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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1/28 21:49:18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삼황 오제 사천왕 -第二十九章-
농군도제(濃君刀帝) 가림토(價臨討), 몽중살제(夢中殺帝) 고아민(高芽敏)은 떨리는 눈가를 감추지 못하고

대열의 중간으로 나섰다.


먼저 자신의 단전을 가격한 농군도제의 몸에서 푸른색의 강렬한 회오리가 하늘로 솟아 오르고 난 후,

강철같이 단단했던 그의 몸이 순식간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농군도제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단전이 파괴되면서 겪게 되는 지독한 고통. 그런 고통을 자존심으로 억누를 수 있는 남자,

그가 바로 지난 백여년간 포토수(圃土水)를 이끌어온 경력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기백을 가진 농군도제였다.

역시 일정한 수의 인질들이 초고검(超高劒) 조로(趙露)의 손짓에 따라 이동했다. 이제 남은 인질들은

각 방파의 핵심인사들의 식솔들뿐이었다.


'흠, 이런 퇴장도 나쁘진 않군'


몽중살제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언젠가 강력한 상대들과의 비무에서 패배하고 난 후, 그만이 알 수 있었던

의미를 가진 희미한 미소를.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퍽!!!'


"뭐냐!"


초고검이 이끄는 임의적(林義賊)에 잡혀있던 인질 한명이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쳐 자살을 시도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누군가 제지할 겨를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치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전염병처럼

자해의 시도는 계속되었다.



"나로인해 몽중살제님이 무공을 폐하느니 내가 죽고야 말겠다!"

"더 이상은 부끄러워서 볼 수가 없소이다!"

"소녀도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기는 싫습니다!"


무공을 익힌 사람은 스스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옆의 사람의 도움을 빌어, 스스로의 목숨을 끊으려하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랜기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남아있던 삼황과 오제, 그리고 사천왕의 무공이 자신들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뛰어넘은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계속해서 억눌러왔던 그런 감정은

최초의 한 명이 자해를 시도한 순간에 자그만 구멍이 난 방파제처럼, 순식간에 모두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털썩.


그 누구과의 싸움에서도 무릎꿇어본 적이 없던 몽중살제의 두 무릎이 땅에 닿았다. 인질들이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듯, 그 역시

자신으로 인해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어느덧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이런 상황에서 가장 냉철한 것은 비뢰검황(飛雷劍皇) 구분(具奮)이었다.


"이제 인질은 없다! 모든 무사들은 저 치졸한 도적놈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말라!"


살기등등하게 검강(劒綱)이 깃든 비룡수옥검(飛龍水鈺劒)을 빼어들고 나는 듯 경공을 시전하는 비뢰검황의 뒤를 이어

포토수, 적우(赤雨)의 무사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노도처럼 임의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최소한의 인원만이 인질 협상에 참여하도록 조치한 임의적이었기 때문에, 무사의 수는 월등히 많았으나,

공력을 폐한 화경(化境)급의 고수들 이외에도 신검합일(身劒合一)급 이상의 고수들만 모아서 온 무림 최대세력을 가진

세 집단의 고수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황색의 홍룡폭풍권(紅龍暴風拳)을 휘두르며 악귀처럼 사방을 휘젓는 폭풍마제(爆風魔帝) 호지농(胡持濃)도,

흑청색의 수마고탄(秀麻拷彈)을 쏘아내며 적들의 미간을 꿰뚫는 무결검제(無缺劍帝) 서양(徐梁)도,

천공포(天空砲)로 일직선의 모든 물질을 사라지게 만들어버린 재천검황(在天劍皇) 수달열(水達悅)도,

파천도(破天刀)의 기운으로 원형의 적들의 허리를 갈라놓는 영웅도제(英雄刀帝) 등작(鄧綽)도,



분노와 슬픔이 담긴 일생의 공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2시진 후]



싸늘하다. 그리고 황량하다. 죽은 자들의 피가 뜨거운 김을 뿜으며 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땅은 한없이 갈증이 나는 듯, 죽은이들의 피를 계속해서 마시고 있었다.

방금까지 요란한 칼부림 소리가 나던 그 전장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고요함 속에서 피의 수혈은 계속되었다.

지금 이 곳에서 작은 소리라도 낸다면 땅이 갑자기 솟아올라 그를 삼킬 듯이, 모두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똑...


눈부시게 희게 빛나는 비룡수옥검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이 땅에 떨어지기를 수백차례. 마지막 핏방울이 떨어졋다.

비룡수옥검은 무림의 제일가는 보검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수많은 피를 삼켰음에도 핏방울이 가시자 언제

그랬냐는듯 눈과같이 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꿇어앉은 한 남자.

오른쪽 눈에서 왼쪽 뺨까지 깊게 새겨진 흉터는 방금 생긴 듯,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피얼룩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은 비룡수옥검에 의한

상처였다.


"당신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군"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요, 맹주"

"난 누구보다 당신을 믿었건만"

"원래 사람이라는 것은 믿을만한 존재가 못되는 법이지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다"

"..."

"왜 그랬지?"

"..."

"당신이 공명심이나 허영심이 없는 자임을 나를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소. 그런데도 당신은...

이런 끔찍한 계획을 세워 모두를 파멸시키려 했소. 도대체 왜지?"

"....지금 무림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오?"

"음?"

"태안맹, 포토수, 적우....당신들은 너무 강해. 모두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만큼 강대해져버렸지.

끊임없이 서로를 이기기 위해 연구하고, 연습하고, 또 연구를 시작했지.

태안맹이 새로운 초식을 만들면, 포토수와 적우는 벌벌 떨어야 했어. 그리고 얼마후엔 그것을 파훼하는 초식을

적우가 만들어내지. 그러면 또 태안맹과 포토수는 그들을 이길 수 없었어. 그리고 최근엔 포토수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태안맹과 적우를 찍어누르고 있지"

"그래서?"


"태안맹이라는 것은 뭐지? 정파 최고의 무공을 가리기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던가? 또 포토수의 정신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지?

자연과 함께 마음을 다스려 최고의 무공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적우는? 개취급받던 사파의 생존을 위한 집단이 아닌가?

지금은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는 포토수의 비결은 뭘까? 독해졌기 때문이지,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기 때문에

호랑말코같은 도사놈들이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방법으로 무공을 연성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나 언젠가는

포토수의 시기도 끝날 것이야. 그러면? 또 누군가는 새로운 초식을 만들고

그러면 또 누군가는 그것을 파훼하는 초식을 만들어내겠지. 오로지 승리하기 위해서."

"..."

"당신들의 그 이기고 싶어하는 추악한 욕망, 난 그것이 역겨워 미치겠어. 돌아버릴 것만 같았어.

우리가 처음 검을, 도를, 권을 쥐던 그 날의 포부는 다 어디로 갔을까? 무공이 좋아서, 나만의 무공을 창조하기 위해서

서로를 격려하고 수련하던 그 마음가짐은 어디로 갔지? 이제는 무엇을 위해서 무기를 잡는 건가.

부? 이미 당신들의 근거지엔 보시다시피 산처럼 쌓아놓은 금은보화들이 있었지.

명예? 전 무림의 동포들중에 당신들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있던가?

그렇다면 뭐지? 지금 당신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살인귀에 불과해. 오늘도, 내일도, 또 나를 이기려고 하는

모든 이들을 상대로 한"

"..."

"그래서 난, 적어도 당신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내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서 임의적을 당신들의 세력에 적합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었어. 자, 봐라, 악귀처럼 이기고 죽이고 싶어 안달난 무림의 동포들아, 우리같은 사람들도 있다.

순수하게 무의 극한(極限)을 추구하면서 양민들을 위해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빼앗아 나누어 주어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우리들도 있다. 당신들의 무공은 이미 썩었다. 서로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찰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살인기술만을 연마하는 멍청이들아. 우리들도 있다..........."

"..."

"그래서 이미 은거한 진광법사(眞光法師)를 다시 불러들여 포토수의 비밀 회담장을 덮치게 했고

수장교(首將敎)와 접촉하여 적우의 하이부를 털었지. 그러나, 결과는 보시는 바와 같지.

이미, 당신들은 너무 커져버린거야. 사실, 나는 알고 있었어. 이렇게 될줄....그러나 어쩔 수 없었지.

나는 결국 화경의 벽을 넘지 못했어. 이제 몇년 후면 근력과 공력이 서서히 감퇴하겠지.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슬픈 것은 나를 이을 임의적의 후기지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한평생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은 시도한 적이 없는 내가...."


무덤덤하게 자신이 꾸민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초고검에게 누구도 쉽게 반박을 하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초기의 무공에 대한 순수한 이상은 사라져버렸다고 보는 것이 맞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초식이 개발되면 너도나도 그것을 극성까지 끌어올리는 수련만을 거듭해 이제는 한 순간의 실수가 바로 패배로

이어지는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무나 대련중에 서로에게 통성명을 하고 안부를 주고받던 풍습도

사라졌다. 모든 방파들은 거상들의 자금지원을 받아 어린아이들에게 인격수련을 하기도 전에 무공수련을 시키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과거가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배분도 무시되고, 호사가들의 싸늘한 비웃음과 놀림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무공을 처음 익히는 자들이나, 건강을 위해 약간의 무공을 배우는 자들과 같이 함께 대련을 하던 협련(協鍊)도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웃으면서 도장을 찾는 무공의 초보자들도 거의 사라졌다. 도장에 다니는 약관도 되지 않는

젊은이들도 과거 무림사 초기의 고수들만큼의 초식을 운영할 줄 알게 되었다. 모두가 조금씩 눈치채고 있었지만

모른척 하고 있었던, 아니, 모른척 하고 싶었던 부분들에 대한 초고검의 말은 차가운 비수가 되어 무림인들의

가슴에 날아들었다.



"당신이 잊고 있는게 있네"

"후, 또 무슨 설교를 하고 싶은 건가"

"당신이 말한 모두가 맞을지 몰라. 지금의 무림은 변했어. 순수함과 낭만이 사라져버린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네. 여기 있는 모든이들, 그리고 이 자리에 없는 모든 무림인들....

그들의 최종목표는 의심할 여지 없는 무공의 극한, 생사경을 향한 것임을...."

",,,"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믿을 수는 없는겐가? 주변을 둘러보게나. 구루선사(具累仙師)의 재기발랄함을 닮은

혁명도객(赫明刀客) 비수(丕殊)도 있네. 후리무라(侯理武羅)의 심득인 사우론(死遇論)을 재해석한

파괴신장(破壞神將) 시발(施潑)도 있네. 그리고...."



초고검의 두 눈, 아니 이제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과 비뢰검황의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초고검의 눈에는 화경의 벽을 넘어 환골탈태(換骨奪胎)로 얻는 비뢰검황의 30대의 얼굴에서

수십년전 처음 검을 맞댔던, 싱그러운 모습의 20대의 구분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아직 나도 남아있질 않나."


=========================================================================================

와우~ 이제 종장 한편만 남았네요.

자세한 후기는 종장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스타리그가 없어 심심한 금요일 밤에 소소한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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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28 22:07
수정 아이콘
오오 기다리고있었습니다.

구분의 "아직 나도 남아있질 않나."

명대사로군요....
compromise
08/11/28 22:1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요즘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네요.
정현준
08/11/29 00:20
수정 아이콘
최근의 상황을 이야기에 잘 녹아들게 하셨네요~ 잘 보고 있습니다~
Epicurean
08/11/29 12:09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 간지가...
08/11/29 13:00
수정 아이콘
"나로인해 몽중살제님이 무공을 폐하느니 내가 죽고야 말겠다!"

"더 이상은 부끄러워서 볼 수가 없소이다!"

"소녀도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기는 싫습니다!"









농군도제(濃君刀帝) 가림토(價臨討) : 그..그럼 나는....ㅜㅜ
JesteR[GG]
08/11/29 15:20
수정 아이콘
피스님// 헉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신우신권
08/12/01 09:49
수정 아이콘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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