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말씀부터 드리고 시작할게요.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저런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죠.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자존심에 상채기를 내기도 하지만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이 함께 태동한다는 측면에서
갈등은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며칠 전부터 게시판을 달군 어떤 문제가 있었어요.
늘상 있는, 그런 이야기거리라고 생각한 일이 이렇게 저렇게 가지를 치다보니,
한국 게임계의 유력한 분들까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비판하고, 나아가 시청자들의 동의를
직접 구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네요.
어떤 분들은 '일게 자게에서 뭐하는 거냐'라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이런 류의 일을 해결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절차와 약간 어긋나는 진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구요,
입장 표명을 조심스레 하라는 운영진의 교시^^도 있었네요.
저와는 약간 생각이 다르지만, 그런 분들을 포함해서 모두들,
'안그래도 위태위태한 게임계가 분열까지 해서는 미래가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서시는 것 같아, 보는 제가 다 흐뭇합니다.
생각해보면 이번 일이, 나름대로 뿌리가 있는 갈등이다보니,
이곳의 식구들의 입장도 여러갈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게임관련 방송사들 사이의 순절차적인 문제였다면 일반적인 형식에 따라 일이 풀려나갔겠지요.
하지만 이번 일은 기왕에 제기되었던 여러 가지 불만과 문제제기에 어느 정도 관련을 맺고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윤열선수에 관한 이야기, 종족논쟁, 맵논쟁과 무관한 갈등은 아니라는 말씀이죠.
그에 대한 논의들과 토론들도 이 곳에서 이미 이루어졌거나 진행되고 있고,
주최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청자들의 오해나, 억측같은 부분에 대한 해명도 겸해서 할 말이 있을 수도 있기에...
기왕에 진지하게 논의되는 곳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측면도 있겠지만
뭐 액면 이상으로 심하게 추측해서 말을 붙이는 것은 조심해야 할 듯 하구요. ^^
제가 보기에,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하게, 유저들과 시청자들 앞에서 밝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공론화, 라는 표현이 매체 가리고, 게시판 가려서 진행되는 어떤 과정을 가리키는 단어는 아니겠지요.
스타를 좋아하고, 엄재경님, 이승원님, 김동수님의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즐기고,
온게임넷과 겜비씨에 돈을 내는 유저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건 훌륭한 공론화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곳이 PGR21닷컴이라면 더더욱 나쁘지 않구요. ^^
스타가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글이 좋아서 이 곳에 온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이라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네요.
문제는,
기왕에 불거진 갈등을 시청자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해소하고,
많이 제기되는 불만들을 보듬어 더 나은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그런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지
'왜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절차적인 문제, 당사자들만 관련된 문제들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여러 측면에서 엮인 문제나 (혹시나 있다면) 감정적인 문제들은
별개로 털어버리는 그런 실용적인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일을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흐뭇했던 것은
역시 스타를,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목에 힘을 주거나 격식을 차리기 보다는
누구와도, 어떤 곳에서도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다양한 비판과 비난에 스스로를 노출시킬 수 있는
그런 자신감과 성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말은 쉬워도, 이 험한 바닥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용기라고 생각해요.
GG정신, 매너껨정신....
이런 것이 한국 게임계의 정신이잖아요.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식용오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