
대학생 때 교수님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 중에 하나가 PBL(problem-based learning)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방식의 도입이었습니다. 물론 상당수의 교수님들이 흉내내기, 자기 어필용으로 저런 걸 하셨지만, 관련 자료에서 상당히 임팩트 있던 게 뭐였냐면 '남이 가르치는 거 들으면 25% 정도 이해하지만, 자기가 수업하면 75% 이상 이해한다'라는 것이었죠. 틀리건 맞건 이야기하고, 피드백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나 아는가'에 대한 두려움은 피드백에 대한 가능성으로 치환해야지,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 자체를 줄이자는건 처세술로는 100점일지 모르겠으나 자기 쇄신에서는 0점을 줘도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Cool Gray
13/09/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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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 백분 천분 동감합니다. 정말이지 어느 집단이건 틀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신주의로 가는 경향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당장 저만 해도 연구를 시작하는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이 그거라서요...
감모여재
13/09/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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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구라치다 걸리면 피보는거 안 배웠냐.' 문화군요.. 덜덜... 확실히 그런 문화가 있어요. 사람들이 발표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히히멘붕이
13/09/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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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적절하네요 크크크
13/09/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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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좀 반반인게, 반박/지적이 두려워 피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경향도 꽤 있다고 봅니다;;;
레지엔
13/09/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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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틀렸어도 밀어붙일 권위를 획득하신 분들께서 후자의 태도를 많이 보이긴 하지요(..)
항즐이
13/09/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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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님 말씀대로 피드백을 안하려고 들면 그런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한국사회에서는 피드백을 받는 쪽(질문 받는 쪽)도 소극적이지만, 피드백을 주는 쪽(질문이나 지적하는 쪽)도 무지하게 소극적이거든요.
심지어 학회 가도 질문이 1,2개 일 때도 있으니...
김성수
13/09/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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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피드백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중요한거지 잘 모른다고 '입 닫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분야에 이제 입문했다고 말을 못 하게되면 그 사람의 새로운 시각들도 놓치는 것이죠.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 뿐만 아니라, 입문자 일 수록 기본기 쌓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숙련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불합리적인 구조가 보이는 경우도 상당수이죠. 이런 구조에 대해 숙련자에게 질문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지려 든다고 내쳐버리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의문이 든다는건 실제로 존재하는 불합리에 대해서나 배우는 과정(커리큘럼적인)에 대해서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 그걸 끄집어내면 좋은쪽으로의 변화를 만들 수도 있지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사원 보러 입다물고 있게 할 거면 왜 뽑았냐는 거죠? 차라리 프로세스를 규격화 한다음 알바생을 뽑지 말이죠.
리그오브레전드
13/09/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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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공부하고 댓글로 또 배우고 그러면서 성장하는게 아닐까요? 가르치는 사람들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에대한 연구를 해야하는 것 처럼 말이죠. 내가 아는 50과 너가아는 50을 합쳐 100을 알게 도와주는것이 인터넷의 순기능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Cool Gray
13/09/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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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습니다. 인터넷 문화가 득달같이 달려드는 그런 게 강해서 그렇지, 피드백이라는 순기능만큼은 다른 것, 예컨대 전문 저널이라던가 그런 것에 비할 정도가 아니죠.
아케르나르
13/09/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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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 주변 사람들에 비해서는 넓지만 얕은 지식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글쓴분과 같은 생각은... 언젠가 해봤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닥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 거 같네요. 내가 틀렸다면 고치면 됩니다.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들어오고, 실제로도 잘못된 거라면요. 내가 무엇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내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Cool Gray
13/09/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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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으신 말씀입니다. 자기 주장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학도(學徒)겠죠.
잠잘까
13/09/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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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가.'

저도 예전부터 갖고 있던 고민이네요. 흑흑...
13/09/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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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목이 아닌 지식을 전공자처럼 잘 알 필요가 있을까요?
사티레브
13/09/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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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알 필요야 개개인의 욕구에 따라 그럴수있으니 그렇다치고
이 의견과 비슷하게 드리고싶은말은
전공이 아니니 글을쓰든 말을하든 그냥알든 전공자만큼의 부담을 가질필요가 없고
언급하신 질투를 조금 내려놔도되지 않나싶어요
Cool Gray
13/09/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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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좀... 미묘합니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제가 관심있어하는 분야에 대한 걸 그들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지 않으면 진정 관심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나 어디에 관심있소 하고 당당히 말하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어느 정도의 지식이 요구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입니다. '필요'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 대한 용납'의 문제랄까요.
13/09/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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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부분에서만 파고듭니다. 물론 상식적인 부분에서도 틀린 부분이 발견되기 때문에 그런거 교정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논리적인 건 뭐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비논리적인 스스로를 발견하면 멘붕도 같이 오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보다 아는게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면 그걸 기초로 찾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차이점도 비교해보기도 하고 그러는거죠.
평생 그렇게 살다가 가야죠.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낼 필요는 없습니다.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한다면 말이죠.
감모여재
13/09/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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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인 저로서는 cool gray님이 멋있게만 보이네요. 생각해보면 관심분야 많고, 그 분야들에 관심가지고 계속 파들어가는 분들 보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자역학과 관련해서 어떤 과학자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 어떻다.' 라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지 않다.' 라는 것을 알 뿐이다."
생각해보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아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분야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것도 그런점 때문인 것 같아요.
13/09/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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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무엇이 어떻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틀릴 수 있죠..
감모여재
13/09/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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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엇이 어떻지 않다라는게 사실은 굉장히 좁은 대상에 대한 서술이라서요. 예를 들어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원자가 반달가슴곰같이 생겼다거나 아침에 토스트를 먹지는 않는다는 것은 안다.' 수준의 얘기긴 합니다. 무엇인가를 알아나가는 과정이 'p는 q이다.' 라는 명쾌한 답을 내는 과정이 아니라 'p는 q도 아니고 r도 아니고 s도 아니고...' 같은 과정이라는 얘기를 돌려서 말한 것 같네요.
13/09/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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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인슈타인이 코펜하겐 해석을 반대했을 때도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세계 안에서는 이 세상은 확률론적으로 구동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죠. 하지만 이 생각도 틀릴 수 있었죠.
감모여재
13/09/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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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여기서 저 과학자가 얘기하는 '무엇이 어떻지 않다.'라는건 개개인이 그렇게 생각하거나 학설중 다수설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불가능한것을 지워나가는 것을 얘기한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확률론적으로 구동되지 않는다.' 라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생각이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죠. 그러니까 아마도 저기서 하는 얘기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탐구해나갈때 그것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p는 q야' 처럼 바로 말할 수 있는게 아니라 'p는 q는 아니고 r도 아니고 s도 아닌것 같아.' 식으로 불가능한 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물론 flowers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어떤건지는 알겠습니다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말이 얘기하고 싶었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얘기인것 같습니다.
13/09/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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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불가능하다고 증명된 것을 지워간다는 말씀이시군요. 좋은 거 하나 배우고 갑니다 ^^
쩌글링
13/09/11 17:35
수정 아이콘
저는 어떤 장소에서건 제가 아는 것을 풀어 놓는 상황에서, 비겁하게도 '이 주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 또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고 용기를 얻습니다. 또 가끔은 뻔뻔하게도 '내 발언에 반박을 할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위의 레지엔님의 말씀이 이상적이겠지만, 그건 개인의 성향 뿐 아니라 어느정도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3/09/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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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것의 회의는 '내가 얼마나 모르고있었냐?'를 깨닳는 과정인거같습니다.

동부전선을 깊게파실수록 더더욱 그럴꺼고요. 양측주장이 엇갈리고 독일측사료는 많이 없고. 소련측사료는 과장된게 태반이라..
그렇다고 자서전에는 '낵아 이랬으면 이겼뜸' 정도고. 이름 요상한 교리들은 결국 운빨을 포장한 측면이크고.
알아갈수록 더 공허하고 허무하고 모를껍니다.
제논의 역설도아니고..
Cool Gray
13/09/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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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미칠 노릇이 바로 그겁니다;;
13/09/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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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 대한 명제적인 지식을 잘 몰라도 사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문화대혁명처럼 지식인이라 박해를 받은 경우도 있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예수님입니다. 저는 잘 모르는데, 하여튼 이걸 모르면 다른 지식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고들 말하네요. 잡답이 길어졌는데 대가처럼 알지는 못해도 아이디처럼 쿨게이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Cool Gray
13/09/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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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게이가 아니라 쿨 그레이지 말입니다(...) 모 라노베 히로인 별칭에서 따 온 건데 그 히로인이 싫어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나봅니다 크크크크크크
바람이어라
13/09/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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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크리슈나
13/09/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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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왔던 나의...(아 여기 자겐데;;;)
13/09/11 18:18
수정 아이콘
멍멍이와 공기에 나오는 그 부장님이군요 크크
Cool Gray
13/09/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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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키스에 하악대는 건 좀 변태 같기는 한데 제가 그 부장이었더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마 그리 생각합니다 크크
13/09/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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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글을 쓴 작성자 아이디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군요. 크크
2막2장
13/09/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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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언뜻 쿨게이로 볼 때가 많아서..크크
13/09/1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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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크크크
크리슈나
13/09/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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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A0사이즈 넓이에 습자지같은 두께를 지닌 지식의 소유자다보니...항상 글을 쓸 때마다 두근두근합니다.
PGR 자게 같은 경우에는 글쓰기 힘들어서 몇번 썼다 지우고 댓글만 남기게 되더라구요.

전 그래서 얘기할 때 100% 명확하지 않으면 '확신'을 가지지 않으려고 주의합니다.
100% 명확하지 않은 일인데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다보면 그에 반대되는 얘기에 당황하고 과한 반응을 보이게 되더라구요.

근데 쉽지 않더라구요 흐흐흐
Cool Gray
13/09/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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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공격받는 느낌이 듭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럴 게 전혀 없는데 이상하게 안 고쳐지더라구요.
朋友君
13/09/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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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인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서로 토론, 토의해가며 학습하는 문화가 있다면 이런 부분은 많이 해소될 것 같은데 대부분 일방통행만 쭈욱 해오고 있으니 어렵네요. 계속 경험하다 보면 나아지겠죠?
크리슈나
13/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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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계속 경험하다보면 확실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직업상 끊임없이 반대입장의 사람과 토론, 토의를 하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제 논리에 반대되는 얘기를 들으면 얼굴이 벌개지고 어찌할바를 몰랐는데,
나중에는 상대방의 논리가 맞으면 그에 빨리 수긍하게 되고,
양자의 논리가 둘 다 문제가 없을 경우 일종의 합의점 찾기에도 이를 수 있더군요.

아 그래도 얼굴은 계속 벌개지는게 아직도 쉽진 않습니다;
히히멘붕이
13/09/1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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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래서 배우는 건 되게 좋아하는데 가르치거나 설명하는 건 상당히 두려워합니다. 사실 어느 한 분야에 있어 배움이 쌓이다보면 그게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흘러나와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경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경지에 이른 분야가 아직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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