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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16 07:37:22
Name OrBef
Subject [일반] [책추천 구걸] 잘 모르겠는 것.
[무지개라는 것은 없다.]

File:TakakkawFalls2 edit.jpg

비가 온 직후에는 아무 데서나, 폭포 근처에서는 언제나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지개는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광학 현상입니다. 물방울이 넓은 지역에 산개해 있을 경우, 물방울 하나하나가 프리즘 역할을 해서 빛을 파장별로 다른 각도로 반사하게 되는데, 그 반사광을 받기에 적절한 위치에 렌즈 (우리 눈이죠) 가 놓여있으면 망막에 무지개 패턴이 생성되는 것 뿐입니다. 우리 눈 바깥에 무지개라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눈에 렌즈가 있기 때문에 무지개가 눈 속에 생겨나는 겁니다. 무지개가 어떤 실존하는 것이 아니므로 무지개를 잡으러 떠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우리가 이동하면 무지개도 같이 이동하게 됩니다.


[Dark Matter]

File:080998 Universe Content 240.jpg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 중에서 오직 4.6% 정도만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루는 물질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들) 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Dark matter 와 Dark energy 로 되어있다고들 하는데, 이 물질은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고 합니다. 오직 그 물질이 만들어내는 중력장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존재를 유추할 뿐이지요. 여기까지는 물리학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이야기이고, 저기서 상상의 나래를 조금 더 펼쳐보면, 물리학에서 말하는 4대 힘 -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 중 누구와도 상호작용하지 않는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같은 공간 속에서 그 물질과 동시에 존재하지만 서로 인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600년 뒤에 그 물질과 상호작용할 방법을 우리가 찾아낸다면? 그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맞고 해당 시점부터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요? 인간의 인식 가능성과 존재 그 자체가 재미있게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Divided Line]

File:DividedLine.svg
플라톤은 자기 저서에서 회고하기를, 어느 날 소크라테스가 금을 하나 긋더니 그것을 네 개의 구역으로 구분했다고 합니다. 이 네 개의 구역은 AB < BC < CD < DE 순으로 점점 길어지는데, A~C 는 감각 가능한 세계, C~E 는 정신의 세계입니다. 이 두 개의 세계는 다시 AB/BC 와 CD/DE 의 네 개로 갈라지는데, 각 구역의 전자는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 이고 후자는 '실제의 세계' 입니다. 즉, AB 는 인간이 감각하는 물질계라고 할 수 있고 BC 는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계입니다. CD 는 인간의 이성이 닿을 수 있는 정신의 세계이고 DE 는 정신계 그 자체입니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빌려서) 저렇게 세계를 나눈 이유는, 우리의 감각이 불완전하여 물질계 자체를 완벽하게 인식할 수 없듯이, 우리의 이성도 불완전하여 우리가 소위 선험적 지식이라고 말하는 수학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보았자 실제 정신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각과 이성 두 가지 모두에 있어서 오류투성이의 존재이라는 이야기지요. 플라톤은 저기에서 더 나아가 이데아와 물질계를 나눈 뒤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계나 다루고 피타고라스는 수학이나 파라고 해. 난 철학 할거임!" 이라고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정말로 저렇게 얘기했다는 건 아닙니다), 이데아라는 주제만 해도 온종일 이야기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오늘 제 글에서 갖다 쓰려는 부분은 '우리는 오류투성이이다. 감각 면에서나 이성이라는 면에서나' 라는 이야기입니다. 


[앎의 가능성]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에 대해서 '안다' 라고 말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과연 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 지, 아니 애초에 '이해' 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니 그보다 먼저 '마음' 이란 것 자체가 허상이 아닌 지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들게 되지요. 칸트는 인간의 경험과 무관한 선험적 지식이라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순수 이성 비판을 20페이지 보고 기절했다는 건 안자랑) 
('마음'은 허상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김연아이유리님이 달았던 댓글은 https://pgr21.com/?b=8&n=37480&c=1312793)


[유물론의 자기모순]
작년 이맘때 즈음에 기독교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https://pgr21.com/?b=8&n=37480). 거기서 기독교와 무신론에서 주장하는 몇 가지 논증들을 소개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무신론자 -> 기독교 공격용으로 가장 강력한 논증은 "Problem of Evil" 이라고 생각하고 (링크 글에 있어요. 어차피 이번 글에서는 종교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패스), 기독교 -> 무신론자(라고 쓰고 유물론자라고 읽는다) 공격용으로 가장 강력한 논증은 "유물론의 자기모순"이라는 논증입니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 Lewis 가 1948 년에 소개한 논증인데, 아직까지도 적절한 반박을 구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1. 유물론이 진실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물질 간의 인과율에 따른 상호작용에 불과하다
2.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이 인과율에 따른 물질 간의 상호작용에 불과하다면,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도 물질 작용에 불과하다
3. 인간의 이성이 물질 작용에 불과하다면 인간의 이성이 산출해내는 논리적 명제라는 것들은 바람에 나뭇가지에 부딪혀 내는 소리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물질 작용에는 '옳고 그름' 이라는 개념이 없다. 즉 이성과 논리라는 개념은 환상에 불과하다.
4. 그렇다면 유물론이라는 주장은 환상이다. (논리적 모순!)
5. 고로 유물론이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유물론은, 마치 '이 문장에는 오류가 있다' 라는 문장처럼, 자기 파괴적 성격을 지닌다.

현재는 이 논증을 적절히 구사하는 사람이 존 레녹스라는 영국의 수학자(라는 본업은 이미 안중에도 없고 기독교 변증 학자의 부업이 본업이 된...)인데, 존 레녹스 vs 리처드 도킨스 혹은 존 레녹스 vs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등의 논쟁을 보면 도킨스나 히친스 둘 다 저 논증에 대답하지 못합니다. 다만 웃긴 것은, 정작 CS Lewis 는 나중에 Elizabeth Anscombe 라고, 비트겐슈타인의 제자이자 분석철학자인, 그리고 당시 서른 살의 애송이였던 여자를 만나서 '당신은 원인 vs 결과와 근거 vs 결론이라는 두 쌍이 다른 의미라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군요. 설령 비합리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결론이더라도 그것이 올바른 논리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면 그 결론은 올바를 수 있습니다' 라는 지적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그날 이후로 '난 내가 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난 바보 멍청이였어' 라고 한탄하며 기독교 변증 학자의 길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수필과 아동 소설만 썼지요 (근데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도 레녹스는 저 논증을 피며 히친스는 그걸 대답하지 못하는 게 유머.....).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Anscombe 의 지적이 왜 그렇게 날카로운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흑흑흑;;;; Anscombe 와 비슷한 말씀을 예전에 댓글로 달아주신 루치에님의 댓글은 https://pgr21.com/?b=8&n=37480&c=1312870


[결론1 - 이렇게 살다 죽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은 '난 왜 존재하는가?' '이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난 도대체 뭔가?' 등등의 질문들을 평생 가지고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에 귀의해서 그 답을 찾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 철학을 팝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함' 이라고 말하고 끝내기도 하지요. 저도 이런 질문들이 참 많은 사람인데, 이런 질문들을 더 생각해보기 전에 가장 먼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앎' 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아닌 지. '앎'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라는 문제가 해소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회의론자에 가깝긴 한데, 평생 회의론자로 살다가 죽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회의론에 대해서 명랑손녀님과 나눴던 댓글은 https://pgr21.com/?b=8&n=37480&c=1313291)

[결론2 - 책 구걸]
그래서 제가 정말로 드리고 싶은 말은, 이 시점에서 제가 읽기에 좋은 책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저도 본업이 있는 사람인지라 이제부터 후설의 현상학을 읽고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탈퇴회원인 Ms. Anscombe 님의 비트겐슈타인 관련 글이 참 관심 있었는데 저 같은 비전문가에게는 그렇게 한번 걸러준 글도 감당이 안 되더군요). 저처럼 궁금한 것은 많지만 인문학적 소양은 별로 없는 더러운 공학자에게 도움이 될 책 좀 소개해주세요 굽신굽신.

기-승-전-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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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5/16 07:58
수정 아이콘
역시 부탁도 멋있게 하시는군요 +_+ 저는 책이 나오면 나중에 써주시는 글 보렵니다 후후.
jjohny=Kuma
13/05/16 08:39
수정 아이콘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모르겠으니 그냥 완전 가만히 있어야겠네요.ㅠㅠ
13/05/16 08:43
수정 아이콘
제가 글을 너무 난잡하게 썼나보네요 ㅠ.ㅠ
jjohny=Kuma
13/05/16 08:48
수정 아이콘
아니요 농담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지금은 이동중이라서, 좀 있다가 앉으면 뭐라도 써보려고 머리 굴리는 중이었습니다. 헤헤
13/05/16 08:47
수정 아이콘
실증주의와 실재론의 논쟁을 다룬 책이 많을 겁니다.
13/05/16 08:57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바로 그런 책 중에서 적절한 것을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13/05/16 09:22
수정 아이콘
에이어의 언어,논리,진리?
저야 실재론자지만 어차피 비실재론도 형식논리로는 반증 불가능하니... 답을 찾는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13/05/16 09:28
수정 아이콘
오옷? 이런 책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말씀 듣고 좀 알아보니 언어 철학 입문서로 적절하겠는데요? 감사합니다!
happyend
13/05/16 08:53
수정 아이콘
음...책을 추천해줄 능력은 안되고요, 산책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하루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코스를 대략 1,2시간 걷다보면...직관이...아니 해답으로 가는 길이 보일수도요.
현문우답이라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그곳은 하루가 끝나가려나요? 흐흐흐)
13/05/16 08:58
수정 아이콘
텍사스에서는 함부로 산책하다가 샷건 맞고 죽는 수가..... 하긴 그 이전에 이글거리는 태양에 불타 죽....

그런 의미에서 산책은 포기하고 별다방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하루를 정리해야겠네요. 해피엔드님의 역사 글 본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한번 써주시요.
happyend
13/05/16 10:19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새삼느껴지네요.전 요즘 탄천 산책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글은 쓰면 늘고 안쓰면 죽나봅니다.요즘은 글심이 돋지를 않네요.흑흑....몇가지 써야겠다 싶은 글감도 있고 오래전에 연구도 끝낸것인데,막상 쓸려고 새창을 열면, 뭔가 쓰기가 싫어지더라고요.나이먹어가는 증거가 아닐까요?흐흐흐.
조만간, 억지로라도 하나 써볼 생각이긴 합니다.
13/05/16 10:24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 글이 잘 안써집니다. 해피엔드님은 꾸준히 글감을 모으시고 연구라도 하시지,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미분방정식이나 풀고있는 사람인지라.... 부럽습니다!
몽키.D.루피
13/05/16 08:58
수정 아이콘
저도 빌려놓고 아직 보지 않은 책 두권을 추천합니다. 이미 아실 수도 있는데..
김재권, "심리철학", 하종호, 김선희 옮김, 철학과 현실사, 1996
김도식, "현대 영미 인식론의 흐름", 건국대학교 출판부, 2004
현대에서 마음에 관한 부분은 심리철학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앎의 가능성 부분은 철학에서는 인식론이죠. 위 두권의 책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교과서 같은 내용들입니다. 김재권 교수의 책은 어차피 영어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거니깐 미국에서 원본을 구해보시는게 좋을 거 같네요. 한국인으로 미국(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그리고 인식론도 굳이 저책이 아니더라도 인식론의 흐름을 다룬 책이면 좋을 거 같습니다.
13/05/16 09:23
수정 아이콘
김재권 교수의 명성은 익히 들어봤지만 정작 책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정신-육체 이원론에 별로 공감을 하지 않고 유물론에 가까운 입장인지라, 대니얼 데닛의 책을 읽어보려고 사 둔 참입니다. 다만 제 성향은 둘째 치고 다른 쪽 의견도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니 김도식 교수의 책을 읽은 뒤에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도식 교수의 책에 대한 서평을 좀 찾아봤는데, 책 아주 재미있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13/05/16 09:23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요새는 문학에 홀딱 빠져서 인문교양서적 본 지도 한세월이네요.
흰코뿔소
13/05/16 09:48
수정 아이콘
권해드릴 책은 없지만, 한 마디 얹자면 어쨋든 안다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전히 종교적인 이유입니다만,
불교에서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전문용어로 무명에서 벗어난다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혹은 실패했다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공부를 마친 후에 45년간 인도전역을 맨발로 걸어다니면서 설법을 했을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그리고 학문을 통해서, 지식을 통해서 아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역사적으로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만 '안다'고 할만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8만대장경도 평생 공부해봐야 다 못하는;;;)
도움이 될랑가 모르겠습니다.

@@
저는 불교 공부를 해서인지, 본문을 전부 불교에 빗대어 보게 됩니다.
13/05/16 10:14
수정 아이콘
불교를 잘 모르지만, 저번에 기독교 글에서 댓글로 김연아이유리님이 말씀하시길 '자아라는 것이 허상임을 깨닫는 것도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라고 하셨었습니다. 그 때는 '아하!' 하면서 무릎을 쳤는데, 흰코뿔소님 말씀을 듣고 보니 다시 좀 아리까리 해지네요. 역시 저는 갈 길이 머네요. :)
흰코뿔소
13/05/16 10:28
수정 아이콘
허상이지만 현재 지금 여기서는 존재한다...고 봐야할거예요.
허상이다, 허망하다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말이구요.
영원하지 않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 여기 존재하기때문에 최선을 다 해서 살아야한다?
흐흐 글로 주고 받자니 Orbef님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이나 아리까리해 하시는 부분을 캐치하기가 힘드네요.
13/05/16 10:35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불교에 대해서 글 한번 써주시죠!! 전 언젠가 이슬람에 대해서 써보고 싶습니다.
13/05/16 09:50
수정 아이콘
The Neville Reader(한국판 네빌 고다드의 부활) 추천합니다.
회의에서 실천으로!
13/05/16 10: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는 성당에 다니긴 하지만 제대로 된 교인은 아니고 이신론 - 무신론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사람입니다. 예수의 부활에 대해서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는 '예수의 사후에도 그의 뜻이 남았다' 까지이지, 그 이상이 담겨있는 책은 지금으로서는 무리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책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고, 언젠가는 읽어보겠습니다.
13/05/16 10:32
수정 아이콘
어째선지 한국 책 분류는 기독교로 되어있는데, 완전히 틀렸습니다.
이 책은 기존의 종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13/05/16 10:34
수정 아이콘
말씀듣고 위키피디아를 좀 찾아보니까 이 사람 특이한 양반이네요.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市民 OUTIS
13/05/16 10:11
수정 아이콘
님 때문에 버스를 잘못 탔어요.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쓰는 걸 핑계로, 사실은 잘 몰라 간단히 씁니다.

플라톤 한정해 이성과 감각을 같게 보면 안 됩니다. 에피스테메와 독사의 데이터 수집이 앞의 둘의 차이입니다. 이건 선배인 파르메니데스 이래 이원론젓 전통입니다. 진리와 억견의 길인데 로고스 즉 이성은 진리의 길과 연관된 걸로 알고 이쓰니다. 물론 '라리사'(서울 같은 지명으로 보세요) 는 알고 가지만 우연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따 저녁때 다른 글도, 특히 유물론에 대해 어찌 궁금하네요, 읽겠네요. 일 보러 가는척 도망갑니다
13/05/16 10:22
수정 아이콘
에피스테메와 독사와 파르메니데스 중에서 하나도 모릅니다!!! 제가 더러운 공학자라고 자평한 것이 절대로 겸손한 표현이 아닙니다 으흐흐흐흐;;; 21세기에는 플라톤의 가르침을 잘 몰라도 현대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자위하며 포기하겠습니다 ;0;
13/05/16 10:33
수정 아이콘
플라톤 이론은 그냥 고역이죠. 차라리 비판서로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읽는 게 속편합니다. 유명한 책이라 아마도 보셨겠지만.
13/05/16 10:38
수정 아이콘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저는 읽어본 적 없습니다. 저는 무식쟁이입니다 흙흙. 다행히도 마눌님께서 읽고 책꽂이에 던져놨으니 이건 오늘이라도 시작할 수 있겠네요.
절름발이이리
13/05/16 10:29
수정 아이콘
전 책 추천을 요구받으면, 상대가 누구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건,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던 간에 <해리와 몬스터>를 추천합니다.
13/05/16 10:36
수정 아이콘
아니 이것은 투명드래곤과 어깨를 나란히한다는 책 아닙니까.
市民 OUTIS
13/05/16 10:34
수정 아이콘
위의 기하학관련 일화는 플라톤 상기론으로 그의 영혼불멸론과 관련있죠. 태어나기 전 영혼이 이데아계로 여행시 봤던걸 다시 기억해 내는 거지, 감성계의 배움을 통해 아는 것은 아니죠. 그러니 태어나기전부터 알았던걸 뽑아내는 산파술이 필요한거죠. 이렇개 보면 감성걔의 불완전한(데미우르고스는 착함즉 완전함을 모방하고 싶으나 태생적으로 완전함 자체는 아닙니다/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안 나네요) 썸씽을 통해 진리로 나갈 순 없습니다. 추론 같은 로소스의 기능을 통해서라두요. 그러니 orbef님 날씀도 틀린건 아닌것 같아요.

플라톤은 무지 어려워요. 그는 교과서 대신 대화편을 썼고 그의 변증술을 통해 한 말, 대개 소크라테스의 생각이 플라톤입장이 아닐수 있어요. 반대입장을 취하기도 하닊요(현재 토론게임을 생각하면돼요. 특정주제 공방은 질문받는자가 선택해요) 또 초 중 후기 입장도 좀 차이나고, 초기는 토론에 결론도 없이 끝나요( 항구를 찾지 못해 바다에서 해메죠 aporia) 또 진리론 인식론과 존재론의 설명에서 오는 차이(솔직히 제 무지)의 착각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성의 위상 로고스는 진리와 유사하게 여기는게 전통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13/05/16 10:42
수정 아이콘
에에잇 지금 님의 말씀은

"quasilinear PDE 문제는 기하학적 유추를 통해서 characteristic curve 를 만들어서 풀어낼 수 있는데 이 curve 는 derivative 들의 조합으로 normal vector 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서 주어진 PDE 를 일종의 routing navigator 로 쓰는 방법입니다"

이런 문장을 읽는 느낌입니다!!! ;0;
市民 OUTIS
13/05/16 17:4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상기가 아니라 유추죠. 그렇게 플라톤의 영혼불멸의 논증을 비판합니다. 진리론으로 상기설 말구요.
좀더 자세히는 집에서

(후의 첨가) 위의 본문은 상기설과 전혀 무관하군요. 제대로 읽지 않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사과드립니다.
개떡같이 댓글달았는데, 거기에서 유추라는 걸 유추하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플라톤 영혼불멸 논증은 어설프게나마 설명하자면,
일단 사람은 영혼+육체로 이루어집니다. 영혼이 처음부터 존재해 지금의 육체(소마)에 갇힙니다. 그래서 소마는 세마(감옥/soma=sema)라는 말장난을 하죠. 그러니 영혼은 태어나기전(지금의 육체)부터 존재하고 지금 살고 있고, 죽어서도 (영혼이) 존재해야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건 증명할 필요없고, 태어나기전 내 영혼이 있는가는 상기설의 그대로 따와 별다른 논의 없이 누구나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건 유추를 통해 아는거죠. 상기설이 플라톤의 진리론이란 것과 그것을 이용해 '영혼은 불멸한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것은 다른거죠.
영혼선재는 상기설로 편하게 넘어가고 중점적으로 다루는게 죽은후의 영혼의 따로 남는다는 것인데 이는 파스칼과 비슷하게 넘어갑니다. 죽은 다음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게 좋으냐 아니면 죽은후에도 윤회환생하는게 좋으냐의 두 가지를 상정해 사후 영혼을 믿는게 낫다로 결론짓는데 스스로도 이걸 엄밀한 논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유태인과 다르게 원형의 시간관을 갖습니다. 선형(직선사관)의 시간관은 무에서 창조를 말합니다만, 원형시간관은 무에서 창조를 보통 믿지 않습니다. 원형시간은 처음이란게 상정하기 힘듭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처음을 뜻하죠. 플라톤도 윤회전생을 믿었습니다. 원형시간을 믿는 민족은 사후세계에 당연히 관심이 생깁니다. 선형시간을 믿는 민족은 죽음 후의 세계는 관심이 적습니다. 구약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정하는 부분이 대단히 적습니다. 죽음은 하나님과의 단절을 말하는 것이죠. 유태인들이 사후세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원형의 시간관을 지닌 페르시아(인도유럽어족, 아리안족)와 접하면서부터 입니다.
jjohny=Kuma
13/05/16 10:53
수정 아이콘
머리는 좀 굴려봤지만 저도 잘 모르겠네요. 헣헣 그냥 떠오른 생각들을 좀 나열해보겠습니다.
뭔가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분들과 댓글로 완성해가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도 공돌이라서 책추천은 스킵하겠습니다. 헤헤)

1. 본문에 나온 '무지개'와 비슷한 존재들이 몇 가지 더 생각이 나네요.
'파란 하늘'은 실존하지 않죠. 하늘이 파란 것이 아니고 산란에 의해 그렇게 비춰지는 것이니까요. '노을'도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아니, 더 생각해보면 '하늘'이라는 것 자체도 실재하는 Object라고 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2. 물리학도로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법칙이라는 것은 실존하는 것인가?'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이 법칙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자연계에 어떠한 실재하는 Object로 존재하느냐면 그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본문에서 언급된 무지개와 같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비슷하게 '1+1=2'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법칙일까요, 아니면 인간 이성이 합의해낸 개념일까요?

3. 저도 (OrBef님보다 더) CS루이스의 '유물론의 자기모순'과 그에 대한 Anscombe의 반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잠깐 생각해본 바로는 두 가지 논점을 제시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왜 루이스 형님의 유물론 비판에 물음표를 제기하려고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키배 본능인가...)

3-1.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는 안에 OS가 있어서 이런저런 '관념적인 것처럼 보이는' 작업들을 해내지만, 사실상 그 본질은 전자의 흐름에 의한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컴퓨터는 사람이 다루는 거니까 그 작용에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에 프로그래밍을 마쳐 놓고 그 이후에는 오직 스스로의 연산에 따라 움직이는 전자기기들도 있습니다.(물론 중간중간 필요하면 점검도 하고 보완도 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간단하게는 전자시계 같은 것들도 있고, 체스 컴퓨터 Deep Blue 같은 것도 있고, 지금도 어디선가 돌아가고 있을 '파이 값을 소숫점 아래로 끊임없이 구해봐라'라는 명령을 받은 컴퓨터도 그렇겠죠.
- 이들의 'OS'는 실재하는 것일까요, 아닐까요?
- 이들이 내놓는 '관념적인 것처럼 보이는' 작업의 결과물들은 실재하는 것일까요, 아닐까요?
- 이런 것들을 유물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모순이 발생할까요?

3-2 인류나 신 등의 지성체가 단 하나도 없는 어떠한 가상의 세계를 가정해봅시다.
단,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가 있는 이 세계에서 관측할 수는 있습니다. (혹시 이 지점에서 이미 모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류는 그 세계를 관측하면서 그 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과 이론들을 내놓습니다.
아마도 유물론적 관점이 적용되기에 무리가 없는 세계일 것이기에, 그 세계에 대한 해석에는 유물론이 대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이 경우, 지성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 세계에 대해 지성체인 우리가 유물론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할까요?
- '어떤 방법'을 통해 그 세계에 지성체가 나타났다고 가정해봅시다. (타 세계의 지성체가 그 쪽으로 넘어갔다든지, 혹은 진화를 통해 지성체가 생겨났다든지) 이 경우, '유물론의 자기모순'적 접근으로 보자면 그 세계에 대한 유물론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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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다듬어서 쓰고 싶지만, '저도 잘 모르겠는 것'이라 쉽사리 정리가 되지는 않네요. 헤헤
13/05/16 11:10
수정 아이콘
물리 법칙이라는 것은 주어진 현상을 해석한 것이지 실존하는 어떤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어떤 물질이 있으면 다른 물질은 반드시 그 쪽으로 끌려가더라. 그리고 그것은 해당 물질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물질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무언가를 중력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한다"

가 중력에 대해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최대치 아닌가 싶습니다. 1+1=2 는 참 어렵죠. 저도 같은 고민을 꽤 오랫동안 해봤는데, 저는 답을 구할 수가 없더군요.

유물론과 지성체에 대해서는 저는 대답할 역량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쿠마님의 시간을 빼앗아서 연구를 지연시키려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 다음의 링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Philosophical_zombies

P-좀비란, 자의식이 없지만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물체입니다. 챌머스라는 철학자가 P-좀비 논증을 통해서 자의식이 유물론으로 설명될 수 없슴을 보였죠. 심심하면 읽어보시라능.

근데 대니얼 데닛은 '인간이 바로 니가 말하는 P-좀비임. 몰랐지? 크크크' 라고 데꿀멍시킨 건 함정.
jjohny=Kuma
13/05/16 11:14
수정 아이콘
으아니 이런 떡밥이 있었다니. 오늘 오전시간은 다 날아갔네요ㅠㅠ
13/05/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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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저도 과학철학쪽은 굉장히 흥미가 있는 분야 중 하나인데 좋은 서적을 알게되신다면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13/05/16 11:15
수정 아이콘
과학철학은 누가 뭐래도 토마스 쿤이죠! 과학이 객관적이고 공평 무사한 사람들의 학문이라는 견해를 여지없이 깨뜨린 불멸의 명작입니다.
13/05/16 11:12
수정 아이콘
아동 소설이란 대목을 보고 음란 마귀가 나타났습니다. 본능은 저에게 쾌락주의자가 되어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애로 소설을 읽으라고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차마 추천을 하거나 추천 좀 해달라는 건 못하겠..
저글링아빠
13/05/16 11:56
수정 아이콘
그 근원까지 천착해서 이해하려는 것도 좋긴 합니다만, 사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보는 시각을 접해보는 것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우연히 하게 된 불교 공부로 상당부분을 "사회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원하셨던 방향은 아니긴 하지만요..

미국에 계시고 영어가 편하시면 입문서로 Edward Conze의 Buddhism : Its essence and development 권해드리고 싶네요.
국어로는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13/05/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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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언제고 불교를 한 번쯤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짬이 나질 않네요. 적당한 입문서도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Darwin4078
13/05/16 16:03
수정 아이콘
내용은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지만, 웬지 금강경이 좋은 해답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책 추천할 깜냥이 안되는거 같지만..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강해를 추천해봅니다.

불교는 어설픈 불교입문서보다 쉬운 불경을 통독하시는 게 더 나을겁니다.
치문이 입문용으로 많이 읽곤 합니다.
13/05/16 21:15
수정 아이콘
위에서 불교 관련한 책과 공부를 이미 두 분이나 추천하셨는데 다윈님까지 추천을!! :) 제가 불교 친화적인 사람인가봐요 어헣헣
市民 OUTIS
13/05/16 20:47
수정 아이콘
집에서 자세히 읽었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 감히 댓글을 달 수 없네요.
Orbef님 현재 지점에서 책을 추천할 깜냥은 없네요.

하지만, 제가 읽었던 인문학 책을 추천하라면, 박홍규 전집 2~4권(<플라톤 후기철학>과 <형이상학 강의>1,2)을 들겠습니다. 전집 중 추천하지 않은 1권은 기존에 발표한 논문을 엮은 것으로 발품 팔면 인터넷으로 대부분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권인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강독은 읽지 않아서 추천할 자격이 없네요. 1권은 논문이지만 나머지는 제자들과 대화하며 엮은 강의를 녹취한 겁니다. 사제지간의 자연스런 질문과 응답 속에서 기존 철학책에서 몰랐던 것이 조금 풀리기도 하고, 가방끈이 짧아 대학원 이상의 수업방식(제자들도 당시도 부교수 이상이었을 겁니다)이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충족됩니다. Orbef님이 전에 쓰신 신정론(theo+dike 혹은 악의 문제)과도 관련된 “악은 선의 결핍”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어렵다면 엄청 어려운 책이겠지만 저처럼 문외한도 도움이 되니 아는 만큼 얻는 것도 늘겠죠. 솔직한 심정으로 전공자가 아니라면 플라톤 대화편을 읽은 여부는 큰 차이가 안 날 겁니다. 그래서 편하게 소개합니다.

“악은 선의 결핍” 관련
1. 파르메니데스는 있음은 있고, 없음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없으니 생각조차 못한다고 했죠. 세상은 있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 빈 공간(없음이죠)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운동조차 없어요. 세상은 단 하나 있음만 있죠. 편하게 얘기하자면, 세상엔 ‘나’가 있고, ‘여러분’이 있고, ‘공기’가 있고, ‘컴퓨터 등 사물’이 있습니다. ‘ ’ 안에 있는 것은 있음, 즉 존재(자)죠. 그러니 있음 하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게 옳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엔 운동도 있어 보이고 ‘있음’으로 단일화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있음’이 있죠. 그렇다면 이걸 깨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있음’ 말고 다른 무언가를 상정해야 합니다. ‘없음’을 (존재로) 인정하기엔, 파르메니데스 말이 맞는 것아, 불가능해 보입니다.(없음도 존재한다는 없음도 있음이다라는 격이 되어 모순이 됩니다)

2. ‘모든 존재는 선하다’와 ‘선은 존재의 원리다’는 같은 말은 아닙니다만, 선이 존재의 원리라면 모든 존재는 선하게 됩니다. 조물주가 선을 모방해 피조물을 만들었다면 모든 피조물은 선할 겁니다. 있는 것에서 피조물을 만들었다면 원 재료는 선한 것일테고, 무에서 만들었다면 조물주가 선해야 합니다(고대 그리스인은 무에서 창조를 믿지 않았습니다). 만약 피조물이 악하다면 원재료가 악하거나 조물주가 악할지도 모른다고 봐야 합니다.(이런 것 모두 근저에는 없는 것에서 새로운 무엇이 나오지 않는다라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즉 그리스인 생각처럼 없는 것에 무언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보통의 생각입니다)

2-1. 존재하다=선하다가 동치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어렵습니다. 금성은 샛별이자 개밥바라기별입니다. 두 개의 단어가 지칭하는 것이 같다면 동치가 됩니다. 존재가 지칭하는 것과 선이 지칭하는 것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1.의 파르메니데스를 염두하면 모든 것은 존재 하나입니다. 존재라는 개념을 파르메니데스처럼 쓰면 그 대상물이 ‘하나’밖에 없게 됩니다. 이걸 ‘존재 자체’라고 합시다. 2.의 논리를 확장해 모든 것이 선하다의 명제를 인정하고 이걸 1.로 연결하면 ‘선 자체’도 ‘하나’밖에 지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만 지칭하는 것을 묶는다는 의미의 카테고리, 개념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 초월개념이라 해서 ‘누군가’에게 붙힙니다. 존재 자체=선 자체=하나 의 개념은 초월 개념으로 초월자 즉 신에게 쓰입니다. 야훼란 의미도 “존재”란 의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폰 라트의 의미깊은 반론있음) 저는 이게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습니다.(제대로 얘기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것은 그리스도교 신학 혹은 철학이라면 주장할 수 있겠지만, 플라톤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선함은 존재의 원리로 퉁치고 둘을 동치인지는 유보합시다.

3. 선함이 존재의 원리이면 (선의 반대개념인) 악은 부존재(즉 무)의 원리가 됩니다. 하지만 악은 선의 반대개념이 아니라 선의 결핍이라고 하면 악은 무의 원리는 아닙니다. 그러면 악은 무슨 역할인가가 남습니다. 정확히는 선의 결핍이고 선의 존재원리이니 ‘결핍’이 무엇인지가 남습니다. 선 그 자체는 선의 이데아거나 ‘하나님’입니다. 존재의 위계상 그 다음 선이 충만한 것은 영혼만으로 이루어진 피조물입니다. 그게 그리스도교에선 천사입니다. 그리고 영혼과 물질이 결합된 생물이고 영혼이 아예 없는 물질은 가장 악합니다.(신플라톤주의의 거두인 플로티누스는 물질이 악 그 자체란 식으로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이 이론은 비판받아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를 비판한 프로클로스의 영향이 큽니다) 존재 위계상의 선함의 차이 뿐 아니라 같은 종간의 선함의 차이도 결핍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결핍의 역할은 ‘차이’ ‘다양성’을 설명해 줍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설명하기 힘들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이걸 있음(존재)과 없음(무) 사이의 제3의 것입니다.(비-존재의 원리라 부릅니다) 운동 역시 비-존재에 속합니다. 플라톤은 그렇게 해결한다는 것인데, 직접 읽고 확인해 보십시오.

책이 책을 추천한다고 하죠. 박홍규 전집에서 “서양철학을 한다고 하면서 이 책을 안 읽는단 말야.”하는 게 Bruno Snell책입니다. (<정신의 발견-서구적 사유의 그리스적 기원> 까치) 20세기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스넬의 박사학위논문인데 한국번역은 그걸 기초로 확장한 것이고 당연 영문판도 있을 것이고 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번역자인 김재홍 교수가 그리스에서 서양철학이 탄생한 배경(다르게 말하면 인류는 어떻게 철학을 하게 됐을까?)에 대해 고민하며 번역하거나 관여한게 3권이 되는데 구조주의 신화학자 베르낭의 <그리스 사유의 기원>과 에릭 도즈의 <그리스인들과 비이성적인 것>인데 이것도 좋습니다. 보통 그리스 철학의 입문서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게 거스리의 <그리스철학입문>인데 이것도 좋지만 스승격인 콘퍼드의 <종교에서 철학으로>를 강추합니다.
市民 OUTIS
13/05/16 20:59
수정 아이콘
아, "선의 결핍"관련 부분은 제가 이해한 바이지, 책과는 거의 무관합니다. 그러니 박홍규 교수님이 이렇게 엉터리 주장을 했단 말야로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고 박홍규 교수님은 한국 서양철학자 1.5 혹은 2세대 분으로 플라톤 후기 철학과 베르그송의 거두이자 형이상학자입니다. 이 분이 만드신 게 서양고전학회이고 플라톤의 원전번역에 대한 열의로 그의 제자와 손제자들 중심으로 정암학당-이제이북스에서 현재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정암학당 홈페이지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영남대 노동법교수이신 박홍규 교수님과는 전혀 다른 분입니다.
13/05/16 21:26
수정 아이콘
우와아아아!!! 책 추천을 넘어서 outis 님 댓글 자체가 책 수준이네요. 감사합니다!
13/05/16 23:46
수정 아이콘
모두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평들을 좀 읽어보니 워낙에 다들 좋은 책 같아서 행복한 고민을 좀 했네요. 제가 지금 데닛의 심리철학 책을 읽는 중이니, 일단은 다음 책으로 에이어의 언어철학을 읽어보겠습니다. 다른 책들도 올해가 지나기 전에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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