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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31 02:34:09
Name 양주오
Subject [일반] [다양성 영화] 1박2일! 오늘을 위한 시간, 아니 어제를 위한 시간
  스포일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접장에 따라 갓 부임한 심술 많은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최대한 들키지 않게끔 꼭꼭 숨기겠습니다. 다른 손에는 단 하나, 솔직함만을 쥐고 아슬아슬 어떻게든 균형을 잡은 채 줄을 타보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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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이다 예술이다 떠들어도 영화란 어중이떠중이들이 보고 또 그들이 만드는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새롭다고 나부대봐야 이 세상에 새로운 게 어디 얼마나 남았다고 이미 기여코 달까지 가서 계수나물 찍어넘긴지도 오래 더더욱 후발주자인 우리 후손들은 그럼 홍상수의 조롱마냥 남이 남을 따라하는 모방이나 흉내낼 수밖에 없기에 중요한 건 그럼 무얼 되풀이하는 게 유의미한 건지 찾자는 자문이다.

  물론 간혹 누가 조금 더 잘난 만큼 더 못 났을 수도 있는데, 선생질이 꿈이었던 사람은 계몽하고 싶을 수도, 돈이 최고다! 싶으면 손놈으로 대접하는 척하면서 호구 만드는데 혈안이 될 수도, 뭐 사기나 삼국지 좋아하는 사람이면 아직 열전이 드넓다! 이름 떨치는 게 최고지 유사 이래 삼천년 동안의 부자 중에 여불위 말고 또 아는 사람, 누가 또 있냐고 소리칠 지도 모른다. 진짜 똑똑하면 아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 게 최곤데 왜 그걸 모를까 한탄에 질질 웃으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요는 감독의 신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정확하게 영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게 내 믿음이다.

  아직 관객을 상석에 아니 상단의 상전으로 모시는 영화는 일찍이 본 사람이 있다는 소문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칠흑 같은 미지인데, 그만큼 친구라도 먹자는 영화도 한두 해에 한두 편뿐이나 될까, 매우 드문 편이라 이런 만남은 쌍수가 그야말로 저절로 무조건 반갑다. 아무리 바보라도 왜인지 편들어주고 싶고 아 몰라 그냥 얘는 착한 애야 내가 더 흥분해서 대신 대거리하며 싸워주고 싶은 그런 착한 친구 같은 게 이 영화였다.

  으레 그렇듯 다양성 영화란 대부분 그나마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제작되는 편이긴 한데 모두 알다시피 악이란 우둔해서 지속성이 없기 마련인 탓이다. 정교하고자 골통을 이리저리 굴려 짜내고 짜봐도 거짓말은 뱉은 이상 들킬 일만 남고 말지 않는가. 솔직한 영화는 그래서 언제 어디에서든 항상 소중하다. 더욱이 뭐 라스콜로니코프나 도스토예프스키도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초인을 만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초인이 되고 싶은 건지 줄곧 아리송한 게 커서 그 밖으로 나아가 저켠에서 이켠을 조감할 생각은 거의 상상조차 못했던 것 같다. 한 인물만, 예뻐서 참 다행이다, 주구장창 쫓아다니며 것도 미행하듯 벽 뒤에 숨어서 문 옆에서 슬쩍 팔 뻗어 카메라만 들이댄다는 건, 마치 누군가의 참모습을 신이 되어 돋보기로 훔쳐보는 것과 같아서 우리는 스크린으로 혹은 스크린 안의 거울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분 또 혼자 우문하고 자셨네 아 초인따위 필요 없어요 이 사람아 아 개마고원에도 제일 솟은 봉우리는 백두산뿐이라고 잘난 사람 세상에 몇 없다고 다 어쩌다가 태어나서 대강 필부와 범부나 번갈아 연기하며 살다가 뒤지는 거 그게 사람이라고 직언으로 꾸짖어주는 친구 같은 영화기도 했다. 아 이게 단순히 내 눈물 어린 착각이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이던 무관하게 어차피 칼은 쓰기 나름 죽이든 죽든 혹은 살든 이미 월드와이드 개봉 다 했으니 사후약방문으로, 이제는 보는 사람이 마음 먹기에 달라질 뿐이다.

  어제도 그랬는데 성격이 급하고 귀가 워낙애 얇은 까닭인지 보는 내내 저어기 그분의 아버님만 자꾸 생각 났다. 알려진대로 김창룡은 히틀러가 저지른 개짓거리 이상의 인간에 대한 실험을 감히 무엄하게도 그분께 저질렀다. 마치 너에게 왕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신이 되어 묻는 것처럼 인간성을 말살시켜봤는데 알다시피 그분을 도리어 초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왕은 한 나라에 한명뿐 아니던가 나나 너나 우리 모두는 죄다 필부이니 그런 시험은 긴박한 정세 상의 비상사태가 아니면 경험해볼 행운은 좀체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감독은 기회를 마련해준 거다.

  인간에 대해선 뭐 왈가왈부 오랜 논의가 지금까지도 있어왔지만 결국 다 같은 이야기로, 싸잡아 하나돼 모아서 보면 인간은 대개 대동소이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여 허니 들고 일어나도 무방하다네, 동네 젊은이 등 떠밀기까지 함에도 우리네 현 세상에 가장 흔한 서른살 청년들 아니 나의 모습이란 주말이면 축구도 하고 DIY도 하고 좀 일찍 애를 봤으면 자식새끼랑 놀아주기도 하고 낮술에 얼큰해지기도 하고 PGR21도 실컷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죽는 건지 사는 건지 모를 어떤 클리셰 범벅의 따분한 영화에 가깝다.

  아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대충 사는 거라고 이 젊은일 무시하지는 마시라. 이렇게 소소하고 소박하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백수뿐만 아니라 일선의 양복쟁이들도 다 알 것이매 세상은 새천년 이후 정말 이상해졌다. 지구는 한없이 작아져서 뱅기다 배다 사람이니 물자니 드나들기가 어느 때보다 편해졌음에도, 아주 첨단 만단 발달의 발전을 거듭해서 먹고 입고 살 거 사는 데 등등등 모든 건 남아도는데 여전히 나라는 가난하고 그만큼 부자는 많다. 부품인데 하루아침에 없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똑같은 걸로 바꿔 끼면 그만인 지라 이 자동차는 내가 곧 죽어도 무관심한 채 잘만 굴러간다. 더더군다나 이 단순한 공장제 부품이 되는 것조차 아무에게나 쉬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 오늘날의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써야 옳은 걸까 감독은 함께 고민하고 싶어했다.

  네달 동안이나 섹스를 안 했다니 그 까닭은 이불을 다 덮고 자고 있었다는 걸 상기했을 때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기보단 장기간 누적된 피로임에 틀림 없는데 이건 영화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꽤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된다. 이건 이젠 약도 들지 않네요 스스로 읊조리게끔 하는 어쩌면 만성적인 혹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을 현대인이 앓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는 그렇코롬 시작되서 이제 원제 네글자를 실컷 늘려서 보여준다. 당연히 그만큼 내러티브의 밀도는 작아져 사실은 진짜 하나도 쓰잘데기가 없는 시퀀스가 연거푸 따부우운하게 자꾸만 거듭 반복된다.

  저런 불성실한 태도로 긴장 없이 보아서 그런가 그렇게 나는 반절까지 꽤나 큰 오해에 쌓여 거의 한눈으로만 감상을 했다. 아 그래 잘 알고 있어. 일터가 생활을 유지하는 기반이니 생계는 곧 목숨이고 그걸 작은지 큰지 모를 남의 금송아지에 비하면 안 된다 이거지. 그런데 똥 없는 세상 그런 천국이 지상에 언제 세워진 적이 있었나. 아 조물주도 못하는 일을 해보려다가 소련이 망한 것도 이미 영화로 다 만들었잖아. 아 그 누군들 똥 푸는 걸로 밥 먹고 싶겠냐 헌데 누군가 안 할 수도 없는 거- 어쩔 수 없잖아. 또 결론은 애를 낳자냐! 아니면 로봇산업의 육성에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거냐? 그렇게 헛소릴 하는 이 이기적이고 비정한 인간을 싫어하는 인간에게 별안간 은총이 내려졌다.

  김창룡의 실험에서도 그랬지만 살리고 죽이는 갈림길에서 내리는 결정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었다면 차라리 봐줄만 했을 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들은 저기 여숫골 해미 성지에서는커녕 저 바다 건너 나가사키에서 순교하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처럼 이름 없는 미전향 장기수도 아니었다. 뭐 고용안정이니 내부고발이니 더 길고 깊게 생각한 사람도 몇 있었겠지만 당장은 단돈 거금 100만원에 좌지우지돼 집 수리 해야 돼 오락가락 아 자식새끼가 배고프다고 해서 말이야 갈팡질팡하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거기 프랑스에도 똑같이 살고 있었다.

  전쟁터 구경해본 적은 없지만 쌍놈들이 무슨 놈의 얼어죽을 지조가 있다고 결사대는커녕 별동대도 싫어서 선봉에 서려는 미친놈 취급받을 사람 분명 몇 없을 테고, 날 포함해서 구할구푼은 엉거주춤 병신스럽게 사방 눈치 보기가 무섭게 뒷걸음 치다 걸음아 나 살려라 발뺌해서 덩어리에서도 가운데로 들어가려고 죽을 둥 살 둥 발버둥 칠 것이다. 뭐 게중에도 제법 약삭 빠른 놈들은 척후병하겠다고 누구보다 먼저 나설 지도 모르겠다.

  뻔뻔하게도 눈알 똑바로 두는 사람도, 고래고래 도리어 적반하장 소리소리 지리는 사람도, 일별에 울고 불고 눈물 콧물 다 흘리는 사람도,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저 찰나의 일별만으로도 통하는 사람도, 나는 기억조차 못하는 일을 꺼내와서는 미안하다고 내 앞에서 무릎 끓고 통곡하는 사람도, 우리에겐 모두 익숙한 이웃들이다. 다만 우리는 그들을 모를 뿐이다. 불알친구에게도 그런데 하물며 대학 친구나 직장 동료들은 오죽하리 연대의식이나 유대감이나 사전에나 있을 법한 허황된 단어처럼 느껴지는 이 세상에,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게 아는 것이라 누가 그랬다던가 그렇기에 모르는 게 잘못 아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동료, 16명을 15번에 아니 14번, 전화를 빼면 13번에 걸쳐서 차례차례 동료들 만난 뒤 마침내 감독 혹은 신神, 자기 자신을 만난다.

  내셔의 게임 이론까지 연상케 만드는 이 최후의 재신임 투표. 카포가 언제나 악은 아니라고 요새도 그런 클리셰 쓰면 원시인 소리 들어요 이 사람아! 하고 타인의 삶이 관객을 놀려댄 것도 벌써 고리타분해진지 꽤 되었고, 아 그러면 사장놈이 나쁜 거네? 아닙니다. 재계약을 안 하는 거랑 해고는 명백히 다르다는 것도, 요따위 정치적 수사가 일상에도 비일비재하게 쓰일 만큼 인간의 간지가 이 간지 저 간지 발달한 것도 우리는 이미 모. 두. 다- 안다.

  뭐 시작부터 아주 이 복선만큼은 반드시 알아봐달라고 구질구질 반장을 몇번이고 재차 강조했기에 이건 반전조차 못 되는 뻔함 혹은 새로운 뻔함임에도 거기 서린 감독의 숭고한 신앙은 그렇기에 더 없이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네가 우리가 될 수 있다고 그렇게 하는 게 돈 좋아하는 우리들 각자에게도 이득이라는 호소는 지금 2015년의 북반구 세계에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고 나도 믿는다.

  그렇다. 따지고 보면 김영삼이 그렇게 좋아했다던 아니 우리네 어르신들 1965년에 다들 꿈에서도 바라셨던 그것-남북통일도 별 거 없다. 정주영이 소떼 몰고 프랑스 비평가라던가가 행위예술이라 정리한 것처럼 돈이고 나발이고 육자회담이든지 간에 흡사 후폭풍인 통일비용이라는 둥 중미 두 패권국가의 대리전이라는 둥 더는 떠들 필요 없이 그냥 다 같이 가자고 원하면 거기에 히말라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 인간이 만든 것 그러니까 인간이 허물 수 있는 것 우리라고 독일이나 베트남처럼 못하리라 자학할 필요 없다. 피란, 너무 차가울 필요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뜨거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저 다만 마르지만 않으면 된다.

  선하고 좋은 사람이 제일 먼저 죽었다고 하던 인디언 속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흔하게 통용 됐다던가 멸망을 해도 백제처럼 결사대 뽑아도 역부족에 중과부적으로 끝나야 근사하고 우아한 거고 죽어도 요도기미처럼 죽어야 예쁘지, 한민족의 마지막 힘이었던 동학의 우금치처럼 쫑나버리면 이건 단지 멋에서 문제가 그치는 게 아니다. 반세기가량 식민지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분열에 동족상잔까지 이주갑밖에 안 흘렀는데 팔팔 끓는 새로운 피가 흐를 리 만무하다.

  그래도 인류의 신비로운 자기재생능력이랄까 용케도 출산율은 저절로 떨어지고 있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일의 양은 정해져 있고 잡쉐어니 순환근무니 백날 해봐야 중동발 건설업 불경기에 반항 좀 하다가 하나둘 목소리 터지고 저기 드림 아메리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추풍낙엽 잘잘히 모가지 다 날아가는 이 현실, 그렇다고 내가 뭐 남보다 더 특별한 사람도 상재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닌데, 다 한끗 차이 고만고만한 유유상종 우리들-다 같이 SES와 핑클만 알던 제나름 거대한 한국이란 학교의 동창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남이나 등처먹고 돈 많이 벌어서 예쁜 마누라랑 잘 먹고 잘 살자는 이기심에나 앞서거니뒷서거니 도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제 밥그릇 작은 줄만 알아서 우리 가족 밥 빌어먹고 살겠다고 남 짓밟는 거야 동물들도 다 하는 일이지 않는가.

  언제 읽었던지 선원 일기 묶은 걸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 대항해에 경도돼 호승심과 영웅심리에 바다를 누볐던 젊은 범인들을 다스리기 위한 어떤 늙은 선장의 지혜 내지 꾀가 불현듯 생각난다. 긴 항해에 모항은 점점 멀어질 테고 보급도 여의치 않으면 사람이라고 인간이 사람이라고 못 먹을 지경에 빠지는 경우가 숱했는데, 한번은 뭐 감자같은 구황작물은커녕 딱 양상추만 남았다던가 달래서 먹이지 않으면 먹이가 될 위기가 찾아왔단다. 오밤중 아니 신새벽이었나 간불용발 선장실에 간부 몇만 모여서 아주 몰래 모여서 몇번 푸성귀 좀 끓여먹었더니, 왜 너네만 그 맛있는 걸! 처먹냐고 선상 반란이 일어나자 아옹다옹 멱살도 잡고 코뼈도 좀 부러뜨리는 오랜 실랑이 끝에 겨우겨우 져주는 척 그때부터 위아래로 모두 모여 함께 먹으니 진짜로 더 맛있었고 기항지도 어느새 금방 나타났다는 것이다.

  진짜 원시적인 동화를 되풀이해서 창피하지만, 한명의 사람은 닭 하나 모가지 비틀기 힘들지만 내가 하나둘 모여서 사회가 되고 세상이 되면 우리는 달랑 2만원에 치킨을 편하게 집에서 시켜서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짐승도 로보트도 아님으로 함께 놀아야 더 재밌는 법, 우리는 오른쪽 아 너네는 반대로 가! 저 몇백년 전 기호부터 시작해서 좌우로 남북으로 동서로 상하로 끝도 없는 분열의 분열의 역사를 기억하면, 8명, 8명으로 패가 나뉘면 결국 둘다 손해다. 저기 애정운 지지리도 좋았던 김유신 처남처럼 천년 뒤를 생각하고 오늘을 살면 우리는 내일 생각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허기와 피로, 외로움마저도 마침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여생이 1박2일 남은 것처럼, 죽는 게 정해져 있지만 죽음을 막을 수 없는 집행 전 마지막 식사를 하는 사형수처럼 하루 한시라도 빨리 투표장에서 봅세다는 염불은 당장 집어치우고 우리가 지금 바로 만난다면 함께 조악한 카덱으로 트와이스를 들어도 우리는 활짝 웃을 수 있다. 그분은 참 사람 같지 않았다는 누군가의 평처럼 인간과 인간은 시간을 함께 어울릴수록 거의 무조건 친해지기 마련이니 우리는 이른바 정이라는 따뜻함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그게 불통이 되든 소통이 되든 최악은 대화가 없는 것으로, 무슨 IMF사태 때의 여의도도 아니고 중간에서 오해나 실컷 사다 팔고 말 뿐, 벽 사이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느니 차라리 전화라도 하는 게 낫다. 나와 남이 다른 게 아니다. 어차피 나는 길어야 백년 살다가 한번 끽하고 죽으면 그만, 돈 역시 믿을 건 못 되서 잘해야 삼대도 못 가겠지만, 뜻은 대대손손 적서를 가리지 않고 천년만년 전해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볼수록 참 순진한 제목이다. 누군가는 단지 나의 일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겠지만 그런 완벽한-불로초도 필요 없는 흡사 신의 모습인 인간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뭐 그렇다고 지금 당장만을 위해 오늘을 살며 생각이 곧 행동인 짐승이고 싶다는 건 아니다. 나는 다만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서 어제를 위해서 오늘을 쓰고 남을 위해 나를 쓰고 싶다. 눈물 없인 되돌려 볼 엄두조차 나질 않는 그 무수하게도 저질러 놓은 눈물겨운 실수 아니 뻘짓-즉, 남에게 끼친 수많은 폐들이 모인 삼십년의 세월 그걸 다 공으로 돌려놓기에는 너무 아깝다.

인류도 뭐 자연의 일부라 대개들 다 정규분포를 따를 것인데, Z값 하나 넣으면 내가 짐승인지 신인지 아니면 인간인지 단번에 알게 되겠지만 그 값은 초인이나 스스로 최면 걸고 착각하면서 제멋대로 어림하는 겔 테다. 막연한 망상으로 이 황금보다 소중한 현재를 낭비하기보단 흘러간 시간을 반성의 재료로써 삼는 게 낫지 않을까, 남을 거 이름조차 없는 자로서 후발주자들에게, 내 자식새끼들에게는 시행착오라도 적게 만들어주고 가는 게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일이 아닐까 나는 믿고 싶다.

  그러니까 여러분 다가올 총선에서는 반드시 그쪽 찍으세요. 이기면 떡고물도 덤으로 생기고 설사 진다 하더라도 정신 승리하며 알딸딸하게 취한 것처럼 자위할 수 있으니 어차피 다들 이미지로 뽑는데 기왕 100% 이기는 게임이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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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제일 인상깊게 본 영화 중 하나가 아델의 인생이었는데 재생할 환경도 못 갖췄으면서 소리 좀 실컷 크게 내면서 침 삼키고 싶다고 블루레이타이틀까지 샀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헐거벗은 레아 세이두의 나체와 그 씬은 영화를 아득히 뛰어넘는 진정한 예술이었습니다. 그 흔한 섹스씬은커녕 키스도 뺨끼리 시늉만 거짓으로 하고 뭐 그것도 부럽긴 했습니다만 게다가 참 더러운 여자주인공인 게 목욕도 잘 안 하더군요. 혹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줄 모르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고, 각본을 왜 저렇게 썼을까 의문이 풀리지 않으며, 곱씹어 되새길수록 두고 두고 아쉽고 분하네요. 마리옹 꼬띠아르씨에게, 훗날에는 아니 바로 당장의 차기작에서는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작품에 임하여 좋은 영화와 함께 반드시 모든 것을 꼭 보여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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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天君
15/12/31 08:37
수정 아이콘
영자원 가셨나요? 전 가려고 했는데 너무 춥고 멀어서 그냥 패스했습니다.......후새드
집에서 볼 거에요.

만연체의 왕자인 제게도 살짝 버거웠지만 잘 읽었어요.
양주오
15/12/31 09:38
수정 아이콘
올 한해는 사정 상 영활 거의 못 봐서 다 놓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KOFA에서 때늦게 보게 됐어요. 저도 상암동에서 꽤 먼 곳에 사는데 마침 오전부터 외출한 참이라 우산도 없이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본의 아니게 요새는 문장이 자꾸 늘어져 참 걱정입니다. 답변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프로아갤러
15/12/31 12:27
수정 아이콘
읽기 힘든 글이네요
양주오
15/12/31 14:17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하고 싶은 말만 많았지 재주가 영 역부족이라 스스로 써제껴 내려가면서도 너무 정돈이 안 된다 싶었습니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작품이란 확신은 뚜렷히 드는데 언어로 체계화시키는 과정에서 확실히 실패다고 자평해봅니다. 순수한 의도였으나, 안타깝게도 괜히 영화가 알려진 데 도리어 폐를 끼친 것 같아 창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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