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토리에 대한 스포가 있을 수 있고 영화 감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다양한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간략한 제 감상은 놀란 짱짱이며, 가능하면 아이맥스로 보라 입니다.
저는 독일에 거주하고 있고 여기는 이미 오펜하이머가 한창 상영중에 있어서 한국 개봉시기 보다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독일이다보니 원어에 독일어 자막이 있는 걸 선택하였지만, 내용을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하고 대략 60 퍼센트 가량은 이해를 했다 생각 됩니다.
사실 이부분 때문에 관람을 망설였으나 지난 주 부터 방영 된 알쓸별잡을 보고 관람을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관람 후 놀란 감독이 출연한 방영분을 보니 잘 봤단 생각을 했구요.
대학교 학부 시절에 '영화 철학' 이란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교수님은 아직 체계화 하지 못한 이론이지만 영화의 3대 구성 요소로 '서사', '영상', '음악(소리)' 를 설정 하였습니다.
영화에서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세개의 요소가 잘 어울러지고 잘 표현한 영화를 훌륭한 영화라고 하셨구요.
이런 기준에서 보면 놀란의 영화는 매우 적합한 예시가 됩니다.
서사는 단순히 한 인물의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한 서사 구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스트라우스 대령의 시점과 서사, 위원회(?)에 불려가서 취조 당하는 오펜하이머의 서사,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진술을 기반으로 원자폭탄을 완성하기 까지의 서사를 보여 줍니다.
메멘토처럼 헷갈리지 않고 적재 적소에, 새로운 폭탄을 만드는 어려움과 그 결과에 따른 고뇌를 잘 보여줄 수 있게 서사를 배치 하였습니다.
스트라우스 대령의 서사는 흑백으로 처리하여 좀 더 시대극의 느낌이 들었지만 단순히 서사를 구분하려는 의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시간순서로 나열하였어도 어느 정도 주인공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세계가 나치의 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절박함과 다급함부터 시작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난 후, 자기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게 되는 두려움과 그로 인한 고뇌를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제목이 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놀란 감독은 cg 를 최대한 지양하고 실사 촬영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이번 영화 제작 과정에서 실제 폭발을 찍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구요.
실제 영화로 보니 진짜 폭발의 느낌이 확 와 닿았습니다.
마이클 베이식의 폭발이 아닌 정말 폭탄이 터지는 느낌이고, 이래서 실제 폭발을 고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놀란이 미드웨이를 감독하고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롤란드 에머리히의 영화는 게임 시네마 컷을 보는 느낌으로 감상했는데, 놀란이라면 실제 항모 사이즈의 배를 구해서 유폭되는 과정을 실사로 촬영하지 않았을까 하네요.
그리고 그 당시 전투에 임한 장병들의 긴장감과 치열함이 더 깊이 와 닿았을 것 같구요.
영화 후반부에 이어지는 청문회 장면과 위원회 장면은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원어의 압박으로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대략의 내용과 그에 따른 주인공의 고뇌, 인물의 갈등 부분은 느낄 수 있었는데, 나중에 한글 자막판이 유튜브 같은 곳에 올라오면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한글 자막 없이, 백 퍼센트 대사를 소화하지 못하였지만, 극장에서 보길 잘 했다고 생각 합니다. 같은 이유로 '1917' 과 '덩케르크' 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는데, 매우 후회했습니다.
놀란의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그 진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영화 입니다.
그리고 저는 일반 상영관에서 봤지만 가능하다면 아이맥스로 보시길 권합니다.
아! 그리고 영화 감상 전 역전다방의 채승병 박사의 원자폭탄 설명 부분을 복습했는데 원자폭탄의 어려움과 고민, 제작 과정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쉽게 이해 되었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복습하시고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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