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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28 20:17
류시화님이 쓴 글을 다 읽어보세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지금 내가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등등 시집도 있고 잠언집도 있고, 여행수기도 있지만.. 정말 괜찮은거 많죠~ 지구별 여행자도 좋구요~~~ 전 스물한살때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류시화 전집(?)을 읽었는데.... 지금생각하면 청승맞기도 하지만.. 그땐 뭔가 정말 좋았었던듯...
09/09/28 20:32
제가 20대 초반에 읽은 건 신현림의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랑... 최영미의 [꿈의 페달을 밟고]랑,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다 유명한 것들 뿐이군요.
09/09/28 21:24
공지영님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읽어보셔요. 시 한편을 소개해주고 그에 관련된 수필을 적은 책인데,
거기에 실린 시들만 읽어도 될만큼 좋은 시들이 들어있어요.
09/09/28 21:58
시집이 아니라 시를 하나만 추천하시라 하시면 허연의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40대 시인이 쓴 시지만 중년뿐만 아니라 20대의 청년에게도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합니다. 전문 옮깁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허연 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처연하게 늘 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반짝이며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반짝였고, 무슨 넥타이 부대나 도둑질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푸른 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나는 나를 만들었다. 나를 만드는 건 사과를 베어 무는 것보다 쉬웠다. 그러나 나는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 것이다.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 무슨 법처럼, 한 소년이 서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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