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은 낙관과 희망의 시대였습니다. 전쟁은 승리했고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자유진영의 맹주 자리도 물려받았습니다. 미국의 전후 번영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였습니다. 베이비붐이 일어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시기도 바로 1950년대였습니다. 거리에는 엘비스의 흥겨운 로큰롤 음악이 흘러나오고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자신감은 미국인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이 소유해야 하는 하나의 물건에도 반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물건은 바로 자동차였습니다.
이 시기의 미국의 자동차들의 특징은 마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크고 화려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테일핀(tailfin)이었습니다. 차량의 뒷부분에 달려서 마치 하늘을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듯 높이 솟구친 이 테일핀은 거칠 것 없는 미국의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로켓의 날개 같기도 한 이 커다란 테일핀이 달린 자동차는 마치 길을 달리는 게 아니라 높이 비상하여 하늘을 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미국의 자동차들에 이러한 테일핀이 달려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48년부터였지만 본격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핵심으로 부각하게 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였습니다. 이 디자인의 시초는 할리 얼이라는 GM의 수석 디자이너가 미 공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록히드마틴사의 P-38 Lightening Fighter라는 전투기의 꼬리날개에서 영감을 얻어서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하면서부터 시작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Lockheed P-38 Lightening
그 뒤로 미국의 자동차 3사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누가 더 크고 화려한 테일핀을 자동차에 다는지를 놓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모델을 출시하면 그 다음에 다른 회사에서는 그 회사의 자동차보다 더 크고 화려한 테일핀이 달린 차량을 출시하곤 했습니다.
많은 차량들이 이러한 테일핀을 달고 출시되었지만 그 가운데 이 화려한 테일핀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단 한 차종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 차를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바로 1959년 캐딜락 모델이지요. 크고 매끈한 차체의 곡면을 따라가다 차의 뒷부분에 이르러 우아하게 비상하는 테일핀...그리고 그 테일핀의 끝에 두 개씩 나란히 배치된 빨간색 테일라이트는 미국의 자신감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궁극의 디자인이었습니다. 미국 번영의 시대, 한계를 모르고 비상하는 로켓-시대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높으면 그림자도 깊은 법, 이러한 디자인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1960년대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첨차 이런 과시적인 디자인들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차들은 보다 더 실용적인 다자인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테일핀은 짧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미국 역시 취한 듯한 번영의 시대를 지나서 자기 자신들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되는 60년대를 맞이하게 되지요.
지금의 미국 사람들은 1950년대의 이런 차량들을 보면 약간 부끄러운 감정들을 느낀다고 합니다. 마치 술 취해서 헤어진 전 여친에게 카톡을 무지하게 보내곤 난 후 다음날 아침 숙취와 함께 물밀 듯 부끄러움이 몰려오듯이 "도대체 우리는 저때 무슨 생각이었지?"하는 "이불킥"스러운 감정을 느낀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 시대의 차들은 미국 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아서 외국의 올드카 수집광들은 이 1950년대 테일핀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차들을 아주 선호한다고 하네요.
저도 정말 저 1959년형 캐딜락 한번 몰아보고 싶습니다. 옆에는 비키니 입은 육감적인 여인네들을 태우고 촌스럽게 양손을 다 운전대에 올리지 말고 왼 팔은 차 문에 척 기대어 놓고 오직 오른손으로만 운전하면서 말입니다. 음악은 볼륨을 최대한 키워서 빵빵하게 울리도록 해서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한번 달려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제 i30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비슷한 분위기조차도 낼 수 없는, 오직 1959년형 캐딜락으로만 가능한 미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다음 생에서나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