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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8/17 22:04:46
Name 강희최고
Subject [일반] 인생사는 역시 B와 D 사이의 C인가 봅니다.
안녕하세요. 주로 눈팅만 하다가 순간 댓글달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다는 피지알 라이트 유저입니다.
자유게시판이 참 글쓰기가 어려워 글은 참 안 남기는 편이지만 낯부끄러운 글도 몇번 남기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 최근의 연애사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번달 그러니까 7월 초에 3년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생각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많이 놓았네요.
사실 힘내라는 말도 필요없이, 이제 현실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네요^^.

표면적인 헤어짐의 이유는 사실 결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그 친구는 결혼을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이유야 여러가지였겠지만 그 친구가 말한건 마음이 식었다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고, 나에게 정말 잘해줬다 라고 하더군요. 뭐 비록 울면서였지만요...

이쯤에서 간략하게 3년동안 사귀어 오면서 어떤 과정과 배경이 있는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그 친구는 약사였고, 저는 회계사입니다.
다만 그 친구는 저와 만나기 시작했을때부터 약사였고, 저는 대기업에서 일하던 와중에 주경야독해서 회계사를 취득한게 다른점이랄까요?
최소 1년정도는 그 친구와 데이트를 많이 하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1년정도 그렇게 보내고 나서 이제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 싶어서 거의 1년 반동안 주말에 1번? 많으면 2번을 보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공부에 할애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4월쯤 공부를 거의 마무리하고 나서, 그 친구에게 결혼을 생각해보자 얘기했습니다.
그 친구는 몇년만 기다려줄 수 있냐고 얘기하더군요.
사실 그때는 그래 뭐 기다릴 수 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만의 착각이었지만요...

이쯤에서 우리집과 그 친구 집의 대략적인 사정에 대해서 얘기해드려야 겠네요.
우리집은 어머니께서 뇌경색이 좀 있으시고. 아버지는 운수업에서 일하시는데 수입이 일정하시진 않습니다.
부모님 노후는 사실 좀 보장이 안되어 있다고 봐야 되겠죠.
이 부분은 그 친구와 사귀면서 80% 정도 얘기했던것 같습니다.

그 친구집은 사실 작년말에야 알게 된 부분이지만, 부모님끼리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 친구가 중학교 시절에 아버지께서 잘못
한일을 가족분들에게 말을 한 것을 이유로, 아직도 아버지께서 그 친구의 탓이라고 하시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한번은 그 친구가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올지 잘 모르겠다라고 얘기하더군요. 본인이 심적으로 부담스러워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와 그 친구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사실 처음 그 친구를 봤을때 정말 인생의 짝을 만난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성격도 잘 맞았다고 생각했고, 관심사도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친구와 1년쯤 지났을때 결혼을 생각했습니다.
다만 저는 직업에 대해 스스로 자격지심이 조금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제 존재를 모르실때, 의사를 주선해
주시곤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사실 그 친구의 생각은 여전히 아직 모르는게 있습니다. 이제와서는 의미없겠지만요.
분명 처음 만났을때는 저와 비슷하게 많이 좋아했던것 같습니다. 매일마다 보고, 서로 챙겨주고, 보고싶다고 해왔었으니까요.
다만 제가 자격증 취득에 집중하는 동안 본인도 참 많이 외로워 했던것 같고 힘들어 했었다고 그러더군요.
또한, 본인 스스로가 집안환경에 대한 영향인지, 주위사람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에 대해 꽤 부정적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은 했었지만, 우리사이가 가장 좋았을 때도 결국 반반정도의 확신밖에 없다고 했었어요.
지금 되돌아서 생각하면 아마 그 친구는 우리집안의 상황과, 내 직업, 조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나 봅니다.

결국 그 친구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나를 3년이상 만나왔고, 익숙한 관계의 지루함과 결혼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나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선택을 했습니다.

사귀는 중에도 1번은 그 친구가 각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틀뒤 제가 손편지로 그 친구에게 전해주고 나서
다시 만남을 지속했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 관계를 끊는 선택을 했어야 됐나 봅니다.

헤어진 한달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그 친구와 저는 성격은 얼추 맞았지만, 저는 제 스스로 이 친구가 정말 좋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던듯 합니다.
결국 중요한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은 달랐음에도 말이죠...

나에게 결혼은 현재 시점에 상대방의 능력은 상관없이 서로 함께 행복하게 살기위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 친구는 결혼은 인생의 종착점이며, 내가 결정하는 사람은 내가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조건이 좋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의미였나 봅니다.
여자분들이 능력보는건 저는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어떤 예쁜말로 포장해도 결국 결혼은 현실이니까요.

요즘엔 오히려 제 스스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정말 결혼을 원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또한, 최근 저는 제 스스로가 어느정도의 수준인지,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여자를 봐야되는 것인지 결혼은 누구와 해야 좋을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네요. 나름 스스로 주어진 여건하에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평했지만....
결혼이 저에게는 참 힘든 일인것 같습니다.
평소에 저의 선택에 확신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연 내가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을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푸념글인데, 긴글임에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30대 중반에 오니 결혼이란 참 어렵구나 생각하는 밤이네요. 결혼하신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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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7 22:07
수정 아이콘
.....존경 안하셔도 되요....ㅠㅠ
B와D사이의C
17/08/17 22:25
수정 아이콘
헉...제목보고 놀라서 댓글부터 쓰고 보는...;;;;

말주변이 없어서 그저 힘내시라는 말 적고 갑니다. 홧팅...
가만히 손을 잡으
17/08/17 22:27
수정 아이콘
천생연분 상대란건 없고, 완벽한 조건도, 적당한 타이밍도, 준비가 끝난 경우도 없습니다.
그냥 조금씩 모자라고 허클어진 상태로 흘러가는게 인생아닐까요.
루체시
17/08/17 22:27
수정 아이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모든 방향으로 일이 더 잘 풀리시길 응원합니다!
17/08/17 22:50
수정 아이콘
여친분 본인 삶으로도 힘든데 거기다가 또 보태고 싶지 않았나 보군요.
힘들어도 함께 할 마음먹는 분이 나타나면 결혼하게 되는거고, 안나타나면 별수없는거고. 결혼은 하는게 아니고 하게되는것 아니겠습니까.
서쪽으로가자
17/08/17 22:57
수정 아이콘
사소할 수도 있는 한 두가지 이유로 결혼할 (혹은 결혼하려고 마음먹을) 수도 있고, 역시 사소할 수도 있는 한 두가지 이유로 결혼하지 않을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개인의 환경, 인생경험 따라 답이 다른거겠죠. 물론 그 답이 맞느냐는 또 모르는거고 (...)
17/08/17 23:11
수정 아이콘
Birth Dearh Choice 였나요? 가물하네요.
좋은 인연 또 있을거에요!!
러블세가족
17/08/17 23:15
수정 아이콘
결혼은 결국 복합적인 요소가 필요하죠..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한다거나 경제력적인 부분만 보고 결혼한다던가 하면 결국 안맞는 부분이 생기고 불행해지죠. 심지어는 나의 능력과는 무관한 부모님의 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글쎄요. 저도 결혼한 30대 중반이지만.. 결국 때가 되면 인연이 온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반려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돈을 쓸 때는 번번히 실패하다가 거의 포기 했던 그 순간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거든요. 힘내시고 본인을 가꾸시길 바랍니다.
루크레티아
17/08/17 23:22
수정 아이콘
주경야독으로 회계사 딴 사람 직업이 불안하다고 하다니 어지간히 사람 보는 눈 없네요..
박보검
17/08/18 00:02
수정 아이콘
사람은 사람나름대로 가치판단이 있겠지만..
루크레티아님의 의견에 한표(2)
이카로스
17/08/18 00:47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거참 여자 약사라는 직업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니요..
17/08/17 23:26
수정 아이콘
Birth Death Chicken
치킨 먹으면서 날려 보내시길.
17/08/17 23:36
수정 아이콘
직감에 맡기시기 바랍니다.

고민없는 결혼이 있겠냐만은 하느냐 마느냐 둘중하나를 고를때 조금이라도 찝찝한 뭔가가 있다면 과감히 안찝찝한 선택을 하셔요
호리 미오나
17/08/18 00:03
수정 아이콘
결혼준비하다 깨진 사람 여기 있습니다.
3년 넘게 만났는데, 저랑 헤어지고 한달 만에 새 남친 만나서 6개월만에 결혼하더군요.
헤어진 것보다 저게 더 큰 상처가 됐네요.
17/08/18 00:17
수정 아이콘
능력자시니깐 금방 또 좋은 분 만날껍니다. 힘내세요.
이혜리
17/08/18 01:33
수정 아이콘
곧 결혼을 앞 둔 사람으로,
같은 직업을 하는 사람으로 감히 말씀 드리면

적어도 은행은 우리를 좋게 봐주니 금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정말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으니 적당한 타협 속에서 짝을 찾는다면
분명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
고양이맛다시다
17/08/18 05:38
수정 아이콘
크크크 대학원생 부부는 그저 웁니다.
17/08/18 08:02
수정 아이콘
치열하게 사셨네요.
글쓴분이 살아오신 궤적을 저도 존경합니다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그냥 안주하는 스타일이라
글쓴분같은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전광렬
17/08/18 08:24
수정 아이콘
만남이 과제가 되어버리면 피곤해지더라고요.
성취지향적이고 책임감 높은게 이성관계에서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까나요.
막상 여자친구분도 그런면에 끌려서 만난 것 일 수 있지만, 감성이 아닌 이성적으로 미래를 그려볼 만큼 준비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친구를 만날 때 책임감을 가지고 뭘 하고 뭘 준비하고 만나는게 아니듯이 여자사람도 그렇게 만나야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남 연애사 글 보면 늘 제 문제가 보여서 주저리 댓글
달아봅니다.
김제피
17/08/18 09:27
수정 아이콘
글과는 별개로 정말 대단하시네요. 회사 다니면서 회계사를 따시고, 저 아는 사람들 중에는 공부만 해도 몇 번을 미끄러진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시험인데요.

기운내세요. 좋은 인연이 나타나면 다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운동화12
17/08/18 15:44
수정 아이콘
결혼은 편한 사람이랑 해야 탈없이 잘 사는거 같더라고요 주변을 봐도..
치킨은진리다
17/08/19 00:34
수정 아이콘
대기업다니면서 회계사가 되셨다니 제 기준에선 먼치킨 이십니다. 어디내놔도 안 꿀릴거 같은데 자신감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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