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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11 15:12:10
Name Zelazny
Subject [일반] 인디씬의 여성 듀오들 : 멤버를 향한 애틋한 노래들
홍대앞 혹은 인디씬에서 여성 2인조는 유달리 정형화된 편성으로, 오랜 경력을 가진 여러 팀들이 있습니다. 몇 팀을 소개하는 글을 써볼까 하는데 이 글은 일종의 프리뷰로 올려 봅니다.


우리가 흔히 걸그룹에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 중에 멤버간의 애정 표현이 있는데, 인디의 여성팀들은 미디어 노출이 잘 없는데다 대개 성격이 내성적이라 그런 모습들은 거의 볼 수가 없죠. 하지만 이들은 시작부터 스스로 뭉쳐서 함께 버텨온 세월이 있으며 또한 곡을 직접 씁니다. 그리하여 직/간접적으로 가사에 멤버가 나오는 노래들을 골라봤습니다.




(왼쪽 : 최인영 - 보컬, 멤버        오른쪽 : 왕세윤 - 기타, 리더)


스웨덴 세탁소 - 기념일

오늘 날씨가 참 좋네 쓸데없이
그냥 늦잠이나 잘 걸 아무 생각 없이
느린 발걸음 애써 재촉해도 어디도 갈 수가 없네

거리에 굴러다니는 웃음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괜히 눈물이 나
너와 오늘을 함께 했었다면 누구보다 행복했을 텐데

스치는 모든 사람이 너인 것 같아
오늘 하루만, 오늘 까지만 울게

오늘을 기대하며 환하게 웃던 너무도 아름답던 너를


스치는 모든 사람이 너인 것 같아
오늘 하루만, 오늘 까지만 울게

오늘 날씨가 참 좋길 바랬었는데
기대하고 기다렸던 바로 그 날인데
너와 오늘을 함께 했었다면 그랬다면
행복했을 텐데


이 노래는 한 여자가 얼마 전에 헤어졌거나 연인이 잠시 어디로 떠나서 기념일을 혼자 보내는 상황을 그린 곡입니다. 가사가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구요. 그런데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쓴 보컬 최인영(사실 전곡을 다 최인영이 도맡아 씁니다.)에게 '이 곡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아마 연애담이 나올거라고 예상했을텐데 이런 얘기를 하죠.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세윤이와 생일이 비슷해서 매년 같이 생일파티를 했는데 한 번은 세윤이가 갑자기 가족 여행을 가서 (비록 친구들과 놀긴 했지만) 같이 보낼 수 없게 되었다. 그 때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쓴 노래다."












(왼쪽 : 박별 - 건반        오른쪽 : 김현아 - 보컬, 기타)


랄라스윗 - 앞으로 앞으로

난파된 배 위의 두 사람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힘차게 노를 젓고 있는데 새어나오는 물줄기 어쩌지를 못하고

두 발이 젖어 오고 있는데 모른 척 눈을 감은 두 사람

눈앞을 스치는 작은 배 멍하니 바라보면서 앞으로 앞으로

왜 가라앉는지 왜 자꾸 제자리인지
왜 지치기만 하는지
무언가 빛나는 저곳에 닿을 때까지
앞으로 앞으로

난파된 배 위의 두 사람 고상한 웃음을 짓고서
힘차게 노를 젓고 있는데 앞으로 향해가는 건 식어가는 마음뿐


왜 가라앉는지 왜 자꾸 제자리인지
왜 지치기만 하는지
간절한 기대로 다시 낡은 노를 잡고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얼핏 권태기를 맞은 연인, 혹은 위험한 사랑을 하는 연인에 관한 노래 같지만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쓴, 팀원 두 사람에 관한 노래 입니다. 랄라스윗 음반에서 대략 70%의 창작 지분을 갖고 있는 김현아가 쓴 곡으로, 박별은 녹음하고나서 가사의 의미를 듣고는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곡의 구성도 편곡도 미니멀하지만 후반부터 나오는 인상적인 일렉기타가 이들의 락덕후 성향을 잘 드러내는 곡입니다.


'앞으로 앞으로'는 랄라스윗 정규 2집의 첫 번째 곡인데, 우연히 박별도 이 앨범에 멤버(와의 실화 - 2007년 어느 날 2시간 동안의 통화)를 언급한 곡을 썼습니다. 제목이 '컬러풀'이며 1절과 2절이 각각 이렇게 시작합니다.

언젠가 스치듯 내뱉은 너의 말을 기억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

언젠가 스치듯 내뱉은 너의 말을 기억해
"서울의 낮은 하늘처럼 흐릿해진 채도는 다시 돌이킬 수 없겠지"









(왼쪽 : 김선영(영태) - 기타        오른쪽 : 조예진(에롱) - 보컬) 세 팀이 다 멤버간 키 차이가 상당하다는 공통점이...


루싸이트 토끼 - TIBI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마치 폭풍이 몰아칠 듯이

하지만 난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
너와 함께 걸으니

나를 봐
아픈 게 아픈 줄도 모르던
가엾은 난 없어
이것 봐
이만큼 날 이끌어 온 너야
내 맘을 들어봐

넌 나의 길이야
내 발이 닿는 곳은
어디든 너일 거야
난 너를 걸어

넌 나의 꿈이야
내 맘이 닿을 곳은
결국엔 너인 거야
네게 날 걸어



이 팀 또한 보컬이 곡을 많이 쓰죠. TIBI는 라틴어로 '너', '너에게'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가사가 절대적으로 의지가 되는 연인에게 하는 절절한 고백으로 보이는데 이 노래야말로 그냥 대놓고 멤버에게 쓴 노래 입니다. 기타 김선영은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몰래' 울었는데 나중에 녹음할 때 연주가 성에 차지 않아 수 차례 재녹음을 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는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이들이 유튜브로 공개한 TIBI의 완전히 다른 버전이 있습니다. 이걸 보면 이팀의 또다른 면모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인트로의 스톱모션 애니도 멤버들이 직접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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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15/12/11 15:25
수정 아이콘
무키무키만만수 는 추가 안됩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_XBfx8iLdkg
IRENE_ADLER.
15/12/11 15:34
수정 아이콘
멤버를 향한 애틋한 노래가 아니라서 탈락인듯요. 아니 일단 애틋하지가..
잠수병
15/12/11 15:36
수정 아이콘
루사이트 토끼의 'in my tin case' 라는 노래도 두 멤버간의 우정을 그린 노래라고 하던데요. 참 듣기 좋아요.
15/12/11 15:52
수정 아이콘
그건 몰랐습니다. OST로 만든 노래로 알고 있었거든요. 가사도 왠지 유년시절부터의 친구에 관한 노래 같았고.
무더니
15/12/11 15:40
수정 아이콘
옥상달빛의 옥탑라됴2는 자기애라 안됩니까? 김윤주짱 크크
15/12/11 15:54
수정 아이콘
애초에 그건 노래가 아닙...
무더니
15/12/11 16:52
수정 아이콘
앨범에 실려있는데 노래로 쳐주시죠(엄격,진지)
SuiteMan
15/12/11 15:44
수정 아이콘
가을방학도 추가 안됩니까? 남자끼면 안되요? 크
15/12/11 15:54
수정 아이콘
남자 끼면 안됩니다. (단호) 그리고 둘이 애틋하면 곤란할듯. 계피는 신혼인데...
15/12/11 16:08
수정 아이콘
몇년 쭉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여성듀오 중 랄라스윗의 가사는 특히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제이레빗은 뭐 없으려나요.
마티치
15/12/11 16:48
수정 아이콘
제이레빗은 자전적인 노래들만 많긴 하죠.

그리고 잡설이지만 악기와 코러스를 맡고 있는 정다운양이 곧 유부가 되서 그런 곡은 당분간 어렵겠네요.흐흐
15/12/11 22:38
수정 아이콘
올 여름에 제이래빗이 갑자기 공연 잡혔던거 다 취소하고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무기한 활동 안한다고 하길래 해체인가 싶었었습니다. 작년에도 활동 쉰 적이 있었으니. 결혼 소식이 들려와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제이래빗 팬은 아니지만 이대로 사라지긴 너무 아까운 팀이라.
고든프리맨
15/12/11 16:12
수정 아이콘
제이레빗 없나요? 크크

가끔 들을때마다 괜찮더군요
speechless
15/12/11 16:19
수정 아이콘
저는 썩었나봐요. 애뜻한 노래를 야릇한 노래로 읽었습니다 크크
랄라스윗
15/12/11 16:47
수정 아이콘
후후 좋은 글이군요! 제목보자마자 랄라스윗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마음졸이며 들어왔습니다
15/12/11 22:41
수정 아이콘
랄라스윗 닉네임을 쓰는 분이 있었군요. 괜히 막 반갑네요. 최근에 콘서트 가서 새삼 신기했던게 이 팀은 남성팬 비율이 진짜 높더라구요. 다른 팀들은 그래도 여팬이 많은데.
15/12/11 17:35
수정 아이콘
옥상달빛 가을방학 없으면 속상합니다..
서태지와 아이유
15/12/11 23:16
수정 아이콘
스웨덴 세탁소, 랄라스윗 좋죠! 이 글 안봤으면 서운할 뻔했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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