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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18 18:35:11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일반] 재수생 생활 1년을 경험한 후...
2007학년도 수능 평균 4~5등급, 특히 수리 가형 5등급 백분위 50%로 재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년 전쯤 재수 관련 글을 PGR21에도 올렸었구요.

남들보다 약간 빠른 1월 말에 재수를 시작하였고, 처음치른 3월, 4월 모의고사에서 수능과 별반 다를바 없는, 오히려 더욱 떨어진 성적을 맞았을때 좌절과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70점대에 머무른 언,외,수와 20점대에 머무른 과학 탐구 영역 성적을 맞고, 고3 시절 내내 철없이 놀기만 한 제 자신에 대한 후회감도 들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에서 맞아본 수리영역 가형 1등급 성적을 맞고 환호도 했었고, 50점대나 안떨어지면 다행이었던 제 수리영역 성적이 80~90점대 권에 안착했을때의 달콤함.

고교 시절 3년동안 언어,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 영역 할 것없이 단 한번도 책 한권도 제대로 끝내보지 못한 제게, 현재 대세인 N제형 문제집들을 다 끝마쳤을때의 뿌듯함.

친구들과 주먹다짐할때 빼고는, 밤새서 게임해도 나지 않던 코피가, 공부하다가 책에 떨어졌을때의 신기함.

9월 모의평가에서 1점 차이로 언어영역 1등급을 놓쳤을때, 4점차이로 수리영역 1등급을 놓쳤을때, 2점차이로 외국어영역 2등급을 놓쳤을때의 아까움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월 모의고사에서 드디어 언,외,수 100점에 근접한 점수를 처음 맞고, 과학탐구 영역 50점에 근접한 점수들을 맞았을때의 희열감.

제게는 다 잊을 수 없는 추억들입니다.



물론

역시 수능을 잘보는 것은 참 힘든가 봅니다. 주위에서 뭐라해도 대범하게 자신감을 나타내었고, 수능 당일날 컨디션도 꽤 좋았습니다. 단, 제 잠재된 불안감을 제외하구요.

평상시 시간이 남았던 언어, 외국어에서 1지문씩 놓쳤고, 수리에서는 쉽게 출제되었을때의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계산 실수'를 주관식에서 1문제(9x라고 하면 수능 보신분들은 아실겁니다. ㅠㅠ 물론 x만 썼지요), 미적분 객관식에서 1문제 하고 말았습니다.

모의고사 풀 때 잘만 찍어대던 암기과목 화학, 지구과학의 개념들이 왜 하필 당일날 헷갈리고, 사고가 경직되었는지....


앞마당 문열어준 이윤열, 사업안한 송병구, 질럿 반부대를 마인에 녹인 김택용도 이런 마음이겠지요. 왜 하필 결승전때...


결국 지금은 전과목 3등급(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답에 따라 2등급 혹은 4등급)을 예상하고 성적표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두번 수능을 치르면서, 두번 모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네요.

단,

2007학년도에 느낀 안타까움은 1년, 아니 3년의 고교시절을 허비한 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구요,

2008학년도에 느끼는 것은, 1년 동안 열심히 했고, 더 잘 볼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무리 아쉽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렵니다. 재수생으로 지낸 1년동안, 제가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했다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이 1년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처럼 '낭비한' 시간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2007년 수능 끝나고,

전문대 보내달라고 떼쓰며, '난 공부와 관련없는 놈이야' 라며,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제가 '그런게 어딨어! 하면되지!' 라고 마음을 바꾸게 해준 시간이고,
안좋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힘을 느낄수 있었던 시간이고,
20년 동안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상승 곡선 그래프를 처음으로 그려가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해준 시간이고,
한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료들의 소중함과(학원 같은반 친구들), 어떠한 인연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준 시간입니다.

아직, 대학에 진학할지, 한 번 더 도전할지는(욕심이 생기네요), 결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남은 대학별 고사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며, 1년 전, 저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 PGR21 회원분들께 모두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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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필드
07/11/18 18:39
수정 아이콘
9x 문제 실수하신분 생각보다 많네요. 저도 한명 추가
망고샴푸
07/11/18 18:47
수정 아이콘
전 아니지만 제 친구도 틀렸다고 하더군요. 한 명 추가;
07/11/18 18:47
수정 아이콘
압도적인 지력이 없다면 수능은 실력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심장의 세기를 컨트롤할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통 중요한 시험이나 대회 등등 에서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머리속이 새하애지는.... 이런 울렁증이 있다면 장차 사회에 나가서도 이겨내

기 힘들겠지요.. 물론 심리치료를 받던지 마인드컨트롤을 하던지 방법이 있겠지만 한번 긴장으로 인한 실패를 맛본 분이라면 필시 다시

긴장으로 일을 말아먹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때문에 긴장을 즐기고 당당히 대면할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마인드컨트롤을 해도 긴장에 몸과 마음이 속박당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올해 수능보신분들 한해동안 수고 많았다는 말씀

을 드리고 싶고.. 당부하고 싶은건 구태여 N수 까지 나아가시지 마시고 좀더 자신을 컨트롤할수 있게 세상경험을 하신후 수능을 다시

보심이 더 나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대게 실력은 있는데 재학생때 수능봐서 실수로 망친사람들은 재수때 실력대로 점수 받고 대

학가는걸 많이 봤습니다.. 다만 실력은 있으나 긴장으로 수능을 망치신 분들은 재수를 해도 수능때 실력대로 점수맞는 경우를 본 일이

극히 드물다는 거..
망디망디
07/11/18 19:02
수정 아이콘
그거 54였나여?
abrasax_:Respect
07/11/18 19: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노맵핵노랜덤
07/11/18 20:01
수정 아이콘
써리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정말로 모의고사 항상 잘보는데 수능때 '떨어서' 못본 친구들은 재수를 해도 '떨어서' 수능을 못보더군요. 차라리 실력없던 친구가 재수 삼수 열심히 공부해서 상승곡선 타는건 봤지만...혹시라도 다시한번 수능을 보신다면 이번엔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씩 웃으면서 스킵하는 연습, 1번 듣기평가를 옆사람 기침소리에 못들었어도 그냥 제끼고 표정 변화 하나없이 2번을 보는 연습을 하세요.
07/11/18 20:10
수정 아이콘
써리님 말씀 중 압도적인 지력 부분에 공감합니다. 02수능을 쳤었는데 수학 마지막 다섯 문제를 못푼 상태에서 시험관이 걷어가 버려서 패닉상태로 점심시간에 울던 친구가 당시 원점 380을 찍는 괴력을 발휘했었죠. 02수능 380의 괴력이란....
 내 
07/11/18 21:42
수정 아이콘
저는 현역때 모의고사 233 3333 나오고 수능때는 132 2222를 바랬는데
현역 모의고사때보다 더욱더 안나올것 같은 등급때문에
아직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재수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T^T
부산대 최저등급이 3등급 2개인데 거기도 만족못할꺼같구요..
재수생들이 시작할때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한다지만
1년만 정말 더 하면 연고대는 안전빵으로 갈수있다는 생각이 듭니다..ㅠ.ㅠ
233도 한 8개월 정도 만에 올린 등급이라서 정말 조금만 더 시간이 허락되었으면..
이라고 현역때 많이 생각했습니다..
수능때 언어시간에는 덜덜 떨어서 망쳤고 나머지 시간은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도
성적이 떨어졌네요..
어떡해 해야할지 정말 난감합니다...;;
부모님껜 죽어도..죽어도 말 못할꺼 같고.....
후..
웨인루구니
07/11/18 21:44
수정 아이콘
판님 // 뻥이죠 -_-;;;;
포도주스
07/11/18 22:20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모의고사 때는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긴장을 했었는데 오히려 본수능 때는 별로 긴장이 안 되더군요. -_- 사실 좀 소심하면서 승부욕은 있는 편이라서 점수에 상당히 연연하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시험 당일날에는 많이 초조해하지도 떨지도 않았습니다. 시험 체질인 건가;; 물론 점수는 그다지 잘 나오진 않았지만 -_-;; 그러고 보니 어느덧 10년 전 일이군요. 허헛.
07/11/18 22:27
수정 아이콘
9x는 속지 않았지만 황당하게

36/4가 9가 아닌 12로 계산 되는 바람에 1등급이 날아가버렸습니다....
07/11/18 22:47
수정 아이콘
당당히 6을 쓴 당신은! 우후후훗! 지난 일은 어쩔수 없죠. 수고하셨습니다!
리켈메
07/11/18 23:06
수정 아이콘
저 수리가형 여태껏 모든 모의고사 올1에 전체모의고사에서 3개 틀려봤습니다. 근데 이번수능에서 하나 틀렸습니다. 저도 글쓴이님과 같은경우의 실책을 했지요...96 거의 2등급 기정 사실화 입니다. 외국어는 다행히 1등급인것 같고 언어 88 거의 2등급 유력합니다;
화1 2등급 화2 3점하나 틀렸습니다; 47 거의 2등급입니다. 221 1122 (예상등급) 총점 471 설전컴 사실상 물건너 갔습니다;;;
아,...암담합니다;; 거의 재수 분위기입니다. 지금은 그냥 모든걸 잊고싶어 당분간 온라인게임이나 할 생각입니다.
원서는 가:포스텍 나:설전컴 눈치작전도 안할꺼고 떨어지면 그냥 그러려니 할겁니다.
그리고 궁금한게 있는데 재수는 언제부터 하는게 좋나요? 제 계획은 1월부터 하려고 하는데...제 취향상 재수학원은 9월부터
다닐생각입니다.
なるほど
07/11/18 23:46
수정 아이콘
이번 수리가형 상위권은 정말로 '얼마나 계산 실수를 안하냐' 싸움이었지요.
다 풀고 시간 40분정도 남고.
속으로 얼마나 '계산 실수 하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되내었던지.
다시 풀어보면서도.
답안지를 내면서도 피말리더군요.-.-
참소주
07/11/19 00:07
수정 아이콘
참 이상한게.. 실수를 해놓고 다시봐도 그게 안보이죠 ㅠ_ㅠ
라울리스타
07/11/19 01:09
수정 아이콘
/내

재수 선배(?)로써 하고싶은 말은, 본인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해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부모님껜 최대한 잘 말씀드려 양해를 구해야 하겠구요.(이정도 결의도 없다면, 재수를 할 생각은 접으셔야 겠지요?)

제가 말하려던 글의 요지에 리플이 좀 산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ㅠㅠ), 어쨋든 본인이 열심히 한다면 그 1년간의 시간이 결과와는 상관없이 소중하게 남게 될 것입니다. 공부도 공부이지만, 정말 배우는게 많을 것입니다. 물론 결과가 따라와 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라울리스타
07/11/19 01:14
수정 아이콘
/리켈메

제 생각엔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더욱 좋다는 생각이구요. 제가 다닌 학원은 9월달 이후(어디든 다 그럴것이라 생각됩니다), 학생들이 슬슬 풀어지는 경향이 있더군요. 혼자 하시는것이 잘 되시다가 오히려 같이 빠져들수도 있으니, 중간에 들어가시는 것은 비추입니다만..

모든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3년내내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 추스리기가 힘들어서 1월부터 11월까지 학원에 꾸준히 다녔구요.

원론적인 이야기 일수도 있으나 혼자하던, 학원을 다니던, 과외를 하던, 인강을 듣던 본인의 의지가 굳건한 학생은 잘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재학생 시절에 더 못미치는 성적이 나오더군요.
낭만랜덤
07/11/19 02:01
수정 아이콘
저두 같이 재수한 입장에서, 이렇게 다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가장 희한한게
학원에서 공부 진짜 열심히 하고 그랬던 사람들보다, 공부 많이 안하구 학원도 잘 안나오고 했던 사람이 수능을 더 잘보더라는 겁니다.
모 수능 앞두고 노는 사람들은 그만큼 담력이 쎄서 그런건가요?? 지금 저에게 가장 미스테리네요.
07/11/19 09:26
수정 아이콘
이번에 수능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07/11/19 11:04
수정 아이콘
웨인루구니님// 뻥아닙니다. 이친구 수학 빼고 나머지 전영역 전국 1위찍었습니다.(02때는 영역별 석차는 나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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