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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30 00:42
일단, 글쓰신 분과 아버님께서 치료받았던 방법이 같았던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한의학에서는 어떤 질환을 병명, 으로 이해하기보다 병증, 으로 이해한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이 병증이라는 개념은 약간 전신적인 불균형, 의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하고, 이때 이 병증이 포괄하는 '현증'(흔히 말하는 증상, 혹은 징후와 같은)이 여러가지가 있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납득하시기에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한의학에서는 치료에 있어서 '현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병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증상인데 같은 치료를 하거나, 서로 같은 증상인데 다른 치료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대증적 성격이 명확한 치료방법도 존재하여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는 분들도 계시기는 한데, 그건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느냐에 따라 다른, 일종의 개성이랄까요. (아마 글쓰신 분을 치료하신 한의사 선생님은 사암침쪽 공부를 하신 분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만..) 현재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과제라면 대중에 대한 접근성이 될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의 과학화를 논하기도 하고, 세계화를 논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이 현대의학, 혹은 현대과학과 큰 격차를 두고 있는 탓에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의학의 이론을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을 구성하면 현대과학에 맞지 않고, 현대과학에 맞는 모델을 설정하면 한의학의 이론에 맞지 않는, 그런 모양새가 나온다고 할까요. (실제로 한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문모델 하나 설정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한편 한의학의 이론 자체가 기존에 우리가 필수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상아탑처럼,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되기 쉽고, 한편 그 난해함이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또다른 숙제를 남겨주는 경우 역시 빈번합니다. 이 역시 대중에의 접근을 위해,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의학이 대중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닌, 임상의학으로써의 가치를 높이자, 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의학이라는 것이 학문의 카테고리에 있을 때는 그 이론적 바탕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의료라는 영역에 들어서게 되면 가장 중요시 되는 건 결국 환자가 호소하는 주소의 개선, 그리고 환자가 갖고 있는 질환의 치유가 되니까요. 그러한 점에서 조금 더 효과적이고, 대중이 느끼기에도 명확한 치료적 근거가 되는 것을 찾고자 애쓰시는 분들이 많기도 합니다. 다만, 한의계에 있어 내부적, 외부적 과제 역시 미결상태로 산재되어 있고, 아직은 이론적 연구나 학문의 발전보다는 임상에 나아가 진료를 보고자 하는 인력이 많은 탓에 그 수많은 과제들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 되겠습니다만, 차차 인력의 포화가 일어나고 진료가 아닌 연구인력이 늘어나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많은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답니다. 답을 달다보니 지나치게 멀리 간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조금 정리를 해보자면, 어느 정도, 로 신뢰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딱 잘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1세기 들어 이전에 비해 각종 저널에 한의학 관련 논문이 많이 실리고 있기는 한 추세이기는 합니다만, 처음에 언급하였듯이 현대의학 혹은 현대과학과의 효과적 접점을 찾는 것이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의학이 근거가 없는 의학, 인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근거를 찾기 위한 실험모델을 설정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하면 이해되실까요?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임상하시는 분들의 목표는 최대한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보여주고자, 매진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네요. 사실 논문 한 편 환자에게 들이미는 것보다 어깨 아프셔서 오신 분 침 놔드리고 안 아프게 해서 보내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물론 현 단계에서도 논문쓰는데 전념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지만 아직 그 수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랍니다. 저희 자체 내에서는 시간이 답인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선배, 후배, 그리고 제가 짊어진 과제라고도 생각합니다. 더 질문이 있으시면 쪽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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