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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17 22:17:41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중세 저지대의 경제·사회 발전

현대의 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일대는 역사적으로 저지대 지역으로 불렸다. 9세기 무렵이 저지대에서부터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가늘고 긴 영역을 다스리는 중프랑크 왕국이 있었다이 왕국은 현대 프랑스의 전신인 서프랑크 왕국과 독일의 전신인 동프랑크 왕국 사이에 끼어 있어분할 상속과 두 이웃 왕국의 간섭을 받아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그 결과 수많은 영주들과 주교후국이 난립하게 된 저지대가 프랑스나 독일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인 세 나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1세기부터 시작되어 분열을 하나로 묶어 준 경제·사회적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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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홀란트의 빌럼 2세가 13세기에 라인란트 수리조합에 헌장을 수여함. Caesar van Everdingen , 1655.

 

10세기까지 저지대는 바다와 강이 수시로 넘나드는 뻘밭이 많아아헨·쾰른 같은 라인강 중류 지역에 비해 덜 발달한 변방이었다그러나 11세기 들어 프리슬란트인들이 습지 개간 기술을 발전시켰고이는 곧 홀란트와 플랑드르로 퍼져 저지대의 습지가 대규모 농지로 변모했다이때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바다와의 싸움도 본격화되었다처음에는 방어용 제방을 쌓다가 점차 공격적 간척으로 나아가 바다 밑 땅을 빼앗아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수도회들 역시 개척을 주도하며 농업 기술 혁신의 중심이 되었다개간지에는 새로운 마을과 본당이 세워졌고상속을 받지 못한 차남 이하 아들들이 이주하여 사회에 편입되었다.

간척과 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노동과 권위가 필요했다이 때문에 수리조합이 형성되었고토지 소유자들이 면적 비례로 비용을 부담하며 자치를 통해 제방·수로를 관리하는 전통이 자리잡았다이는 유럽적으로도 드문공동체적 참여와 연대의 제도적 기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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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13세기의 샹파뉴 박람회Album historique(1898)


이러한 변화는 곧 저지대를 라인강과 북해 연안을 잇는 무역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12~13세기에는 플랑드르와 브라반트의 양모 산업이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자체 생산된 양모로는 곧 한계에 부딪히면서플랑드르 상인들이 런던에서 특권을 얻어 잉글랜드산 양모를 대규모로 수입했다플랑드르 직물은 곧 이탈리아·프랑스·독일·스칸디나비아까지 팔려나갔으며샹파뉴 박람회를 통해 이탈리아 상인과 연결되었다잉글랜드와 플랑드르의 관계는 점차 상호의존적으로 변했고플랑드르 도시들은 프랑스 봉토임에도 독자적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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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프랑스 대연대기》의 황금박차 전투 묘사작자 미상. 14세기경 작품.


플랑드르와 프랑스 간의 갈동은 플랑드르의 반란으로 확대되었고, 1302년 황금박차 전투에서는 플랑드르 민병대가 프랑스 기사단을 무찌르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이 사건은 도시민이 봉건 귀족에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였다비록 전체 플랑드르-프랑스 전쟁은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긴 했으나이 전쟁은 훗날 벨기에에서 플랑드르(플란데런지방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중요한 기억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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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1400년경 중세 유럽 상인 네트워크인 한자 동맹의 권역을 나타낸 지도왼쪽의 짙은 주황색이 네덜란드 지역에 해당한다.


14세기에 들어서는 홀란트와 제일란트를 중심으로 한 청어 어업이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되었다빌럼 베위클스존이 발명했다고 전승되는 기빙(gibbing)법으로 청어 내장을 빠르게 제거하고 염장해 품질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청어 떼의 회유 경로 변화 덕분에 북해 남부 연안에서 대규모 청어잡이가 가능해졌다이 청어는 유럽 각지로 수출되면서 홀란트·제일란트가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처럼 저지대는 양모와 청어 같은 자체 특산품은 물론프랑스의 와인과 소금독일 내륙의 곡물과 철발트해의 목재·모피이탈리아의 직물과 금융 상품을 거래하는 무역의 허브로 성장했다그 과정에서 도시민들의 정치적 발언권은 점차 커졌지만북이탈리아처럼 도시 자체가 독립 국가로 발전하지는 않았다저지대의 도시는 여전히 백작·공작·주교와 같은 제후의 봉토 안에 있었고도시와 영주가 긴장 속에서 공존하는 독특한 사회 구조가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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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1417백작위 계승을 요구하며 호린험(Gorinchem) 성에 입성하는 자클린대구 대 갈고리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던 차에 에노·홀란트·제일란트 백작을 겸한 비텔스바흐 가문에서 계승 분쟁이 일어났고이는 대구 대 갈고리 전쟁으로 확대되었다대구파라는 이름에는 여러 설이 있다한 설은 이들이 비텔스바흐 가문에 충성했기 때문에그 가문의 문장이 대구 비늘을 닮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또 다른 설은 귀족들이 신흥 도시민 세력을 성장하는 대구에 빗대어 붙였다는 것이다갈고리파라는 이름은 대구를 잡는 갈고리 막대에서 유래했으며대구파에 대항하는 세력을 가리켰다이 전쟁은 처음에는 계승 분쟁에서 비롯되었지만 점차 도시민 중심의 대구파와 농민·지방 귀족 중심의 갈고리파 간 갈등으로 변모했고, 14세기부터 15세기까지 여러 차례 재점화되었다.

 

이와 같은 저지대의 경제적 통합은 발루아-부르고뉴 가문의 정치적 통합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다음 글에서는 이 통합 과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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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룩스 3국을 빚다: 부르고뉴 국가와 카를 5세 제국 

 

그림 출처

그림 1: 위키미디어 공용 (

그림 2: 위키미디어 공용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oire_de_Champagne_XIIIe.jpg), 퍼블릭 도메인.

그림 3: 위키미디어 공용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attle_of_Courtrai2.jpg), 퍼블릭 도메인.

그림 4: H.F. Helmolt, History of the World, Vol. VII (London: Wm Heinemann / New York: Dodd Mead, 1902), plate between pp. 28–29.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xtent_of_the_Hansa-optimiert.jpg)

그림 5: 위키미디어 공용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acoba_van_Beieren.jpg'>).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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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Rain
25/10/17 22:36
수정 아이콘
중세게임 크킹 할때도 플랑드르 지방은 꿀땅으로 유명하죠 디테일한 역사를 보니 재밌네요 게시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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