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23 20:36:28
Name 마나통이밴댕이
Subject [일반] [감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연애를 미디어로 배우는 아재입니다ㅠㅠ
뒤늦게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군더더기 없이 정말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화면은 감성적이고 예쁩니다. 뭔가 허름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한데 구도나 구성이 진짜 감성적이라 허름한 느낌도 일부러 그런 느낌을 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
우리나라의 쨍하고 세련된 화면보다 더 순수하고 아련한 느낌을 잘 들게 해 줬습니다.
[차를마시자]에서 봤던 와비사비라는 개념이 이런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아닐 가능성이 큽니다크크...)
일본문화가 사람을 보는 방식이 우리나라와 달라서 그렇겠지만, 캐릭터와 연출이 감정과잉과 신파로 치닫지 않고 관조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진짜 좋았습니다.
슬픔의 정서를 아름답게 경험하면서 힐링이 되어서 정말 좋았고, 제작자의 의도와 감정을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확실히 돈 들여서 극장에서 보았던 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강렬한 이야기와 감정의 과잉이 없이도 이렇게 정서를 뇌리에 새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이런 영화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헤글러
16/03/23 20:38
수정 아이콘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나통이밴댕이
16/03/23 20:46
수정 아이콘
엔딩씬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서 다시 한 번 찾아봤는데 또 눈물나네요ㅠㅠ
감정을 정말 정갈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합니다...ㅠㅠ
엔딩씬 음악도 정말 좋네요...ㅠㅠ
미친여자친구
16/03/23 20:41
수정 아이콘
저는 기분이 우울할 때 한번씩 봤더니 지금은 10번 넘게 본듯하네요.
참 좋은 영화입니다. 재개봉했다고 하니 조만간 또 보러가야겠네요.
마나통이밴댕이
16/03/23 20:47
수정 아이콘
저도 기회되는 데로 또 볼 것 같습니다...ㅠㅠ
16/03/23 20:51
수정 아이콘
결국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우리가 도망쳐 떠나온 모든 것에 바치는 영화입니다.
한때는 삶을 바쳐 지켜내리라 결심했지만, 결국은 허겁지겁 달아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처참한 결말을 논외로 한 채 사랑 자체의 강렬함만으로
따지면, 오라뮨데 백작 부인만큼 온 몸을 던지는 사람도 없겠지요. 정서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조제만큼 절박하게 사랑이 필요한 경우도 드물거고요. 공포 때문일 수도 있고 권태나 이기심 탓
일 수도 있겠지요. 동생이 되물었듯, 츠네오는 그저 지쳤던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떠나갑니다.

모든 이별의 이유는 사실 핑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긴, 사랑 자체가 홀로 버텨내야 할 생의 고독을
이기지 못해 도망치는 데서 비롯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게 어디 사랑에만 해당되는 문제일까요.
도망쳐야 했던 것은 어느 시절 웅대한 포부로 품었던 이상일 수도 있고, 세월이 부과하는 책임일 수도
있으며, 격렬하게 타올랐던 감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결국 번번히 도주함으로써
무거운 짐을 벗어냅니다. 그리고 항해는 오래오래 계속됩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가 도망쳐 온 모든 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길. 이 아름다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깨끗하게 묶은 조제의 뒷모습처럼, 결국엔 우리가 두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지 않기를.

이동진 평론가의 글 중 일부에요.
일본 영화중에 제일 좋아하는 영화에요. 또 보고싶네요.
마나통이밴댕이
16/03/23 20:54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 쓴 것 같습니다. 저는 연애의 경험이 없어서 이런 영화에 접근하고, 감상할 때 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완전히 [공감]하기는 조금 어렵기도 합니다만, 보편적 측면에서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잉크부스
16/03/23 23:06
수정 아이콘
도망쳐 떠나온 것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게 사랑하는 사람의 부족한 무엇으로 부터의 도주였던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에 목놓아 울면서 봤던 영화입니다.
그 당시는 스스로 그래서 그런게 아니라고 자기 합리화 했습니다만.
영화를 보면서 사실은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것으로 부터의 부끄러운 도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숨길수가 없더군요.

그 부끄러움의 감정을 다시 느끼기가 두려워 이영화를 다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졸렬한 병명이지만 다행이도 제가 두고 떠난 삶의 뒷모습은 많이 누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yangjyess
16/03/23 20:54
수정 아이콘
도시로올시다는 니시모리 히로유키 만화 말씀하시는 건가요?
마나통이밴댕이
16/03/23 20:56
수정 아이콘
예, 작가는 맞는 데 제목을 다른 만화하고 햇갈렸네요...
차를 마시자 입니다. ㅠㅠ 수정하겠습니다.
yangjyess
16/03/23 21:03
수정 아이콘
아항.... 어쩐지... 알것 같네요 어떤 느낌인지 흐
16/03/23 20:59
수정 아이콘
이미 몇 번 봤지만, 스크린으로는 본 적이 없어서 지난주에 조조로 봤습니다. 멜로는 거의 안보는데 이 영화는 제게는 인생영화중 하나에요.
일단 조제가 너무 매력적이죠... 마지막 장면은 말할 것도 없구요. 언젠가 지치고 식게 마련인 사랑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이 많이 공감돼요.
마나통이밴댕이
16/03/23 21:03
수정 아이콘
조제라는 캐릭터는...진짜 외로움이라는 게 정말 아름답고 깨끗하게 형상화되어 있고,
또 그걸 받아들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 있을 수도 있는 포텐셜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16/03/23 21:05
수정 아이콘
일본영화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 가끔 다시 보곤 합니다.
다만 감독의 이후 작품들은 기대치에 좀 못 미치더군요.
고스트
16/03/23 21:30
수정 아이콘
마지막의 그 어마무시할 정도의 태연함과 쿠루리의 하이웨이... 쿠루리의 팬이 되어버렸죠
즐겁게삽시다
16/03/23 21:47
수정 아이콘
조제 보고 쿠루리 팬된 사람(2)
하이웨이 뮤직 비디오에도 츠네오가 나와서 더 좋아요
16/03/23 21:53
수정 아이콘
명작이죠
자전거도둑
16/03/23 22:06
수정 아이콘
츠마부키 사토시 일본 남배우 중 가장 좋아합니다. 비쥬얼,연기 다 좋아요.
CoMbI COLa
16/03/23 23:08
수정 아이콘
20살에 대학교 교양수업 발표 때문에 보고, 24살에 우연히 또 교양수업 감상문 때문에 봤습니다. 20살에 볼 때와는 전혀 다르게 보이더군요.
원래 영화 여러번 보는 성격은 아닌데 이 영화랑 인생은 아름다워 등 몇몇 영화는 서른 넘어서 다시 보려고 합니다.
러브레터
16/03/23 23:17
수정 아이콘
저도 감명깊게 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렇게 끝날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거든요.
일본 영화는 엔딩에서 뭔가 담담한데도 생각해보면 굉장히 슬프고 먹먹한 그런 정서를 느끼게 하는 영화가 많은 것 같아요.
리콜한방
16/03/23 23:24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엔딩이나 우는 장면을 좋아하시는데 전 남주가 친동생과 통화하며 "지쳤지?"란 말을 듣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대사가 나오기 전에 '저 친구 지쳤겠는데?' 생각이 드는 찰나, 동생이 저 대사를 말해서 정말 놀랐어요.
저때의 감정이 어떤건지 너무 잘 알고 그것 때문에 참 괴로웠었기에 그랬던 것 같아요.
보로미어
16/03/23 23:39
수정 아이콘
헤어진 후 시간이 흘러 문득 다리 위에서 목 놓아 울던 장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기가 막힌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16/03/24 00:22
수정 아이콘
어 전 이거 책으로 먼저봐서 더 멘붕했던 기억이 나네요. 책은 좀 애매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났거든요.
새벽이
16/03/24 07:13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죠...츠네오가 튈 거라고 살짝 예상은 했지만 막상 튀니까 먹먹하더라구요...벽장씬 (손 잡기 씬)과 첫 잠자리씬 전에 조제가 츠네오 등짝 때리기 씬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그리고 우에노주리와의 싸대기배틀도 인상적이었어요...이 영화도 정말 좋았지만 잇신 감독의 다음 작품인 "메종 드 히미코"를 더 좋아합니다...기회되면 꼭 보세요...
스프레차투라
16/03/24 10:13
수정 아이콘
한창 젊을을 불태을 무렵에 봤을 땐 저도 인생영화급 감상에 빠졌었는데,
나이좀 먹고 다시 보니 그냥 되게 건조하더라고요. 제탓이겠죠 흑.

츠마부키하고 하정우가 같이 찍은 영화(..보트..)까지 찾아봤습니다만,
그냥 조제까지만 보는 걸로..
16/03/24 10:21
수정 아이콘
이거 본다고 생각만 했지...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이번 주말에라도 꼭 봐야겠네요
맹꽁이
16/03/24 11:13
수정 아이콘
처음 볼 때는 남주의 마지막 오열이 기억에 남았는데
나이 더 먹고 보니까 둘의 이별장면이 가슴이 아리더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끝나는 이별씬은 하..
사람의아들
16/03/24 17:00
수정 아이콘
조제의 사투리에 엄청난 매력을 느낍니다(.................) 저렇게 곱게 사투리 쓰는 애들이 드물거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256 [일반] (스포 가득)<배트맨 vs 슈퍼맨 저스티스의 탄생> - 소화불량에 걸리다 [72] aSlLeR8986 16/03/24 8986 1
64255 [일반] 배트맨 대 슈퍼맨 평이 안 좋아도 그래도 볼 생각이신 분들께 노스포 후기. [11] 산들바람9277 16/03/24 9277 4
64254 [일반] 이탈리아 함선 이야기(2) - 문제적(?) 중순양함 볼차노(Bolzano) [9] 레이오네4766 16/03/24 4766 9
64253 [일반] 뱃vs슈 감상(스포 딱 하나) [31] 낙천v5772 16/03/24 5772 0
64252 [일반] 요즘 꽂힌 맥주 [71] 탈리스만8570 16/03/23 8570 0
64251 [일반] 자유게시판 신규 운영위원을 모십니다 [4] OrBef5269 16/03/19 5269 3
64250 [일반] [프로듀스101] 11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들 (데이터 주의) [14] 모비에7278 16/03/24 7278 1
64248 [일반] [3.23]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박병호 1타점 2루타) [2] 김치찌개4053 16/03/24 4053 0
64247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8 (5. 문득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24] 글곰3894 16/03/24 3894 48
64246 [일반] [프로듀스101] 4차 경연 직캠 현황 [10] Leeka3348 16/03/24 3348 2
64245 [일반] '소년소녀 라이브러리'를 아십니까? [15] 북텔러리스트5515 16/03/23 5515 5
64238 [일반] [감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7] 마나통이밴댕이5025 16/03/23 5025 0
64237 [일반] 청해진-정원 새로운 문건이 나왔다는데요 [12] 능숙한문제해결사7498 16/03/23 7498 0
64236 [일반] 브뤼셀 테러의 배경: 분열된 벨기에와 몰렌베크 그리고 안락함 [20] santacroce6762 16/03/23 6762 15
64235 [일반] 역습의 DC!! 배트맨 대 슈퍼맨은 재미있을까? [46] 빵pro점쟁이7363 16/03/23 7363 2
64234 [일반] 박재범/키디비의 MV와 린/엠버/전효성/라붐/비투비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5] 효연덕후세우실6625 16/03/23 6625 0
64233 [일반] [수필] 엄마의 마중 [5] my immortal2967 16/03/23 2967 20
64232 [일반] 응급실 #1 [15] 지하생활자6079 16/03/23 6079 16
64231 [일반] [책추천] 역사 및 시사 관련 추천도서 목록 공유합니다. [21] aurelius9016 16/03/23 9016 23
64230 [일반] [스포] 무스탕: 랄리의 여름 보고 왔습니다. [47] 王天君7700 16/03/23 7700 5
64229 [일반] [스포] 피닉스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2580 16/03/23 2580 1
64228 [일반] [스포]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5370 16/03/23 5370 1
64227 [일반] [스포] 산하고인 보고 왔습니다. [2] 王天君3385 16/03/23 338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