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편이네요.
반응이 좋아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쓰고있습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주세요.
1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5806
2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5826&sn1=on&divpage=8&sn=on&keyword=a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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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디디디. 띠디디디.
아침을 알리는 딱딱한 기계소리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으응.”
밉살스런 알람시계를 끄기 위해 머리맡을 더듬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오. 으으.”
정신이 들자마자 무지막지한 숙취가 머리를 강타한다. 도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거지? 간만에 주찬이와 대작(對酌)이어서 그런지 기분에 취해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신 것 같다. 젠장, 아침 일찍부터 강의 있는데... 망했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누워버릴까 하다가 이제 철없는 새내기가 아님을 깨닫고 억지로 자리를 턴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대충 씻고 학교로 나섰다. 학교로 가는 아침 지하철은 언제나 만원 지옥이다. 출근 길, 등교 길, 장사 길 각자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로 지하철이 가득 붐빈다. 아마 이 지하철 지옥은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것 이다.
- 이번 역은...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흐른다. 후우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이번 역은 사람이 많이 내리지만, 내린 사람 수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타기 때문이다. 이윽고, 지하철 문이 열리고 우르르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빠져 나간다.
“후우. 후우.”
사람이 한창 빠져서 숨 쉴 수 있을 때 마음껏 쉬어둬야 해. 하지만, 그 자유의 시간은 정말이지 찰나에 불과하다.
우르르 엄청난 인파가 불쾌할 정도로 다시 지하철을 가득 채운다.
“욱.”
이대로 있으면, 납작하게 눌린 호떡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숨이 턱턱 막히자 어제 잔뜩 마셨던 술기운이 다시 확 올라온다.
토, 토할 것 같아. 현기증난다. 그때 지하철이 덜컹 흔들렸고, 그 순간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문 쪽에 바짝 붙어있던 여자에게 부딪혀버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헉하고, 숨을 꿀꺽 삼켜버린다. 여자에게 부딪혀서는 안 되는 곳에 부딪혀버렸기 때문이다. 물컹한 이질적인 감촉이 어깨에 전해진다. 으아, 어떡하지?
정말 소위 말해 쪽도 이런 개쪽이 없다. 아 쪽팔려. 얼굴이 화끈거린다. 부딪힌 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짜증날까. 거기에 나 지금 술 냄새도 날 텐데, 어쩌면 성희롱으로 신고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등줄기에 식은땀도 흘렀다.
일단 사과부터하자. 이 북적한 와중에 조심히 여자에게만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최대한 미안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절대 신고 당할까봐 그런 건 아니다. 근데 성희롱으로 신고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괜찮아요.”
나의 기우와는 다르게 여자는 오히려 너그럽게 상황을 웃어넘겨 준다. 나는 다시 한 번 여자의 아량에 고개를 꾸벅하고, 감사를 표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부딪힌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는데, 순간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만큼이나 얼굴도 착한 것 같다. 과하지 않은, 수수한 화장부터 옷차림까지 청순한 매력이 한껏 느껴지는 여자랄까?
쌍꺼풀 없이 크고 둥근 눈에, 밸런스 잡힌 적당한 크기의 코, 앙증맞다고 생각되는 입까지. 이런 이목구비들이 오밀조밀 작은 얼굴에 붙어있다. 거기에 피부도 새하얗고... 생각해보니 완전 내 이상형이잖아?
순간 부딪힌 걸 미안하단 핑계로 수작이라도 부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가,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 ‘저기요, 죄송해서 그런데 식사라도 대접 할게요’라고 할 만한 철면피가 내겐 없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어느새 지하철은 학교까지 다다랐다. 치익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지하철을 빠져나왔다.
“역시 그래도 번호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지하철을 탈출하자마자, 갑자기 아쉬움이 몰려온다. 그 여자... 참 예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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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를 향해 손짓하며 다가오고 있는 녀석은 김현중이었다. 나보다 두 학번 아래인 녀석은 복학한지 얼마 안 된 후배였는데, 나름 죽이 잘 맞아서인지 선배후배 하는 사이에서 금방 형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어, 왔냐?”
“형 점심 같이 드실래요? 새내기 여자애들 밥 사주기로 했는데.”
녀석의 제안에 몸이 움찔 반응한다. 그래, 지연주 그 악마 같은 계집애랑 커피마실 바에야, 이쪽이... 하지만, 나는 눈을 딱 감고 녀석의 제안을 거절한다.
“미안, 선약이 있어서.”
“그래요? 아, 밥 먹고 잠깐 짬나는 시간에 같이 당구라도 치고 싶었는데!”
큭 가고 싶다. 이쪽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약속을 어겼을 경우 바가지를 박박 긁어댈 연주의 얼굴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이성이 본능을 억눌렀다.
“다음에... 다음에 가자.”
“예 그럼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봐요 형.”
나는 멀어지는 현중이의 모습에 질끈 눈을 감았다. 당구, 당구! 하, 이렇게 멀어져 가는 구나.., 당구 안녕. 신입생들도 안녕.
위이잉.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을 쯤, 때마침 전화가 울린다. 나는 직감적으로 연주의 연락임을 알아챘다. 지연주, 이 나쁜 계집애! 현중이 녀석을 안 만났다면 모르겠지만, 만나고 나니 괜히 연주의 전화가 얄밉다.
“여보세요?”
- 선배 어디에요?
“여기 경영대학건물이야.”
- 거기 1층 문에 계속 있어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알았죠?
“네.”
뚝.
하지만, 역시 전화를 받고나면 한 마리 고분고분한 양이 되어버린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연주 덕분에 전공 수업에서 묻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젠장, 아무래도 이번학기 끝나기 전까지는 저당 잡혀버린 것 같다.
“에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푹 나온다. 이래봬도 고학번인데. 선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뭔 한숨을 그렇게 푹푹 쉬어요?”
헉! 하마터면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얘는 무슨 닌자라도 되나, 나타나는데 기척이 없어.
“어 왔어?”
“네. 그나저나 오늘 언제까지 공강이에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시간표 어플을 켰다. 그러니까, 오늘이 수요일 이니까... 두 시까진 공강이다.
“두 시부터 수업이야.”
“선배는 참 큰일이네요. 스마트폰 없었으면, 어떻게 이 험한 세상 살아가려고 했어요?”
“그러게. 하하하.”
나는 굉장히 멋쩍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너털웃음을 터뜨려보였다. 연주는 그런 나를 살짝 째려보다 이내 피식 웃음 짓는다.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으면, 여유롭네요. 학교 밖으로 가요. 제가 좋은 카페 알거든요.”
좋은 카페가 아니라 비싼 카페겠지. 속마음을 시원하게 외치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나질 않는다. 참자 참어!
나는 연주의 이끌림대로 질질 학교 밖으로 끌려 나가 하나의 카페에 도착했다.
- 카페 허니.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 카페인건가? 분위기부터 물씬 프랜차이즈 카페들과는 다르다. 나쁘진 않네.
“음 저는 푸라푸치노 마실래요. 선배는요?”
나는 쭉 메뉴판을 보다가 결국 아메리카노를 지명했다.
“나는 아메리카노로.”
이게 제일 싸잖아.
“여기 아메리카노랑 푸라푸치노... 아이스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스로 주세요.”
주문을 마친 연주가 나를 보며 고개를 계산대로 까딱거린다.
“네, 11,800원입니다.”
큭! 무슨 음료 두 잔에 만 원이 넘는 걸까.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종업원에게 카드를 건넸다. 이번 달 용돈도 이렇게 말라가는구나. 이번
학기는 알바하기 싫었는데, 이 페이스라면 또 용돈벌이를 시작해야할 것이다.
“수영 씨, 여기 음료 두 잔 만들어줘요. 프라푸치노랑 아메리카노.”
“네.”
계산을 마친 카운터 종업원이 음료를 만드는 종업원에게... 어?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지금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위이이잉.
푸라푸치노부터 만드는 그녀의 손길이 굉장히 바쁘다. 요란한 믹서소리가 현실감각을 되찾아 준다. 그래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냐.
그녀다!
두근 두근.
근 9개월 만에 심장이 콩닥거린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녀가 카페에 있었다.
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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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법 분량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