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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16 09:52:32
Name par33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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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열세번째 소개] 거장처럼 써라! -글에대한 작법책


윌리엄 케인 지음 / 김민수 옮김

"나는 왜 위대한 작가들처럼 쓰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당신도 그들처럼 쓸 수 있다.

위대한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은 없다. 기존 작품을 연구하고 구조가 무엇인지 배우고 필수적인 기교를 연마하고 언어에 대한 기본 감각을 충분히 익히고 난 후에야 비로소 종이 위에서 가볍고 자유롭게 펜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날 위대한 작가들이 받은 교육을 살펴보면 오늘날 교육과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있다. '모방'이 바로 그것이다. 모방이야말로 작가가 문학적 기교를 배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임을 현대 교육은 간과하고 있다.

이 책은 21명의 문학 거장과 전세계 독자를 휘어잡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글쓰기를 소개한다.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작품에 그들의 작법을 적용하면 좋을지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글의 문체와 호흡, 캐릭터 묘사, 이야기 전개와 같은 필수 요소를 하나하나 익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거장들의 작법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이 책의 최종 목적은 물론 위대한 작가의 복제 작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단 모방을 통해 창작의 도구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체와 목소리로 그들을 능가하는 것이다. 그럼 당신도 어느새 어려움 없이 글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YE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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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해라!]



필자는 고전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읽어보지도 않고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어린시절 강제로 읽으라며 어린이 판으로 나온 서양 고전소설등에 대해 앞 뒤 중간 한번씩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질려버렸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삶에 있어서 대부분 어느 한 순간은 그러한 고전들과 마주하게 되는 시기가 오나 보다. 그것이 젊든, 늦든간에. 나는 아마 이 책을 통해, 대표적인 고전 소설들을 섭렵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작법책은 처음 구매해 보았다. 사실 꿈이 소설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소설 작법이나 문예창작에 관련된 가르침들을 등한시하고는 했었다. 어릴때는 알량한 글 재주가 동년배 아이들보다 조금 나았기에 거기에서 오는 자만도 있었고, 소설을 뭐하러 배우기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도 있었다. 소설, 의미 그대로 그냥 작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는 것 아닌가. 게다가 나는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어릴 때 부터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자연스레 알아챌 수 있는 독서습관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읽으며 흔히 소설을 공부하는 이들이 말하는 '구조'라거나, 전개방식, 개연성, 등장인물의 구성물질, 갈등의 배치, 문장의 리듬, 감정묘사와 외양묘사를 통한 표현 등등을 이론 없이도 '아 이래서 이렇게 써놓았구나' 하는걸 잘 알아차리는 쪽이었다. 그러니 콧대는 높아지고, 그것이 특별히 공부해야 할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이 바뀐것은 장편의 소설을 쓰면서 느낀 부분이었다. 에세이나 비문학의 글을 쓰거나, 혹은 중-단편의 소설을 쓸 때와는 장편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나는 주제,맥락,구성을 잡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지만 글이 길어질수록 캐릭터의 특색은 없어지고, 주제를 관통하는 맛은 사라져 버렸다. 처음 밑바탕을 그린 것과 달리 소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졌고 성질이 나서 글을 싹 없애버렸다. 나는 비로소 자만과 얕은 재능에 대해 마주했다. 물론, 초고가 완성도 있어야 한다는게 바보같은 욕심인걸 알게된 것은 꽤 나중의 일이다. 초고는 결국 어설플 수 밖에 없고, 이야기의 구상과 큰 줄기가 러프한 콘티라면, 초고는 겨우 펜선을 딴 스케치 정도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 나는 다른 많은 흥미를 끄는 것들에도 관심이 있었고, 소설가는 결국 마음속에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21명의 거장-이라고 칭하는, 아마 대부분 들어봤을 유명한 작가들-의 대표작과 그들의 특성을 분석한 책이다. 그들이 소설을 쓰는 방식과 소설에 녹여내는 그들만의 특기들에 대한 해설서이다. 소설을 만드는 작법에 대한 스타일서라고 하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나는 이 책에 나온 대표작중에 10%도 읽은게 없었기에 책을 고르면서도 도움이 될 까 했는데 다행히 요약이 참 잘되있었다. 물론, 한 권에 21명의 작가를 넣었으니 딱히 구체적이지는 않다. 그러니까.. 작법책인데 뭔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방법론이 있다기보단, 구체적 적용법 직전까지 공부할 거리를 소개해 주는 책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 책을 정말 온전하게 다 흡수하고, 진짜 '거장'처럼 쓰고 싶다면 이 책에 나온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펼쳐서, 그 작가를 분석한 부분을 참고한 뒤 마치 문학수업의 분석처럼 그 작가들의 소설을 해체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내 글을 써야만한다.



이 책을 지은이는 끊임없이 모방을 칭송한다. 그리고 나도 이에 동의한다. '모방'없이 '독창성'을 얻으라는건, 하늘에서 무언가 뚝 떨어져 벼락부자가 될 확률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은이는 거장의 글을 아낌없이 훔치라고 한다. 그들의 것들을 훔친다 해서 그들의 문장이 그대로 옮겨지는게 아니다. 그들의 수사법이, 요령이, 작법이 내 머리속에 무언가를 남겨가며 손으로 옮겨갈테고, 그 과정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진짜 거장들처럼 완숙하고 매력있는, 그러나 독창성이 충만한 글을 내게 남겨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역시, 나도 이에 동의한다.



pgr에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물론 이 책은 소설작법에 대한 책이기에 여러분이 원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채워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작가들은 말한다. '의자에 앉아 펜을 잡고,(아마 지금은 키보드일것이다) 뒤돌아보지 마라.' 많이 쓰는 것 만큼 좋은 수업은 없다. 그리고 집중하는 것이다. 자신이 쓰는 글에. 그저 이 과정에서 좀 더 효율적인 좋은 글쓰기를 위해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시대를 넘어 여운을 남기고 독자를 흔드는 힘을 가졌던 거장들의 실력을 훔치라는 것이다. 그것이 곧 당신이 원하는 '작가'로 당신을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분야의 글에서 매력이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직접 공부하기위해 필요한 노력의 시간이 굉장히 많은 불친절한 책이지만, 대신에 글을 잘 쓰기 위해 겸손하게 임하는 사람에게 최단기간에 가장 효율적인 노력을 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한권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여기 나온 대표작들을 이 책을 통해 집중해서 읽는다면 분명 바뀌는 것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그 과정이 내가 쓰는 모든 글의 매력을 한층 더 높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만약 글을 잘쓰거나 매력있게 쓰고싶고, 주입식처럼 받는 글쓰기 교육이 싫은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에 담긴 작가 목록]
오노레 드 발자크 / 찰스 디킨스 / 허먼 멜빌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크누트 함순 / 이디스 워튼 / 서머싯 몸 /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 프란츠 카프카 / D. H. 로렌스 / 윌리엄 포크너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마거릿 미첼 / 조지 오웰 / 이언 플레밍 / J. D. 샐린저 / 레이 브래드버리 / 플래너리 오코너 / 필립 K. 딕 / 톰 울프 /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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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책 소개 시리즈]

1. 선셋 파크 - 폴 오스터
https://pgr21.com/?b=8&n=43049
2.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 미카미 엔
https://pgr21.com/?b=8&n=43073
3. 뫼신사냥꾼 - 윤현승
https://pgr21.com/?b=8&n=43117
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https://pgr21.com/?b=8&n=43150
5.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https://pgr21.com/?b=8&n=43228
6. 13 계단 - 다카노 카즈아키
https://pgr21.com/?b=8&n=43269
7. 배를 엮다 - 미우라 시온
https://pgr21.com/?b=8&n=43298
8. 위험한 관계 - 더글러스 케네디
https://pgr21.com/?b=8&n=43353
9. 올림픽의 몸값 - 오쿠다 히데오
https://pgr21.com/?b=8&n=43532
10.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https://pgr21.com/?b=8&n=43542
11. 체인지킹의 후예 - 이영훈
https://pgr21.com/?b=8&n=43670
12. 십자가 - 시게마츠 기요시
https://pgr21.com/?b=8&n=43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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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16 10:36
수정 아이콘
건필하세요.
13/05/16 12:13
수정 아이콘
소개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개 글만 보고 책은 안본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둘이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흐흐
13/05/16 12:20
수정 아이콘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대에 책 읽기는 굉장히 어려운 취미니까요. 소개글로 기억에 담아두셨다가 어느날 책이 땡기고 읽어볼까 싶은 여유가 있을 때 서점에 가서 책 고를 때 도움이 약간이나마 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흐콰한다
13/05/16 12:44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영미권 문학(도스토예프스키가 관을 박차고 튀어나와 뭐임마 하려나요)의 대가들의 작법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선 원어로 쓰여진 원작 작품들을 읽어야하지 않을까요.

결국은 영미문화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네요.
13/05/16 14:12
수정 아이콘
책 내용은 다행히 정말 잘 번역 되어있고, 그러한 기법을 번역된 한국어로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대소설에 적용할때의 주의점등도 틈틈히 적혀있고.. 이해하는 입장에서 한국어에 걸맞게 잘 받아들이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적 코드나 이런것보다는 기본적인 수사법, 구조 등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이 내용들은 제가 알기로는 그냥 문예창작과나 국문학과 소설관련 수업에서도 다뤄지는 것들일거에요. 언어의 표현능력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기법과 구조는 비슷하니까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물론 저런 작가들의 작법과 관련해서 치밀한 학술적 논문을 준비한다거나 연구를 해야할때는 원어로 들이받아야 하는데에 동의해요. 뉘앙스는 번역되면서 100%살아서 오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타인의 고통
13/05/17 10: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남겨주셔서 잘 보고 있습니다.

Par333k 님 리뷰도 읽고 있자면 기분 좋아지는 매력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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