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하자면 답이 없다.
망했단 사실을 안건 3주정도 되었다. 한 달 후면 전역을 하는데, 1년간 만든 프로그램을 1회성 결제로 판매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크롬 웹스토어는 말 그대로 스토어! 상점이니까 내가 올린 프로그램도 팔 수 있어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웹스토어 개발자 대시보드엔 이 메세지가 항상 떠 있었다. 1년 넘게 이 메세지를 보면서 한 번도 이 지역이 의미하는 바가 내가 속한 대한민국이 아니란걸 생각해본적이 없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메세지의 진짜 의미는 내가 속한 지역이 아니라
[이 지역] 버튼을 눌러서 열린 링크에 나와있는 지역의 판매만 허용된다는 의미였다. 번역한 사람을 이토록 원망해본적이 없다. 아니면 한심한 내 자신에 대한 원망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약하면
1. 구글이 한국를 판매 지역으로 열어주거나
2. 직접 판매 모델을 구축하거나
3. 새로운 앱이나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내가 걱정하는 건 과함이다. 평범한 맨투맨 옷에 브로치를 다는 것 같달까. 과해서 본연의 가치가 사라질까 걱정이다. 지금도 자잘한 버그와 복잡한 코드로 혼돈 속인데, 인증, 보안, 결제 등을 위한 코드를 넣게 되면 얼마나 무거워질까. 물론 싸구려를 만들어도 값을 메기고, 팔 수야 있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매일 보는 새 탭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광고로 더럽혀놓고, "돈을 조금 쓰시면 광고가 짠 없어집니다!" 이런 짓은 못하겠다.
여담이지만 아무래도 내 일이 새 탭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보았다. 아주 멋지고, 섹시한 프로그램도 많지만 어떤 것들은 사용자 수에 비해서 끔찍한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검색 엔진을 보편적인 것으로 바꿀 수도 없게 만들어 놓고 유료버전 구매를 요구하다니. 내 상식으론 이해 안돼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지금 그들을 생각할 여가가 없다. 한 달 후면 수중의 돈을 떨어져갈테고, 투잡을 뛸 생각이 아니라면 이 일에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투잡을 뛰면서 코딩을 하고, 스타트업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지쳤지만, 정신적으로 말라갔다. 조금 남은 시간을 살려 써보려고 아둥바둥해보아도, 사람이라면 필요한 기본적인 시간들까지 사라져가니 마음이 쭉쭉 마른 땅처럼 갈라졌다. 친구도 만나지 못한다. 만날 시간도, 만날 돈도, 용기도 없다. 할 이야기도 사라져간다. 나는 24시간이 모자라게 살고 있지만 친구들의 관심은 여자친구 만드는 일과 스마트폰 게임, 노래, 술 등이었다. 그들이 당연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20대인데 점점 벌어지는 괴리감 속에서 나는 이상한 외로움을 느꼈다. 영혼이 마르는 것일까. 꿈을 찾아서 아무리 뛰어도 왜이리 멀리보이는지. 돈이란게 무엇인지, 왜 이리 벌기 어려웠던 것인지.
옛날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쨌던 길을 찾아야 한다. 서버를 만들고, 월정액 모델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컴퓨터 사양을 조금 더 올리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만든 프로그램과 간단하게 통신하고 관리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 6개월이면 가능할 수 있다.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고, 새롭게 디자인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하고 새로운걸 조사해보자라고 마음먹지만 '조금만 더'는 쌓이고, 쌓여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제 정말로 결단할 순간이 왔다. 완전히 새롭고 멋진 프로그램, 또는 웹서비스,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도 좀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정든 프로그램보다 더 멋지게, 새로운걸 디자인해야할까. 아니면 끝까지 밀어붙여야 할까.
어느 길이 트여있는진 도저히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