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9/11 12:00:50
Name 표절작곡가
Subject [10] 아버지의 외가집 (수정됨)
1957년 정도 쯤 되었을 것 같다...
어린 차승이는 집안에서도 막내 중에 막내다.
예전 막내들은 엄마 젖을 오래 먹었다고 하던데
차승이가 그랬다.
멀리서 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자마자
놀던 차승이는 뛰어온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품안에 파고들어 젖을 빤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화를 낸다.
"너는 이놈아 7살이나 먹고 아직도 젖을 못 끊어..."

어느 날 동네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랑 배틀을 시작했다.
주제는 '나는 외갓집에 가서' 였다.
외삼촌하고 뭐하고 놀았다, 이모가 뭘 챙겨주더라,,
거기서 이밥을 먹었다는 등의 자랑이었다...
(이밥 = 하얀 백미의 쌀밥, 당시엔 아주 귀해서 자랑할 만 했다.)
그 애들한테는 중요한 자랑 포인트였다.

차승이는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졸랐다.
"엄마 우리 외갓집 가요~"
"...."
난감한 엄마였다.

10살 차이나는 형에게 물어봐도
"시끄러.. 우리가 외가집이 어딨어. 나가 놀아!!"
이런 소리나 듣는다.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며칠을 외갓집에 가자고 졸랐는지 모른다.
단단히 삐졌다.
이제는 어머니가 일하고 와도 젖을 빨러 가지 않는다.
단식투쟁도 불사 한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작심한 듯 말했다.
"차승아, 우리 외갓집 가자!!"
차승이의 얼굴이 밝아지며 한 껏 들떴다.
외갓집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리 가까웠으면 진작에 외갓집에 갈 것이지....'
차승이는 생각했다.

남들처럼 그 집에서 이밥도 먹고,
이모가 챙겨주는 선물도 받고 왔다.
이제는 동네 애들한테 할 말이 생겼다..
나도 외갓집이 있다...
나도 이밥 먹었다...

///////

차승이를 데리고 외갓집에 가기 며칠 전...

차승이의 어머니는 유씨 집안 출신이었다.
거의 이씨만 있는 그 마을 외곽에 유씨 할아버지가 한 분 살고 계셨었다.
어머니는 그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유씨 아저씨가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유씨 아저씨.
오며 가며 인사했지요?
저도 유씨 집안의 딸인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부탁 하나 드려도 될런지요..."

"아 어떤 부탁인가요?"

"제가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저와 5살 여동생을 보살필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저와 동생을 각각 다른 집에 민며느리로 보내셨어요.
제가 있던 집 남자 애는 저를 미워해서 삶이 괴로웠었는데
14살 되던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혼인하여 이렇게 6남매를 키우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내 아들 녀석이 친구들한테 외갓집에 놀러간 얘기를 들었나봅니다.
저는 친정이 없어서 그 녀석한테 외갓집에 데려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기구한 사연을 다 말해줄 수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무얼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혹시 하루만 외할아버지 노릇을 해줄 수 있나 해서요...
값은 쳐드리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값은 안쳐드려도 됩니다.
추석 지나고 찾아 오십시요...
제가 융숭하게 대접해드리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9/11 12:17
수정 아이콘
소설인가요? 아니면 가족의 이야기인가요?
어떤쪽이 되었던 잘 읽었습니다.
작곡만 잘하시는줄 알았는데 글도 잘 쓰시는군요.
표절작곡가
19/09/11 12:19
수정 아이콘
아, 실제 가족 이야기입니다~~^^
물론 아버지 이름은 가명입니다~~~
19/09/11 12:48
수정 아이콘
어느해 이상문학상 모음집 수상작단편소설이군요 감정이입해서 잘봤읍니다.
19/09/11 13:12
수정 아이콘
이야 정말 잘 읽었습니다!!!!
19/09/11 13:27
수정 아이콘
요즘 느끼는건데 숨기는것보다 솔직하게 말해주는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더군요
Bartkira
19/09/11 20: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글에서 따뜻함이 우러나오네요
치열하게
19/09/12 14:57
수정 아이콘
어렸을 적 외갓집이 가까워 추석이나 설이나 당일 저녁에는 이동했는데 그 때마다 친척 누나형동생들과 더 놀지 못하고 불꽃놀이도 못해서 아쉬움에 눈물 난 적도 있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6743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474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5638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590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8780 3
101306 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9] Kaestro2102 24/04/20 2102 2
101305 스포 無) 테츠로! 너는 지금도 우주를 떠돌고 있니? [7] 가위바위보1855 24/04/20 1855 5
101304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탄 [31] kogang20013757 24/04/19 3757 11
101303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탄 [9] kogang20013993 24/04/19 3993 5
101302 이스라엘이 이란을 또다시 공격했습니다. [142] Garnett2114847 24/04/19 14847 5
101301 웹소설 추천 - 이세계 TRPG 마스터 [21] 파고들어라4841 24/04/19 4841 2
101300 문제의 성인 페스티벌에 관하여 [159] 烏鳳11697 24/04/18 11697 62
101299 쿠팡 게섯거라! 네이버 당일배송이 온다 [42] 무딜링호흡머신7678 24/04/18 7678 6
101298 MSI AMD 600 시리즈 메인보드 차세대 CPU 지원 준비 완료 [2] SAS Tony Parker 2977 24/04/18 2977 0
101297 [팁] 피지알에 webp 움짤 파일을 올려보자 [10] VictoryFood2932 24/04/18 2932 10
101296 뉴욕타임스 3.11.일자 기사 번역(보험사로 흘러가는 운전기록) [9] 오후2시4950 24/04/17 4950 5
101295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6705 24/04/17 6705 5
101290 기형적인 아파트 청약제도가 대한민국에 기여한 부분 [80] VictoryFood10902 24/04/16 10902 0
101289 전마협 주관 대회 참석 후기 [19] pecotek5566 24/04/17 5566 4
101288 [역사]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더라 / 질레트의 역사 [31] Fig.15597 24/04/17 5597 12
101287 7800X3D 46.5 딜 떴습니다 토스페이 [37] SAS Tony Parker 5584 24/04/16 5584 1
101285 마룬 5(Maroon 5) - Sunday Morning 불러보았습니다! [6] Neuromancer2936 24/04/16 2936 1
101284 남들 다가는 일본, 남들 안가는 목적으로 가다. (츠이키 기지 방문)(스압) [46] 한국화약주식회사7603 24/04/16 7603 4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