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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1/31 05:29:36
Name 라울리스타
File #1 b1b8c6bc_luckypower93_qudwn6917.jpg (68.2 KB), Download : 45
Subject [일반] Guti,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걸핏하면 감독을 교체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신임 감독들이 부임하자마자 하는 공통된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구티의 기용에 관해서 입니다. 그리고 고민 이후 다들 용단을 내립니다. 베스트 11의 한자리를 그에게 맡깁니다. 이후 어김없이 자신의 결정을 후회를 하면서 다시 벤치의 한자리를 그에게 맡깁니다. 그나마 지난 2시즌 동안 꾸준히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정기적으로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힘들지요.

레알의 팬들은 매년 구티에게 속는 가장 큰 피해자들입니다. 가장 최근의 감독들인 카펠로와 슈스터는 시즌 초반엔 구티에게 아예 게임의 키를 줘 버렸습니다. 그리고 의심의 눈초리로 구티를 지켜보는 팬들은 금새 환호합니다. 구티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감각적인 볼터치와 예술적인 스루패스에 감동을 받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라는 밥 아저씨의 말을 축구에서 몸소 보여줍니다. 잘 되는 날이면 경기를 한 손에 잡고 움켜쥡니다. 숏 패스, 롱 패스 가리지 않고 엄청난 성공률을 보장합니다. 이따금씩 터지는 킬패스는 골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며, 그가 공을 잡고있을 때는 상대팀으로썬 반칙이 아니고선 끊을 수가 없습니다. 먼거리에서 때리는 슈팅은 계속해서 골문을 위협하고 전방 공격수를 능가하는 논스톱 슈팅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날만 되면 이상하게도 수비도 잘되곤 합니다. 과감한 태클이 상대의 볼에 정확하게 들어가며 공을 가로채곤 합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여전히 팬들을 속입니다. 며칠 반짝이나 싶더니, 잘되나 싶더니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는 순간 바보같은 행동들을 합니다. 농구를 하듯 공에 손을 갖다대는가 하면 심판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자신을 견제했던 상대에 보복성 태클을 가하기도 합니다. 결국 레드카드를 받고 쓸쓸히 팀의 패배를 지켜봅니다. 경기 후 자신의 행동에 반성을 하지만, 구티의 퇴장은 이따금씩 찾아오는 연례행사와도 같습니다.

또한 어젯밤에 갔던 클럽에서 시비가 붙었는지, 아니면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부인과 일이 꼬였는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지 않은날엔 모든것이 풀리지 않습니다. 반칙 이외엔 카메라에 잘 잡히지도 않으며, 잘 되던 패스마저도 아군을 외면합니다. 수비시엔 걸어다니며 공을 뺏으려 하지도 않아 감독과 팬들의 속을 까맣게 태웁니다. 언제는 베르나베우의 관중들이 퍼붓는 야유조차 초연하게 받아들이고는 합니다.

그 이후 감독과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저 놈이 그럼 그렇지. 기대한 내가 잘못이네.'

그러나 감독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구티가 레알의 15년 가까이 몸담을 동안 수많은 굴곡들이 있었습니다만, 감독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경기때마다 그를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올때 팬들은 기대를 합니다.

'구티라면...이 난국에서 구티라면 뭔가 해줄꺼야'

그때가 되면 또다시 팬들을 속입니다. 야유를 퍼붓던 팬들의 음성이 환호로 바뀔 수 있게, 우아하게 볼터치를 하며 킬패스를 뿌려댑니다. 역전승의 주역이 되어 그날 의기양양하게 인터뷰를 합니다. 며칠 후에 예견된 버로우를 팬들은 이미 10년 넘게 경험했지만, 그래도 그 날의 구티는 정말로 미워할 수 없습니다.

자, 이제 스페인 대표팀 이야기를 해봅시다. 근래들어 버로우를 푼채 굉장히 꾸준한 경기력을 펼쳐주는 구티의 국대 승선 얘기가 어김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유로와 월드컵에 전혀 경험이 없는 31세의 구티의 마지막 경험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유로 2008대회의 구티의 선발을 두고 스페인 언론의 찬반언론이 계속해서 옥신각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이 언쟁을 종식시켰습니다.

'구티보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난 그들에 매우 만족한다'

결국, 이 한마디로 인하여 구티의 처음이자 마지막 메이저 대회출전은 거의 물건너가다 시피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루이스 아라고네스는 전통적인 4-4-2를 선호합니다. 양윙의 역활을 매우 중요시 여기서, 가운데 중앙 미드필드는 좀 더 안정감 있기를 원합니다. 다비드 알벨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 샤비, 샤비 알론소등의 선수들이 구티보다 더 뛰어난 창의적 재능을 지녔다는 것에 동의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꾸준하며, 볼을 가졌을 때 거의 뺏기지 않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들이 출전한 경기는 그 어느때보다 안정감이 들며, 동료에게 전달해주는 패스는 그것이 게임을 좌지우지할 만한 것이 아닐지라도, 절대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경기가 대회의 성패를 움직이는 단기대회에서, 구티의 선발은 꽤나 모험수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의 버로우 주기가 찾아온 날이라면 그 경기는 상상만 해도 끔찔할 정도이기는 합니다. 그 경기가 만약 토너먼트의 한 경기라면, 감독의 입장으로썬 구티를 선택하기 더욱 힘들어 질 것입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구티가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여, 불리하던 경기의 판세를 바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번 유로 2008도 스페인은 분명 우승후보입니다. 스쿼드엔 세계 최고의 리그인 라 리가와 프리미어 리그를 주름잡는 선수들이 죄다 모여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이 언제 스쿼드가 나빴던 적이 있었나요? 16강에서 고배를 마신 지난 유로 2004와 월드컵에선 스페인이 스쿼드가 안좋았을까요? 메이저 대회 바로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은 항상 경이적인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상대적인 약팀들을 상대로 기분좋은 대승을 거두며 출발해 왔습니다. 그럼 뭐합니까? 또다시 강팀들을 만나면 버로우 탈 것이 분명한데요. 안 풀릴때 해방구를 찾지 못한채 혼자 끙끙대다가 맥없이 쓰러진 것이 바로 스페인입니다. 월드컵이나 유로란 대회가 단기전이니 만큼, 분명 강력한 전력 이외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있을 때야만 비로소 토너먼트 강호들을 제치고 우승을 따낼 수 있다고 봅니다.

아라고네스 감독! 당신이 보유한 현재의 선수들이 세계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미드필더들인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막혔을 때, 하나의 도박수를 던져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도박도 안해본채 메이저 대회 우승이란 대박을 거머쥘려 하실 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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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01 08:35
수정 아이콘
쩝...이제 와서 다시 읽어봤는데..구티없이두 스페인은 우승해버렸네요;;알론소의 팬인지라 스페인을 응원하긴 햇는데 알론소도 계속 쎄냐에게 밀리구...이래저래 스페인 미들은 참 대단한것 같네요
하늘하늘
08/01/31 05:44
수정 아이콘
이제 늙었나봅니다. 헛것이 보이네요.

구티를 구타로 읽었습니다. 사진은 또 구타하기 좋은 표정의 사람이었고
외국에도 구타가 문제가 되는가보다 하고 읽다가 보니 구타가 아니고 구티였군요...

아 민망~~
08/01/31 05:52
수정 아이콘
주니옹도 그러셨죠. 구티가 되는 날은 지단 이상이라고.
위닝과 피파 에펨의 영향으로 친구들은 구티를 항상 '요놈 절대 안넣어' 이런 식으로 표현해대고.....(사실 위닝은 좀 안습...)
아르마다의 중원은 진짜 경쟁자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아라고네스 영감 한번만 구티를 뽑아주면 안되겠니?

마지막으로...



아라고네스 영감!!! 라울좀 뽑아!!!!!
시미래
08/01/31 06:08
수정 아이콘
전 별로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구타로 보였네요. 흠...
진리탐구자
08/01/31 06:51
수정 아이콘
딱 슈퍼서브로서의 가치가 있지요. 그 점에서 국대에 발탁할 여지도 있어 보이는데 영감님은 이런 타입을 별로 안 좋아하는 듯. 하기야 폼 살아난 라울조차도 외면하는 영감님이니. -_-;
METALLICA
08/01/31 07:06
수정 아이콘
구타??..그렇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지..하고 클릭해 보니 첨보는 사람 사진이 있군요..
EX_SilnetKilleR
08/01/31 08:44
수정 아이콘
구티... CF->SS->AMF->DMF 이런 포지션상의 변화가 유틸리티 맨으로 굳어지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각 포지션의 장점을 다 지니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수미치고는 정확하고 빠른 슈팅, 공미치고는 높은 수비가담률 같은 것들이오. 근데 문제는 저 모든 포지션에서
2%씩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_-; 기복 때문인지..타고난 천재성은 참 높은 선수인데요 ㅜ_-
여담이지만. 베컴과 더불어 정말 꽃미남이었죠 구티는...쿨럭..
날라라강민
08/01/31 08:47
수정 아이콘
그래도 구티가 없어도 스페인 미들진이 후덜덜한건 사실.. 샤비, 세스크, 인혜, 알론소.. 한명만 우리나라 주지..
08/01/31 09:16
수정 아이콘
저도 구타인지 알고 들어왔었는데 구티였네요... 댓글보니 스페인 미들 정말 외계인급 미들들...
하리하리
08/01/31 10:03
수정 아이콘
구티그날은 구네딘구단이죠
08/01/31 10:17
수정 아이콘
저도 구타로 보였습니다;;;;;
SaintTail
08/01/31 10:25
수정 아이콘
구타. 그 거부할수 없는 매력.......음 군대이야긴가 라고 생각했네요 -_-
풍운재기
08/01/31 10:26
수정 아이콘
저도 구타로;;;
08/01/31 10:55
수정 아이콘
저도 구타로 보고 들어왔음-_-;;;;;;;
휀 라디엔트
08/01/31 11:10
수정 아이콘
리플이 영 갈피를 못 잡네요...안타깝습니다...허허허
제 마음속의 판타지스타인 지단 은퇴이후 레알에 대한 관심은 끊은지라 이따금씩 전술적 스쿼드만 참고하는 수준이지만 언제나 감독 바뀌면 초기에는 구티라는 이름이 중앙에 자리를 잡고있죠. 하지만 한달을 못가고 다시 벤치...
결국은 기복도 실력이라는 것이죠. 램파드나 제라드에게 엄지를 치켜 세우는 것도, 07년 발롱도르를 호날두가 아닌 카카에게 준 것도, 최신의 전술적 경향이 공격보다는 수비위주로 가는 것도 결국은 순간의 세기보다는 지속적인 견고함이 결과를 말해준다는 거죠.
문득 한준희 해설위원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Form은 일시적이지만 Class는 영원하다.'
OnlyJustForYou
08/01/31 11:23
수정 아이콘
구티.. 마드리드 팬으로 참 싫어할 수 없는 선수죠.. ^^;;
구티의 대표팀 승선을 바라지만.. 클럽 입장에선 안 되는 편이 더 나을 수 도 있죠..
올시즌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다음 경기에 어김없이 버로우 -_-..
시든초에 구티를 선발에 넣었다가 구티의 기복이란 면 때문에.. 그의 자리가 서브가 더 어울리는 듯 하네요.
어느 자리가 됐던 레알의 두번째 캡틴인 구티는 좋은 선수입니다.. ^^;
그래서 레알 화이팅~!! ^^
잠자는숲속의
08/01/31 11:30
수정 아이콘
스페인 대표팀이 거론될 때마다 생각나는 그 이름..

"그래도 아직은....^^a"
abrasax_:Respect
08/01/31 11:37
수정 아이콘
저도 구타로 봤네요. 덜덜덜
ㅇㅓ흥
08/01/31 12:11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도 구티의 그 날이었죠. 하하하~~
지나가다...
08/01/31 12:19
수정 아이콘
구타로 보고 발끈해서 들어왔는데... 구티였군요...Orz
루나러브굿
08/01/31 12:29
수정 아이콘
저도 구타로 ..;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08/01/31 13:22
수정 아이콘
참 구티..-.-;
우리나라에 오면 45세까지 국대를 ...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_-;;;;;

스폐인은 정말 미드진이 장난아닌거 같아요.
그렇다고 포워드와 수비진이 약하지도 않고..
Naraboyz
08/01/31 13:25
수정 아이콘
이선수의 더 대단한것은..

가끔 89분 버러우질하다가 갑자기 1분에 한건 폭팔시키는 일이 최근에 많아졌다는겁니다 -_-;; 그전에는 안되는날은 그냥 안되는구나.. 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90분에 봉인에 풀린듯 그날이 되어버릴때가 가끔있고 실제로 그거로 인해 몇경기를 줍기도했죠-_-;


그러니깐 결론은 아직은 라우르.
그럴때마다
08/01/31 14:2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앞으로 좋은글 계속 부탁 드립니다.
라울리스타
08/01/31 15:22
수정 아이콘
제목을 바꾸죠~

한준희옹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한준희 씨도 스스로 구티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시죠. 이래저래 미워할 수 없는 선수라는 느낌이..
마음의손잡이
08/01/31 15:3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의 모선수와 좀 비슷하군요
08/01/31 22:05
수정 아이콘
결국은 라우르이군요 -_-;;
재수니
08/02/01 01:14
수정 아이콘
스페인선수였구나 .. 레알멤버인데 A매치는 안보이니. 흠 국적이 어디지 하곤 했는데. 자국이라니 ㅋ
멘디에타 같은 경우인가?
karlstyner
08/02/01 10:37
수정 아이콘
댓글이 27개인데 구티를 구타로 보고 들어왔다는 댓글이 11개군요. 제목을 잘못보고 들어왔다는 식의 댓글은 삼가는게 좋을거 같아요.
사상최악
08/02/02 11:44
수정 아이콘
이 선수의 경기를 본 적은 없지만(모른체로 봤겠지만) 글만 읽어도 아주 매력적인 선수네요.
나중에 그 잘하는 날의 경기를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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