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그녀가 변했다.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표정도 더 이상 볼 수 없고, 이쁘게 보이려 했던 화려한 색깔의 화장도 나를 만날 때면 더 이상 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는 딱딱한 냉소로 변했다. 내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걸까? 나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걸까?
언젠가 다급했던 그녀가 급하게 연락이 온 적이 몇 번 있다.
우연히 그 때마다 나는 출근 중이였지만 만사 제쳐두고 그녀를 위해 내달렸다. 어찌나 정신없이 뛰었는지 나중에 속옷이 다 흙탕물로 뒤범벅이 될 지경이었다. 차라리 그 때가 나았던 것 같다. 속은 아플지언정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으니깐.
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특히 지난 주, 앞에서는 딱딱하게 굴던 그녀가 뒤에서는 폭풍같은 랩으로 나를 해집어 넣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배신감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어떻게 동시에 그럴 수가 있지? 충격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충격에 몸을 부르르 떨며 결국 피를 볼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예감은 오늘 틀리지 않았다.
출근하려고 나서는 순간의 연락. 이대로라면 출근 길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다는 불길한 예감에 출근을 미루고 집에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답없는 그녀. 뭐하는 거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체념하고 다시 출근 길에 나선다.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서는데 그 때서야 다시 연락이 온다. 장난을 하는 건가? 화가 났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는 길에 다시 연락이 온다면 아내가 눈치를 챌지도 모른다. 하는 수 없이 몸이 안 좋아 휴가를 내는 걸로 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한다. 이제 나와 그녀 뿐이다.
외출하고 싶어하는 고양이들을 내보내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연락을 해본다. 하지만 연락이 또 다시 닿지 않는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거지? 셀 수도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집에서 천천히 걸으며 방법을 생각해본다.
나무위키에서도 방법을 찾아보지만 글을 읽을 수록 마음은 더 무겁고 긴장이 된다. 일단 자자.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은 여전히 괴롭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장소를 바꿔 연락을 해볼까? 2층에서 내려와 1층의 서재로 와본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는 나무위키의 글이 떠올라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연락을 기다려본다.
보리차가 효과가 있는지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드디어 그녀와 연락이 되었다.
하지만 마주한 그녀와의 대화는 순탄하지 않았다.
'나를 소중하게 하지 않았다', '언제 먹는 거에 재대로 신경을 쓰긴 했었어?'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달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몸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짜봐도 뽀죡한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이런 상황임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어찌나 웃었던지 배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녀와 연락이 닿기 전 pgr 유게에서 봤던
https://pgr21.com/humor/406596 과
https://pgr21.com/humor/406607 글들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랬던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녀와의 좋았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그랬던 같기도 하다.
신가하게도 한참 웃고나니 다시 해볼 용기와 힘이 솓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번 한번만 더 해보자...
마침내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그녀와 나 사이에 약간의 피를 보긴 했지만 이 정도면 잘 정리된 것 같다.
그녀가 나를 거부했지만 크게 밀어내는 나의 포옹력에 마침에 용서를 해준 것이다.
모든 걸 정리하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드디어 쾌변. 사투 끝"
"축하해요"
==================
44년 동안 쾌변으로 방탕하게 살다가 몇 주 전부터 변비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물 많이 드시고 채소, 과일 많이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