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엔 디비전 글을 올리고 있지만, 롤에서는 또 만년 골드 - 실버인 한아입니다.
예전에도 경기 리뷰를 올렸던 적이 있는데 찾아보니 30개월전이네요... 실력이 실력이니만큼 분석을 할 정도로 눈이 밝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번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저는 롤 보는 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경기가 이틀이나 지나긴 했지만... 올려봅니다.
오랜만에 경기 리뷰를 쓰는데 그렇다고, 요 경기에 다른 뭔가 특별함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는 분이 자르반을 정말 좋아하는데, 자르반이 대회에 나와서 반가웠다 - 근데 그 자르반의 승리의 열쇠가 되었다.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글을 쓸 수 없으니 제가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자르반의 영향력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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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르반 의 최근 패치를 살펴보죠.
패치노트 링크:
http://www.leagueoflegends.co.kr/?m=news&cate=update&mod=view&schwrd=&page=1&idx=252424#patch-jarvaniv
황금빛 방패(W) 재사용 대기시간이 줄어듭니다. 대격변(R) 마나 소모량이 줄어들며, 이제 광역 피해를 입힙니다.
황금빛 방패(W) - 재사용 대기시간: 20/18/16/14/12 ⇒ 전 레벨 공통 12초
대격변 (R) - 마나 소모량:
100/125/150 ⇒ 100
너흰 못 나간다: 이제 대격변 안쪽에 갇힌 모든 대상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버프죠.
공교롭게도 오늘 경기에
[W와 R의 두 가지 변경 요소를 다 언급해볼만한 상황]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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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VOD 링크: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esports&category=lol&id=183743&redirect=true
2세트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
0 . 사실 이건 픽밴이라고 봐야 하긴 합니다.
퍼플 5픽으로 선택된 자르반은 SBENU가 일부러 미드 후픽을 가져가져고 공들여서 픽밴 과정을 설계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결국 자르반이 나왔고, 이게 게임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보는게 맞겠지만,
이 픽이 어떻게 결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냈을까를 살펴보는게 좋겠죠.
1. 사전 포석 A: 일단 사전 세팅은 이렇습니다.
SaSin의 미드 자르반은 텔포를 들고 있습니다. Coco의 아지르는 vs제드처럼 탈진을 들고 있습니다.
서로의 스펠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이고, '이떤 식으로 경기를 끌고 나가겠다'는 선수들의 의도도 다분히 보입니다.
그리고 이게 결정적인 순간을 불러오게 됩니다.
2. 사전 포석 B: 자르반의 선 2렙
마오카이의 묘목 스택으로 자르반은 정글 1캠프의 경험치를 먹고 라인에 등장합니다.
이것은 당장 어떤 효과를 불러오지는 못하지만, 미세하게 주도권을 자르반에게 먼저 쥐어줄 수 있습니다.
이 약간의 우선된 주도권으로 자르반은 5렙까지 단 한번도 아지르에게 라인을 밀리지 않고,
미친듯한 푸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3. 사전 포석 C: 자르반이 미친듯이 라인을 밉니다.
이것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제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있을 수 있습니다.)
롤에서 굉장히 기본적인 지식이기도 하지만 일단 라인을 밀면 원하는대로 CS를 먹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나 프로레벨에서는요.
아지르는 사거리가 길고, 그래서 vs아지르에서 타워를 끼고 먹을 정도 라인을 밀리면, 타워가 있음에도 견제를 당하면서 CS를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스킬을 써가면서 라인을 밀어 제끼고 CS를 먹는데,
이렇게 미드 챔피언이 무조건 라인을 미는 상황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요.
(1) 정글러 갱킹/서포터 로밍 시에 탈출이 가능해야한다.
(2) 스킬을 다 써가면서 푸시해야되는데 마나 관리가 용이해야된다.
자르반은 이 중 (1)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E - Q의 깃창 콤보와 플래시까지 on 상태니까요.
그러면 (2)는 어떨까요? 스샷에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르반의 마나는 1/5수준으로 바닥나 있습니다.
마나 관리가 용이하다...? 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SaSin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바로 다음 상황이 나오니 넘어가보죠.
4. A + C가 가능한 이유: 텔포로 복귀하는 자르반
아주 잘 알려져 있는 텔포의 용이함입니다.
마나를 아예 바닥까지 다 써버리고, 5레벨에 집으로 귀환해버립니다.
이 스샷에서 볼 수 있는건 네 가지입니다.
(1) 마나를 바닥까지 써버리는 자르반(레벨 5)
(2) 저 멀리 미드 타워 뒤에서 원하는 타이밍에 귀환하는 자르반
(3) 새로운 미니언 웨이브가 걸어오고 있는 중이라 미드 라인 위에는 더 먹을 미니언이 없는데, 아지르와 자르반의 CS는 5개의 차이.
(4) 자르반의 푸시 페이스에 맞춰서 바닥나 있는 아지르의 마나
(3)을 보면, 자르반의 미친듯한 푸시 작전이 유효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CS 5개는 작은 차이지만,
결국 밀어 제끼는 쪽이 CS먹기가 편하다는 것이죠.
(2)에는 제가 좀 더 추측과 의미를 담아 해석해보자면, 자르반의 5렙까지의 CS 먹기 과정은
a. 온 스킬을 다 써서 미니언을 죽인다.
b. 먹을 CS가 없을 때에는 뒤로 빠져서 와딩을 하는 등 아지르의 시야 밖으로 사라진다.
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아지르가 아예 볼수 없는 미드 타워 뒤쪽에서 귀환을 하는데, 귀환 타이밍이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지르도 자르반 마나가 없는 상태라 곧 귀환하겠구나 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정확한 타이밍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CS먹고 사라지고, CS먹고 사라지고]를 계속 반복했기 때문에
[그러다 CS먹고 사라졌다 = 근데 귀환?] 이라면,
아지르 입장에서는 그 타이밍을 읽기가 굉장히 어렵겠죠.
결국 아지르는 다음웨이브를 푸시하지 않고 사라진 자르반을 보며 '귀환했구나.'를 알게 되고,
자르반이 미드 타워에 텔포를 누를 때까지 자신도 집에 귀환 시도를 못합니다.
'아지르도 집에 가야 하나?'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여러 사전 포석으로 자르반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CS]를 먹었고,
[원하는 타이밍에 귀환]을 했습니다.
이것은 텔포를 든 챔피언들의 유리한 점인데, 위에서 언급한 마나 관리의 용이함도 있겠지만,
[원하는 템을 살 돈이 모이면, 내맘대로 집에 갔다 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5. 결국 터지는 결정적인 순간: 아지르의 귀환
그래서 아지르도 집에 가야합니다.
이 상황 뿐만 아니라 텔포를 든 상대로, 상대가 텔포 귀환을 했을때 나도 집에 갔다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르반은 원하는 CS먹고 지맘대로 집에가서 원하는 템을 사오는데,
아지르는 타워와 경쟁하느라 CS도 망쳐졌고, 자르반이 스킬까지 다 써서 푸시하는 바람에, 자신도 거기에 맞춰 마나를 많이 썼거든요.
그리고 자르반의 텔포 복귀 직후,
아지르도 귀환을 시도합니다. 이미 상대의 텔포 복귀를 확인한 다음이라 Coco는 귀환타이밍이 벌써 늦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여기에서 이 게임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자르반의 창 끝 한 방이 터집니다.
아지르의 귀환이 끊겨 버립니다.
크리티컬 x 크리티컬이 터졌다고 봐도 될 정도인데, 귀환이 끊기면 Coco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아있습니다.
라인에 남아있느냐 or 다시 귀환하느냐
그리고 둘 다 망테크라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팀 내 정글러 앨리스와, 서포터 알리스타는 이후 행보가 바뀌게 됩니다.
사실 다시 귀환을 시도하는 것은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귀환을 끊긴 타이밍이 자르반이 복귀 후 다시 미니언을 어느정도 클리어한 상태이고,
(스샷에도 피 빠진 원거리 미니언이 둘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아지르가 적어도 1웨이브 이상 CS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귀환을 하지 않는다?
이 선택지는 더 안좋아보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자신도 자르반 페이스에 맞춰 귀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마나를 거의 다 썼습니다.
이러면 순간적으로는 귀환 했을때보다 CS손해를 덜 보겠지만,
장기적으론 마나 부족에, 템도 밀리는 상황이라 지금은 약간 넘어간 미드라인 주도권이, 완전히 자르반에게 넘어가 버립니다.
CS만 따져봐도 장기적으로 귀환해서 잃을 1웨이브의 손해보다, 더 많은 CS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게 더 치명적이라서 아지르는 1웨이브 이상의 CS 손해를 감수 하고, 재귀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자르반의 6렙이죠.
아지르의 마나가 없는 상태에서 자르반의 6렙은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앨리스와서 억지로 다시 웨이브를 정리해주며 자르반을 밀어내는 등
억지로 손해를 적게 보는 귀환 타이밍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왜냐면 아지르에게 앨리스가 있듯이, 자르반에게도 그레이브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지르가
[귀환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는 순간,
앨리스가 와서 라인을 풀어주거나 자르반의 솔킬을 저지하려 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바로 앨리스의 예상 포지션이 노출됩니다.
그리고 그레이브가 자르반 뒤쪽에서 어슬렁 거리며, 그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지원을 하게 될 것이고,
마나없고 템딸리는 아지르 + 앨리스 vs 템사온 풀마나(궁까지 곧 찍을) 자르반 + 그레이브즈 의 싸움은
SBENU의 손가락이 미끄덩하지 않는 이상 누가 이길지 자명한 싸움입니다.
결국 아지르는 울면서 다시 귀환을 하고, 자르반은 다시 po푸시wer를 하며 아지르에게 cs 손해를 안겨줍니다.
이미 미드의 초반 승패는 갈렸고, LZ는 이 차이를 영원히 극복하지 못하고 게임은 사실상 여기서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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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후의 스노우볼링 전초전: 아지르 귀환 직후 자르반의 행보
스노우 볼링이 천천히 굴러가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아지르를 2번째 귀환으로 집에 보낸 직후에 바로 이어집니다.
자르반은
[확실히] 아지르가 집에 간 걸 압니다. 그러면 이게 벌써 조금 유리했던 미드라인의 주도권이 거의 확실히 넘어온 셈이 되는겁니다.
물론 SaSin이 뻘짓으로 그 주도권을 발로 걷어 찰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지 않기 위해 곧바로 스노볼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아지르가 템사고 꾸역꾸역 미드 복귀를 걸어서 하고 있을 때,
자르반은 갱플 vs 마오카이의 봇라인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로써 얻은 이득은 크게 없습니다만, 사소한 이득은 있을 수 있습니다.
갱플랭크는 근접 챔피언을 상대로 상당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고, 라인의 모양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오카이는 마음대로 cs를 먹을 수도 없는데, 라인마저 갱플이 원하는 모양으로 그려져 그 현상이 장기화 될 전망이었죠.
(마오카이가 먹을 cs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미 cs 격차가 16개나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마오카이가 먹을 저 cs도 원래 다 먹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이렇게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갱플을 압박함과 동시에, 라인을 풀어주려는 시도를 합니다.
(재빨리 피빠진 미니언에 붙어서, 원래대로라면 먹으려는 시도도 쉽게 못했을 CS를 챙기는 마오카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실질적으로 유효타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게 이렇게 된 이유는
[아지르가 귀환을 끊겨서] 입니다.
7. 인터미션: 자르반의 기동성 + 자르반에게 자유로움을 부여한 와딩
갱플에게 압박을 준 자르반은 다시 미드라인으로 복귀합니다.
저엉글러어어어어어어! 앨리스가 이런 움직임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자르반이 봇라인으로 가는 듯한 움직임으로 사라지고, 봇라인에 블루팀 핑이 찍히고, 실제로 봇라인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
먹던 늑대를 황급히 정리하고 그쪽으로 향합니다. (사실 싸움이 발발했다면 이미 늦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자르반이 복귀하려고 하는데, 아지르도 템사서 미드에 복귀 했겠다, 우리 정글 구역이니,
자르반의 미드 복귀 루트에서 짤라보려고, 레드 뒤쪽 부시로 가서 고치를 맞춰보려 합니다.
(실제로 거미 폼으로 빠르게 이동하다가, 자르반의 예상 지점으로 보이는 레드 뒤쪽 부시 앞에서 고치를 위한 인간 폼 변신을 합니다.)
아지르도 순간이지만, 즉시 대응하기 위해 아래쪽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찰나입니다.)
하지만, 자르반은 이 모든 상황을 와드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글러 시절부터 보여줬던 자르반 특유의 기동성으로 용으로 깃창을 타고 탈출해버리죠.
이 와드가 언제부터 있었지? 자르반이 박았나?
* * *
이 와드는 그레이브즈가 자르반과 아지르의 귀환 전부터 박아두었던 겁니다.
이때의 상황도 양 팀의 핑으로 대충 예측해볼 수 있는데,
탑라인의 2대2 상황은 cs 차이도 없고, 비등하게 대치중입니다.
하지만 갱플 vs 마오카이의 초반 봇라인을 보면, 마오카이 역시도 미친듯이 라인을 밀면서 6. 에서 언급했던 것과는 다르게,
초반 cs는 오히려 갱플보다 빠르게 먹습니다.
하지만 자르반 vs 아지르와는 다르게, 이 경우 양쪽 다 텔포를 들고 있기 때문에 같은 양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마오카이는 cs를 타워까지 밀어넣었다고 생각한 순간, 굉장히 빠른 타이밍에 집으로 귀환을 합니다.
갱플 역시 마오카이가 밀어넣은 cs를 마저 주워먹고 같은 타이밍에 귀환을 합니다.
복귀는 둘다 미니언에게 텔포. 거의 동시에 옵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마오카이는 다시 푸시를 하고, 강쪽에 핑크와드 / 삼거리 부시에 일반 와드를 합니다.
정확한 의미는 제가 알 수 없지만, 강쪽 핑크와드는 앞으로도 쭉 라인을 강하게 밀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때쯤 앨리스가 블루 작골 쪽으로 오고 있었고, LZ의 핑도 봇라인에 찍힌 걸로 봐서,
'갱 가능?' '마오카이가 라인 밀면서 앨리스 갱 유도한다' 정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생각됩니다.
그레이브즈가 유령 앞쪽 와드를 박게 되는 것은 이때입니다.
갱플과 마오카이의 텔포 복귀 직후에는 그레이브즈는 퍼플 정글에 있었습니다.
곧 자신의 늑대가 젠되지만 무시하고 아지르의 아래쪽인 블루 유령으로 달립니다.
이것은 마오카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로 보여지며,
'내가 라인을 밀어서 앨리스를 불러보겠다.'는 액션이 취해지자,
그레이브즈는 현재 앨리스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예상되는 지점에 와드를 박으러 간 겁니다.
앨리스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는데, 유령이 젠되죠.
어느정도 곧 앨리스가 올 수도 있겠다는 예측은 가능합니다.
만약 이 유령에서 싸워도, 아지르는 CS를 먹어야하고, 자르반은 이미 푸시를 해서 다 먹은 상황이라,
전사자만 없다면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미는 라인이 미세하게 이런 주도권을 자꾸 가집니다.)
그레이브즈는 앨리스의 유령을 훔쳐먹습니다.
마오카이의 라인 푸시와, 그레이브즈의 적정글 진입이
서로 딱히 킬을 만들겠다, 갱을 성공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겁니다만,
어디있는지 모르는 앨리스의 위치를 우리가 원하는 예상 지점으로 가게끔 만들고 싶다.
[미드에서 미친듯이 라인 푸시하고 있는 자르반에게 앨리스의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안정적으로 밀게 하고 싶다.]
이런 의미가 담겨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측일 뿐입니다. 저는 그들의 더 높은 단계의 전략이나 속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저는 이미 선수들의 별 의미없는 행동에도 제 나름대로의 의미부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설계가 킬따려고, 갱을 위해서, 라고 한 발 더 나가 추측하면 너무 과대해석하는 모양이 될 것 같습니다.
앨리스는 미드와 봇 두 라인이 다 당겨지는 상황에서 두 쪽 다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대놓고 민다는 것은 어느 라인이든 그레이브즈가 역갱을 위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에,
갱플 vs 마오카이 라인에 선빵을 날리는 것도 위험부담이 큽니다.
실제로 작골을 먹은 이후 미드에 핑이 찍히고, 앨리스는 미드로 향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레이브즈가 이미 훔쳐먹은 유령이 젠되는 타이밍이기도 하고,
마오카이가 이런 설계를 하면서 푸시를 애매하게 해서
갱플에게 좋은 미니언 라인이 갖춰졌기 때문에 굳이 앨리스가 갱으로 그 라인을 망쳐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레이브즈와 앨리스가 이 유령 근처에서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위치가 노출되자,
양측의 설계는 일시적으로 무효화가 되며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되고,
[마오카이는 자기 맘대로 대충 푸시했던 액션에 대한 결과로 꽤나 손해를 보게 됩니다.]
마오카이가 푸시를 한 미니언 라인이 타워 사거리에 닿지 않지만, 갱플 입장에서 적절히 당겨진, 갱플에게 아주 좋은 라인이 형성된 겁니다.
이를 기점으로 둘의 CS는 꽤나 많은 차이가 벌어집니다.
6. 에서 자르반이 내려올때까지두요.
그리고, 이런 전후상황에서 그레이브즈가 앨리스의 위치파악을 위해 박아두었던 유령 와드는 자르반이
봇 로밍을 갈때까지도 살아 있어, 결국 로밍과정중에 앨리스의 위치를 실제로 파악해 주었고,
이는 자르반이 용으로 깃창 탈출해 안전하게 미드 복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자르반이 굳이 탑으로 가지 않고 봇으로 간 결정을 한 이유에는 저 와드의 존재 역시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8. 시작된 스노볼: 아지르의 죽음
움직임의 시작은 LZ쪽에서 먼저 보입니다.
자르반의 마구잡이 식 푸시는 안정적인 탈출기에 기반된 행동입니다.
두 정글러들은 잠시 봇라인에 집중하게 되는데,
자르반이 얼굴을 비춘 이후 마오카이는 다시 파워 푸시를 해서
갱플이 만들어놓은 타워사거리 바로 밖 CS 라인을 망가뜨립니다.
자르반의 얼굴비춤은 짧은 순간이라 큰 의미가 있나 싶지만 이미 갱플 vs 마오카이 CS 차이가 10개나 벌어졌거든요.
(이후에 최대 20개까지 벌어집니다.)
마오카이의 파워 푸시로 라인은 초기화가 되고,
앨리스는 이 타이밍에, 다시 갱플이 라인 만드는 것을 돕고, 더이상 CS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갱플의 라인 만들기를 방해할 마오카이의 헛점을 노려 봇라인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자르반의 파워푸시가 탈출기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마오카이에 파워푸시는 와딩에 기반한 것이라 앨리스는 와드에 걸립니다.
그레이브즈 역시 미드나 봇 근처에 앨리스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두 라인 다 파워푸시 중이니까요.) 근처에서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
앨리스가 보이자마자 봇라인 합류를 위한 움직임도 보이구요.
하지만 봇라인에서 마오카이를 향한 공격은 와드 때문에 무산되고,
앨리스는 강쪽 부쉬에 핑와를 지우는 정도로 돌아서서,
이번엔 곧바로 미드를 향합니다.
여기서 앨리스의 선택이 의아스러운 점은,
LZ는 그레이브즈의 위치를 잘 모르는 와중이라는 점이죠.
(1) 잘못된 예측을 했거나,
(2) 와도 상관없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했거나,
(3) 내가 방금 봇에 보였기 때문에, 봇으로 이동 중일 것 같다. 그 짧은 빈틈을 노려서 쉬지않고 바로 미드를 달리겠다.
3번이 유력해보입니다. 실제로 미드 갱킹 상황에서 그레이브즈의 합류가 빠른 편은 아니었구요.
하지만 앨리스가 몰랐던 점은, 강가 핑와에만 자신의 위치가 걸린게 아니라,
삼거리 부쉬에도 또다른 와드가 있어서,
앨리스의 위치는 Chaser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노출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드로 향하는 앨리스를 보며 Coco의 아지르는 각을 잡습니다.
여기에서 이번 패치의 효과가 하나 강력하게 발생합니다.
아지르는 자르반을 공격할 각을 계산할때 자르반의 실드 쿨을 봤습니다.
자르반은 라인을 푸시하면서 아지르의 짤짤이를 계속 맞기 때문에 실드를 계속 둘렀거든요.
그리고 실드가 빠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지르가 달려듭니다.
매섭게 달려듭니다.
하지만 자르반의 타겟팅 궁극지는 방해효과 면역이라 벽을 가뿐히 무시하고, 앨리스를 피해 아지르 쪽으로 붙죠.
짧은 찰나였지만 이 순간 고치는 빗나갔습니다. 자르반이 궁을 0.5초만 늦게 썼어도 고치행이 되었을텐데,
이부분은 Chaser가 못했다기보단 SaSin의 반응이 엄청났던 거 같습니다.
탈진까지 쓰면서 강력하게 붙잡아보지만, 깃창으로 CC를 거는 것과 동시에 탈출기로 사용하여 순식간에 빠져 나갑니다.
딜이 조금 부족해보이려는 찰나, 하늘에서 갑자기 폭탄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모든 스킬은 쿨타임이 돌고 있고, 딸피인 자르반은 이제, 갱플의 궁극기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점수를 내주진 않았지만,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Coco는 여기서 한가지 결정을 내립니다.
경기를 확실하게 내쪽으로 기울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딸피로 갱플 궁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자르반을 향해,
앞점멸을 합니다.
그리고 타워에게 한대 맞으며 자르반을 한대 툭 치는 순간 자르반의 실드가 다시 켜집니다.
패치전에는 1레벨 20초에 불과했던 자르반의 실드가 전레벨 12초로 바뀌면서,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거죠.
그리고 아지르는 앞점멸이란 액션에 대한 결과로 뒤이어 합류한 그레이브즈에게 극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물론, 자르반은 실드가 없었어도 살았을 것 같습니다.
타워 어그로가 어떻게 끌렸는지, 앞점멸로 자르반을 한 대 툭 때리기 이전부터 타워에게 맞고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타워에게 총 3대를 맞은 상황에서 그레이브즈 궁을 맞은거라 어찌보면 재수없는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해설은 갱플 궁이 아니었다면 Coco가 무리하지 않았을텐데 역캐리했다는 의견도 있구요.
어쨌든 거의
[아지르 궁을 그냥 무시한다]는 강력한 아지르 카운터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르반으로 다른 캐릭터였다면 벗어나기 힘들었을 아지르+앨리스의 갱킹을 어이없는 수준으로 벗어나게 됩니다.
9. 굴러간다, 스노볼: 미드 근처로 묶이는 앨리스와 알리스타.
이와같은 죽음은 단순 골드차도 있지만, Coco는 여러가지 더 안좋은 상황을 직감했을 겁니다.
갱킹 이전에도 미끌거리는 빙판 위를 걷는 느낌이었을텐데,
여기에서 vs자르반인데 점멸을 뺀 상태로 골드를 헌납해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결국 아지르 혼자 파헤쳐 나갈 수 없는 상태로 확정해버린 결과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미드 갱킹이 있은 후 1분 뒤 상황입니다.
아지르와 자르반 모두 다시 미드로 복귀 한 상황입니다만,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블루 팀의 미드 타워 근처에, 알리스타와 앨리스가 있다는 것이죠.
브라움의 위치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건 명백히 자르반을 의식하고 있는 움직임입니다.
알리스타는 결국 별거 하는거 없이 미드 근처에 와딩 하나 더 해주고 다시 블루를 거쳐 탑으로 올라갑니다.
LZ의 조합이 참 안타까운게, 이 조합으로 게임을 이기려면 아지르가 꼭 필요하고 아지르가 커야하는데,
이 상황에서 팀내 어떤 누구보다 아지르가 가장 불안한 입장에 놓였다는 겁니다.
알리스타는 곧 다시 탑라인으로 복귀하지만,
앨리스같은 경우는 어떤 루트를 가건 미드라인을 꼭 거쳐서 갑니다.
아지르가 깃창+평타라도 한방 맞게 되는 날에는 슈퍼 디나이를 당하거나, 다름 쿨타임때 바로 깃창+평타+궁의 킬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Coco에게 빠른 호응이 절실하다나느걸 이해하고 있습니다.
10. 막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자르반의 무서움
제가 자르반을 엄청 과대평가하는 것처럼 말씀드리고 있고,
무슨 자르반을 무적 챔피언인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 상황에서 얼마 안가 Coco는 반항한번 제대로 못하고 비명횡사하게 됩니다.
앨리스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아까 자르반이 탈진과 갱플 궁을 버텨내며 꿋꿋히 살아나갔던 것과는 반대로,
앨리스가 손 쓸 새도 없이 아지르가 맵 상에서 삭제되어버렸거든요.
* * * * *
마치며
이 이후로는 경기를 살펴보시면, 그냥 자르반의 영향력 때문에,
알리와 앨리스의 움직임이 경직되고, 결국 갱플랭크는 좁아진 시야로 인해 봇타워에서 다이브 당하고 죽고 맙니다.
계속 스노우 볼은 굴러가구요.
아시다시피 적당히 큰 자르반은 한타 기여도 충실합니다.
그리고 큰 역할을 한 건 결국 엄청 잘 큰 정글러 그레이브즈였습니다.
자르반이 폭발적인 딜링을 할 것 처럼 묘사하긴 했습니다만, 누커급으로 상대를 녹여버린건 결국 그레이브즈였어요.
다소 부족한 눈으로 살펴본 경기라서, 고수분들이 보시기엔 빠뜨린 부분이나 무리한 억측도 있을 거 같습니다.
시작할때 말씀드렸듯, 저는 골실에 불과한 평범한 플레이어입니다.
추가하실 내용이나 고쳐야될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반영할께요.
자르반이 나와서 흥했길래 반가와서 써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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