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텔러 구자형입니다. 3월 초에 글을 올리고 거의 한 달 만입니다.
넷텔링 글이 안 올라와 궁금해 하셨던 분들도 계셨는데 사실 제가 겨울마다 미치는? 일이 있어서였습니다.
'스노보딩'인데요. 겨울시즌 중엔 거의 여기에만 빠져 사느라고 다른 일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이제 마지막 내릴 눈과 함께 약속의 땅 용평에서 금요일 이번 시즌을 마칠 예정입니다.
2016년의 봄을 맞아 근 몇 년 동안 해보고 싶었던 ‘북텔링’이 있어 알려드릴 겸 글을 올립니다.
혹시 "소년소녀 라이브러리"라는 전집을 기억하는 분 있을까요?
아마 기억하는 분은 최소 마흔은 넘긴 분일 겁니다. 자동 연식인증이랄까요?
출판업계의 기획시리즈의 시대, 전자출판의 시대를 넘어 지금은 어떤 시대인지도 잘 모르지만,
한 때 방판을 중심으로 한 "전집"류의 책들이 붐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아마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까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년소녀라이브러리"는 그때 나왔던 전집류의 하나였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70년대 중후반에는 지금처럼 볼거리, 들을 거리가 많지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의 '취미'란에 '독서' '영화감상' 혹은 '음악 감상'을 적었겠어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책과 관련해서는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고,
아니 사실은 방문판매하는 분들의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이 들어 점점 공부를 잘 하게 된다'는 감언이설? 에 넘어가
큰 돈 들여 문학 전집을 구매하는 집들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 어쩌면 그것도 좀 사는 집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전집류라 돈이 좀 들었을 테니까 말이죠.
어쨌든, 그런 감언이설에 넘어간,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저희 집에서도
몇몇 전집들을 들여 놓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뭔가 재미도 없어 보이고 되게 어려운 "y의 비극"같은 성인용 추리 소설류의 전집도
책장장식?과 20대였던 형님을 위해 들여 놓으셨지만,
제 기억 속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전집은
"신진출판사"의 "소년소녀 라이브러리"와 "아이디어 회관"의 SF소설들이었습니다.
"아이디어 회관"의 책들은 놀랍게도 2000년 초에 "직지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상에서 애독자들에 의해 복각되었더군요.
제목도 가물가물했던 "합성인간" "불사판매 주식회사" "이상한 존" 같은 제목을 볼 수 있어
정말 반갑고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이 책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다니!"
그러나 그보다 더 머리 깊숙한 곳에 각인되어 있던 책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신진 출판사"의 "소년소녀 라이브러리" 전집이었습니다.
지금도 세계명작 동화로 많은 어린이들에게 보이고 있는
"알프스의 소녀"나 "톰 소오여의 모험" "소공자" "소공녀" 같은 책들이 포함되어 있었죠.
그리고 이 책들이 무슨 무슨 위원회에서 기획했기 때문에
"10인의 위인들" "10인의 탐험가"같이 여러 단편들을 한권의 책으로 만든 경우도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단편이라 짧았지만 재미있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들이었습니다.
"용기" "인내" "애국" "충성" "효" 같은.
문득 '그 나이 때에 그런 것을 생각했었다니, 그때는 애들이 좀 애들 같지가 않았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오히려 그 나이 때가 그런 것들을 그냥 순수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일까요?
또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책들은 어쩌면 일본의 전집을 베껴서 만들었던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시에는 그런 경우가 좀 많았죠. 일본책을 슬쩍 번역해서 우리말로 출시하는.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지금 그때 삽화를 보면 "으응?"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되는 것도 있거든요. 어디서 많이 본 그림체인데? 하고요.
하지만, 그 때는 잘 몰랐고, 오로지 책 읽는 재미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서백편의자현"의 경우처럼 같은 책을 수십 번 봤던 기억도 있습니다.
밥 먹으면서도, 화장실에서도 볼 정도로 정말 책 읽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잠도 안자고 이불 속에서 밤 새워 보는 정열!? 그러다 고개가 푹 떨어져 잠이 들고.
게임이고 애니메이션이고 그다지 많지 않았던 시절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일생에 그때만큼 상상력이 풍부했던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걸 머릿속에서 그리고, 계속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이 "소년소녀 라이브러리"는 초등학교 저학년용-노란색-과 고학년용-녹색-으로 색이 구분돼서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고학년용 책(아마도 어드벤처 시리즈였나?)을 다락에 숨겨두시고 나중에 더 커서 보라고 하셨는데
너무나도 보고 싶던 나머지 엄마 몰래 꺼내서 보기도 했었죠.
엄마 몰래 책을 읽는 스릴이란! 야동도 아닌데 말이죠.
제목도 훨씬 어른스럽고 내용도 뭔가 달랐습니다.
지금 찾아보니 이런 제목들입니다.
"모험왕 코난" "기인대 거인" "기암성" "105호 선실의 비밀" "검은 고양이" "하늘의 공포" "마녀의 관" "사차원의 신세계"
뭔가 기담과 괴담과 공포와 스릴과 추리의 세계가 눈앞에 슈아악~ 펼쳐지는…….
아마도 국민(초등)학교 때 그 책들을 보던 시기가 있었기에
중고등학교 때 보다 폭 넓은 세계 문학과 '무림?'의 세계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범위도 더 넓어지고요.
법정스님의 책들도, 그리스 로마신화도,
‘섬섬옥수’ ‘빙기옥골’이 자주 등장하는 야간 야시시한 장면들도 많았던 무협지들도.
본격적인 "이야기"의 세계. "문학"의 세계였습니다.
(당시의 무협문학 수준 문제를 제외하고 이야기의 관점에서 무협지도 포함시키겠습니다)
아마 20대 초반까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30여년은 ‘논픽션’의 세계에서만 살았습니다.
인문-사회-자연과학 서적과 꽤 많은 양의 다큐멘터리 원고들을 본 시기였습니다.
성우 일을 하면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죠.
수많은 해외 걸작 다큐멘터리와 국내제작 다큐멘터리의 원고를 누구보다 먼저 보게 된 것이요. 몇 천편 봤을 겁니다.
하지만, 문학(이야기)의 세계와는 좀 멀어진 삶이었습니다.
점차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저도 ‘영화’와 ‘드라마’로만 이야기를 보는(듣는) 사람이 된 거죠.
상상’보다는 ‘몰입’이 더 중심인.
그리고 재작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나의 상상이 중심인’ 이야기(문학)의 세계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북텔러리스트" 때문이었죠.
"북텔링"이 문학에 한정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학작품이 텔링으로 풀어내기에 좋으니 당연히 비중이 높을 수밖에요.
그래서 근대문학에서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좋은 작품들을 팟캐스트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시도의 하나로 제가 여기에도 올리는 넷텔링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뭔가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보는 것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서도 어떤 이미지와 감정과 정서가 제 안에서 뭉클거렸고
또 그것이 다른 이에게도 전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방송만 했던 저에게 있어서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공감'을 중심으로 하는 ‘구술(이야기-텔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이즈음 저는 정말 눈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근시도 아주 심한 –10의 근시인데다 이제 노안까지 그리고 망막변증까지 걱정하게 된 판이니까요.
그래서 최근 몇 년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정말 시력이 안 좋아지기 전에
좋은 작품을 "텔링"이란 솔루션을 통해 "오디오북"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요.
많은 방송물의 제작에 관여했지만 사실 그것들은 손에 남는 게 아니더군요. 방송은 일회성의 성격이 짙으니까요.
무언가 오랜 시간 남을 수 있는 그런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가 죽어도 책처럼 남을 수 있는.
그래서 저장매체로 유튜브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세 작품을 남기고 싶었는데 하나는 "신약성경"이고(저는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하나는 "톨킨전집"이고
하나는 "총균쇠" "사피엔스"등의 인류학서적입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을 제외한 책들은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신약성경의 경우 공부가 모자라 아직 주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약성경의 본문낭독만으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요.
그러나 초기경전인 "도마 복음서"와 4복음서의 예수 어록만 모은 "Q복음서"는
정말 하루빨리 낭독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릴 때 보던 그 책들을 지금의 내 또래 사람들과 혹은 지금의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어떨까?"
그 당시에 봤던 책들은 SF나 추리물의 경우 지금 영화로 꽤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지금 5-60대의 많은 분들은 '추억'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저처럼 "세계명작선"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이것을 "오디오 북“으로?
그래서 작가 사후 5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출판사가 문 닫은 '아이디어 회관'의 책과
역시 문 닫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진출판사'의 ‘소년소녀 라이브러리’를 금년부터 만들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항상 겨울에 '스노보딩'에 미쳐 사는 통에 석 달 동안 전혀 넷텔링을 이어가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제 이번 용평에서의 주중 보딩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녹음'을 할 예정입니다.
일반인들과 지망생들에게 '음성개발'과 '화술'과 '음성연기'에 대해 강의하는 무료 공개강좌와 함께요.
이 오디오북이 그 강좌의 레퍼런스가 되게끔 하는 목표도 갖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회관'의 책들은 '직지 프로젝트'를 통해 구한 상태이고
거기에서 한 권의 신진 출판사 "소년소녀 라이브러리" 책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나이'가 담겨 있는 "하늘의 공포"라는 책입니다.
처음 부분에서 언급한 "이 그림 어디서 많이 봤는데……."의 삽화가 들어있는 소설입니다.
어떤가요? 보면 딱 뭔가가 생각나는 그림이죠? ‘철이’나 ‘하록’같은.
금년에 쉬지 않고 녹음해서 꾸준히 유튜브에 올려 볼 생각입니다.
1회 분량이 적더라도 주말을 제외한 매일 업데이트를 목표로요.
신진 출판사의 책들과 아이디어 회관의 책들을 중심으로요, 일상이 아주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저와 비슷한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과
지금의 아이들을 구술적 상상의 세계(이야기)에 초대하고자 하는 어른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거의 일방적이며 몰입이 중심인 영화나 애니,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 어릴 적처럼 말이죠.
다시 그런 순간들을 떠올려보니 저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같고.
누군가의 할아버지(접니다. 제가 벌써 작은 할아버지가 됐습니다), 할머니, 아빠, 엄마, 삼촌, 고모, 이모인 분들에게
이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의미 있고 좋은 일이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북텔러 구자형이었습니다.
*첫 번째 책은 역시 '기적을 일으키는 사나이'가 들어있는 "하늘의 공포"입니다.
그 다음은 아이디어 회관의 책이 되겠죠.
* 신진 출판사, 사실 나중엔 대영 출판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책이 나왔는데
도저히 제가 이 책들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중고서적구입 방법도 잘 모르고요.
정보를 잘 아시는 분들이 있거나 책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구입하거나 최소한 스캔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31번부터는 간절합니다.
1. 나라를 지킨 소년 : 교훈전집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2. 불가능은 없다 : 교훈전집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3. 28년만의 성공 : 교훈전집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4. 10인의 과학자 : 위인전기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5. 10인의 탐험가 : 위인전기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6. 10인의 발명가 : 위인전기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7. 10인의 영웅 : 위인전기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8. 10인의 예술가 : 위인전기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9. 톰 소여의 모험 : 세계문학 마크 트웨인 지음
10. 왕자와 거지 : 세계문학 마크 트웨인 지음
11. 쟝발장 : 세계문학 위고 지음
12. 집없는 소년 : 세계문학 말로 지음
13. 집없는 소녀 : 세계문학 말로 지음
14. 피노키오 : 세계문학 콜로디 지음
15. 소공자 : 세계문학 바네트 지음
16. 소공녀 : 세계문학 바네트 지음
17. 백설공주 : 세계문학 그림 지음
18. 신데렐라 : 세계문학 페로 지음
19. 암굴왕 : 세계문학 뒤마 지음
20. 삼총사 : 세계문학 뒤마 지음
21. 철가면 : 세계문학 보아고베 지음
22. 보물섬 : 세계문학 스티븐슨 지음
23. 걸리버 여행기 : 세계문학 스위프트 지음
24. 로빈슨 표류기 : 세계문학 디포우 지음
25. 엉클 톰 이야기 : 세계문학 스토우 지음
26. 알프스의 소녀 : 세계문학 스피리 지음
27. 아라비안 나이트 : 세계문학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편
28. 어머니를 찾아서 : 세계문학 아미치스 지음
29. 플란더즈의 개 : 세계문학 위더 지음
30. 이솝 이야기 : 세계문학 이솝 지음
31. 모험왕 코난
32. 4차원의 세계
33. 80일간의 세계 일주
34. 밀림의 왕자 타잔
35. 최후의 공룡 세계
36. 괴인대 거인
37. 기암성
38. 괴신사
39. 흑진주 사건
40. 투명범인
41. 105호 선실의 비밀
42. 검은 고양이
43. 하늘의 공포
44. 마녀의 관
45. 사라진 대륙
46. 공포의 대작전
47. 007 지령번호
48. 100만불의 매
49. 해골성의 괴사건
50. 황색의 개
* 혹은 ‘소년 소녀 라이브러리’가 아니더라도,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어린 시절의 책(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이 있다면
잠깐 빌려주세요. 스캔 뜨고 돌려드리겠습니다.
오디오 북으로 만들어 보자고요.
* 도저히 사진을 중간에 넣는 방법을 못 찾겠네요.
미리보기, 편집하기 정말 안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