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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2/03 01:03:47
Name youknow04
Subject [일반] 인간의 신뢰성에 대한 숏포지션
1. PGR을 읽어오긴 했는데 글쓰기 버튼이 워낙 무거운 곳이라서 글을 써보는건 처음이네요.
커뮤니티 중에서는 대체로 정보밀도가 높고, 텍스트 기반의 정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곳 같아서 저도 조금 기여를 해보고자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미국주식과 비트코인에 대해 어느정도 전문성이 있는 개인의 생각과 경험중에
글의 정보밀도를 높일 수 있는 덜 흔한것들을 써보려고요

2. 개인적으로 몇가지 방면에서 인간(집단)의 신뢰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인데,
그중에 하나가 인간이 만든 정치집단이 신용화폐를 더 찍어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극복할 수 없고,
예상이 빗나가서 혹시나 계속 견디더라도 어차피 무난한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정도가 결과인지라 이쪽에 장기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가정하는 생각 자체는 흔하긴한데,
진지하게 행동으로까지 옮겨서 KRW숏포지션(=대출) + 대부분의 자산을 비신용화폐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저는 예전에 행동으로 옮겼었고,
그래서 인터넷에 흔한 포지션 없이 주장만 한다거나, 혹은 길어야 1-2년 수준의 매매에 대해 얘기하는 글이랑은 좀 다를거에요.

3. 개인적으로 기진 비신용화폐 자산은 대체로 우량주 위주의 미국주식인데,
예전부터 그렇게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보니 세금과 관련한 재밌는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많은분들이 아시겠지만 미국 주식은 매도로 수익을 "실현" 하면 수익에 대해 22%정도의 세금이 발생합니다.
흥미로운건 적어도 1년 단위의 수익실현과 그에 따른 세금납부(A)를 디폴트로 가정한다고 하면,
수익을 전혀 실현하지 않았을때는(B) 그것이 A에 비해 세금으로 나갈 돈을 "무이자"로 대출(=신용화폐 숏포지션)해서 포지션을 타는것과 동치라는 겁니다.
게다가 이 무이자 대출은 혹시나 투자가 실패해서 손실을 보면 손실을 본만큼 대출금 상환 의무가 없어집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좋은 대출이 또 다른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을 x, 투자년수를 n이라고 라고 할때 (1+(1-0.22)x)^n 과 (1+x)^n 은 어마어마한 복리차이가 발생합니다.
결국 애초부터 사면 안팔아도 되는 우량주나, 혹은 위험하지만 극단적으로 잘된 시나리오를 가정했을때 안팔아도 되는 주식을 사게 되더라고요.
후자중에 잘된게 TESLA 였는데, 글을 쓰는 현시점 +761% 수익상태이고, 여전히 앞으로도 팔 생각이 없습니다.

4. 그러다가 2017년쯤부터 눈에 들어온게 비트코인이었습니다.
디지털쪼가리를 미국 우량주식의 비중으로 자산에 편입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신뢰성에 대한 숏포지션 측면에서는 여기에도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일단 정보를 다루는 신뢰성 측면에서, 사람이 백업 없이 비밀번호를 분실하는건 너무나도 흔한 일인데,
이 비트코인이란 디지털쪼가리는 비밀번호를 분실하면 기술적으로 다시는 찾을수가 없더군요;
기술적으로 총 발행량이 제한됐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총 발행한도가 정해진게 아니라
오히려 일부가 매년 영원히 유실되어 실질적인 총발행량이 줄어드는 디플레이션 화폐라고 생각이 됐어요.

5. 4번과도 조금 유사한 시각인데, 인간의 물리적 신뢰성이 비지니스용 IT인프라 수준으로 높지가 않습니다.
매우 많은 n명이 비트코인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면, 매년 그중에 일부는 갑작스럽게 사망할겁니다. (딱히 그걸 바라는건 아니고, 그게 사실이니 거기에 베팅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은, 그런경우에 유족이 자연스럽게 고인의 BTC를 상속받거나 하는 구조도 없더군요.
결국 이런부분도 BTC 디플레이션에 기여하게 되고, TESLA같은 느낌으로 개인 자산 포트폴리오에 조금 편입하게 되었어요.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글이나, 단기 재테크 성과에 대한 글들은 흔한데,
진짜 진지한 경험 얘기는 없어서 작성해봤습니다.
써놓고보니 4,5번은 BTC에 부정적인 분이라면 애초에 무의미하기도하고,
BTC에 긍정적이라도 kelly 같은거를 고려하는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BTC에 자산대비 많은 비중을 베팅 할 수가 없으니
좀 더 일반적으로 유용한 팁은 3번정도네요.
이런 글 재밌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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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3 01:40
수정 아이콘
매우 공감합니다. 장기투자, 인플레이션 헷지관점 두 가지 다요. 잘 읽었습니다
No.99 AaronJudge
23/02/03 01:44
수정 아이콘
2번 3번 인상깊네요….
김재규열사
23/02/03 01:45
수정 아이콘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다는 것이 증권사를 통해 신용거래를 하신다는 것인지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youknow04
23/02/03 14:41
수정 아이콘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입니다.
저금리&고정금리로 초장기로 빌리면서 일상의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없게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대출할 수단이 그 외에 딱히 없는것 같아요.

어차피 살아야 할 집은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실거주 1주택은 부동산 롱포지션을 탄게 아니라 부동산 중립포지션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니 포지션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자산수익률에 합산하지 않고 있었는데 부동산도 많이 오르긴 했네요;
기다리다
23/02/03 01:51
수정 아이콘
전 말씀과 비슷한 의미에서 (장기적)달러 똥 휴지론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실물 금 + 이번에 비트코인 매입 이렇게 해놓았습니다.
프즈히
23/02/03 02:0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는 4,5번이 인상깊네요.
그럼 혹시 비트코인 투자 하셨다면 보관을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4,5번 관점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시면 자주 망하고 털리는 거래소에 보관하시거나 (비번을 잊기 쉬운) 개인지갑?이나 둘 다 매력적인 보관처가 아닐 것 같아서요.
youknow04
23/02/03 14:44
수정 아이콘
BTC보관은 제 경우에는 지금 특수한 상태라서 일반적인 팁에 도움이 안될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하드웨어월렛]+[두개를 합쳐야 온전해지는 백업키]+[와이프한테만 상태 공유] 로 하고 있었습니다.
youknow04
23/02/03 15:04
수정 아이콘
빨간색 만드는 방법이 []로 감싸는거였군요
소독용 에탄올
23/02/03 02:30
수정 아이콘
생존주의 쪽으로 가는것이 아니라면 믿는데 얼마나 믿느냐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한다는것 자체가 사실 인간(집단)에 대해 신뢰한다는 이야기고, 신뢰도를 어느정도 잡느냐 하는 미세조정이라 어렵죠….
고구마줄기무침
23/02/03 02:37
수정 아이콘
3번 재미있네요. 그래도 250만원씩 익절은 하시겠죠?
youknow04
23/02/03 14:51
수정 아이콘
이런건 다들 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꼬박꼬박 했는데 요즘은 잘 안합니다.
250만원의 22%면 50만원 정도인데
일단 증권사에는 동일주식 수익에 대해서는 대체로 평균매입가만 취급해서 선입선출 방식을 지원해주지 않기도 하고,
수수료와 그 외의 매매비용(transaction cost)을 생각하면 50만원에서 한참 모자라게 되기에
그거 얻자고 이래저래 고민하느니 KRW채굴(현업)에 더 충실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손매매로 단기적 수익을 내지 못하는 똥손인데, 은근 손대기 시작하면 중독성이 있는것 같아서 아예 멀리하고 있습니다.
nm막장
23/02/03 05:46
수정 아이콘
재미있습니다. 다 이해가 된건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어서요.
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똥망....이긴 합니다. 저의 실수는 우량주가 아니었다는 것...)
23/02/03 08:35
수정 아이콘
오 재밌네요 크크크크
23/02/03 08:51
수정 아이콘
3번은 리스크가 있긴하죠
우량주인줄 알고 샀는데, 장기적으론 우량주가 아니었다든지...
及時雨
23/02/03 10:03
수정 아이콘
전에 하드디스크 쓰레기장에 버려서 영영 비트코인을 못 찾게 된 사람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23/02/03 10:44
수정 아이콘
안팔아도 되는 우량주는 어떤식으로 수익을 실현하게되는 건가요?
남한인
23/02/03 13:10
수정 아이콘
주식 담보 대출로 유동 자산화하는 모양입니다.
youknow04
23/02/03 14:58
수정 아이콘
주식담보 대출은 하지 않습니다.
주택(부동산)담보 대출에 비해서 금리가 높고, 기간이 짧아서 장기투자용으로 적합하지 않은것 같아요.
youknow04
23/02/03 14:57
수정 아이콘
수익을 실현(KRW로 바꿔서 저장)하지 않습니다.
옛날 어르신들이 집에 금붙이 모셔놓은걸 요즘 금시세에 따라 손익을 생각하며 사고팔지 않듯이,
가치저장 자체를 비KRW로 하는 방향입니다.

생활에 필요한 KRW는 노동으로 벌고 잉여자금을 비KRW로 바꿔서 계속 저장하는 쪽입니다.
KRW유동성이 정 급해지는 언젠가의 시점이 오면 조금씩 팔아서 KRW로 바꾸거나,
아니면 KRW를 벌지 못하는 은퇴시점에서 슬슬 소모하는쪽이 될것 같아요.

개인적인 희망사항은 주식은 배당금이 조금씩이라도 나오니까, 은퇴시점에선 노동을 안해도 배당금으로만 생활이 가능해지면 좋을것 같아요.
은때까치
23/02/03 16: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코인을 싫어하는것만 빼면 저랑 생각이나 투자패턴이 너무 똑같으시네요
글쓴분과 똑같은 논리로, 저도 본격 투자 시작한 18년 이후 단 한번도 실현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죽을때까지 그러고 싶습니다)
제 전재산의 80% 가량은 S&P와 운명을 같이하구요....
저는 심지어 원천징수 비율을 80%로 바꾸는것까지 고려하고 있어요.

역시 사람들 생각이 비슷하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youknow04
23/02/03 20:01
수정 아이콘
수렴진화 같은 느낌이네요. 반갑습니다.
23/02/04 07: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진지하게 행동으로까지 옮겨서 KRW숏포지션(=대출) + 대부분의 자산을 비신용화폐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더라고요.-> 전 오히려 대부분 사람들이 부동산(집이나 빌딩 어느것이건) 대출로 사서 갚아나가는 행위가 정확히 이거라고 봐서 대부분 하고 있다고 봅니다만…
또 대부분 건물주들이나 집주인들이 월세 받는게, 수익실현 안하고 배당받는 것이랑 구조는 비슷하죠. 그러다 죽을때는 어쩔수 없이 상속증여세 내야하는것도 비슷하고…
youknow04
23/02/04 15:35
수정 아이콘
하긴 그러고보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담대를 끼고 있긴 하네요.
그 상태에서 주식으로 대부분의 자산을 넣고있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고 해야 더 정확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23/02/04 17:40
수정 아이콘
꼭 주담대 아니라 건물도 대출껴서 많이 매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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