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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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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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상대를 불렀다.
“마에스트로.”
전쟁이 개시되는 그 순간에조차, 비수의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그 진영은 물론이거니와 프로토스들도 마찬가지였다. 행성의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저그의 병력들은 그들의 지도자에게 거의 신앙에 가까운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지도자, 마에스트로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그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프로토스들 또한 그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에스트로는 지지 않는다. 프로토스들은 얼마간의 경외와 그 몇 배나 되는 증오를 뒤섞어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상대와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비록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아직까지는 신출내기에 가까운 젊은 장군 비수의 낙승을 믿는 이들은 행성 전체를 통틀어서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오로지 한 사람, 비수 자신만을 빼놓고는.
“너는 강하다. 아마도 사상 최강, 그걸 부정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겠지.”
프로토스 종족의 생존을 건 일대 전쟁은, 그 무게감과는 상관없이 별다를 바 없이 시작되었다. 정찰을 나간 프로브가 보내온 영상에는 언제나처럼 착실히 영역을 넓혀 가는 마에스트로의 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얼마쯤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영상을 살피던 비수는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지형에 기대어 방어하면서 최우선적으로 공중을 장악할 것. 비수의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보무도 당당하게 프로토스의 본진을 공습한 무탈리스크 부대는, 엄청나게 많은 프로토스의 공군 병력에 밀려 일순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비수가 마에스트로의 예측을 넘어서는 첫 순간이었다. 마에스트로는 이를 부드득 갈면서 급히 공중 병력을 후퇴시키고 지상전을 준비했다. 공중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대의 지상군을 힘으로 눌러버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자는 없다. 오늘의 네 패배가 그걸 증명한다.”
저그의 병력은 비수가 세 번째로 건설한 진영을 덮쳤다. 공중에만 집착한 탓인지, 비수의 방어는 너무나도 허술했다. 소수 병력이 진영을 수비하며 시간을 끌었지만 지원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에스트로는 약간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들을 분쇄해 버렸다. 프로토스의 새로운 자원을 끊었다는 보고가 연달아 전방에서 들어오면서, 잠시나마 적의 예상치 못한 대응에 초조해했던 저그 장군들도 다시 평온을 찾았다. 그들의 지배자가 언제나처럼 그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려는 때였다. 그러나 그 순간, 통신기에서 터져 나온 찢어지는 듯 급박한 비명 소리가 저그 본대를 휩쓸었다. 프로토스의 대군이 본진을 습격하고 있다는 급보였다.
“물론 그러더라도 네가 강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살을 내주고 뼈를 친다. 비수가 말했을 때 그것은 단지 이상론으로만 들릴 따름이었다. 그러나 비수는 해냈다. 그는 미끼라고는 미처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마에스트로가 그 미끼를 덥석 문 순간, 비수의 병력은 최대한의 기동성을 발휘해 저그의 본진을 공격했다. 사이오닉 에너지가 하늘을 뒤덮고 대량으로 생산되는 스캐럽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가운데, 마에스트로가 직접 본대를 이끌고 나간 후 남은 저그의 병력들은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프로토스의 병사들은 그동안의 한을 풀어버리기라도 하듯 한층 가열찬 공격을 가했다. 마에스트로는 결국 본대를 돌려 비수의 부대와 대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수의 카드는 한 장이 더 남아 있었다.
“오늘 패배와는 상관없이, 과거에도 너는 강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너는 강하다.”
다크템플러. 이념상의 반목으로 인해 프로토스의 고향 아이우에서 쫓겨난 자들. 그러나 행성 아이우가 저그에게 점령당하여 고향을 잃은 동족들을 기꺼이 행성 샤쿠러스로 받아들여준 이들. 한때 동족에게 버림받기까지 하였던 그들이 모든 프로토스들을 위한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저그 진영을 습격한 비수의 부대와, 황급히 귀환한 마에스트로의 대군이 격돌하는 순간 그들은 임무를 개시했다. 목표는 바로 저그의 모든 기반시설들이 모여 있는 본진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는 아무래도 좋다.”
다크템플러들은 그들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수했다. 마에스트로의 모든 시선이 양쪽 부대가 격돌하는 전장으로 쏠린 그 찰나의 순간에 다크템플러들이 저그의 본진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들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마에스트로의 생산기반은 송두리째 날아갔고, 그 소식은 한참이나 늦게야 겨우 마에스트로의 귀에 들어갔다. 그 어느 때도 동요를 드러내지 않았던 마에스트로의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 비수가 친히 이끄는 소수 병력이 일직선으로 마에스트로를 향해 파고들었다. 눈앞까지 육박해오는 병력의 선두에 선 젊은 프로토스 지도자, 비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에스트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은, 나의 승리다.”
마에스트로는 결국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저그의 지배자가 된 이래로 최초의 패배를 맛본 그는, 무수한 저그 병사들의 시신을 행성 샤쿠러스의 지표에 남겨둔 채 묵묵히 우주로 떠났다. 그리고 승리한 자들의 환호가 시작되었다.
수도는 열광하는 인파들로 들끓었다. 개선장군으로 돌아온 비수는 그의 얼굴을 먼발치에서라도 한 번 보려는 민중들에게 파묻혀서 옴짝달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프로토스를 종족 전체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출한 위대한 영웅이었다. 감히 우주 최강이라고까지 불리는 마에스트로를 완벽하게 격파하고 돌아온 새로운 지도자에게 보내는 민중들의 환호는 실로 엄청났다. 비수는 명실상부한 프로토스의 새 지도자였고,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간신히 대통령궁으로 돌아온 비수는 갑옷조차 벗지 않은 채 바로 이층의 한 방을 찾아갔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그는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의 머리맡에 두 번 접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는 종이를 펴 보았다. 편지였다. 수신자도 발신자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수신자도 발신자도 너무나 확실한 편지였다. 내용은 단 한 줄이었다.
‘자네에게 맡겨놓은 자리를 되찾으러 곧 돌아오겠네. 본래 내 것이니까.’
비수는 고개를 들어 창 밖의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천천히, 그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그는 활짝 웃으며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행성 샤쿠러스의 수도는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환호성에 떠들썩했다. 그 가운데 프로토스의 전(前) 지도자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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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3일.
곰TV MSL 결승전 김택용(P) 대 마재윤(Z) 경기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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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면서 몇 마디 추가합니다. 마무리 부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 원래 강민 선수의 광팬입니다. (광민이니까 광팬?) 그런고로 곰TV MSL 4강에서 강민 선수를 3:0으로 박살내 버린 김택용 선수에게 호감을 품기는 곤란했지요. 하지만 '플토빠'들이야 원래 한마음인고로, 같은 프로토스인 김택용 선수를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이 첫 번째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곰TV MSL 결승전, 김택용 대 마재윤 경기를 불과 한나절 앞둔 상태에서 응원글 삼아 썼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김택용 선수가 이겨 주더군요. 천하의 마재윤 선수를, 그것도 또 3:0으로. 정말이지 경악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김택용 선수가 정말 이겨버렸으니 이 글도 마무리가 필요하겠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원래는 결승 다음날 써야 했겠지만, 본래 게으른 탓도 있고 또 프로리그 중계권 문제 때문에 시끄러운 탓도 있어서 잠시 보류해 두었지요. (게다가 2편의 댓글수가 1편의 절반 이하로 줄어버린 슬픈 현실도 있고 말입니다. 엉엉.) 그러다가 주말을 맞아 짬을 내어 썼습니다. 저는 플토빠입니다. 그러나 결말 부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여전히 광민선수의 광팬입니다. 그런고로 다음 MSL에서는 광통령이 다시금 돌아와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물론 김택용 선수, 광통령에게 실력으로 빼앗은 그 자리를 다른 이들에게 쉽사리 빼앗기면 곤란합니다. 그 자리를 가능한 한 오래도록 지켜주길 바랍니다.
하나 둘 셋 강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