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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15 00:22
동화같은데 보면 주로 양을 꾀어내거나 잡아먹는게 늑대죠. 그 손에 밀가루 뭍혀서 양 털어먹는 동화나 양치기 소년이나. 양이 순결함의 상징이니까 그 양을 사냥하는 늑대는 순결의 상징을 사냥하는 녀석인거죠. 아마 그런 이미지가 여차저차 된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막 떠오른 생각입니둥
10/02/15 02:21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새해는 호랑이의 해라는데, 늑대 이야기가 먼저 화두가 되네요.
우선, 길들여진 반려동물로서의 개, 즉 동반자로서의 외양을 가졌으나, 그 본질은 포식을 의욕하는 야수에 속하는 늑대의 정체성에서 출발해볼 수 있겠지요. 여성들은 동반자로서의 개라고 생각하여 방어기제를 완화하지만, 실제로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성을 간직한 적에게 대문을 열어준 것일 뿐...이건 잡소리고(물론 엉큼하다는 말이 가진 내포와 외연의 상반, 개와 늑대가 가지는 정체성의 경계에서 출발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상징주의적 해석이 가능한데, 굳이 그렇게 새해부터 머리가 아플 필요는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엉큼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을 순결을 사냥하는 육식동물로 간주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곧 남자들, 정확히는 수컷들의 형태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우직한 일관성으로 승부해 오는 곰(실제로는 영리하지만, 인간과의 교전에서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 경향도 분명 존재하죠), 위엄있는 단독행동의 범, 사자 등 고양이과의 대형 맹수들... 그리고 당시 가장 흔한 적이었던, 개과의 군집동물, 늑대들과 일부 남자들의 유사성을 발견해냈죠. 질문자께서 언급하신 엉큼하다는 말의 뉘앙스를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엉큼하다, 늑대다 라는 뜻은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조심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라는 뜻이지요. 더 정확히 말하면, 방심하지 말라. 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일입니다. 결국 늑대 정도는 방심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얘긴데, 여자들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한 남자에게 호랑이도 사자도 아니고, 왜 고작(?)늑대의 이름을 붙인 것일까요. 혹시 고대 형법전을 연구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기가 절도나 강도보다 훨씬 더 중하게 처벌되었던 국가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도둑은 대비하면 막을 수 있지만, 속이는 것은 대비하고 있어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하지요. 사람들은 맹수들에게도 같은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범이나 표범 같은 대형 고양이과 맹수들의 경우, 불을 피우고 여럿이 모여 지나가는 것으로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이나 인원수라는 '힘'에서 밀리게 되면 그들은 두말없이 사라졌지요. 하지만 군집을 형성하여 사냥하는 개과의 야수, 늑대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개의 친척답게 불이 직접 몸에 닿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의 허장성세에 속지 않고 무기를 든 장정이 없다면 사람이 많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빈 틈을 노려, 결국 사냥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늑대들이 얼마나 교활했느냐면, 개로 위장하여 대낮에 민가의 마당에 태연히 걸어들어와서는, 닭장의 빗장고리를 주둥이로 들어올려 열고 닭을 물어갈 정도였다고 하지요. 무엇보다 다른 맹수들과 늑대가 다른 점은, 배고플 때 먹이가 지나가면 덮친다. 라는 단순한 공격과 후퇴의 개념에서 진일보하여, 정찰과 매복, 위협과 포위의 복합적 행위로서의 사냥을 행하였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단독으로는 그렇게 무섭지 않은 동물인(사실 개와 크게 다르지 않죠) 늑대가 얼마나 철저하고 집요하게, 은밀하게 자신들을 사냥하는지 그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사냥꾼의 속성으로서의 엉큼함을 늑대에게서 찾아낸 것입니다. 조악하게 비유하자면, 범이나 곰 같은 녀석들이 강도라면, 늑대는 사기꾼이라고 본 것이지요. p.s :스크롤의 압박에 주욱 내리셨다면, 단 한 줄로 요약해 드리는 것이 애프터서비스 정신이겠지요. 남자들은 엉큼하다, 늑대다 라는 말은 간단합니다. 걔네 강아지 아니니까, 물리기 전에 묶어놓고 키우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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