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0/13 18:17:25
Name 한국화약주식회사
Subject [일반] 내장출혈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 입원하고 수치가 좋아지며 퇴원만을 기다리던 나날들이였습니다. 한글날을 낀 연휴기간동안 면회도 오고, 곧 퇴원하고 집에서 어떻게 보낼지 가족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용조용히 지내고 있었죠.


하지만 몸이라는게 병원 떠나는걸 원치 않았던건지.. 토요일 저녁부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냥 또 복수가 찼을때랑 기분이 똑같고, 복수 뽑은지 일주일이라 다시 복수가 조금 차면서 그럴수 있겠거니 뭐 별 생각 안했습니다. 하지만 잠들고 일어나니 새벽 1시. 계속 속이 안좋습니다.

전날 먹은 저녁이 체한건가 싶어서 매점가서 활명수와 사이다 하나를 사다 마시고 다시 눕는데도 그다지 차도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화장실가서 게워내는데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살면서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다가 일단 뒷처리를 하고 간호사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하필 당직의가 외과에 다른 환자가 있어서 자리를 비우고, 거기 일 끝내고 돌아왔는데 이때부터는 완전 맛이 가서 헛소리를 해댑니다. 전혀 움직일수도 없어서 간호조무사 분들이 달라붙어 성인용 귀저기를 입히고, 밑에 혹시모를걸 대비해서 깔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직의가 왔고 그 순간 참아왔던 응가를 내뱉는데... 완전 핏물 범벅입니다.

당직의는 보자마자 자신이 대신 기절할듯한 표정으로 중환자실을 알아보는데 설상가상 중환자실도 자리가 없습니다. (아니 대체 연휴에 뭐에 상황이 좋은 날이 없...) 일단 보호자들 다 불러야 하는데 오는데까지 시간이 한참걸리고, 내시경이나 기타 여러가지 시술에 동의서도 필요하고 정신 없이 흘러갑니다. 중환자실 자리 가 나올때까지 임시로 병동에 있는 치료실에서 대기합니다.몸에 붙인 바이탈 수치 체크기는 계속 경고음을 내뱉습니다.

다행이도 일요일임에도 담당의가 뭔가 촉이 안좋았다며 이 날 오후에 병원에 올라왔다며 2시에 내시경 시술을 하게 됩니다. 오전부터 2시까지 계속 혈변을 누고 이상한 말을하고, 혈압은 급격하게 낮아져서 계속 수혈을 하고 뭐...


결국 수면 내시경을 받아 위쪽에 조치를 취하고 출혈은 잡았습니다. 그 뒤로 상황을 계속 지켜봤고 내시경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출혈양이 많아서 수혈을 계속 받으며 3일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겨우 죽이나 요플레 정도 먹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먹는 것도 아주 조금씩... 그리고 양을 늘려가야겠죠.




장출혈이니 위출혈이니 뭐 별거 아니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계속된 치료로 혈관이 약해진 상태에서 한 번 터지고 나니 대책없이 터지더군요. 의외로 건강하신 분들도 피곤하거나 혈관 약해졌을때 잘못하면 겪을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병원에 누워있는 기준으로 일주일 정도지, 일반인들도 퇴원하는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예전에 박찬호 선수가 장출혈때문에 선수단 전체가 현혈을 할 정도로 위급했다고 한걸보고 대체 어느정도인가 했는데, 수혈을 계속 해도 결국 피는 엄청난 속도로 빠지더군요. 만약 병원이 아니라 바깥에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면 가까운곳에 대형 병원이 없었을거라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네. 그래서 퇴원은 또 1개월 이상 미뤄졌습니다. 남들보다 수치 내려가는게 좋았었는데 그게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고, 저는 또 안암병원 지박령이 되어 한 달 이상은 더 있어야 합니다.... 어지간한 고대생들 한학기 등록금보다 제가 돈을 더 냈고 1년치 등록금 내게 생겼습니다.

뭐 그래도 건강이 먼저고, 그나마 이 정도까지는 아직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 다행입니다. 돈이야 몸 좋아지고 벌면되지만 건강은 일단 좋아져야 뭘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여러분들도 건강 잘 챙기시고 연휴가 모두 끝난 남은 10월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애플리본
20/10/13 18:24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안타깝네요. 모든 시련 다 이겨내고 건강해지시리라 믿습니다.
부기영화
20/10/13 18:25
수정 아이콘
에고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ㅠㅠ 치료 잘 받으시면 완치될 수 있는 거죠?
CastorPollux
20/10/13 18:25
수정 아이콘
저도 2년 전 새벽에 응급실 갔다 온 이후로... 조금만 아프면 그냥 병원 갑니다
돈도 중요한데...건강해야 그 돈도 쓰죠
쾌차하세요!
Cafe_Seokguram
20/10/14 09:25
수정 아이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그러려고 지금까지 굽신거리며...돈 번 거죠...
할러퀸
20/10/13 18:26
수정 아이콘
많이 무서우셨을 것 같네요.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20/10/13 18:27
수정 아이콘
내출혈이 그래서 무섭지요....
20/10/13 18:56
수정 아이콘
힘내시길 바랍니다.
VictoryFood
20/10/13 19:02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좋아지는 과정에서의 호사다마(?) - 갑자기 단어가 생각이 안나네요 -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계속 좋아만 지실 겁니다.
스페인산티아고
20/10/13 19:02
수정 아이콘
에고 고생이 많으십니다ㅜㅠ 어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브라이언
20/10/13 19:06
수정 아이콘
타인의 이야기를 쓰듯이 덤덤하게 쓰셨지만,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ㅜㅜ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도할께요
세인트루이스
20/10/14 12:08
수정 아이콘
딱 제 맘과 같네요 ㅡ 화이팅
모데나
20/10/13 19:08
수정 아이콘
장출혈 한번 하셨던 지인의 친척어르신이 5,6년 뒤에 소화가 너무 안되고 속이 불편해져서 병원에 가니까 그자리에 암덩어리가 크게 자라 있더랍니다. 그래서 수술로 제거했는데, 그전에 약 보름정도 음식물섭취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몸이 너무 쇠약해져 있었던 상황에서 개복수술까지 하고나니 신체면역력이 뚝 떨어져 바로 폐렴이 왔고, 이후 급속도로 염증이 퍼지면서 사망했습니다.
소화기관 관련 큰병들이 무서운게 음식물섭취를 방해해서 몸을 약화시켜 버리고, 이후에 대형병원까지 찾아가서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한동안은 또 먹지를 못하기 때문에 몸이 버텨내질 못한다는 거죠. 특히 나이드신 분들.
20/10/13 19:27
수정 아이콘
작성자분은 젊으시니 잘 극복하실거예요. 언급하신 케이스와는 다른지라
20/10/13 19:28
수정 아이콘
돈이야 몸만 건강하면 얼마든 모을 수 있습니다. 불릴 기회도 많고요. 다른거 생각하지마시고 치유에만 전념하세요
지금만나러갑니다
20/10/13 20:12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수술때문에 입원해있는데 힘내세요~ 건강하게 회복하길 바랍니다
후마니무스
20/10/13 20:4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다 잘 될 겁니다.
20/10/13 22:0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어요. 지금은 다른 생각 마시고 치료와 휴식에 전념하시면 되죠. 쾌차하실겁니다!
루시우
20/10/13 22:34
수정 아이콘
위식도정맥류 출혈이셨던것 같은데 조심하셔야겠네요
노령견
20/10/13 23:08
수정 아이콘
보란듯이 나아서 털고 일어나주세요.
레드드레곤~
20/10/13 23:54
수정 아이콘
의학 쥐뿔도 모르지만 내장출혈이라고 하니 그냥 무섭습니다.
호머심슨
20/10/14 08:27
수정 아이콘
쾌차 바랍니다.
고어한 글 잘읽는편이고 별로 고어한 글도
아닌데 이상하게 읽다보니 몸에 힘이 빠지면서 무섭네요.몸에 피빠지는게 연상되서 그런가
Bruno Fernandes
20/10/14 09:10
수정 아이콘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고분자
20/10/14 09:15
수정 아이콘
쾌유 하십시오
Cafe_Seokguram
20/10/14 09:27
수정 아이콘
내년에 엘지-한화전 잠실 직관 같이 가요! 물론 저는 엘지 응원할 겁니다...(진지)
유목민
20/10/14 10:07
수정 아이콘
운이 좋으셨다 해야할지...
당직의 표정이 상상이 가네요.
간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 상부소화기에 혈관 터지면(메슥거리고 어지럽고 체한 것 같고 구토 식은땀)
초응급상황입니다.
당분간은 병원에 계속 계셔야 할 듯 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402 [정치] '秋아들 의혹제기' 당직사병, 조선일보 언중위 제소 [86] 이니그마13296 20/10/14 13296 0
88401 [정치] (수정)민주당은 공산주의호소인인가? 답은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182] 이스칸다르13472 20/10/14 13472 0
88400 [정치] 홍남기 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이 의왕 아파트를 못팔게 되었습니다 [80] Leeka14078 20/10/14 14078 0
88399 [정치] 옵티머스 사태 진행 사항 (타임라인) [45] 목화씨내놔13163 20/10/14 13163 0
88398 [정치] 주미대사 "70년 동맹했다고 계속 미국과 해야하냐. 국익에따라 선택할수 있어야" [273] metaljet19012 20/10/14 19012 0
88397 [일반] 35개월 아기와 소아정신과 다녀온 이야기 [51] 비싼치킨17308 20/10/14 17308 68
88396 [일반]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 52명 집단 확진 [24] Rorschach12617 20/10/14 12617 0
88395 [일반] 친구들아 내가 술 못마심을 이젠 인정 해줘라 [64] 치토스13365 20/10/14 13365 11
88394 [일반] 이제 와서 뒷북치는 2019년 애니 이야기 [51] 이르10840 20/10/14 10840 6
88393 [일반] 건의게시판에 운영진들은 원래 답변을 잘 안다나요? [29] TAEYEON9063 20/10/13 9063 8
88391 [일반] 내장출혈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25] 한국화약주식회사13195 20/10/13 13195 42
88390 [정치] 부동산값 폭등 이면에 있는 한국경제의 장기적 변화 넷 [131] 데브레첸17425 20/10/13 17425 0
88389 [일반] 다음 주부터 다시 전면등교라네요 [110] 피잘모모12052 20/10/13 12052 3
88388 [일반] 성범죄에 관하여 수사기관과 법원에 물음표를 붙이는 이유 [132] 烏鳳17894 20/10/13 17894 78
88387 [일반] 사진(1).jpg [17] 모르는개 산책9782 20/10/13 9782 11
88386 [정치] 모종화 병무청장, '유승준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68] Cafe_Seokguram15480 20/10/13 15480 0
88385 [일반] 수학 때문에 괴로웠던 인생 이야기. 수학은 어떻게 하면 잘하나요?? [67] 메디락스10021 20/10/13 10021 11
88383 [일반] 유럽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 확진 상황들 [99] 손금불산입17924 20/10/13 17924 26
88382 [일반] [아재/할배/화석] 40년 넘은 옛날 노래 이야기 해봅시다. [32] OrBef9192 20/10/12 9192 2
88381 [일반]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는 집값 상승율 공식 [29] Leeka15833 20/10/12 15833 12
88379 [정치]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 [368] Leeka19388 20/10/12 19388 0
88378 [일반] 군림천하 명장면 베스트 [55] 11363 20/10/12 11363 3
88377 [일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첫 날, 여러분의 주변은 어떠신가요? [39] 피를마시는새11142 20/10/12 1114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