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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2 18:21:31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착하고 건강하며 유쾌한, 그러나 꿀잼은 아닌 : 마션
동네에 상당히 맛있는 한식집이 있다. 보리밥을 시키면 나물과 청국장과 열무김치가 함께 나오는데. 맛있는데다가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물도 몸에 좋고 두부가 들어간 청국장도 몸에 좋고 김치야 만병통치약이니까 실제로도 몸에 좋을 것이다. 적어도 런천미트와 레토르트로 간단히 때우는 집밥이나 백반집의 제육볶음보다는(평소에 주로 먹는 음식들이다). 물론 단백질 중심의 저염 식단으로 몸을 만드는 누군가는 '나물이란 풀떼기를 소금과 기름으로 맛낸 구황식품 정크푸드이며, 몸에 좋다는 <두부가 들어간 청국장> 한 그릇에 들어간 나트륨의 양은 일일 권장량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김치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음식물계의 쓰레기'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면 좀 더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바쁜 현대인이 그런 데 신경쓸 시간이 어디 있나. 당신이 나처럼 충분히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다면 저 보리밥은 충분히 건강식이다. 그리고 처음에 말했지만, 정말 맛있다. 위대한 음식이다.

건강과 몸매에 굉장히 신경쓰는 게이 친구가 있다. 끼리끼리, 건강과 몸매에 굉장히 신경쓰는 게이 애인과 동거중이다. 몇 번 그들의 스위트 홈에 놀러갔는데 갈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아진다. 집에 단백질이라고는 계란과 닭가슴살밖에 없으며, 집 안에 설탕과 소금이 없다. 배즙과 양파로도 충분히 단 맛을 낼 수 있다는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을 할 때마다 후라이팬으로 대가리를 빻아버리고 싶은데 상대는 두 명의 근육질 게이인지라 나 혼자 어떻게 이길 수가 없다. 건강에는 좋을 것이다. 그놈들이라고 백날 집에서만 밥을 먹는 게 아니니 나트륨 부족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고. 하지만 맛은 없다. 먹을 만은 하다. 내가 대충 집에서 볶는 싸구려 런천미트와 양파보다는 장기간의 저염식단 조리에 익숙해진, 요리가 취미인 근육질 게이의 음식이 물론 맛있다. 그래도. 소금을 조금만 더 넣으면 몇 배는 맛있을 텐데. 조금만. 너무 많이 넣었다가는 동네 백반집의 싸구려 음식들과 똑같아지니까 아주 조금만. 맛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나트륨 과다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만.

-

내게 마션이 그러했다. 반전도 갈등도 위기도 서브플롯도 없는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면서 졸지 않기란 제법 힘든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유쾌하고 꽤 재미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분명히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상영관을 나오면서 '아 그래서 어떤 영화였지' 하고 되새겨보니 뭐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뭔가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이 잔뜩 떠올랐다. 아 소금, 소금이 부족해. 건강하고, 그런대로 맛도 잘 챙긴 훌륭한 영화였지만 소금이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 많이 넣었다가는 맛을 통째로 버리게 될 것 같은 미묘하고 훌륭한 균형을 잡고 있으니 아주 조금만.

서사. 인간이 화성에 고립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 나가며 구출을 기다린다. 자, 화성과 인간과 고립과 희망. 본격 SF로는 빈약하지만 조난 블록버스터로서는 충분하다. 오케이.  나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서 울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하필 화성일까. 원작 소설은(안 읽어봤다) 굉장히 고증에 충실한 소설이라고 한다. 고증에 충실하게, 역시 근미래에 만만한 곳이라면 화성이겠지. 화성은 좋았다. 화면은 이쁘고, 패스파인더도 있고. 좀 더 화성틱한 무엇-푸른 노을이라거나 회색 피부의 화성인이라거나-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비닐로 대충 문을 막는다거나 뚜껑 없는 상승선을 타고 탈출한다거나 하는 화성의 약한 기압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장면들을 연출해 냈으니 화성은 충분히 좋았다.

고립되었으나 희망으로 살아남는다. 문제라면 이 사람이 우주최강 좌익수 박재상 뺨치는 긍정적 인간이라는 점에 있다. 화성에 조난당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 살아 나간다. 이건 인간적이고 훌륭하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펼쳐지는 인간미와 유머'는 연출에 따라 굉장히 훌륭할 수 있다. 왜 그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거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마션은 이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다. 주인공의 유쾌함이 화성의 엄혹함을 초월해버린다. 애초에 우주에 나가는 것 부터가 무서운 일이고, 화성에 착륙하는 것도 그러하며, 폭풍과 조난은 더더욱 무섭고, 외부와 연락도 안 되고 생존에 가장 기초적인 산소와 물마저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란 공포 영화나 예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무서운 일이다. 그래, 주인공이 아무리 큰 시련이 찾아온다 해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건 충분히 괜찮다.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웃어대서 시련이 시련으로 안 보이는 순간부터는 좀 문제다. 적어도 감자농사가 망했을 때 정도는 조금 더 비장했어야 하지 않나. 시련이 시련대로 강조되며, 거기서 주인공이 주인공대로 빛났다면 좀 더 긴박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나는 '아 이 영화 너무 도식적이라서 노잼'이라고 개소리를 썼을 거 같기는 하지만서도.

인간이 고립되고, 인간들이 그를 구출한다. 너무 착한. 영화에 악인은 커녕 악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에서 나사 국장을 거쳐 잠깐 나오는 중국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대마 중독자들같다. 물론 이런 영화에 굳이 악인이나 악의가 나올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잠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악인이나 만화에서 본 것 같은 악의는 원래 별로 없다. 상황이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현실에 존재하는 나사의 책임자와 연구원들은 모두가 관료주의와 사리사욕에 찌든 쓰레기들인가? 그럴리가. 다 사정이 있는 거겠지. 영화에도 사정들은 충분히 등장한다. 애초에 주인공의 고립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안전점검을 안 하고 넘어간 것도 다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현실주의의 측면이 아니라 서사의 전개 차원에서, 어떤 '서사적 시련'을 주는 서사적 갈등이 일어날 것 같은 장면은 충분히 많은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보다는 과학이 우선이지.' 마션은 실은 평행우주를 다루는 하드 SF였나. 서사 자체가 복합적이고 매력적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아쉽게도 마션의 서사는 그렇게 강력하지 못하다.

갈등의 부재는 서사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 외에도, 인물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는 문제를 일으킨다. 화성인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은 그냥 지구인 1, 지구인 2, 지구인 3이다. 그마저도 처음에는 우주복을 입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몰랐다. 인물의 배치는 정교하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적당한 수의 흑인 관리자, 적당한 수의 여성 관리자, 적당한 수의 유색인종 관리자가 등장한다. 적당한 수의 동성애자와 적당한 수의 유태인은 왜 등장하지 않는가. 전형적인 '정치적으로 올바른 토큰 블랙 가이' 이상이 아닌 느낌이다.

분명히 좋고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그래서인지 이러한 부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쉬웠다. 더 흥미롭고,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서사와 전개를 가지고도 이 정도의 연출을 해서 이 정도로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어냈다면, 분명 더 재미있게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물론 다른 그 모든 것들의 템포를 늦추고, '오직 희망'에 몰빵하는 템포였기에 이 영화가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화성에 조난당했다'는 단순한 서사를 연출하는데 나사의 지지부진하고 관료적인 회의가 진행되고(엘리트들이 뒷자리에서 인종차별적 농담을 던지고, 여성 과학자들을 무시한다),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적 계산이 난무하고, 유쾌했던 주인공은 조증에 걸려 감자밭에 자위를 하고, 조난에 책임이 있는 대원은 주인공을 보며 삶의 희망을 찾던 실성한 실업자 노인에게 살해당하고 하는 이야기를 끼워넣었다가는 죽도밥도 안되는 쓰레기같은 똥이 나왔을 것이다. 당연히, 고기 한 점 굽겠다고 소금을 가마니째로 쏟아 붓는 건 멍청한 일이니까. 하지만 조금은 더 소금을 쳐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 아주 조금만. 행복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나는 음식이 소금덩어리인 시대에 익숙해져 있는데. 물론 소금의 시대라 해서 커피에 소금을 붓자는 건 또 우스운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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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살모
15/11/02 18:27
수정 아이콘
에베레스트를 보고 2주가 지나지 않아서 마션을 봤습니다. 덕분에 간이 싱겁다는 느낌이 별로 안들더라구요;;;
지나가다...
15/11/02 18:28
수정 아이콘
확실히 영화가 좀 심심하긴 하죠. 클라이맥스에서 한 번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만도 한데 그런 것도 없고.. 그런데 전 원래 갈등이 넘치고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고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참 편하게 봤습니다. 흐흐
지니랜드
15/11/02 18:32
수정 아이콘
(인터스텔라보다는 )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삼시세끼 보는 느낌으로 ;
헥스밤
15/11/02 18:35
수정 아이콘
저도 인터스텔라보다는 확실히 재밌게 본 기억입니다..
냉면과열무
15/11/02 20:23
수정 아이콘
맞아요 삼시세끼같은 영화 크크크크크크크크
15/11/02 18:35
수정 아이콘
전 뜬금없지만 그 한식집 좀 알고싶네요..
켈로그김
15/11/02 18:39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근육질 게이 X 2 같은 영화군요?
Neanderthal
15/11/02 18:43
수정 아이콘
리들리 스콧 감독은 가볍게 몸을 풀었죠. 본인의 분신과도 같은 에일리언 시리즈의 최신작이 될 에일리언 파라다이스 로스트를 위해서...원래 연습경기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법...--;;
최코치
15/11/02 18:45
수정 아이콘
화성 날짜 찍힌 장면 덩어리 두세번 반복되니 패턴이 파악돼 지루했습니다
저는 인터스텔라가 비교적 더 낫더군요
단약선인
15/11/02 18:46
수정 아이콘
딱 그 느낌입니다.
괜찮은 영화긴 한데... 기대에 비하면 이거 좀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 같기도 하고...
특히 뜬금없이 왜 중국이 그리 착하게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법대로
15/11/02 18:47
수정 아이콘
평행우주를 다루는 하드sf.. 크크 유머에 한번 터지고 갑니다 좋은 감상평 잘읽었습니다.
네잎클로버MD
15/11/02 18:54
수정 아이콘
사실 어느 순간 이후로 플롯이 단순해져버렸고,
흔한 이야기풀이의 공식인 기승전결 중 '전' 이 너무 쉬워져 버렸습니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담을 수 없었겠지만
문제 발생 - 고민 - 해결 -> 더 큰 문제 발생 - 고민 - 삽질 - 해결 에 이르는 원작 소설의 플롯이 오롯이 담기지 않아
다소 어찌보면 밍숭밍숭한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라리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가 더 박진감 있었지요..
마스터충달
15/11/02 19:06
수정 아이콘
저는 <마션>은 취향에 따라 짜릿한 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대부분에게는 뭔가 심심한 저염식 정갈한 한정식이 되겠지만, 특정 덕후들에게는 하앜거릴만큼 짜릿한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속에서 패스파인더를 발견하는 쾌감이 있을 겁니다. 패스파인더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저게 뭐야?" 정도로 끝날테지만, 우주 SF 덕후에게는 패스파인더를 찾는 장면은 마치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을 때라던가, 시라노가 아수라검을 얻을 때라던가, 아서스가 리치킹의 투구를 쓸 때 같은 그런 쾌감을 가져다 주었죠. 패스파인더를 찾으러 가는 순간 부터 설마 설마 하다가 패스파인더가 뙇 드러난 순간 정말 말 그대로 '지린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패스파인더 뿐만 아니라 16진법 통신이라던가, 물을 얻는 방법 등에서 저는 입이 떡 벌어진채 마음속으로 "호우~ 호우~"를 외치며 봤습니다.

<마션>은 취향 저격 작품이 운 좋게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함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 취향에 저격당한 사람에게는 정말 짜릿한 음식이랄까요. 과학이라는 조미료가 아무 맛도 안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조미료의 짜릿함에 지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아쉬울 게 전혀 없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헥스밤
15/11/02 19:24
수정 아이콘
저는 패스파인더 씬 너무 별로였습니다. 16진법 통신은 좋았구요.

말씀대로 패스파인더-스피릿은 SF팬들의 마음 속에서 영생하는 엑스칼리버이자 리치왕의 투구가 아닐까 합니다(하드한 SF팬은 아니지만 제 마음속에도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션은 이 성물을 '짜잔 패스파인더를 찾았어! 이제 지구와 교신할 수 있겠군!'하는 통신도구로 쓰고 끝냅니다. 연출상 주인공이 타고다니는 로버만도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아더왕이 부엌칼 뽑듯이 엑스칼리버를 뽑는다거나, 리치왕이 예비군 훈련 아침에 전투모 쓰듯 투구를 쓰는 느낌이었달까요. 이게 그냥 칼이 아닌데. 이게 그냥 투구가 아닌데. 이게 그냥 고장나서 버려진 기계덩어리가 아닌데. 감자농사 실패 장면과 함께, 연출에서 더 큰 무게를 주어 대중들에게는 웅장함을, 덕후들에게는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16진법 통신 장면은 '흥미로운 과학적 장면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연출'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마스터충달
15/11/02 19:34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지구와의 통신이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느꼈는데 그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군요.
제가 볼때 다른 위기는 뭔가 임기응변식으로 극복이 되는데 지구와의 통신은 장비가 없으면 정말 불가능한 상황이라 첨에 통신 시도할려고 할 때 '막 다른 장비에서 회로 꺼내서 지 혼자 납땜하고 이러진 않겠지? 구리게?' 했거든요. 극복해야할 문제가 얼마나 어렵게 다가오느냐도 패스파인더라는 유니크 아이템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 같네요.
스테비아
15/11/02 20:17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매일 신문보면서 패스파인더가 뭐 했나 관찰일지 쓴 기억이 있어서인지 저도 그 장면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흐흐
광개토태왕
15/11/02 19:12
수정 아이콘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습니다.
베니카
15/11/02 19:30
수정 아이콘
우주영화들이 각각 휴스턴을 외치는 톤의 차이가 저는 재밌더라구요 저에게 베스트 휴스턴은 그래비티의 휴스턴입니다 휴스턴만 외쳐도 정말 급박함이 느껴져서 흐흐
세인트
15/11/03 13:25
수정 아이콘
휴스턴을 부를 때 절박한 거로는 아폴로 13도 만만찮죠 흐흐.
뻐꾸기둘
15/11/02 19:39
수정 아이콘
원작의 가장 큰 재미요소인 [문제 발생→과학지식 총동원→여러 시행착오→성공→또 다른 문제 발생]이 영화에서 빠져서...

저런 부분이 빠진걸 헐리우드식 극적 사건을 집어 넣어 매꿔보려 한 것 같은데(특히 마지막 구출장면) 러닝타임 내내 별로 큰 문제 없이 진행되어 오다가 막판에 극적 긴장감이 뜬금없이 고조되니 효과가 좀 미미했죠.
Break Away
15/11/02 19:46
수정 아이콘
이 영화에서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타죠. 아니 그 먼먼 우주에 홀로 남겨져서 몇달동안 친구도 없이 안미치고 지내요? 만박사 사이코 패스 덜덜해... 인터스텔라에서의 흑화가 이해가 되는....

그리고 음악이 저 아래에 충달님이 알려주신 데이비보위의 "Space Oddity" 같은 절대적 외로움을 상징하는 장치는 없이 유쾌한 아바의 노래가 나와서 심하게 낙천적인 영화에요.
감모여재
15/11/02 21:23
수정 아이콘
그나마 게임도 하고 교신도 하고 음악도 들으니까 그런거 아닐까요
신예terran
15/11/02 21:42
수정 아이콘
본문 글에 굉장히 동감이 되면서도 반대로 저에겐 아주 꿀잼으로 느껴진 이유가 그런 음식을 매일 먹으면 미쳐버리겠지만 아주 가끔 먹는것 또한 뿌듯함을 주는 재미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마션이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본문과 윗 댓글 달아주신 분들과 같이 저도 똑같이 박진감은 덜했지만 그게 어설픈 연출에서 오는 덜함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의도된 연출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박진감의 수준이 재미와 비례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영화 보면서 '이 친구들 의견 충돌하나 없이 완전 일사천리네 크크. 위기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피해피하잖아? 신뢰만 하지말고 가끔은 아니다 싶으면 거절도 한 번쯤 해보라구.' 하는 생각 저도 들었는데 그럼에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낙천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반전아닌 반전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져셔 웃기기도 하고요. 대놓고 막장에 막장을 달리는 드라마처럼 대놓고 낙천에 낙천을 달리는 영화를 보는 특별함이 좋았습니다.
햇가방
15/11/02 22:23
수정 아이콘
긍정긍정열매를 먹은것까지는 이해하더라도 중국이 튀어나오면서 위아더월드를 외칠때 마지막 동아줄까지 놓친 기분이었습니다. "뭐야 그냥 이거 SF가 아니라 판타지였잖아"라는 말을 삼키며 드는 생각은, 마치 마션은 뷔페 같다고 할까요. 휘황찬란한데 진짜 음식이 없는 느낌.
그래서인지 그래비티가 생각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차린건 없지만 담백한 맛이 나는, 그리고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먹을때면 뭔가 재료의 맛도 살아 있고 조리 과정도 꽤나 짐작 해볼 만하고 요리사 입장도 느끼고 생각하게 되던 그런 영화 말이죠.

마션은 왓챠에서 많이 줘야 삼점이었네요.
jjohny=쿠마
15/11/02 22:54
수정 아이콘
마션 영화에 빠져 허우적대던 제가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중국 부분이었는데,

원작소설을 읽으면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헐리우드가 원작을 망쳐도 그렇게 망칠 수가 없습니다. (정 반대의 그림으로 그려놨습니다.ㅠㅠ)
웅진프리
15/11/03 19:06
수정 아이콘
어 이 영화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혹시 원작소설 이름하고 작가가 뭔가요?
궁금하네요 크크 영화는 되게 재미없게봤는데 소설은 뭔가 소재가 좋아서 재밌을것같네요.(확신할수 없지만..)
jjohny=쿠마
15/11/02 22:50
수정 아이콘
그러니 여러분은 어서 원작소설을 접하셔야 합니다.
it's the kick
15/11/03 01:21
수정 아이콘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정확히는 관객이 심각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더군요. 심지어 어느정도 영화의 퀄리티를 포기해가면서까지 관객의 심각한 감정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영화였습니다. 근데 가장 최근 본 영화가 조선명탐정 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ThreeAndOut
15/11/03 02:10
수정 아이콘
저는 원작에서 인도 팀장이 인도 성씨 (카푸르)의 흑인으로 바뀌고, 한국인인 소심한 민디 박이 금발 백인녀로, 그리고 베트남인인 브루스 응이 중국인으로 그려진게 거슬렸고요,.. 감독이 국적확인에 좀 게을렀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화성풍경에서 주위 바위산들이 온통 하나도 안빠지고 몽땅 퇴적암이었던 것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물론 희박한 대기 때문에 거센 모래폭풍 자체도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저자가 사전에 인정했기 때문에 이건 그냥 넘어가자라고 맘먹고 관람에 임했음에도 위의 몇가지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덕후인 저에게는 완전소중한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하악거리면서 관람내내 흥분을 감출수 없었답니다.
배두나
15/11/03 23:14
수정 아이콘
원작소설에서도 파크라고 합니다.(....)
민디 박은 원작자가 한국인이란 설정을 들어내지 않아생긴 문제같아요.
ThreeAndOut
15/11/04 01:21
수정 아이콘
원작가가 민디 파크를 한국인이라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들이 그저 패밀리네임으로 국적을 추정할 뿐이예요.) 하지만 나중에 작가에게 국적관련해서 사람들이 따로 물어볼때 분명히 민디박은 한국계로 설정했었다고 확인해줬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메모박스
15/11/03 10:48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었는지 그냥 이런 낙천적인 영화가 좋아지고 해피엔딩이 아닌 영화는 보기 힘들어요 왜 이러죠 복수의 나의것을 보고 흥분감에 일주일간 가슴이 뛰었던 때가 잇었는데....정말 삼시세끼 보는 기분이란 표현이 딱인 영화였습니다 중국이 위아더월드를 외칠땐 그냥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거구나 이 영화에 심각해질 생각은 버려 라고 말하는거 같아 그냥 버리고 봤습니다.
15/11/03 12:52
수정 아이콘
서두 읽고 추천하고 본문 읽으러 올라갑니다.
세인트
15/11/03 13:26
수정 아이콘
와이프는 대만족... 저는 그럭저럭 만족이었습니다.
취향을 타는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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