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형태 가라사대, 'ppp~'

2007년의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그야말로 “사고 대행진”이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모두가 예상했던 것 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임요환의 ppp"가 남긴 유산을, 이번에는 이윤열이 감내해야했다. 변형태의 마린 두 기는 죽었고, 마린 한 기는 작전상 후퇴했다. 벌처 견제를 강행했으나 이윤열의 훌륭한 SCV 컨트롤은 경기를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다.


형태 가라사대, 'ppp~'

“변형태의 ppp"가 ”임요환의 ppp"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스템의 문제 발생 시점이 보다 명확하다는 것, 그래서 변형태의 경기 중단 요청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판단을 내리기가 보다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별로 비난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노골적인 세러머니 정도. 하지만 임요환의 선례는 ‘선수의 도덕성’에 무게를 실었고, 이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경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두 사건의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기도 하다.


심판?

본인의 조작 실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 전환이 일어났다면 재경기가 마땅하다. 하지만 변형태는 경기 중단 요청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이 갖추어진 시점에서 한 발 더 내딛었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경기 초반,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순간, 특정 프로그램에 의한 갑작스런 화면 전환, 밀려오는 패닉, 경기는 진행 중이고 마우스를 쥔 오른손은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ppp".

하지만 이윤열이 납득하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었다.

축구 ‘규칙’에 의하면 단 한 번의 반칙으로도 그것이 비신사적이거나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심판이 판단”한다면 퇴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퇴장이 되면 한 사람이 결원이 되고 10명이 경기를 해야 한다.

“나는 공만 차려고 발을 뻗었는데, 너무 급박한 상황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발을 조금 더 내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상대 선수의 다리와 접촉했다”는 축구 선수의 항변에 “그래, 이해해”라고 답하는 심판.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심판할 수 있는 심판의 부재와 명확하지 않은 규칙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좀먹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문제의 시작

‘첫 단추’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해야겠다. “임요환의 ppp" 당시에 더 자세히 조사하고, 납득할 만한 규정을 만들고, 팬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한 번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번이 되면 사정이 다르다. 앞으로는 형평성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 한다면 선수를 단죄하기 전에 여론의 철퇴를 피할 수 없을것이다, ”임요환과 변형태는 괜찮고, OOO는 안되냐?“는.

지나친 팬심이, 또 다른 팬심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한줄요약.
e스포츠 관계자는 중계권에만 ‘관계’하지 말고, 경기에도 ‘관계’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