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을 고민하던 주제.
하지만 몇번을 쓰고 고치고 또 써봐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안 나오기에
그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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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영란법이 발동되었다.
당장 PGR 만 해도 해당 법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분도 계시고...
여기저기 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해당 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친구놈과 술한잔 거~~하게 마셔가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도 있었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된(법적으로든, 앞으로의 수익적으로든) 그 친구의 결론은,

- 그냥 어차피 모두 썩었으니까, 하나씩 하나씩 썩은거 줄여나가는데 큰 의미가 있는거 같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았다.
사실 다 썩은게 맞는 것 같다.

가끔 게시물에도 댓글을 달곤 한다.
우리는 왜 깨끗한 정치인이 없을까, 노무현이 최선은 아니지만 최소는 되야 한다라는 그 인상 깊던 댓글은 아직도 떠오른다.
정말 그런 멋진(?) 정치 사회를 떠올리기만 해도 흥분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고민해보니, 오수를 식수로 만드는데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니더라.
아무 과정도 없이 오수가 식수가 되어주는 미칠듯한 포스의 기술은 본 적이 없다.

모 x협의 조합장과 술친구를 몇십년째 유지하시며, 해당 업체에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친척의 근속 연수를 매년 늘려주고 계신 주변 모 어르신.
아들 좀 잘 부탁한다고 친구의 공장에 아들을 취업시켜주신 친구 아버님.
20여년전 자식이 좋은 학교 갔으면 좋겠다고 주소지를 도시로 등록해두셨던 누군가의 아버님.
교수님 소개로 시작한 환경 좋았던 첫 직장.
줄 잘 타서 받을 수 있었던 국가의 사업 자금 등등....

당장 내 주변, 나만해도 [정치인 했다면 청문회에서 박살 날 것들] 이 그냥 수두룩 하더라.
단 5분만 생각해도, 정말 내가 청문회에 올라가면 지금 정치인들만큼 개박살이 나겠구나 싶더라.
그들은 단지 더 크게 해먹을 환경이었다는 차이점 말고는, 지금의 나, 과거의 내 가족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더라.
행한 비리(?)의 사이즈가 다를 뿐. 근데 사이즈는 어차피 환경에 따른거니까...
막상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 입장에서도 그냥 누군가의 아버지가 자식 챙기듯 식구 챙긴거라는 말에 크게 반박할 말이 안 떠오르네...

근데 그게 너무도 자연스럽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이 더 무서운거다.
왜냐. 그래야 내가 입에 풀칠하니까. 내 식구들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젠 사회 생활 기간이 길어지고 하다보니, 역으로 동일 케이스에서 베풀어주는 상황이 오곤 한다.
생각해보니 [죄다 청문회 박살감] 이다. 이렇게 보니 난 그다지 깨끗한 놈이 아닌갑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우리 가족인데] [내 식구인데] [그래도 임마가 착한 놈이니까] [몇년째 동생같은 놈이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광경이고, 몇십년째 어른들을 통해 봐 온 광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내가 득을 본 것도, 내가 득을 줄 수 있던 부분도 있고....

근데, 사실 썩은건 썩은거다.
내가 이렇게 입에 풀칠해서 잘 풀렸다고 치자.
아주아주 잘 풀려서 안철수마냥 고위 공직자라도 올라간다고 치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댓글로 그렇게 욕하는 모습의 내가 되어있는거다.

그제서야 친구의 말에 강한 동감이 든다.


[그냥 어차피 모두 썩었으니까, 하나씩 하나씩 썩은거 줄여나가는데 큰 의미가 있는거 같다]


맞는 것 같다. 풀어둬서 안된다면, 적당히 조여가며 사회 룰을 만들어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한방에 조이면 그만큼 너무도 큰 반감이 몰려올테니....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 다 그렇다지만,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전진이지만 전진은 맞는거 같다.
물론 또 기상천외한 편법이 등장하겠지.
당장만 생각해도 3만원씩 카드로 결제해버리고 나중에 현금 이체해주면 어떻게 잡겠는가...
내부고발자 없으면 현실적으로 편법을 잡기도 힘들테고 말이지...
(그런데 국내의 내부고발자 취급이 어떻더라 생각해보니 참으로 암담하다)

그래도, 아주 미세한 전진이지만 전진하는데 큰의미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