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09 02:25:37
Name -안군-
Subject [일반] 흑역사를 하나 더 갱신하다 (수정됨)
요즘 뜸하던 개발 외주건이 간만에 들어왔다. 오늘은 개발 내용에 대한 미팅을 하기 때문에 개발팀장인 나도 함께 간다.
개발의뢰를 한 회사는 강남 중심가에 위치한 회사. 번드르한 건물에, 인테리어가 아주 그냥 고급지다.
회의실에 앉아서 개발 의뢰 내용을 듣는데, 뭔가 묘하게 사짜 냄새가 난다.
이거... 다단계 사기 아닌가? 기분이 쌔하다. 뭐, 아무렴 어떠랴. 우리는 그냥 홈페이지와 DB 구축만 해주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다.

미팅이 끝난 후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길가에 양쪽으로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가 줄지어 서 있다. 이게 다 얼마야...
좁은 골목을 지나 고기집에 갔다. 뭔놈의 삼겹살이 손바닥만한 한 덩이에 2만원이 넘는다냐? 우리동네보다 2배는 비싸겠다.
사장님이 기분이 좋으신지, 자기가 봐둔 좋은 모던바가 있다면서 같이 가서 양주 한잔 걸치자고 하신다.
오랫만에 양주 맛좀 보겠구나.

바에 들어서니 바텐더들 미모가 아주 그냥 연예인 뺨친다. 그냥 블라우스에 스커트 차림임에도 섹시함이 줄줄 흐른다.
바텐더가 웃으며 다가와 메뉴를 건낸다. 메뉴 맨 밑줄이 눈에 딱 들어온다.
[싱글몰트 XXXX 30y, 2,800,000] 미친... 이딴 술을 먹는 사람도 있나보네.
그냥 12년산 하나 사서 깠다. 바텐더의 표정이 뭔가 아쉬운 표정이다.

그렇게 한잔 두잔 먹다보니 취기가 거하게 오른다. 아까 고기를 너무 못먹었나... 어질어질 하다.
찬 바람도 쐴겸 밖으로 나섰다. 걸음이 제대로 걸어지지가 않는다.
담배를 한대 물고 불을 붙혔다. 공원 벤치에 앉아, 눈앞에 있는 높은 아파트를 보고 있자니 뭔가 모르게 속에서 울컥울컥 올라온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야이~~~ 강~남 XXX놈들아아아아아아!!!"

저멀리 검은 그림자 몇이 서 있는 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뭐여? 저 XX놈이"
순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던 나는 제 발에 걸려 풀썩 쓰러진다.
땅바닥이 얼굴 앞으로 다가온다.

"퍽!"
눈가는 화끈거리고, 바닥에 얼굴을 쳐박은채 꺽꺽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내가 보인다.
뭐가 그리 억울했던 걸까?
저 뒤에서 바텐더 한명과 함께 사장님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계신다.
머리속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이 지나간다.

대학교 3학년때쯤, 우리 부모님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아침식사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시며, 다음달까지 천만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돈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 힘들었던 나는, 꿈꿔오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연구요원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당시 벤처회사들에 병역특례 TO가 많았고, 프로그래밍은 자신있었기에, 한 게임회사에 들어갔다.

그 회사의 대표는 사기꾼이었다. 스폰서는 조폭이었고, 팔뚝에 문신이 그득한 형님(?)들이 매일같이 회사에 들락거렸다.
월급은 80만원, 그나마도 거의 격달로 나왔다. 그리고 회사는 망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다른 게임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병역특례를 받았다.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가기 바로 전날, 우리 집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자산인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다.
그리고, 야반도주를 하듯 어느 공장 2층에 있는, 월세 15만원짜리 집으로 이사를 갔다.
부모님은 신용불량이 되셨고, 그때부터 나는 혼자서 우리 집의 모든 벌이를 책임져야 했다. 형제가 없으니까.

그 이후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닥치는대로 일했다. 하루 12~16시간씩, 휴일도 없이 일했다.
여행을 간다던가 클럽에서 논다던가 하는건 꿈도 못꾸고, 비싼 옷 한번 못 사보고, 그렇게 돈을 벌어야 했다.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부모님 앞으로 통장을 만들어서 돈을 넣어뒀다가 압류당하기도 하고, 별의별 일을 다 당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은 모이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을 일했는데도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얼마전엔 아버지께서 병을 얻으셔서, 전세대출을 풀로 땡겨서 조금 따뜻한 집으로 전월세를 얻어 이사했다.
그나마 이정도라도 할 수 있는게 어디냐 싶었다.

그리고 난 여기 강남 한복판에 있는 어떤 공원에 얼굴을 쳐박고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로 오바이트를 하고 있다.

[여기 눈앞에 있는 이 멋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대체 내 인생에 내가 잘못한게 무엇일까? 내가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았어야 저런 집에 살 수 있는 돈을 벌었을까?]
[대체 내가 뭘 잘못한걸까?]
[내가 뭘 얼마나... 내가 뭘!! 이 XX놈들아!!! 내가 뭘 잘못했냐고?!!!]
으아아아아아!!! 우웁. 우웩! 우웩!!

다음날 일어나보니, 사장님이 오늘은 늦게 나와도 괜찮다고 카톡을 보내놓으셨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출근하니 사장님이 해장국을 사주신다.
"안팀장, 강남 사람들이 뭔 잘못이겠냐. 그 사람들도 다 성실하게 벌어서 부자된거야."
"혹시 알아? 이번 프로젝트 대박나면 안팀장도 그런데서 살 수 있게 될지."
그렇겠지. 그 사람들은 잘못이 없겠지...

그런데 사장님, 이번 프로젝트 대박나도 강남에 입성하긴 힘들것 같아요. 그 아파트 가격이 얼만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11/09 02:39
수정 아이콘
그런 쉽지 않은 개인사가 있으시군요. 참 인생 공평하지 않아요. 근데, 뭐, 어쩌겠습니까 혁명이라도 할 게 아니면 받아들이고 주어진 조건에서 조금이라도 낫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거죠. 저는 안군님에 비하면 인생 쉽게 시작한 편입니다만, 그래도 살얼음판 걷는 것은 다들 마찬가지지 싶어요. 어제 술자리에서도 아는 형님이 2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잘리고 정수기 팔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안군-
20/11/09 09:31
수정 아이콘
누구나 다들 자신만의 힘듦을 안고 살아가는 법인 것 같습니다.
부기영화
20/11/09 03:14
수정 아이콘
평소 실력있는 개발자신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인생 사연이 있으셨군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안군-
20/11/09 09:33
수정 아이콘
이바닥도 워낙 굇수들이 들끓는 땅이라, 부스러기나 열심히 챙겨먹는 중입니다. 흐흐... 감사합니다.
20/11/09 03:34
수정 아이콘
님도 잘못하신게 없고 강남 사람들도 잘못한게 없죠. 안타까운일이고 얼굴에 흉터는 안생기셨으면 하네요
-안군-
20/11/09 09:33
수정 아이콘
일단은 스카페이스가 돼버렸.. ㅠㅠ
멍멍이개
20/11/09 03:46
수정 아이콘
복수의 검은 손길, 후치와 네리아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안군-
20/11/09 09:34
수정 아이콘
비슷한 느낌의 소설같은 건가요?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안군-
20/11/09 10:06
수정 아이콘
아, 찾아보니 드래곤라자였군요. 이런 우주명작을 몰라봤다니...
Quantum21
20/11/09 03:49
수정 아이콘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그나저나, 글솜씨가 늘으셨네요.
술술 재미있게 읽고 마지막에 글쓴이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안군-
20/11/09 09:35
수정 아이콘
내러티브가 있는 글을 거의 써본적이 없는데, 이거 생각보다 쓰는것도 술술 써지네요. 크크크
Contax_Aria
20/11/09 04:16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모습의 날것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노동으로 극복할수 없는 자본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

그냥 언젠간 좋을 날도 좀 오겠지 라면서 버티면서 사는게 이 세상 같습니다.
그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안군-
20/11/09 09:36
수정 아이콘
내일은 해가 뜨겠...지요? 그렇게 믿고 사는 수밖에요.
모리건 앤슬랜드
20/11/09 04:44
수정 아이콘
딱 잘라서 미워할만한 사람들은 교도소에나 가야 찾을 수 있죠.
-안군-
20/11/09 09:37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돈 떼먹고 재판중인 예전 대표가 생각나네요. 교도소로 보내야 할텐데...
αυρα
20/11/09 05:10
수정 아이콘
대략 세월이 비슷해서, 저는 그냥 놓았습니다 : ) 남길것은 만들지 않는 버릇이 그 때 확실해졌.
즐겁진 않지만 괴롭지도 않...
기엔코로나로 여행은 환불당하고, 수영장은 도무지 열지 않고 뱃살은... ㅠ
좀 더 즐거워도 ok
-안군-
20/11/09 09:38
수정 아이콘
저도 요새 명품의류 같은데 눈길이 갑니다. 인생 뭐있나 욜로하고 플렉스 하면서 살지...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크크크
수원역롯데몰
20/11/09 07: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딱 10년전 제 모습 보는거 같네요... 부모님은 신용불량이시지... 막상 결혼은 했는데 돈은 한푼도 없지.. 옮기는 회사마다 계속 망해서.. 바퀴벌레 그득한 35년차 낡은 빌라 월세에 아내랑 바둥바둥 살면서도.. 나만 인생 꼬이는거 같고... 마누라한텐 그냥 미안하고... 그렇지만.. 일단 버티면 어떻게든 되더라구요.. 안군님도 잘 되실껍니다. 화이팅!!!
-안군-
20/11/09 09:39
수정 아이콘
저는 결혼도 못했... ㅠㅠ
결혼했다면 와이프한테 미안해서 더 힘들었을지, 그나마 의지가 돼줬을지 모르겠네요.
20/11/09 08:01
수정 아이콘
힘 내시고, 얼굴의 상처도 빨리 나으시길 기원합니다.
-안군-
20/11/09 09:4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Cazellnu
20/11/09 08: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1+1=2 라고 무수히 책과 학교에서 배웠고 그게 당연하지만 막상 3이라는 놈들과 싸우다가 군대를 가니
1+1=2 라고 외치는 많은 이들을 때려잡고 있는 곳

천민자본주의에 분노하고 부끄럼없이 먹고살자고 뛰어든 일이
어떻게든 돈벌려고 일해보는 서민들, 오갈데 없는 주식인생들 인생막장 대출 사업

어짜피 혼자사는 거지같은 세상 모두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자 전쟁이나 빨리 나라고 빌고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무서운 전쟁과 역병

상처치료 잘 되시길
-안군-
20/11/09 09:41
수정 아이콘
저 날 열폭의 시작은 뻔한 다단계 사기꾼들이 돈자랑 하는걸 본 것 부터였죠. 후...
서린언니
20/11/09 09:00
수정 아이콘
가끔 생각을 합니다. 무슨 떼돈을 벌겠다고 일본에 와서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한국에 있었으면 전세금 아니면 중고차 한대라도 있었을텐데
직장잃고 재취직 하느라고 모은돈 다 써서 또 빈털털이입니다.
같이 힘내서 버텨봅시다 화이팅
-안군-
20/11/09 09:42
수정 아이콘
타지에서 고생하면 서러움이 2배라던데... 서린언니님도 힘내시길 빕니다.
트루할러데이
20/11/09 09:14
수정 아이콘
세상 사람들 입장과 위치가 다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끔은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거 같아요.
그래도 안군님은 일신의 재주가 있으시니 앞으로 더 나아지는 일만 있을 겁니다. 더 행복해 지십쇼 화이팅!
-안군-
20/11/09 09:43
수정 아이콘
억울한건 억울한대로 하소연 하는거고, 사는건 또 살아야죠. 감사합니다.
20/11/09 09:55
수정 아이콘
저도 뭐 여러가지 일로 중고등학교때부터 알바하면서 돈벌고 취직하고나서도 집에 빚갚아드리고
다 갚은뒤에도 생활비 보내드리고 있긴합니다만

그래도 게임으로 먹고살고
결혼도 하고
작은 내집도 있고 하네요

글에서도 사실 진짜 나쁜건 첫 회사사장이죠

열심히 사시다 보면 좋은 결과 생기실겁니다
-안군-
20/11/09 09:57
수정 아이콘
저도 Leeka 님처럼 될 수 있을거라 믿고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사실 그 첫번째 사장보다 더한 X들도 겪어봤다는 건 안비밀...)
노둣돌
20/11/09 10:00
수정 아이콘
스탕달의 '적과 흑'에 나오는 한 장면 같군요.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장식하시길...
-안군-
20/11/09 10:02
수정 아이콘
인류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일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김성수
20/11/09 10:10
수정 아이콘
문뜩 초등학생 때부터 약장수 사기꾼들이 빚 갚으라고 집에 찾아 올 때마다 항상 제가 돌려 보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하네요. 그놈의 별별일은 너무 많았어서 머릿속에서 소각될 뻔했습니다. 아직 저희 식구도 월세 살이 전전하고 있고 최근에 억울한 빚들은 또 생겼지만 그냥 그럭저럭 감사하게 살고 있습니다. 크크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안군-
20/11/09 10:11
수정 아이콘
같은 처지를 겪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죠. 제 글이 소소한 위안이 되었길..
20/11/09 10:19
수정 아이콘
이렇게 흑역사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흑역사를 극복한 것 같습니다. 크크 저는 직장생활 시작하고 첫 10년간 너무 힘들었어요. 집돌이, 겜돌이인 저에게 사회생활이 너무 안맞기도 하고, 결혼은 했는데 신혼집 구할 돈이 부족해서 10평 남짓한 작은 빌라에 전세대출 받아서 갔고, 앞이 잘 안보였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어쩌다 보니 내집마련도 하게 되었고, 어찌 어찌 운좋게 안정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한 순간"을 꼽으라면, 정말 우습게도 내 집에서 처음 샤워하던 순간입니다. 남들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지만, 그 때 느껴지던 그 안락함과 안도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안군님 지금도 행복하시겠지만, 그런 "행복한 한 순간"이 자주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안군-
20/11/09 10:21
수정 아이콘
이렇게 자수성가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희망이 샘솟네요.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묻어버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봐야 하겠어요.
은하관제
20/11/09 10:39
수정 아이콘
여러 사정으로 독립을 했다가 몇년전부터 부모님하고 같이 살고 있는 와중에 이 글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네요. 몸도 마음도 더 이상 아플일 없이 건강하실 일만 남길 바래봅니다.
-안군-
20/11/09 10:40
수정 아이콘
은하관제님도 그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1/09 10:42
수정 아이콘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죠.
전세도 너무 올랐죠.
강남이든 비강남이든 너무 올랐죠.
-안군-
20/11/09 10:43
수정 아이콘
어떻게 딱 제 수입이 늘어난 만큼 오르더라고요. ㅠㅠ
20/11/09 11:09
수정 아이콘
저는 코로나 영향으로 수입은 줄었는데 집값만...
그말싫
20/11/09 13:58
수정 아이콘
근 2~3년 지역에 따라 50~60%는 올랐는데 2,3년에 그 정도 수입 증가가 있었으면 기만자 아닙니까 이거...
-안군-
20/11/09 14:54
수정 아이콘
음.. 제가 사는 동네는 저희 집이 경매로 넘어갈 당시 저희집 아파트가 2억 5천이었는데, 지금 5억쯤 해요.
그게 15년 전쯤이고, 15년동안 제 수입은 2배는 좀 넘게 오르긴 했죠. 크크크...
강남, 마용성이나 그정도 올랐지 나머지 지역은 이정도 오른게 평균인것 같아 보여요.
리자몽
20/11/09 11:11
수정 아이콘
현대에 와서 의식주 중 의식은 한국에선 거의 극복이 되었는데 '주' 만큼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남과 비교안하고 살면 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고, 서울 강남 쪽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매일 그들의 모습을 보다보니 더 박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과거랑 비교하면 지금은 본인 손으로 마련한 집이 있으시니 열심히 살다보면 또 좋은 일이 발생할 껍니다

마이너스 감정 크게 털어냈으니 그 공간을 행복하고 좋은 플러스로 채우시길 바랍니다!
-안군-
20/11/09 11:15
수정 아이콘
비교만 안하면 되는데 그게 안되는게 사람이라...
사는데랑 일하는데는 영등포라 크게 박탈감까진 없는데, 간만에 강남에 갔다가 그만...
리자몽
20/11/09 11:45
수정 아이콘
남과 비교하는 건 사람으로써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게 향상심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시기심이 될 수도 있는거죠 흐흐

그리고 본문에 적으신걸 보니 그동안 이리저리 쌓인게 많으신걸로 보입니다

감정 너무 쌓아두면 화병으로 변하거나 이번처럼 폭발해 버리니 그것만 조금 조심하시면 될 꺼 같네요 :)
20/11/09 11:48
수정 아이콘
시니어 개발자 구인중입니다.
-안군-
20/11/09 12: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요새 개발자들 씨가 말랐더군요. ㅠㅠ
저희도 개발자가 더 필요해서 찾아보는 중인데, 진짜 없습니다... 특히 이런 열악한데서 일할만한 사람은 더더욱...
20/11/09 11:50
수정 아이콘
저와 너무나 비슷한 환경이기네요. 직군만빼고요.
사짜 냄새나는 외주, 반복된 야근, 프로젝트 대박나면 나아질꺼라는 위안요.
아 저는 강남에 사무실이 있어서 자주 고통받습니다.
사는게 별거 있겠습니까, 아파트는 남 얘기다 라고 생각하고 대박나도 나한테 그돈 줄리없는 사장님 말에 쓰린 속 달래가면 뭐 그래도 그래도 조금씩 마음이 평온한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안군-
20/11/09 12:20
수정 아이콘
시은님은 저처럼 괜히 열폭해서 흑역사 남기지는 마시길... 흐흐흐...
Cafe_Seokguram
20/11/09 12:08
수정 아이콘
남 이야기 같지 않네요...
저희 집도...IMF 때 가세가 기울어서...반지하 월세방으로 이사갔었죠...

얼마전에 퇴근하는데...갑자기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이 밀려와서...전화해서 '뜬금없이 고맙다'고 닭살돋는 인사를 했습니다...물론 살면서 처음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영화...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이...A better tomorrow 라고 합니다...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같이...힘내요...
-안군-
20/11/09 12:21
수정 아이콘
저 일 있었던 날 집에 와서 제가 뭘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다음날 어머니께서 "너 불효자 아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 편안히 가져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제가 더 못해드려서 죄송하다고, 제가 불효자라면서 엉엉 울었다고...
Cafe_Seokguram
20/11/09 13:03
수정 아이콘
불효자는 오늘도 웁니다...ㅠ.ㅠ
20/11/09 12:41
수정 아이콘
술, 여자, 고기 위험한 조합이죠.
많이 힘드셨던거 같은데, 언젠가 좋은 쪽으로 한풀이 하는 날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안군-
20/11/09 12:45
수정 아이콘
술, 여자, 고기로 즐겁게 한풀이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 크크크.
그날도 그 바에다가는 크게 진상부린 셈인데, 나중엔 한 21년산 하나 시켜놓고 즐겁게 한잔 할 수 있었으면...
양파폭탄
20/11/09 12:45
수정 아이콘
한건밖에 없는 제 경험상 강남에 이름없는 스타트업은 일단 의심해야할거 같습니다
코인, 블록체인 한다하면 더더욱
-안군-
20/11/09 12:46
수정 아이콘
뭐, 사실 코인 사짜들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더리움 토큰은 저도 여러번 만들어봤습니다;;
돈만 주면 장땡인데, 저런 회사들 중에는 개발비도 떼먹고, 투자자들 돈 다 챙겨서 튀는 대표들도 적지 않아서...;;
특히나 이번엔 코인 + 다단계... 뭐 더 알아볼 필요도 없는 스캠이죠.
양파폭탄
20/11/09 13:07
수정 아이콘
심지어 강남엔 전통의 베팅+미니게임도박 업체들도 많아가지고... 코인이랑 병행하는 업체도 있고 난리도 아니죠
제가 있던 곳 건물도 코인 슈킹하고... 당연히 아실거지만 코인 다단계 사건 크게 터졌던것도 있고;; 거기서 나온 직원도 만나봤고 크크크크....
-안군-
20/11/09 13:12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열폭하게 된 계기 중에 제일 큰게 그거였어요. 그런 사짜들 진짜 많이 봤거든요.
한건 제대로 해먹으면 수십억, 크게는 수백억까지 해먹더라고요.
그런걸 하도 보다보니, 강남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길 지경... 그동네는 진짜 아수라장이에요. 멀쩡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다 사기꾼뿐...
그런데 얽혀서 사실확인서, 탄원서... 뭐 이딴걸 자주 쓰다 보니 글쓰는 재주가 늘었습니다? 크크크...

아이러니하게도, 그쪽에 한번 발 담궜다가 우리가 일 잘 한다는(?) 소문이 나서 그쪽 외주가 쏠쏠하게 들어오긴 합니다.
그냥 착수금 받고, 잔금 받을 생각 안해버리면 편해요;; 반은 잔금까지 다 주고, 나머지 절반은 안주고 날라버리죠;;
예슈화
20/11/09 13:55
수정 아이콘
강남은 스무살 되서 놀러만 가봤는데 골목마다 삐까뻔쩍한 차들이 줄을 서있고, 차창엔 문신형아들이 여자태우고빵빵거리면서 가는 모습을 보면 세상 불공평하구나 싶더라구요. 뭐, 제 친구들이 다 부잣집 동네(과천, 분당 등)에 살면서 flex를 맘껏 하는걸 보면 부럽긴한데 사실 그렇다고 저희집이 못사는것도 아니거든요(당장 어제 (제가 좀 보태긴 했지만)애플워치 사주신걸 보면 크크...)

솔직히 아직 학생인 입장으로 나중에 뭐해먹고 살지, 그냥 이러다가 계속 부모님 집에 얻혀살게 되진 않을까, 알바도 안해봤는데 군대는 언제가지 이런 생각만 하고 학교수업만 들으면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요즘 현타가 오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이런 글들 보면서 나보다 힘든 사람 천진데 나는 더 좋은 환경에서 여러가지 해볼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 그리고 공부말고 현실적인 무언가를 해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우리존재 화이팅...!
리자몽
20/11/09 14:39
수정 아이콘
급하게 마음먹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나이네요 흐흐

개인적으로 추천드리고 싶은건 20대 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세요

실패해도 좋으니 이것저것 호기심을 가지고 여기저기 콕콕 찔러보고 맛보세요

제가 20대 떄 너무 수동적으로 살아서 그 부분이 가끔 아쉽네요 @_@

그리고 강남 갑부들 중에 진짜 갑부는 몇 없고 그들의 화려함은 인스타그램의 인생 최고짤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약간은 편안해 집니다
-안군-
20/11/09 14:52
수정 아이콘
뭐 제 이야기는 그냥 인생 X나게 잘못 풀린 케이스라 생각하세요. 왠만하면 이렇게는 안됩니다.
게다가 제가 저렇게 고생하던 시절은 IMF와 카드대란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연달아 터진 시절이라...
지금은 딱히 뭐가 터질것 같진 않아요. 부동산이 좀 위태해 보이긴 한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급의 상황은 막으려고 정부와 민간이 다 애쓰고 있는 상황이죠.
반포동원딜러
20/11/09 18:56
수정 아이콘
제가 미안합니다. 집값이 비싸서..
-안군-
20/11/09 18:58
수정 아이콘
저한테 죄송할게 뭐있나요. 그냥 못난 인간의 열폭이었을 뿐이죠;;;
제가 욕한 대상을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댓글중에도 언급한 강남일대의 사기꾼들이었어요.
그사람들... 사기쳐서 먹고사는 주제에 강남 아파트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더군요. 고급 승용차도...

논현동 브라운스톤이던가? 암튼 엄청 비싸보이던데;;
반포동원딜러
20/11/09 19:05
수정 아이콘
그리 강남에서 '고급' 수준은 아닙니다.
약 30년 강남에서 거주하며 살았지만, 정말 부자들은 절대 남에게 자랑 안하더라구요.
물론 제 기준 진짜 부자는 강남에 살지 않습니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수도 있겠죠. 화이팅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724 [일반] (일상)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14] CoMbI COLa8310 20/11/10 8310 10
88723 [일반] [미국] 바이든 행정부 유력 국방장관: Michele Flournoy [40] aurelius11733 20/11/10 11733 18
88722 [일반] [미국] 공화당, 트럼프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 [174] aurelius18818 20/11/10 18818 7
88721 [일반] (스압주의)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책 가격이 정말 내려갈까? [117] 스테비아302826 20/11/10 302826 58
88720 [일반] 대강 짜본 5600X 견적 [97] SAS Tony Parker 11023 20/11/10 11023 7
88719 [정치] 도서정가제 완화 청원을 하고 있네요 [58] roqur10445 20/11/10 10445 0
88718 [정치] 이낙연의 미래주거추진단 [90] 맥스훼인13001 20/11/10 13001 0
88717 [일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이 끝났습니다 [48] terralunar14117 20/11/10 14117 4
88716 [일반] Pfizer COVID-19 백신 효과 발표에 대한 이해 [73] 여왕의심복21918 20/11/10 21918 108
88715 [일반] 1929년 죄악의 도시, 해외드라마 "바빌론 베를린" 추천(노스포) [5] 실제상황입니다9008 20/11/10 9008 2
88714 [일반]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청약 컷이 나왔습니다 (가첨제 74점컷..) [70] Leeka13370 20/11/10 13370 4
88713 [일반] 그제 허난설헌 얘기가 왜 떴나 했더니 공중파 방송에서 나왔나 보네요. [16] 성아연13590 20/11/10 13590 29
88712 [일반] 만약 일당 200만원 vs 300만원 죽음의 아르바이트 [45] 허스키16066 20/11/09 16066 1
88711 [일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161] 탈탄산황23040 20/11/09 23040 3
88710 [일반] 코로나 백신 개발 희소식과 전세계 주식 선물 폭등 [19] 와칸나이11315 20/11/09 11315 2
88709 [일반] 현대차 공익제보자(?) 검찰 실형구형 [12] 이니그마11637 20/11/09 11637 1
88708 [일반]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의 문제 하나 [53] 데브레첸13261 20/11/09 13261 3
88707 [일반] 마스크, 아감벤, 현대 유럽철학, 지젝.. [20] 아난8067 20/11/09 8067 3
88706 [일반] 1894년 서양인이 바라본 조선 [38] 이회영12100 20/11/09 12100 30
88705 [정치] 청약경쟁률 급등과 분양가 상한제 [58] 맥스훼인9632 20/11/09 9632 0
88704 [정치] 5대은행 전세자금 대출이 100조를 처음으로 넘겼습니다 [85] Leeka11523 20/11/09 11523 0
88702 [일반] [소개] 트위터에서 팔로우하기에 좋은 사람들 [14] aurelius12167 20/11/09 12167 6
88701 [일반] 흑역사를 하나 더 갱신하다 [64] -안군-14097 20/11/09 14097 3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