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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09:45
부채 탕감은 당연히 자주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나 제노바의 은행 가문 여럿이 골로 가기도 했고, 신대륙에서 오는 막대한 부는 결코 적은 규모는 아니었습니다만, 제국 전체 재정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라 스페인 세수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했던 카스티야 지역의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는 등 많은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스페인도 세금을 올리고, 빚 탕감을 위한 기금을 확보하고, 고리 단기채를 저리 장기채로 강제 전환하는 등 여러 수를 써봤지만 결국 스페인이 완전 골로 갈 때까지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서..
근데 이런 채무불이행은 딱히 스페인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유럽 국가에선 생각보다 자주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은행과 왕실은 단순한 채권자-채무자의 관계는 아니었고, 정치적 사업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파트너 관계였기 때문에(때로는 갑-을) 재정이 좀 어렵다 싶으면 일단 은행 이자 지급부터 미루는 건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스페인처럼 웅장한 규모로 배를 째는 건 아니었지만요. 펠리페2세 시절의 재정과 파산의 역사는 웬만한 스페인사 책에서는 대부분 다루고 있는 내용이니 스페인 역사책 아무거나 사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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