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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6/06 11:20:08
Name 점쟁이
Subject [곰TV 2 소설] 괴로운 선택 #2 - 3 실망, 4 지명, 5 역린
『괴로운 선택』


프롤로그 1, 2, 3
1 참패
2 천적과 라이벌(괴로운 선택 #1)

3 실망
4 지명
5 역린(괴로운 선택 #2)

6 결심
7 결전
8 새로운 목표(괴로운 선택 #3)

에필로그 1, 3, 2(괴로운 선택 #4)

어나더 에필로그 2, 3
후기(괴로운 선택 #5)



※ 이 글은 선수들의 실제 심정이나 사실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개인적인 재미 위주로 적은 소설임을 밝힙니다






3 실망

「형 바빠?」

「어, 재윤이 오랜만이다」

「MSL 올라왔더라. 이번엔 우승 함 해야지」

「짜식, 너가 있는데 그게 맘대로 되냐? 나 봐주려고?」

「그건 안돼지-_-」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형, 나 연습 좀 도와줘」

「무슨 연습? 나도 바쁜데..」

타팀간의 연습을 도와주는 건 흔하디 흔한 일이었지만
프로리그가 점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극도로 친한 사이끼리도 결승전이 아니고서야 서로 연습을 도와주는 빈도가 낮아졌다
팀에서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새 타팀간의 연습을 도와주는 일은 결승전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 불문율이 되어 버렸다


「아, 그렇지. 그럼 미안하네
그냥… 요새 게임이 잘 안되서」

「……  ……

그래. 몇번 져봤으니까 흔들릴 때 됐겠지
너 마음 잘 추스려라. 이때 잘 못하면 내 꼴 난다」

「형이 어때서;」

「나야 뭐 평생 당골왕이지」

박태민의 말에 마재윤은 뭔가 맞지 않는 것을 느꼈다
자존심 강했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도 당골왕일 뿐이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식으로 꺼낼 정도로 세월이 지난 것인가?

「형.. 그럼 나 리플 2개만 보내줘
형 플토전 가장 최근에 한거랑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걸로」

「……  ……

너 지명식에 플토 찍게?
허영무? 윤용태? 이승훈?」

「아냐. 필요해서」

「음.. 기다려 봐. 찾아서 메일로 보내줄게
아! 공짜 아니다」

「알았어. 내가 테란전 2개 보내줄게」

「변형태랑 서지훈으로 하나씩」

「형;; 나 그럼 혼나」

「몰래 보내」

「지훈이형 관리 알잖아. 얼마나 퍼펙트하고 철저한데」

「알아 알아. 농담이얌마
메일로 보내줄게 끊자
나 바빠. 연습 들어간다」

「어. 고마워」

마재윤은 전화를 끊고 약간 유명한 아마 유저와 했던 테란전
최신 리플로 2개를 박태민의 메일로 보냈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치고 받고 난투전으로 밀고 당기다
서서히 유리함을 장식해나가는 리플이었다


(자.. 형은 어떤 걸로 보내줄까?)

마재윤은 책상에 팔꿈치를 올려 양손을 모아잡고 턱을 받쳤다
10분 정도 기다렸으나 메일은 오지 않았다

마재윤은 문자를 보내려다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박태민은 30분이 지나서야 리플을 보내줬다
마재윤은 메일을 받기가 무섭게 스타를 돌렸다

맵은 루나였다

(역시 형답다;;; 아직도 루나구나)

상대편 아이디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Dark_Corsair.12

문득 곰TV 결승전이 생각나게 하는 아이디였다
마재윤은 슬그머니 긴장됐다

(닥템(Dark)과 코세어(Corsair)에.. 한부대(12)란 뜻인가?)

그러나 그 긴장은 2분 만에 사라졌다

상대편은 대각선인데도 본진 2겟으로 달리고
앞마당 먹는 박태민 옆에 파일런 짓고 게이트 올리다 말리는 내용이었다

컨트롤도 별로였고 특별한 뭔가도 없었다
앞마당도 없이 본진 자원으로 꼴아박으면서 자멸하는 내용

채 5분도 안되서 이미 승부는 난 것이지만
상대방은 옵저버터리가 없는 본진에 럴커 2마리가 기어올라가 버로우해서야 gg를 찍었다

(…… 뭐야? 이게;;;)

마재윤은 깜짝 놀랐다

(설마 이게 완벽한 리플은 아니겠지?)

마재윤은 서둘러 다음 리플을 돌렸다

역시 루나였고 같은 아이디였다
마재윤은 다시 긴장이 되었지만 첫판과는 상반되는 긴장이었다

(이게 설마 내가 아는 태민이 형이란 건가?)

둘째판은 플토의 더블넥과 저그의 3해처리 싸움이었다
초반을 넘어가면서 올라간 타임게이지를 추정해보니 약 1시간에 걸친 장기전이었다

(그래, 이번엔 볼만하겠다)

마재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집중을 시작했다

플토는 첫병력을 진출시켜 싸움을 거는 틈에 코세어로 오버를 몰살시키려 했지만
눈치 챈 박태민이 히드라로 성큰을 돌면서 코세어를 모두 잡아냈다

(그래, 이제 몰려올 플토의 2차 병력과 다크가 숨어들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내가 원하는 해답이다)

마재윤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지켜봤다

그러나 무너진 성큰 라인을 회복하는 동안
다크는 커녕 플토의 2차 병력은 몰려오지 않았다
마재윤은 서둘러 플토 본진을 찍어봤다

앞마당 돌리면서 달랑 4게이트.. 게다가
주요 교전 중에 병력 생산을 찍어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

마재윤은 스타를 닫고 리플을 지워버렸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왔다

(이런 허접을 상대로 한 리플을 보내다니..
남은 50분 동안 실컷 관광했나보지?
그걸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거야 태민이 형?)

마재윤은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자신이 아는 걸어다니는 머큐리 박태민의 최근 리플이란 말인가?
마재윤은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분개했다

(이건 아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아무리 세월이 지났어도 이건 아니야
내가 아는 태민이 형은.. 내가 아는 당골왕은..
내가 아는 루나왕은 이런게 아냐!)

마재윤은 분노하며 책장을 마구 두드렸다
진열된 책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이건 아니야!!!」

마재윤은 쏟아져 흐트러진 책들 한가운데 주저앉아버렸다
뺨 위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

끝이다..

나도..

태민이 형도..

저그도..

모두 끝이다..)

마재윤은 모든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기운없이 일어나
떨어진 책들을 주워들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파왔다

모든 것에서 자신을 앞서갔던,
모든 면에서 자신을 능가했던 우상의 몰락..

그것은 믿겨지기 힘들었지만 사실로 다가왔다

마재윤은 떨어진 마지막 책을 주워들었다
고사성어 책이었는데 무심코 펼쳐져있는 페이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삼년불비 우불명



4 지명

곰TV 시즌2 조지명식..

쉬는 시간 화장실

「플토 아니라고? 그럼 누구 찍을 건데?」

「만만한 사람」

「너한테 안 만만한 사람도 있냐?」

「없지-_-」

「무슨? 나 있잖아」

「아니. 형도 만만해」

「어쭈, 넌 나한테 안돼잖아」

「형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지금은 당골왕이 아니라 곰TV야」

박태민의 표정이 순간 굳었지만 금방 다시 웃음을 찾았다

「잘났다 잘났어. 그래서? 만만한 나라도 찍을 셈이냐?」

「… 어」

박태민의 표정이 다시 굳는다
이번엔 다시 웃음을 찾는 시간이 금방이 아니었다

「정말?」

「무서워?」

「내가? 널? 무슨!
내가 널 왜 무서워 하는데. 덤벼라 덤벼」

「그럼 찍을 거니까 멘트 준비하고 있어」

마재윤은 차갑게 내뱉었다

「얼씨구? 진짜 찍나 보네?」

「내가 진로를 장난으로 선택한 적 있어?」

「야.. 야 잠깐. 이러면 우리 둘 다 손해야
우리가 겨우 32강에서 붙어서 누구 좋으라고?」

「형이야 좋을 거 없지만 나는 이득이라 좋겠지」

「아 씨, 나 농담 아냐. 정말 나랑 붙자는 거야?」

박태민의 목청이 살짝 높아졌다

「무서우면 바꿀게」

「야, 내가 만만하지?
그래 너 우승 몇번했다고 내가 우습겠지만 솔직히 나도 우승자 출신이야
요즘은 테란만 아니면 다 자신 있어. 아무리 너라도 긴장 좀 타야할 걸?」

「그럼 테란으로 해줄까?」

「뭐야?!」

결국 박태민의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마재윤은 그의 주먹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야 찍어 찍어. 대신 절대 후회 하지 마라」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마재윤은 더이상 긴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먼저 화장실을 나갔다


(형한테 아무런 악감정은 없어)


마재윤은 어두운 표정으로 조지명식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다만.. 이건 형과 나,
아니 저그의 존망이 걸린 피할 수 없는 숙명이야)


마재윤은 슬쩍 눈을 감았다
습관적으로 눈 앞에 영상이 돌아간다
언제나 즐겨하는 이미지 트레이닝
하지만..

마재윤은 10초도 하지 못하고 눈을 번쩍 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마에 땀 한방울이 맺혀버렸다


(젠장..)


마재윤의 표정은 좀 전 박태민과의 언쟁 이후 보다 더 어두워졌다




「저를 만만하게 보셨다며는 태민이형 관광당할 준비하셔야 될 것 같아요」


순간 박태민을 비롯 주변 동료 프로 게이머들..
심지어 진행중인 김철민 캐스터와 김동준, 이승원 해설도 굳어버렸다
마재윤 선수의 발언은 1초만에 그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미래가.. 도대체 얼마나 처절한 싸움이 될 것인가..
장내의 관계자들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오오오오~~~~~~~~」

강도 높은 수위의 도발에 팬만이 흥분할 뿐이었다




5 역린

마재윤은 고사성어 책을 덮고 한숨을 푹 쉬었다


「요즘은 테란만 아니면 다 자신 있어
아무리 너라도 긴장 좀 타야할 걸?」

「그럼 테란으로 해줄까?」

「뭐야?!」


며칠째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박태민의 반응..
확실했다

다만.. 마재윤은
과연 건드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보름째 고민 중이다

박태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마재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한번의 선택으로 나올 수도 있는 원하지 않는 결과가 두려웠다


(이미 배수진으로 몰았다
한번만.. 한번만 더 건드린다면 물에 빠져 영영 못나올 수도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태민이 형이라면.. 특히나..)

마재윤은 다시 책을 펼쳤다
페이지의 상단에는 역린이라는 단어가 올라와 있었다

마재윤은 조심스럽게 한글자씩 다시 읽고 눈을 감았다
또다시 그 영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마재윤은 눈을 뜨지 않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미안해 형..)


그날 밤 각종 스타 관련 공식 사이트와 커뮤니티에는
마재윤의 테란 선택 소식으로 대난리가 일어났다


(그래. 태민이 형을 믿는 거다
태민이 형이라면 반드시 다시 날아올라 줄거다
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당골왕 이상가는 포스로…

그래서… 날 끌어줄거야
혁명가를 처단할 길로틴의 앞으로…!)

마재윤의 깨물었던 입술 사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to be continued : 괴로운 선택 #3 - 6 결심, 7 결전, 8 새로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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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잣-둠
07/06/06 11:59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리콜한방
07/06/06 12:44
수정 아이콘
우아왕~ 재밌어요!!! 좋은글 계속 부탁드려요~
스루치요
07/06/06 17:51
수정 아이콘
오늘 박태민선수가 이겼더라면.. 더 소설이 더 빛을 발했을텐데.. 살짝 아쉽네요^^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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