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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10 09:58:00
Name 계층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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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https://blog.naver.com/lwk1988/223754789221
Subject [일반] [서평]《명령에 따랐을 뿐!?》 - 부도덕한 명령에 저항하는 길을 찾고자 한 어느 신경과학자의 분투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검색 창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원서는 작년(2024년) 9월 12일 나왔고 국내에는 올 1월 24일에 번역 출간된 새 책입니다. 글쓴이 에밀리 A. 캐스파는 벨기에 헨트 대학교(University of Ghent, 네덜란드어의 Gh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누락되어 있어 '겐트'라고 쓰기도 합니다) 실험심리학과 부교수로, 박사 학위 논문 〈강압은 인간 뇌의 주체의식을 변화시킨다〉로 학계에 주목을 받아 2016년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심리학상을 받았고 의식과학연구협회 윌리엄 제임스 상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2023년에는 사회신경과학회에서 얼리 커리어 상을 수상했습니다. 2025년 2월 9일 기준으로 총 인용 횟수는 1289, h-인덱스는 18입니다. 주 연구 주제는 권위 복종으로, 복종이 개인의 인지를 바꾸는 방식, 도덕적 행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부도덕한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입니다.

이 책은 글쓴이의 첫 책으로, 표지에 “복종하는 뇌, 저항하는 뇌”라고 나와 있듯이 명령에 복종하는 과정에서 신경학적으로 뇌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탐구하며, 마지막으로는 명령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뇌 속을 분석합니다. 제목이 부도덕한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상투적인 핑계인 “명령에 따랐을 뿐”(원제 Just following orders)이라는 것에서도 나타나지만 책의 대부분은 부도덕한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는데, 글쓴이가 명령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애써 찾았으나 너무나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옮긴이의 글 005

프롤로그: 독자에게 010

서론: 집단학살을 예방하려면 이해가 필요하다 022

신경과학의 역할 030

WEIRD가 아닌 인구 집단은 거의 만나지 않는 신경과학자들 034

연구 방법론으로서의 인터뷰 수행 039

인터뷰 진행 045

이 책에 관하여 051

단 하나의 생명도 중요하다 059

1장 집단학살 가해자들의 말 들어보기 062

르완다와 캄보디아에서의 인터뷰 수행의 어려움 068

인터뷰 해석 080

집단 공격 082

(나쁜) 권위에 대한 복종 084

강요에 따른 가담 090

결론 106

2장 복종에 관한 실험적 연구의 간략한 역사 108

복종 연구의 탄생: 초기 실험 연구의 통찰력 112

밀그램의 복종 실험 116

밀그램과 유사한 접근법을 사용한 다른 연구 121

밀그램과 유사한 연구의 결함 126

밀그램의 연구 이후의 복종 연구 130

복종을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적 접근법 133

실험실 실험이 실제 잔혹행위를 반영할 수 있을까? 147

결론 148

3장 우리는 어떻게 우리 행동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일까? 150

주체의식과 인간의 두뇌 157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기 162

개인 간 책임의 분산 167

복종 상황에서 감소된 주체성과 책임감의 신경적 근원 173

고도로 계층적인 사회 구조의 영향 181

결론 186

4장 복종할 때의 도덕적 감정 188

뇌는 공감을 느끼도록 설정되어 있다 191

공격성 증가, 공감 저하, 공감 조절 203

‘우리’ 대 ‘그들’ - 비인간화와 집단 잔혹행위로 가는 길 214

인간 행동에 미치는 비인간화의 영향 223

명령 복종은 죄책감과 관련된 신경 기반에 영향을 미친다 229

결론 234

5장 명령을 내릴 때 명령자의 뇌 속에서는 236

계층적 사슬의 복잡성에 관하여 243

지도자들이 자신의 명령 아래 행해진 잔혹행위를 책임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245

지도자의 도덕적 의사 결정 251

명령자와 중간자의 뇌 256

기계에 명령하기: 계층적 사슬의 새로운 과제? 262

6장 황폐함은 어디에나 있다 266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이해 271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은 뇌를 변화시킨다 275

전투원들의 말하지 않은 고통 280

전쟁의 도덕적 결과 283

전쟁 트라우마 피해자의 PTSD 288

회복력의 개념 294

트라우마의 후유증이 세대를 거쳐 전해질 수 있을까? 298

전쟁, 트라우마, 갈등, 전쟁, 트라우마, 갈등: 끝없는 순환 303

7장 결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부도덕함에 맞서 싸우는 것일까? 306

역사 속에서 구조자 알아보기 313

타인을 도우려고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은 누구인가? 319

비용이 많이 드는 도움 행위의 신경과학 325

실험실 환경에서 사람들을 불복종하게 만드는 방법 329

부도덕한 명령에 대한 저항의 신경과학 334

결론 340

에필로그: 희망의 지평선 342

감사의 글 346

참고문헌 350

찾아보기 376

프롤로그에서는 글쓴이가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연구를 인도해 준 우연한 경험들과, 글쓴이가 자신의 연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본격적으로 책 안쪽으로 파고들어가기 전,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이 무엇인지 인도해 주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프롤로그가 이 책이 태어나는 계기를 전해준다면, 서론은 이 책에서 수행하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와 연구의 배경지식, 수행 방법 등을 설명합니다. 대량학살과 같은 사건은 흔히 신경과학자들이 만날 수 없는 세계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글쓴이는 대량학살이 일어난 캄보디아와 르완다를 직접 찾아가서 면담과 신경과학 실험을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복종과 불복에 미치는 신경과학적 영향을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단 한 사람의 생명만 살려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연구는 가치가 있다면서요.

1장은 집단 학살에 가담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한 관찰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에서는 집단 학살에 참여한 주요 동기는 르완다에서나 캄보디아에서나 모두 집단 학살을 명령한 정부에 복종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워드 진이 남긴 말로 글쓴이도 인용한 “역사적으로 전쟁, 집단학살, 노예 제도 같은 가장 끔찍한 일은 불복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복종 때문에 일어났다"라는 말을 되새깁니다. 그러나 이런 인터뷰 결과는 학살자들이 기억하기로 결정한 것들만 보여줄 수 있으므로, 이다음에 이어지는 실험 결과와 함께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으로 정부에 복종한 것인지 학살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려고 핑계를 든 것인지 구분해야 하니까요.

2장은 심리학계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충격을 준 밀그램의 복종 실험부터 복종 실험의 역사를 간단하게 되짚고, 글쓴이가 실험실 환경이 실제 학살 현장과 같이 도덕과 비도덕적인 선택을 실험자가 할 수 있게 하면서도 윤리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을 분석할 수 있는 실험 방법을 고안하고 수행한 것을 보여줍니다. 실험을 설계하면서 글쓴이는 사람들이 밀그램의 복종 실험의 결과, 즉 사람들은 부도덕한 명령에 아주 잘 복종한다는 결과를 잘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반항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 기대는 아주 화려하게 깨졌습니다.

3장은 주체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명령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주체의식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의도로 했다는 인식으로, 행동에 책임을 느끼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현병 등의 정신 질환을 앓으면 주체의식이 약화되기도 하고,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것으로도 주체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등 주체의식은 신경과학의 연구 대상입니다. 이 주체의식의 강도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로 글쓴이는 주체의식이 있을 때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명령에 따랐을 때에는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실제로 주체의식이 더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군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명령이 있든 없든 주체의식이 낮은 상태로 나타나, 강압적인 환경이 주체의식을 약하게 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는 부도덕한 명령에 우리 뇌가 저항하기 어려운 취약점입니다.

4장은 공감, 죄책감, 친사회적 행동에 명령이 미치는 영향을 다룹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에게 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하지만,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내가 속하지 않은 외집단에는 공감하고자 하는 동기가 활성화되지 않기에, 집단학살 등을 일으킨 주체는 죽일 사람에 대한 비인간화를 일으키는 외집단 편향을 강화합니다. 명령에 복종할 때에는 공감을 처리하는 뇌 부위와 죄책감을 처리하는 뇌 부위의 활성이 떨어져, 공감과 죄책감으로 인한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부도덕한 명령에 우리 뇌가 저항하기 어려운 또 다른 취약점입니다.

5장은 3장과 4장에서 본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과 대조해, 명령을 내리는 명령자의 주체의식과 책임감을 살펴봅니다. 전반적으로 명령자와 전달자는 명령을 수행하는 요원에 비해 더 잔혹한 명령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명령자는 요원에 비해 더 높은 책임감을 나타냅니다. 이런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뇌 검사에서는 명령자와 전달자도 요원만큼이나 주체의식이 약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층적 구조는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복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부도덕한 명령을 내리고 싶은 욕구에 우리 뇌가 저항하기 어려운 취약점입니다.

6장은 약간 관심을 돌려 집단 폭력이 일어난 후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황폐해진 정신세계로 들어갑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을 연구하는 것은 이 고통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복수와 폭력의 순환을 막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됩니다. 집단 폭력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광범위하게 뇌를 변형하여 PTSD를 유발하며, 가해자에게는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 말미암은 도덕적 상처도 남깁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 계층적 구조는 도덕적 판단에서 중요한 주체의식을 약화할 수 있는데, 이것이 도덕적 상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7장은 결론으로, 마지막으로 부도덕한 명령에 불복종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조사하고 이런 불복종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글쓴이는 불복종을 유발하는 실험을 설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실패를 겪어야 했는데, 이는 평범한 실험에서는 연구하기에 충분한 친사회적 불복종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반사회적 불복종이 더 많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성악설 의문의 1승). 온갖 수단을 써 가며 겨우 얻어낸 친사회적 불복종에서는 복종 연구가 보여주듯 공감이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지만, 명령에 대한 주의 집중(권위를 존중하는 문화와 연관됩니다), 타인을 해칠 때 겪는 인지적 갈등, 가족이 겪은 고통, 타인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글쓴이는 아직 부도덕한 명령에 불복종하는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런 방법을 만들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시한 것으로 본문을 마칩니다.

에필로그는 전체 내용의 요약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뇌는 왜 부도덕한 명령에 그렇게 쉽게 복종하는지 보여준 연구는 그런 부도덕한 복종 반응을 완화하기 위한 개입 방안을 만들 수 있는 이해의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적은 수나마 명령에 불복종한 의인들의 존재는 인간이 윤리적이고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단행본이지만 마치 논문과도 같은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연구를 통해 하고 싶은 말, 연구의 소개와 요약 설명, 연구의 상세 내용, 연구의 의의와 향후 발전 방향까지 논문이 갖추어야 할 내용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여줍니다. 밀그램의 실험은 유명한 실험이기 때문에 그와 유사하면서도 창의적인 실험을 하리라는 각오로 도전한 글쓴이의 자세와 이를 통해 실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연구가 주는 도전 정신과 희열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경학자가 아니라도 연구의 길을 막 걷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좋은 연구자가 되도록 하는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라고 느낍니다.

3장부터 5장까지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인간은 역시 썩었어!” 하면서 책을 던져버려도 될 만큼 암울한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책을 읽을 때에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고 희망을 제시하는 7장까지 책을 읽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글쓴이가 암울한 내용을 서술하면서도 암울한 분위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독자라면 정말로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고, 7장에서 제시하는 명령에 불복종하는 사람들의 신경과학 메커니즘도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명령에 불복종하는 사람'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고 발전할 여지는 많습니다. 글쓴이의 연구가 거기까지 더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책에도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부도덕한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신경과학 메커니즘 연구에서는 이들의 책임감이 약화되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것이 사회적, 윤리적 책임이 덜어진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죄에는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되고 복수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후 회복일 뿐입니다. 첫 인터뷰에서도 나오지만 학살을 멈춘 것은 외부 개입 때문이었다는 가해자들의 증언이 대다수인데, 이것 역시 학살을 막는 중요한 요소지만 사후 조치일 뿐입니다. 잔혹한 집단 범죄가 벌어지지 않도록 초반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이런 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신경과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소하지만 언급할 만한 장점으로는 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입니다. 한두 문장만 보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본문에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문에 붙은 문구 Arbeit macht frei의 영어 번역인 Work sets you free(구글 도서에서 원문을 찾았습니다)를 “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고 번역했습니다. 보통은 예전에 흔히 쓰인 개역한글 성경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번역하는데, 이에 비해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지간하면 부자연스러운 영어 직역 책도 잘 읽는 편이라 이 책을 술술 읽었다고 한국어 번역문이 자연스럽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사람은 왜 그렇게 명령에 따른다는 이유로 잔혹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 신경과학은 이에 답을 내지 못했지만, 이제 막 답을 하기 위한 한 연구자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책 표지 뒷면에 있는,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단의 문장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부도덕한 명령을 거부했고, 그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지킨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명령을 따랐을 뿐!?》, 에밀리 A. 캐스파 지음, 이성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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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0 10: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군형법 제47조: 불법적인 명령은 명령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군인의 정당한 권리임
형법 제30조: 불법 행위에 가담한 군인은 지시를 따랐다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음
헌법 제7조: 공무원(군인 포함)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률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함

이번 내란 사태에서 여기저기서 '군대는 명령에 복종하는 게 최우선' '일단 명령이니 어쩔 수 없지' '너라면 명령하는데 안 듣겠냐' '항명이라는 게 쉬운 일이냐'
이런 식의 말들을 당연하다는듯이 하는데
군대에서든 일반적인 집단에서든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면 안된다는 게 법이고 상식입니다.
저런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가스라이팅당했거나 남들을 가스라이팅하려는 겁니다.
일단 불법에 따르는 것 또한 불법이라는 건 명확히 해야 하는데 아예 그런 인식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 내란에 동원된 군인들이 어리버리한 훈련병도 아니고,
정예 군인이 어떤 게 위법이고 아닌지 철저히 교육받지 않았다면, 군인으로서의 행위에 합법과 불법의 구분을 못한다면 그 자체로 실패한 군대죠.
없느니만 못한 군대가 되어버립니다.
총을 쥐어주기 전에, 군인이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철저히 교육해야 합니다.
상관이 국회의원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할 때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어리버리하는 군인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쿠데타에 실패하면 '명령을 따랐을 뿐' '말단이라서 잘 몰랐다'고 하면 되고
쿠데타에 성공하면 훈장받고 진급하고 성공가도를 갈 수 있다고 한다면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가담하는 게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드는 셈입니다.

저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쿠데타가 쉽게 일어나도록 돕는 사람들이고
우리 사회에서 그런 가스라이팅이 성공해온 결과가
그간의 쿠데타이고 이번의 내란 시도입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5/02/10 10:47
수정 아이콘
정치글은 금지인데 댓글은 괜찮나요?
25/02/10 11:37
수정 아이콘
좀 수정해봤는데... 어느 정도가 정치글인 걸지...--;;
닉네임을바꾸다
25/02/10 11:51
수정 아이콘
댓글 내용이 윤석열 비상계엄 내란사태인데 이게 정치내용이 아니면 정치글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는 수준 아닌가요?
25/02/10 12:16
수정 아이콘
전 기본적으로는 '정치'라는 걸 따로 떼어놓는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생각하는 쪽이긴 한데...
가령 위 댓글같은 경우, '이번 내란'이란 표현이 빠지면 괜찮아지는 걸까요
cruithne
25/02/10 11:14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만 일반글입니다.
니드호그
25/02/10 11:13
수정 아이콘
군생활 하면서 복무신조를 매일 외쳐댔었는데, 그 중에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가 있었지요. '절대 복종'에서 '절대'가 빠지고 그냥 '복종'으로 바뀌던 시기여서 '절대'가 남아있는 곳도 가끔 볼 수 있었는 데, 어떤 경우엔 복종하고 어떤 경우엔 복종하지 말아야 하는 거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확실하게 가르쳐 주지를 않아서 좀 답답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5/02/10 11: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제복을 입은 시민개념의 원조 국가인 독일에서도 시행착오와 이전 세대가 사라지는 수십년에 걸쳐 정착하고 있는것을 이제 껍데기만 좀 따라가볼까하는 대한민국에선 아직도 모호할 수밖에 없고 이전 세대가 남아있는 현실에서는 실체적으로 적용되긴 어렵죠...(뭐 사실 군의 흑역사가 있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거나 도입하고자하는 개념이다보니...)
유료도로당
25/02/10 11:42
수정 아이콘
엇 저도 복무 중에 변경되었습니다. 비슷한 군번이실듯... 흐흐 상관의 불법적인 범죄적 명령에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거라.. 좋은 변경이라고 당시에도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이먼도미닉
25/02/10 11:35
수정 아이콘
이 책이 출판 준비 중에 국가적인 사건 때문에 부랴부랴 일정을 앞당겼다고 하더라고요 크크
모링가
25/02/10 11:37
수정 아이콘
모든 신경과학적 특성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은듯 합니다.
레드빠돌이
25/02/10 13:01
수정 아이콘
개인에게 부도덕한 명령에 불복종하라고 하기 이전에
사회가 그런 사람을 보호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맨
25/02/10 15:43
수정 아이콘
명령에 불복한 인간들은 죽임을 당해 전부 죽어버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부당한 명령에도 복종해서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안군시대
25/02/10 16:28
수정 아이콘
학살 등의 부당한 명령을 내리기 전에 수행하는 것이 '타자화'입니다. 상대를 처단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내가 해치는 상대가 인간이 아닌 짐승이나 물건인 것 처럼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피복종자들로 하여금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하고, 나아가 이것이 나와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고 각인시키는 것이죠.
이건 꼭 국가권력 등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집단행동에서도 드러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여러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거나 혐오하는 집단을 향해 'xx충'이라고 부르는 행위가 대표적이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벌레라면 십중팔구 해로운 존재일것이고, 그것을 박멸하는 것은 마땅한 행동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리고 이런 추세는 이제 정치, 사상, 종교 등의 영역을 벗어나 광범위하게 일빈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냉전시대때에는 우리 팀에게는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 금기시되었는데, 이제는 다극화가 되면서 마구 난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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