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09 14:35:24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 중국은 어떻게 탄생했나?(Invention of China)
The Invention of China by Bill Hayton | 9780300257816 | Booktopia

Bill Hayton이라는 영국인이 저술한 책입니다. 2020년 출판된 책으로 아직 국내에 번역본은 없지만, 다소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소개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리라 봅니다. 저자가 묻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은 5천년 간 불변하는 일종의 '영원의 문명'인가?
-중국이 주장하는 중화사상이라는 것에는 실체가 있는 것인가?
-중국이 주장하는 중국 고유의 영토란 것에는 역사적 실체가 있는 것인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만고불변의 오랜 전통의 산물인가?

어떻게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까지는 없는 질문들이지만, 서구인들이 보통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 내지 환상 (사실 한국인들 중 상당수도 같은 종류의 편견과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을 깨부수는 걸 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국이라는 관념도, 중국인이라는 정체성도, 중화사상이라는 이념도, 중국의 영토관념도 모두 19세기-20세기 격동기에 태동한, 지극히 "근대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많은 연구들을 종합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국사 전문가가 아니지만, 수많은 중국사 전문가들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이를 종합하여 일반대중이 소화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신청사(New Qing History) 학파의 저자들을 대거 인용하고 있으며, 또 일본인 저자들의 작품도 다수 인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중국사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John King Fairbank의 유산을 해체(?)하면서 최신의 연구결과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대청제국의 근대화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황쭌센(조선책략을 집필한 그 사람 맞습니다), 량치차오, 캉유웨이, 쑨원 등의 활동을 볼 수 있으며 그들이 후학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이 어떤 신조어를 만들었는지, 그들이 설정한 국가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였는지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일본이 끼친 영향이 또 얼마나 거대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죠. 

사실 국내에 이미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는 "중화민족의 탄생: 중국의 이민족 지배논리" 혹은 "중국 내셔널리즘: 민족과 애국의 근현대사"를 읽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책이지만, 영토, 국민, 주권 등 항목별로 어떻게 중국이 "발명"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또 하나의 유용한 교양서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저서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의 발명 : 원(몽골), 명(한족), 청(만주)의 성립의 역사를 개관하며 중국 역사가 얼마나 변화무쌍했는지 보여줍니다
(2) 주권의 발명 : 근대적 주권개념이 중국역사에 어떻게 도입되었는지 추적합니다
(3) 한(漢)민족의 발명 : 19세기 중엽 한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확산되었는지 추적합니다. 특히 만주족을 멸하고 한족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당대의 슬로건에 주목하면서, 예컨대 객가족이나 묘족도 그 슬로건에 공감하였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4) 중국사의 발명 : 한족을 중심으로는 순환하는 왕조사관이 어떻게 국가에 의해 포섭되고 왜곡 내지 유용되었는지 추적합니다. 
(5) 중화민족의 발명 : 중국의 수많은 민족들을 어떻게 중국인(Chinese Nation)으로 만들고 있는지 추적합니다. 
(6) 중국어의 발명 : 중국공산당이 수많은 토착언어가 존재하는 대륙에 단일 표준어를 어떻게 강제하려고 하는지 추적합니다. 저자는 중국어라는 표현 자체가 프랑스어 독일어 등을 모두 유럽어라는 단일 언어로 퉁치는 것만큼 오해를 사기 쉽다고 말하는데, 저도 예전에 같은 말을 한적이 있어 꽤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한자의 기능은 마치 이모티콘과 같아서 예를 들면 유럽대륙 전체가 같은 이모티콘을 쓴다고 가정하고 달모양 이모티콘을 프랑스에서는 Lune 그리고 독일에서는 Mond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서양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7) 영토의 발명 : 근대적 영토개념이 중국에 어떻게 도입되었고, 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아울러 중화민국을 건설한 주역들은 영토를 어떻게 규정하고, 나중에 중화인민공화국은 영토를 어떻게 규정하였는지 추적합니다. 
(8) 해양영토의 발명: 마찬가지로 근대 이전 중국에 해양영토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이것이 어떻게 중국에 도입되었고 중국이 생각하는 주관적 해양주권이 어떻게 점차 확산/팽창하고 오늘날 남중국해에 각종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저서가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면 좋겠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조말론
20/12/09 15:25
수정 아이콘
포린폴리시에도 기고하시는 분이시네요 인벤션이라는 표현을 쓴게 흥미롭고 제 개념 취향에도 맞아서 마음에 드네요
aurelius
20/12/09 18:1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 저는 전자책 버전으로 구매했습니다.
아스라이
20/12/09 16:50
수정 아이콘
요즘 양질의 게시물 많이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우렐리우스님 게시물 읽는 맛에 피쟐 뻔질나게 드나드는 1인 입니다.^^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 액면 그대롭니다. 비꼼 1도 없는...^^;;)
aurelius
20/12/09 18:17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과분한 칭찬 감사드립니다. 유익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데브레첸
20/12/09 17:53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지금도 살 책이 많은데 으어어어...
aurelius
20/12/09 18:18
수정 아이콘
매번 새롭고 재미난 게 많이 나오네요 흐흐
Jedi Woon
20/12/09 19:06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근데 왜 이런 책들은 항상 번역이 더디거나 안되는건지 참 아쉽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161 [일반] 최근의 컴퓨터 부품값 상승.. [19] 맥스훼인10344 20/12/09 10344 2
89160 [정치] 친문 내분? 손혜원 사석에서 문재인 XXXX라고 불러 [138] aurelius17977 20/12/09 17977 0
89159 [일반] 집에 국가유공자 문패가 왔네요 [18] 한국화약주식회사8648 20/12/09 8648 54
89158 [일반] 아버지와 식물이야기 [8] 댄디팬5560 20/12/09 5560 6
89156 [정치] 역사의 도전과 선택 [22] 강변빌라1호6192 20/12/09 6192 0
89155 [일반] 변해버린 그녀 [10] 타츠야6817 20/12/09 6817 4
89154 [일반] [미국] 바이든, 국방장관에 4성 장군 출신 로이드 오스틴 내정 [19] aurelius11377 20/12/09 11377 3
89152 [일반] 조두순에게 이러다 경호인력 투입될거 같지않나요? [59] 허스키13368 20/12/09 13368 0
89151 [일반] 브런치카페...그리고 노숙자와 코로나 [49] Janzisuka10956 20/12/09 10956 16
89150 [일반] 수원, 용인, 고양, 창원 특례시가 가능해졌습니다 [56] Leeka10542 20/12/09 10542 0
89147 [일반] 친구의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며 [13] azrock9217 20/12/09 9217 46
89146 [일반] [도서] 중국은 어떻게 탄생했나?(Invention of China) [7] aurelius8899 20/12/09 8899 11
89144 [정치] 99만원짜리 접대는 받아도 상관없다 [223] 쿠노18573 20/12/09 18573 0
89143 [일반] 에어팟 맥스에 대한 출시전 몇가지 이야기 [69] Leeka9908 20/12/09 9908 1
89142 [일반] 화이자 백신 미국 FDA 브리핑 - 2020.12.10일자 [125] 여왕의심복24729 20/12/09 24729 78
89141 [일반] 에베레스트산의 높이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48] 우주전쟁12601 20/12/09 12601 5
89139 [정치] 공수처에 관한 어느 검사의 글을 공유합니다 [235] 삭제됨16726 20/12/09 16726 0
89138 [일반] 카카오페이지, 피를 마시는 새 런칭 [30] Pygmalion9583 20/12/08 9583 1
89137 [일반] 에어팟 맥스가 공개되었습니다. [72] Leeka10725 20/12/08 10725 1
89135 [일반] [영화감상문] 작가 미상: 예술적 진실의 힘 [4] 두괴즐5874 20/12/08 5874 1
89134 [일반] 허지웅이 풀어주는 고민 상담 [26] 도아리가9940 20/12/08 9940 2
89132 [정치] 좌우양쪽에서 까이는 LG그룹 [40] 나디아 연대기12680 20/12/08 12680 0
89131 [일반] 나름 대형 유튜버 논란 터졌네요 [126] CastorPollux20390 20/12/08 20390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