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감정을 왜 드러냈냐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악의적 비난에 대해서까지 침묵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만일 이 글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시면 읽으시는 분들이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경기를 보고 화가 난 건 나만이 아니었겠지만, 그것보다 나를 백배 천배 화나게 한 건 E-Sport 팬들과 언론들이었다. 가장 말 점잖게 한다는 PGR에서 이윤열이 어제 지니 나온다는 소리가 한량짓했다. 자신감이 없었다. 자기가 아직도 본좌인줄 안다 이딴 소리였다. 공식전에서 연패를 거듭해 소위 '막장짓'을 한 것도 아니고 공식전 4연승하다가 판단 미스로 진 것인데 이 정도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 아무리 어제의 경기에서 이윤열 선수의 방심 혹은 판단미스가 뼈아팠다 해도 - 정말이지 가혹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얼마나 위대하신 분들이기에 이윤열이 한량짓했는지, 자신감이 없었는지, 아직도 본좌 운운하는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본좌 이야기는 작년에 본선에 나오기만 하면 전패 탈락할 때, 아니, 그 이전에 양대 오프라인 예선으로 떨어졌을 때 쑥 들어간 이야기고 한량짓한 경기로 따지면 그만한 다전을 치렀음에도 이윤열만큼 한량짓한 경기가 적은 게이머도 없으며 자신감이 없었다면 한 번 타이밍 지나면 막히는 바카닉을 이윤열이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부당하고 부당하다. 정말 열화가 끓어오르는데 언론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천재' 이윤열, 스타리그 16강 본선 7연패 '수렁']

작년에 양대 본선 13연패 했는데 끊으니 이제는 스타리그 16강 7연패라는 기록을 '아예 만들어서' 비난하고 있다. 언론에 대해 좋은 기록을 만들어서 포장해 달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이건 완전히 나쁘게 포장해서 비난한 것이다. 다른 스포츠에서도 탑클래스를 달리고 있는 선수의 '연패'를 '만들어서'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참 같잖은 노릇이다. 언론이나 팬이나, 올드들이 다 우수수 떨어져나가고 기존 우승자들 모두 떨어진 상황에서 꾸준히 버티고 있는 이윤열이 이겨주면 덩실거리고 올드의 자존심 운운하고 굽실대다가, 좀 이기다가 오늘처럼 한 경기 지면 비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이 판을 오랜 동안 봐 왔지만 이윤열급 혹은 이윤열에 준하는 선수에게 이런 비난이 가해지는건 이윤열 외에 다른 선수를 본 일이 없는데도, 이에 대해 나나 다른 이윤열 팬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 한다는 소리는 뻔하다.

'이윤열은 올드같지 않아서 그래'
'이윤열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서 그래'

정말 욕나올 지경이다. 비난할 때는 편한 대로 다 말해 놓고 변명이라고 나오는 것이 저것이라니.

이윤열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건 알고 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알고 있고 이윤열 팬들의 기대치 역시 마찬가지로 높다. 그런데 기대치가 높으면 팬들은 선수 머리 위에 올라앉아 막말을 해도 좋은지 모르겠고, 더 어이없는 건 한때 본좌 또는 그에 준하는 반짝포스를 내뿜었다가 '막장'이 되고 '광속탈락'하고 연패를 거듭하는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비난보다 어제의 이윤열에게 가해지는 비난이 더 세고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열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이윤열이 올드같지 않아서라는 말이나, 이윤열에 대한 기대치는 다른 올드들의 그것보다 높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차라리 이윤열이 구설수에 오르는 선수들처럼 인간성이 형편없거나, 과도한 세레머니 및 도발 또는 이긴 상대를 멸시하는 인터뷰를 했거나 해서 사람들이 이윤열에 대해 인간적 신뢰를 가지지 못할 정도라고 하면 또 모른다. 그러나 이윤열이 그런 선수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도발이나 자신감이 언행에서 보이지 않아 팬의 입장에서 답답할 정도의 선수가 이윤열이다.


이윤열은 E-Sport판이 망해도 이름을 남길 만한 본좌라인의 선수 중 한 명이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커리어를 지녔다.

그러나 이윤열은 황제보다 더 많이 싸워 이겼음에도 황제처럼 환영받지 못했고,
괴물보다 더 많은 우승을 했음에도 괴물처럼 최고의 강자라고 인식되지도 않고,
마에스트로와는 달리 지휘봉이 꺾인 다음에도 지휘를 시작하는 기적을 보여줬음에도 지면 마에스트로보다 더 많은 욕을 먹는다.

사실 그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절대 기대치라든지 올드같지 않아서라는 겉보기 이유때문이 아니다.

이윤열만큼 많은 선수를 무너뜨린 선수가 없고 많은 팬들을 좌절시킨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윤열만큼 꾸준히 이기고 이윤열만큼 많이 싸워서 많이 이긴 선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윤열은 - 언젠가 말했듯이 - 공공의 적이고 자연히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비난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한 번 지면 - 포스의 가호를 받았을 때라면 모르되, 포스의 가호가 지난 지금에서도 - 죽도록 욕을 먹고 남보다 더 많은 비난을 들어야 하는 것은 정말 가혹하고, 부당한 일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내가 부당하다 생각하든 말든 언론과 E-Sport 팬이라 하는 자들은 이윤열의 패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제처럼 또 이윤열을 찌그러뜨리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이윤열을 그런 식으로 대접해 놓고도 내가 이윤열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이윤열을 못난 존재로 만드는 것은 당신 같은 사람이다'라는 되도 않는 악평까지 들어야 했으니 나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언제까지 이윤열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인식할 것인지, 참 기막히고 기구한 운명에 화가 나고,
이런 일에 대해 나 같은 이들은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이윤열이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이기는 것'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