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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3 01:05
중경삼림은 정말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작품 외적으로도 통편집 등으로 플롯이 불완전하고, 덕분에 금성무의 파인애플 이야기는 좀 흥미롭게 시작하지만 앞도 뒤도 없는 미회수서사가 되어버렸죠. 그러니 스토리에 대해서 절대로 좋은 평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https://youtu.be/Pxjlv21IjmY 생각해보면 진짜 별것 아닌 남녀 연애가 내용인데도 이 음악, 이 등장, 이 잘생긴 얼굴... 아니 영화라는 매체가 이렇게 편향적인 작품을 탄생시켜도 되는겁니까? 종합예술이 아니라 그냥 얼굴만 예술이잖아요. 그래도 좋습니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이상한 플롯조차도, '글로벌하고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홍콩'이라는 분위기를 강화시키는 덕분에 정말 단순한 연애 플롯조차도 '홍콩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남녀관계'가 되어버립니다 크크크크크. 네, 저는 중경삼림을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적어주신 내용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90년대=홍콩=스마트폰 없음, 이라는 것이 오히려 2020년의 관람이 가능한 특별한 영화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엇나감'이라는 것을 말씀하신 것처럼 중심적으로 (관점에 따라서는 '플롯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영화인데, 요즘 세상에서는 메신저도 있고, SNS도 있으니까요 흐흐흐. '동년배'나 이걸 보면서, 크으 이게 홍콩이지, 우리의 사랑이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10대 친구들에게는 정말로 혼란스럽고 말도 안되는 B급 영화라고 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2/10/13 03:47
느슨하게 연결된 두 개의 서사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 구조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성무와 양조위의 얼굴만 보면 뭐 아 이게 예술이구나, 이게 영화구나 싶은거죠 뭐 크크크크크
농담을 조금 섞었고, 저는 이상하게 이런 저런 최근 로맨스 영화들의 소재들이 조금 보였던거 같아서 재밌었어요. 어떤 기억에 대한 것이든, 외로움에 관한 것이든, 이야기가 90년대지만 묘하게 최근 로맨스 영화들에서 어떤 '감정적인 고점'을 활용하게 했던 느낌을 가져온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어찌보면 감정 과잉일 수도,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걸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씹어 삼키게 해주는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2/10/13 01:15
굳이 이해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볼필요는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영화가 주는 분위기를 느끼고 즐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왕가위 감독도 뭐 정확히 뭘 전달하겠다고 의도하고 만들지는 않았을것 같아서요.
22/10/13 03:48
네 그렇죠. 흐흐 다만 위에도 썼는데, 감정적인 요소만으로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분위기, 감정이 영화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기도 하고, 그 정서들로 이야기를 소화시키게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22/10/13 01:20
제가 틈나는대로 보고 또 보고, 정말 수도 없이 본 영화가 다섯 편 쯤 있는데
그 중 두 편이 지난번에 리뷰해주신 '블레이드 러너'랑 이 영화 '중경삼림'입니다 크 예전에 결혼하기 전 원룸에 살 때는 나름 그 시절 홍콩 비스무리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도 해놓고 지냈는데 지금 유일하게 남은 건 영화에 나왔던 트웸코 플립시계밖에 없네요 후훗 금성무가 임청하의 '마놀로 블라닉' 구두 닦아주는 장면이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잠깐 돌려 보고 자야겠습니다.
22/10/13 01:52
1995년에서 1997년은 정말 한국역사에서 드물게 평온한 해였어요. 마치 일본의 버블이 터지기 직전같은....
그 당시 제게 남은 기억이 하루키, 왕가위, 중경삼림, 타락천사, 접속... 같은 것들이네요. 그땐 중경삼림의 왕정문과 타락천사의 이가흔을 정말 좋아했었어요.. 양조위와 금성무도 말할 것도 없고요... 아이고 진짜 언제 얘기인지요...
22/10/13 03:50
저는 그 평온함?이라고 해야할까요. 혹은 그 갈 곳 없던 에너지가 개인주의와 함께 드러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제가 그때의 사람은 아니기에(정확하게는 말하기도 너무 어려운 어린 나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이지만요. 흐흐
22/10/13 03:51
멋진 영화. 맞습니다. 스텝프린팅이라, 뭐 영화가 화려하고 세련되서, 그런 거보단 그냥 멋진 영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네요.
22/10/13 03:51
저는 아직은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공존하는 영화같아요. 어쩌면 언젠가는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을까요? 흐흐
22/10/13 08:57
저는 중경삼림 타락천사 동사서독까지 좋아하고 덕분에 홍콩도 많이 갔죠. 한 다섯 번 쯤? 약간 어떤 환상이 있어요, 아직도 홍콩에 대한. 그런데 사실 몇번째인가에 갔을 때 (아마 주말이었겠죠) 시내 길거리에 가득한 외국인 (동남아) 메이드들을 보고 처음 실상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조금 그런 홍콩 사회에 대한 혐오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22/10/13 09:09
여행지와 사는 것과 보는 것과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겠죠. 아마 여행을 자주 가시다보니 그런걸 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중경삼림이 보여주는 것도 막 긍정적이진 않죠. 외국인 노동자, 마약상 등등… 역설적으로 그런 공간에서도 공통된 정서는 끌어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22/10/13 09:12
개인적으로는 금성무 임청하의 전반부보다는 양조위 왕페이의 후반부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배우들의 깊은듯 아닌듯한 생각에 잠겨 있는것같은 표정,이질감 없이 깔린 브금,물흐르듯한 나레이션에 그 시절 홍콩이라는 분위기가 잘 얹어지면서 보는 사람을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드는것 같아요.
22/10/13 09:15
개인적으로도 양조위의 후반부를 처음에 봤을때 좋아했던거 같은데, 이번에 두 번째로 보니까 이번엔 금성무 임청하의 전반부가 보이더라구요. 얼마나 찌질합니까 크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얼마나 얼굴빨?로 커버합니까 크크 결국 나레이션도 닿지 못할 이야기와 대화를 암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2/10/13 10:46
중경삼림 두번째 이야기는 50번 넘게 봤어요.
왕정문, 양조위, 몽중인, 캘리포니아드리밍. 지금도 LP바에 가면 몽중인 또는 Dreams(크랜배리즈) 신청하고 전화벨소리는 캘리포니아드리밍 입니다.
22/10/13 14:51
음… 처음에 흔들리는 장면에 이건 뭥믜? 하다가 금성무 얼굴 보면서 ’저런 얼굴 가진 사람이 통조림 모은다고???‘ 이러다가 호텔 먹방, 달리기, 통조림 먹방 보면서 ’음…? 이건 살짝 에바 아닌가?‘ 하다가 캘리포니아 드리밍과 양조위 얼굴 보면 그냥 넋이 놔지더군요 저는 흐흐흐흐;;
22/10/13 18:51
맞습니다 크크; 오죽하면 연쇄살인마 연기하고 싶다는 데 사람들이 다 연쇄살인마 되게 만든 나쁜 놈이 있을거고 죽인 놈들도 다 그럴만한 나쁜놈일거라고 이야기를 했죠 크크;
22/10/14 06:26
찌질한데 그 외로움, 실연에 대한 감정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아직까지 사랑 받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 즐거웠습니다.
22/10/14 09:27
개봉 당시에는 싫어한 영화였습니다
어딜가나 캘리포니아 드림 나오고 개나 소나 영화 혹은 영화 분위기 따라하고 한국 영화, 한국 방송, 한국 잡지도 영화 따라하고 심지어 마마 앤 파파스가 한국와서 캘리포니아 드림을 불렀죠 방송을 보니까 노래 부르면서 허덕거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나이먹었다는... 현실은 그랜마 앤 그랜파가 되버렸죠 그만큼 한국에서는 엄청난 신드롬이었기에 저는 저게 뭐야..하면서 아예 안봤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되고서 나중에야 봤습니다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왕가위가 가볍게 찍은 영화다 확실히 왕가위의 다른 작품보다는 확실히 가벼운 느낌이긴 했습니다 중경삼림 흥행 성공 후에 왕가위 영화가 인기를 얻어서 미개봉이었던 왕가위 영화가 개봉되고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줄거리가 도대체 뭐냐? 느낌에 실망하고 이탈한 분들이 많았다고 하죠 개인적을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게 만수르급의 아주 엄청난 갑부가 당신 찍고 싶은대로 찍으라고 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무한대로 주면 왕가위 감독이 진짜로 찍고 싶은 영화들이 나올거라는 느낌입니다 시간과 자본, 영화사의 압박으로 뭔가 제대로 찍지 못하고 영화찍는다는 느낌을 받기에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에서 미드 개념으로 긴 호흡으로 찍는 드라마를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양조위의 눈빛 연기 이건 타고난거지 다른 누구도 대신할수없고 흉내낼수도 없는 말 그대로 오직 양조위만이 가능한 영역이라는건 확실히 느낍니다 중경삼림을 보면서 느낀 결론은 이겁니다 저런 남자가 실연당한다는게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거라구!!
22/10/14 09:44
왕가위의 특유의 촬영 방식을 생각하면 꾸준히…? 나오는게 신기한 방식이긴 하죠. 크크
결국 왕가위의 영화들을 많이 그러니까, 다 보진 못했지만 언제나 시간과 그에 관련된 소재들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근데 또 그걸 일반적 상업영화 관점으로 그려내는 것은 아닌 거 같고, 그런 점에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습니다. 넵 양조위든 금성무든, 저런 남자도 실연을 당한다? 저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이죠.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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