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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22 23:53:16
Name 몽키.D.루피
Subject [일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리뷰 - 주요인물소개(2) 수도원 사람들
지난 글
주요인물소개(1) 까라마조프 가 남자들 https://pgr21.com/?b=8&n=61476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리뷰 - 예상 글 순서(약간 바뀌었습니다.)

   주요인물소개(1) 까라마조프 가 남자들
   주요인물소개(2) 수도원 사람들
   주요인물소개(3) 여인들, 아이들, 기타 인물들
   줄거리 요약
   기독교적 구조로 본 까라마조프 인물 관계
     - 선과악 이분법적 대립 구조
     - 영혼, 이성(정신), 육체 삼분법적 구조
     - 성경의 내러티브 구조

* 예상 글 순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 소설을 다 읽은 시점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급속도로 기억이 희미해져 가네요. 제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적해주세요.



지난 글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까라마조프 가의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까라마조프 가 사람들 말고 주변 인물들을 살펴볼텐데요, 모든 인물들을 다 다루지는 않을 겁니다. 마지막에 구조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필요한 인물들과 소설을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인물들 위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해 봤는데요, 첫째, 수도원 인물들, 둘째, 여인들, 셋째,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인 법정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검사와 변호사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넘어가고 싶네요. 이렇게 나열만 해도 한두명이 아니라 분량 걱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수 있는데 최대한 중요한 부분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까라마조프 가의 인물들이 메인 플롯을 형성하고 있다면 그 외 모든 인물들은 자신만의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도본좌라고 칭송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죠.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인물마저 세세한 묘사와 각자의 서사를 담아주곤 하는데 조연급 이상이면 거의 스핀오프 소설을 하나 써도 될 정도로 정교한 서사를 담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메인 플롯이 심심해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을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로 밀도감을 꽉 채웁니다. 까라마조프의 메인 플롯은 한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아버지 표도르 까라마조프와 유산과 여자문제로 갈등을 빚던 첫째아들 드미트리는 갈등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충동적으로 아버지 집에 침입해 어쩌구저쩌구..." 결말은 일부러 흐렸습니다만 충분히 한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플롯입니다. 전작인 죄와벌도 마찬가지로 거의 없다시피한 플롯에 밀도감 있는 심리묘사로 꽉 채워 놨죠.

그런데 소설에서 그 효과는 좀 독특합니다. 시간이 멈춘다라고 해야할까요? 까라마조프는 약 한달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죄와벌은 불과 약 사흘남짓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엄청난 분량에 독자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죄와벌이 이런 경향이 심합니다. 도대체 내가 어떤 시점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지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 아침인지 저녁인지 며칠이 흘렀는지 모르겠는 혼란 가운데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읽는 독자가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죠. 죄와벌은 독자를 라스꼴리니꼬프화 시키는 놀라운 4D 소설입니다.

어쨌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소설 전체 줄거리를 꿰뚫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줄거리를 따로 요약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예상 글 순서에는 남겨놓겠습니다.

다른 인물들을 소개하기 이전에 이 소설에서 가장 특이한 인물을 한명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 소설의 화자인데요, 무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라는 소설의 작가입니다. 무슨 마블코믹스에 스탠리 등장하는 소리냐라고 할 수 있는데, 맞습니다. 화자는 이 글이 자기의 소설이라고 명시하고 알료샤를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웃긴 점은 1인칭으로 마치 자기 마을에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인 셈이데, 문제는 이 화자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꿰뚫고 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1인칭 전지적 작가 관찰자 시점'입니다. 제가 문학비평 쪽은 잘 몰라서 그런데 이 소설의 독특한 시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화자의 독특성이 이 소설의 구조를 삼위일체적으로 완성시켜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 글에 언급하겠습니다.



<수도원 사람들>



조시마 장로

알료샤(알렉세이 표도르비치)가 수도원에 들어간 이유는 바로 그 수도원에 조시마 장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료샤의 스승이자 멘토이자 영적인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죠. 조시마가 수도사가 된 이유는 형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의 형은 성당을 향해 욕설을 할 정도로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부활절, 큰 병을 앓고 나서 성자로 변했습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모든 만물에게 용서를 구하며 모든 만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된 것이죠. 이처럼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있어서 종교적 체험은 갑작스러게 다가오는 숭고한 변화입니다. 그렇게 답없어 보이던 라스꼴리니꼬프도 수형 생활 중에 갑작스럽게 종교적 체험을 했고, 알료샤도 조시마 장로를 꿈에서 만난 이후 예상치 못한 종교적 체험을 합니다. 소설은 얄료샤의 체험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종교적 체험은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조시마 장로의 형은 결국 병으로 죽게 되지만 죽기 전까지 형의 말들은 어린 조시마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수도사가 된 건 아닙니다. 소년 군사학교에 입학해 군인이 되었죠. 그 후 자신과 사귀었던 여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버리자 젊은 혈기에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런데 결투날 아침, 갑자기 뭔가를 깨닫고 성자가 됩니다. 네,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적 체험은 다 이런 식입니다. 그는 그 전날 때렸던 자기 졸병에게 용서를 구하고 결투에서도 총을 쏘지 않습니다. 반면 상대방은 총을 쐈는데 다행히 조시마가 죽지는 않죠. 오히려 조시마는 상대방이 살인자가 되지 않은 사실을 감사해 합니다.

그 사건 이후 결투를 피한 겁쟁이라는 오명도 썼지만 상대방의 총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사교계에서 크게 비웃음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부터 조시마는 수도원에 들어가지만 않았지 거의 수도사나 다름없는 정신으로 살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신사가 조시마의 방에 방문을 합니다. 여러날동안 찾아오면서 조시마와 종교적으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던 그는 어느날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합니다. 그는 14년 전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던 여자를 죽인 살인자였던 거죠. 그 사건은 증거도 없고 용의자로 몰린 하인 한명이 잡힌지 일주일만에 열병으로 죽는 바람에 그 하인의 혐의로 그냥 종결됩니다.

그 신사는 14년 동안 지역 사회에 좋은 평판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그것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조시마의 아우라에 끌려서 그에게 찾아갔던 것입니다. 조시마는 신사에게 자신의 죄를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라고 권면하죠. 그 신사는 괴로워하다가 사람들이 다 모인 장소에서 자신의 살인을 14년동안 감춰뒀던 증거와 함께 고백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도 안 믿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신사가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라고 잠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 신사는 죄를 고백하고 정신의 자유를 얻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죽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무서운 병에 걸려 헛소리를 하고 죽은 것이라고 생각했죠. 결국 그의 살인을 믿은 사람은 조시마 한 명이었던 것입니다.

이 챕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자세히 요약했네요. 이 이야기 내내 그 신사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다가 챕터 마지막에 임팩트 있는 문장으로 그 사람의 이름이 나옵니다. 조시마가 이 소설에서 일종의 신 혹은 신의 중계자 역할을 한다면, 조시마의 첫번째 고해성사자인 이 신사의 스토리는 조시마에게 있어서 대심문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날까지도 일상의 기도 속에서 수많은 고통을 겪은 하느님의 종 미하일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p.556)

5개월 후 조시마 장로는 수도사로 귀의하게 되죠.

(참고로, 몇몇 캐릭터는 각자의 독특한 종교적인 체험을 드러내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조시마에게는 신비한 방문객의 이야기, 미짜에게는 한 푼뜨의 호두 이야기, 이반에게는 대심문관 이야기 및 악마와의 대화, 까쩨리나에게는 파 한뿌리 이야기 등이 있죠.)

조시마 장로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속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완벽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대지를 사랑하고 만물을 사랑하라는 사상을 설파하죠. 하는 말이나 설교마다 어떻게 이렇게 옳은 말만 할 수 있는지 작가가 너무 종교적 판타지를 심어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조시마를 둘러싼 수도원과 러시아 정교 내부 사정은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정교의 장로제도를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립이 있기 때문이죠. 조시마 장로는 장로제도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장로제도를 둘러싼 실제 러시아 정교의 역사적 논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적어도 이 소설 내에서는 조시마를 통해 도스토예프스키는 금욕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종교성에 대해 경계를 합니다.

조시마 장로는 여인들을 아무 꺼리낌없이 만나서 만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축복을 하며 기도를 해주지만(이런 행동은 마치 여인들과 가까이 했던 예수님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의 반대자들은 수도사의 그런 모습을 못마땅해하죠. 어디 감히 수도사가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 갈등은 조시마 장로의 죽음으로 극에 치닫게 됩니다.

소설의 시작부터 조시마 장로는 늙고 병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을 정도인데 소설의 시작 후 이틀만에 죽게 되죠.( 그 이틀 동안 분량이 소설의 절반입니다. 정신과 시간의 방이나 다름없죠. 정확히 이틀만에 죽는지 사흘만에 죽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조시마 장로가 죽었을 때 그 마을의 모든 사람들과 심지어 수도사들도 은근하고 막연한 기대를 품습니다. 바로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죠. 전설에 따르면 조시마급의 장로가 죽으면 시체에서 향기가 나고 썪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런 종류의 기적을 바라며 장로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기적에 대한 기대가 큰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장로의 시체가 하루만에 썩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장로의 반대파들은 기세등등해지고 알료샤를 비롯한 장로의 측근들은 절망하죠.

장로의 시체가 썩는 사건은 기적을 기대하던 민중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깨버립니다. 이 소설은 이 지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식 종교 풍자의 절정을 보여 줍니다. 민중들로 하여금 그럴듯한 신비주의로 선동하여 지배하는 종교인들과 그들이 떨궈주는 기적의 스토리를 주워 먹으며 절망적인 삶에 대해 자기 위안 삼는 민중들, 이 지점의 종교 풍자는 대심문관 이야기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심문관 이야기가 세련된 철학이라면 장로의 죽음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실소를 자아내는 블랙 유머라는 차이가 있죠.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있어서 진정한 종교성은 모두에게 그려지는 아름다운 기적의 스토리가 아니라 민중의 삶에서 나오는 개인의 종교적 체험, 혹은 종교적 전환입니다. 이부분에서 마치 자기계발서와 같은 한국 개신교의 간증 설교를 비꼬는 거 같았네요.

이 죽음 이후 유일하게 알료샤가 타락할 뻔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의 친구였던 출세주의자 신학생 라끼찐이 절망하는 알료샤를 그루센까(표도르와 미짜가 좋아하는 그 그루센까 맞습니다. 이 여자가 삼부자를 꼬시려고 했어요;;)에게 데려갔던 거죠. 알료샤는 술을 마시고 그루센까의 유혹에 넘어가는 듯 싶다가 갑자기 뿌리치고 수도원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그 예배당에 앉아 있다가 꿈 속에서 조시마 장로를 만나게 됩니다.

'갈릴래아 가나' 이야기는 알료샤의 종교적 체험을 드러내주는 이야기입니다. 예배당에서 비몽사몽하던 중에 요한복음을 묵상하던 알료샤는 가나 혼인 잔치 이야기에서 환상 속에 조시마 장로를 만납니다. 그 잔치에 초대 받은 장로의 음성을 듣는 것이죠. 그 순간 알료샤는 잠에서 깨고 예배당 밖으로 나가 대지에 완전히 몸을 뻗어 엎드려 입을 맞추면서 "누군가가 영혼 속에 찾아온" 것 같은 체험을 합니다. 마치 예수님의 공생애가 시작되듯 이 체험 이후의 알료샤는 수도원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후 알료샤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종교관의 긍정적인 미래를 설파합니다.

조시마의 죽음 이후 소설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갑니다. 종교 풍자극에서 미짜를 중심으로 한 범죄추리극으로 변하는 것이죠.

조시마 장로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었네요. 그런데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종교적으로 구조를 분석해 본다면 조시마 장로는 일종의 성부 하나님과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거든요. 도스토예프스키가 설정할 수 있는 최고의 종교인인 조시마 장로는 그의 죽음 마저도 종교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진정한 종교적 체험에 대한 깨달음을 줍니다.

*조시마 장로 설명에 힘을 다 뺐네요. 다른 인물들은 최대한 요약해서 설명하겠습니다.


페라뽄뜨 신부

페라뽄뜨 신부는 조시마 장로의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입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각각 여러 관계로 묶을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쉬운 접근이 바로 대립관계입니다. 페라뽄뜨 신부는 조시마 장로와 대립관계에 있는 악마적인 인물이죠. 그는 수도원에 구석에서 혼자 만의 신비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합니다. 악마가 보여서 악마를 내쫓는 듯한 행위를 하는 등 광인의 포스를 풍기는 인물이죠. 조시마 장로가 죽고 그의 시체가 썩기 시작하자 그는 조시마 장로 반대파들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장로의 시체가 있던 예배당에서 악마를 쫓는 의식을 하기도 합니다.


빠이시 신부

빠이시 신부는 조시마 장로의 최측근이자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박학다식한 신학 지식을 가지고 있고 조시마 장로를 제외하고 알료샤에게 가장 멘토 같은 신부이기도 하죠. 조시마 장로의 시체가 섞고 알료샤마저도 흔들리던 그때 유일하게 조시마 장로 곁을 지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페라뽄뜨 신부가 조시마 장로의 시체가 있는 예배당으로 쳐들어왔을 때 당당하게 내쫓기도 했고, 그 소란 이후 알료샤가 군중 틈에 섞여서 수도원을 떠나가자 '다시 돌아오겠지...' 중얼거리며 슬픈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죠.  


라끼찐

처음에는 수도원에서 유일한 알료샤의 친구로 나오지만 앞에서 서술했듯이 알료샤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뻔한 유일한 인물입니다. 후반부에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알료샤조차 그를 친구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최악의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신학생이지만 거의 무신론자에 가까울 정도로 어설픈 최신 사상에 빠져있으며 빼쩨르부르크에서 출판사를 열어 유명해지고 싶은 출세주의자로서 비범한 지적 재능을 지닌 이반 까라마조프와 역시 비범한 인물인 알료샤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도 줍니다. 그루센까와는 이종사촌 간인데 끝까지 그 관계를 숨길 정도로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속물적인 인간이죠. 미짜의 재판에서 법정 진술을 할때 까라마조프 가에대해 극딜을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면서 쓸쓸히 퇴장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알료샤와 대립하는 관계는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인물들을 거론할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이 바로 이 라끼찐이죠.





ps. 분량조절에 실패하여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연재가 쉬운 게 아니네요ㅜ 내가 이 글을 왜 쓴다고 했을까... 그럼, 다음 글에서 여인들과 아이들, 그리고 기타 인물들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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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왕 김수면
15/10/23 00:06
수정 아이콘
이야기의 비중대로 분량을 나누셨으니 꼭 실패한 분량조절만은 아닙니다?!
15/10/23 00:27
수정 아이콘
읽은 지 오래되서 메인 캐릭터와 줄거리만 어렴풋이 기억나고 조시마 장로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있었는데, 엄청 중요한 인물이었네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사랑의사막
15/10/23 00:27
수정 아이콘
조시마 장로는 저 정도 비중을 둬도 되지 않을까요?? ^^
15/10/23 02:17
수정 아이콘
듣기만 해도 대작의 향기가 납니다. 연구비를 넉넉히 따고 나면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내가 연구비를 넉넉히 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yangjyess
15/10/23 02:33
수정 아이콘
분량 적절한듯 합니다 흐 카라마조프는 거의 살인사건과 삼각관계, 대심문관에 초점을 맞추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약간은 설교쟁이? 이미지인 조시마 장로의 저런 에피소드들도 굉장히 재미있고 약간은 뜻밖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성자의 모습은 아니니까요. 미하일의 고백은 처음에는 아무도 안믿었는데 미하일이 죽고 서서히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 조시마한테 몰려와 캐묻습니다. 조시마는 아무 대답도 안하고 그 도시를 떠나버리구요. 미하일이 고백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심리묘사가 압권인데 특히 최종 결심을 하기 직전 조시마를 찾아왔던 이유가 바로 조시마를 죽이기 위해서였을 정도로 심한 내적갈등을 보여줍니다. 죄와벌의 로쟈가 살인 직후로부터 수없이 자백의 유혹과 범죄은폐 시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이나 작가는 다르지만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법정에 가짜 장발장을 구하러 가기 직전 고민하는 부분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지상의 천사 그 자체인거 같았던 알료사가 허황된 기적이 안 일어났다는 일 따위에(물론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토록 심하게 맨탈이 붕괴되니 그때부터 좀 캐릭터가 인간다워 보이더군요 흐
근데 '나 망가질거야! 말리지마!'하고 찾아간 그루센카가 뜻밖에 알료사를 부활시키죠. 알료사가 찾아오자 좋아라 하며 알료사 무릎에 앉아 있던 그루센카는 라키친이 조시마 장로의 죽음을 귀뜸해주자 깜짝 놀라며 알료사에게 떨어져 앉고 성호를 그으며 진심으로 애도를 합니다. 그런 그루센카를 보며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감동과 격려를 받습니다. 자신은 <사악한 여자>를 찾아 그곳에 온건데 조시마 장로를 둘러싸고 모두들 기적 헤프닝이나 벌이고 있을때 그 <사악한 여자>라고 여겼던 이가 조시마를 위해 슬퍼해 주었으니까요. 라키친은... 크... 도스토예프스키는꼭 한두명씩 까기 위한 캐릭터를 만드는데 카라마조프에서는 그 역이 라키친.. 이런 인물들의 공통점은 <최신 서구 사상>에 정통하고 냉소적이고 말빨이 좋죠. 그럼 이반이나 죄와벌의 로쟈도 똑같은거 아니냐? 라고 할수도 있지만 많이 다릅니다. 얘네들은 냉철한 지성인척 하지만 사실은 가슴 뜨거운 놈들이거든요 속마음은 안그러면서 말로만 시크한 놈들. 그러다가 엉엉 울면서 뻔한 정체 드러나는 그런 귀여운 남자들. 그래서 매력적인... 흐
몽키.D.루피
15/10/23 07:24
수정 아이콘
제가 언급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하일이 고백하기 전 조시마를 찾아와서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본문에서는 잊어버리고 지나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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