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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01 04:12:07
Name 일각여삼추
Link #1 http://handrake.tistory.com/42
Subject [일반] 재와 환상의 그림갈(灰と幻想のグリムガル, 2016)
※ 네타가 있습니다.



리얼 판타지로의 초대

제작 : A-1 Pictures
감독 : 나카무라 료스케
장르 : 판타지, 차원이동물
방영 : 2016년 1월
진행 : 8화/12화 예정

현대 일본의 10대 소년·소녀 수십 명이 영문도 모른 채 빨간 달이 뜨는 그림갈의 세계로 이동해 온다. 어리둥절한 그들 앞에 갑옷을 입은 의용병단 단원들이 나타나 수습생이 되기를 권유한다. 달리 선택지가 없는 그들은 권유를 받아들이고 각자 파티를 꾸며 흩어진다. 여기서도 개개인의 능력은 평등하지 않아 뛰어난 자들끼리, 떨어지는 자들끼리 따로따로 모인다. 주인공 하루히코에겐 딱히 특별한 재주가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인가 열등생 그룹에 속해있다.

기억이 날아갔다고는 하나 현대에서 곱게 자란 주인공 일행에게 피와 살점이 튀는 의용병으로서의 하루하루는 녹록지 않다. 그림갈에서 가장 시시하다는 고블린 사냥도 이들에게는 전력을 다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큰일이다. 그렇다고 안전한 아르바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애당초  못이 박힌 까닭에 꼼짝없이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고블린을 잡는다. 가장 하위 몬스터지만 체스를 둘만큼 지능도 높고 동료의식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칼로 찌르면 인간과 똑같이 시뻘건 피가 솟구친다.

이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도 손에 떨어지는 건 겨우 그날그날 입에 풀칠을 할 수준. 장비도 길드에서 가입할 때 주는 기본 방어구, 무기뿐이라 매 전투마다 줄타기하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그나마 파티장이자 신관인 마나토가 개중 남다른 실력으로 전투에서 전·후방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공격과 방어, 치유까지 3인분을 도맡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겨우 견습생인 탓에 숙련이 필요한 마법사나 궁수는 거의 도움이 안 될 지경이라 전방에서 싸우는 전사들에게 부담이 몰리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이런 도박도 하루 이틀뿐, 결국 마나토는 고블린 저격수에 의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파티는 그때까지의 허술한 임시방편과 소꿉장난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약육강식의 세계인 그림갈에서 살아가기에 부족함을 비로소 자각한다. 한편 막막한 미래를 마주하면서도 피 끓는 청춘 남녀들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고된 하루하루를 겪으며 그들은 성장해 가는데…….

수채화로 그린 동화풍 작화가 다채롭다. 마치 어린아이 그림책 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처절한 전투 장면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신기하게 어울린다. 음악 또한 요소요소마다 적절히 들어가 있어 전투할 땐 긴박하고, 쉴 때는 느긋하며 마나토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는 가수 NIKIIE가 한없이 슬픈 가락을 뽑아낸다. 여러모로 제작사 측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게 눈과 귀로 느껴진다.

이번 분기에 방영 중인 「이 멋진 세계의 축복을!」(이하 코노스바)과 같은 장르인 판타지 더하기 차원이동물이라 어찌 됐든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그물인 코노스바와 일종의 리얼 판타지계라 분류할 수 있는 본작은 재미 포인트가 다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보기 좋은, 그러나 태클을 걸자면 의외로 태클 걸 구석이 적고 살짝 비틀린 클리셰가 유쾌한 게 코노스바라면 실제로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현실적 세계관을 잘 그려낸 게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하 그림갈)이다.

다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도 몇 군데 존재한다. 우선 분량 문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12화 중 8화가 방영되었는데 스토리 진행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주인공 일행이 그림갈에 떨어지고 고블린과 싸우다 마나토가 사망해 메리로 대체된 것이 전부다. 물론 파티가 좌충우돌하며 마나토의 죽음으로 침체된 분위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극복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감동스럽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8화 내내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을 따라가는 전개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12화에 이르도록 기승전결의 승이나 갈까 하는 걱정이 든다.

마나토가 너무 이른 단계에서 사망한 것도 좀 불만이다. 이를테면 「인터스텔라」에서 도일 박사가 죽을 때 느껴지던 허무함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동료의 죽음이 예상될 정도로 스토리가 고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벌어져 파티의 각성을 촉발하고 진지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끌어내기 위한 작위적 장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물론 갑작스런 죽음이라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 키리토의 먼치킨성과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에서 벨 크라넬의 편의주의적인 성장력에 지루함을 느꼈다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림갈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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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1 05:09
수정 아이콘
코노스바나 그림갈이나 코미디에 얼마만큼 방점을 찍었는가로 구분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이 추구하는 바는 같다고 봅니다. 원작을 읽지 않아서 제 생각이 맞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볼 때, 결국 인간찬가로 읽혀져요. 그게 어찌보면 라노베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두 작품 너무 매력적이라 열심히 보고 있고 이번 분기 애니메이션 중 추천하라면 두가지를 꼭 추천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최근 나온 이세계물들이 대부분 이고깽(이세계에 고교생이 날라가 깽판치는 것)물이어서 지겨웠는데 오히려 사건보다 인간관계 중심의 작품이 오랜만에 나온 것 같아 아주 좋습니다. 물론, 두 작품다 다음 시즌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하긴 하지만요.
16/03/01 07:05
수정 아이콘
마나토는 할게 많은 힐러였는데 너무 쉽게 죽은 느낌이 강하죠. 저런 리더는 어디서든 받아줄 유일한 힐러인데 흑흑..
넹넹넹넹넹넹넹
16/03/01 09:16
수정 아이콘
일본 청춘물을 풀어나가는 마법의 주문
"우린 혼자가 아니야"
"내쥬위엔 항상 뉴구뉴구가 있었어"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만화 보면 대충 중반까지 읽고 설정만 찾고 결과만 보게 되네요.
그래도 뻔하지만 최근에 나온것 중에는 제일 재밌는것 같아요.
모조나무
16/03/01 19:26
수정 아이콘
저는 소아온부터 만들어지는 일련의 게임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류의 애니들이 다들 개성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일단 로그 호라이즌같이 게임 내의 경제나 시스템에 주목한 애니도 재미있게 보았었고 작년 마치 던전 키퍼를 연상시키는 듯한 내용의 오버로드도 나름 설정은 주목할만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번 분기에 마침 코노스바와 그림갈이라는 어떻게 보면 반대 측면의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둘 다 나름대로의 미덕을 간직한거 같아서 좋습니다. 특히 재와 환상의 그림갈의 경우엔 수채화같은 배경의 색감이 잔인한 측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미덕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좋네요.
파인애플빵
16/03/02 01:25
수정 아이콘
최근에 저도 재밌게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이네요 전사지만 소극적이고 뒤로 물러만 서는 전사, 제멋대로에 연계는 개나 줘버린 기사, 딜 못하는 도적..
활못쏘는 사냥꾼, 정확도 제로의 마법사 소규모 조직을 이끌고 규합하는 리더의 존재 그리고 이런 엉망진창 조직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 하는지
우리네 사회 생활에서도 참 생각도 많이 들고 군대에서 시절 생각도 나구요
그리고 하루 18쿠퍼를 벌어서 먹고 살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주인공들을 보면 참 서글픈 우리네 젊은 청춘들이 투영되어 보이기도 하구요
이상적 리더인 미나토가 죽고 얼떨결에 리더 역할을 맡은 하루히로의 소규모 파티를 이끌어 가는 고민 융합 되지 못한 새로운 조직원 메리에게
다가가는 모습등 저는 재밌더라구요
확실히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환생물이나 이고깽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생각 하는 부분이 전혀 다른것 같아요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시원한 권선징악의 복수에 비중을 둔다면 일본은 인간과 인간의 내면적 이야기를 더 많이 보는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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