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0/03 23:37:57
Name
Subject [일반] 행복한 인생이었습니다.
자기 포장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항상 '내가 처한 상황은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역경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라는 식의 포장을 참 좋아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사람은 없는 일까지 지어가며 자기포장을 하였고, 사람들은 이 사람을 '뭘 해도 성공할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항상 보내줍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서 떠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무언가 시작하기도 전에 '앞으로 나는 이런 일을 할 것이다' 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닙니다.
그것을 들은 사람들은 항상 응원해주지만 정작 당사자는 작심3일이면 다행일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포기해버립니다.
그리곤 '내가 처한 상황은 정말 힘들지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인생 참 편하게 산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은 취직준비 및 취직한 후 열심히 일하기 바쁘지만, 이 사람은 딴세상마냥 행복하게 산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자기가 무언가 놀거리가 생기면 그것을 지금 당장 행해야만하는 성격입니다.
돈이 얼마가 들던 시간이 얼마나 들던 일단 그 일을 당장 시작합니다. 그리고 질리면 후회합니다.

주변사람들의 이 사람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부정적으로 흐릅니다.
이 사람을 피하는건 아니지만 만날때마다 응원해주던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이 사람에게 비판을 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또다시 자기 포장하기 바빠지고, 앞 뒤 맥락이 다른 이상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조금씩 외로워집니다.
취직준비로 바쁜 사람들, 취직을 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열심히 자기 짝을 찾아 연예하는 사람들 등 점점 이사람에게서 멀어져갑니다.
근데 이사람은 미래에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씩 공부했던 잡지식 말고는 말이죠.

이 사람은 방황을 합니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이 거지같은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든것이다] 라며 자기 자신에게 위로를 해봅니다.
매일같이 다니는 pc방, 10일안에 서든어택 해골에서 소장찍기,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템 맞추고 상대방 세력 의미없이 죽이기 등
게임에 미친듯이 빠져듭니다.
이사람은 현실에서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과 게임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만족감에 점점 더 게임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이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경찰이 되었고, 편입에 성공했으며, 직장 취직에 성공하게 되며, 창업에 성공한 친구도 생겼습니다.
이사람은 쌓아놓은게 없습니다. 친구들을 피하고 싶지만, 피하면 더 비참해질까봐 반대로 더욱 연락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후회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내 인생 자체가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날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나를 훈계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을 탓하며, 열심히 살고있는 주변 사람들을 부정하게 됩니다.

가족들의 눈치, 주변사람들의 성공 등이 이 사람을 계속해서 압박합니다.
이사람은 후회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남 탓을 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악순환에 이 사람은 지쳐갑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고, 실제로 그러한 생각을 행동하기 직전까지 가봅니다.
이 사람은 웁니다... 그냥 웁니다...

간간히 알바를 해서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집니다. 핸드폰 요금을 밀려 완전히 정지가 되었습니다. 놀려고 대출했던 이자가 연체가 됩니다.
이 사람은 급해집니다. 난 왜 이렇게 되었나 한탄을 해봅니다. 그래도 자존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겐 절대 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월급을 기다릴 수 없기에 이 사람은 당일 알바를 시작합니다.
당일 지급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하고 씻고 자고, 일하고 씻고 자고......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삽니다.
어찌어찌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습니다.

이 사람은 빚을 거의 갚았습니다.
이 사람은 본인을 대단히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을 포장하고, 떠벌립니다.

이 사람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있을까?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까?]

이 사람은 버스기사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버스기사가 되는 법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봅니다.
그리곤 포기합니다. 일이 힘들어서 포기하는 것이 70%지만, 나머지 30%는 본인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 포기합니다.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처음으로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항상 도전도 안하고 포기가 빠른걸까.. 게임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해 뭐 하나 열심히 파 본적은 있는걸까...]

이 사람은 처음으로 이러한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서 떠벌떠벌 거리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묵묵히 열심히 해보자.
적어도 내 주변사람들에게 만큼은 포장 말고 가공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은 처음으로 작심3일을 넘어섭니다.
이 사람은 본인을 몰아 붙이며 그렇게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살았던 행복한 인생이 끝났습니다.
이제 정말 행복해지고 싶어 이 사람의 틀을 깨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 와중에도 인터넷에 본인의 일을 떠벌떠벌 거립니다.
그래도 이 사람은 이 와중에도 뿌듯해합니다. 왜냐하면 msg는 아주 조금 들어간거라고 좋아하고 있을테니 말이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테비아
15/10/03 23:47
수정 아이콘
그 사람이 원하는 뭔가를 이루고 그걸 떠벌리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윌모어
15/10/03 23:48
수정 아이콘
글쓴 분의 이야기이신가요?
가타부타 타인의 인생에 제가 어떤 첨언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성찰, 그리고 깨닫는다는 것 자체부터도 어떻게 보면 능력이고 한 걸음 내딛은 겁니다.
엄히 말하자면.. 사실 그러한 깨달음에도 잘 이르지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 연명하며
시야가 닫혀버러니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15/10/03 23:50
수정 아이콘
늦었다 싶으면 진짜 늦었다
근데 그때라도 시작해야 나중에 같은 후회안한다

저도 계속 후회되긴하는데 또 후회는 안할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힘드실텐데 같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미모링쿳승Pile님
15/10/03 23:57
수정 아이콘
자신이 입만 산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할 일은 두 가지가 있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며 사는 것, 지금까지 얘기했던 말 중 가장 간단한 것부터라 하나씩 실행하는 것.

두번째를 하고자 노력하고 계신 작성자님을 응원합니다.

간단한 거라도 일단 해내고 나면 나름 성취감이 느껴지면서 하나씩 클리어하는 재미가 생길겁니다. 힘내세요.
15/10/04 00:10
수정 아이콘
도박묵시록 카이지 추천합니다.
리스트컷
15/10/04 00:38
수정 아이콘
전 반대로 잘난걸 내세우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사람이 멀어지니 겸손해지니까 사람이 패기없고 야망없다고 멀어지더군요. 멀어질 종자는 뭘해도 멀어집니다. 힘내세요.
Biemann Integral
15/10/04 00:40
수정 아이콘
무언가 느끼고 또 무언갈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좋은 징조입니다. 하지만 또 작심삼일일 수도 있으니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 글을 남겨 꺼내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조리뽕
15/10/04 00:41
수정 아이콘
그 사람은 훗날 자신의 닉네임을 따라 왕이 됩니다

라는 결말을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으니 부디 노력해주세요
웅진프리
15/10/04 00:50
수정 아이콘
저도 이사람과 이지만... 이사람과 비슷한사람에 대해서는 비판보다는(따끔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격려를 해주고 싶네요 같은 실수도 하고 그러면서 왜 안되는건지 좌절도 하고 가끔은 입만 사는것같아서 쪽팔림도 받지만 그러나 이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걸 알거든여.. 그 진심을 가지고 자기에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다른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힘내시고 자기비판도 좋지만 한번쯤은 격려를 해주세요^^ (저도 안되지만 크크)
15/10/04 00:56
수정 아이콘
딱 네번째 문단까지 지금 제 이야기네요.

마음 굳게 먹고 해야되는데 그게 왜이리 쉽지 않을까요.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살길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저도 마땅히 그 노력을 해야하는데...
이런저런 핑계에 '아직은 더 놀아도 되' 라는 식으로 자기위안만 삼고.

그러다 막상 주변 애들 노력하는거 보고, 자괴감만 점점 커지네요.
1년 사이에 몸무게도 20키로 가량 찌고,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도 그 소리 듣는게 무서워 점점 사람도 잘 안만나고 있고, 혼자 술먹는 일만 늘어 가네요.
힘내요.

저도 제 닉네임 처럼 될놈이 되고 글쓴분도 닉네임 처럼 왕이 될수 있게.

이제 바닥에서 올라가요 우리
아쿠아쿠
15/10/04 01:10
수정 아이콘
힘내요 우리. 파이팅!
상상력사전
15/10/04 01:25
수정 아이콘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막았습니다에서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빚도 다 갚았으니 이제 모을 일만 남았네요.
아 시중의 재테크를 알려주는 재무설계가 아닌 새어나가는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 혹시 빚이 있다면 어떻게 청산해야하는지, 자신의 급여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재무설계를 지금 서울시가 하고 있습니다.
무료고요. 서울시 청년공공재무컨설팅을 검색해보세요.
15/10/04 02:26
수정 아이콘
남얘기 같지 않네요. 아직 나이는 많지 않으신 것 같은데 힘내라고 추천합니다.
15/10/04 08:21
수정 아이콘
10문단까지 제 이야기네요.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가 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인생에 목표가 없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우면 삶의 원동력이 되죠.
파란아게하
15/10/04 09:10
수정 아이콘
사람들 저마다 다른 각자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5/10/04 14:08
수정 아이콘
'이 사람'은 28살 남자입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며 자신이 생각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데 지식이 늘어야 되는거 같은데, 왠지 담배만 느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흐흐흐...... 정말 모든걸 단절하고 '나 홀로' 열심히 하는 것이 너무너무 힘드네요.
너무 외로워서요... 핸드폰 게임도 지우고 핸드폰도 꺼놓으면서 하면 뭔가 더 열심히 될 거 같았는데, 그냥 외로운게 가장 힘든거 같습니다.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정말 이제 더이상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요...
뱀다리후보생
15/10/05 01:07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갑에 비슷한게 많네요 흙흙
홍진호짱
15/10/04 17:31
수정 아이콘
저도 늦었지만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같이 화이팅입니다!^^
15/10/04 19:45
수정 아이콘
글 읽으면서 저도 많이 찔리네요. 게임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해 뭐 하나 열심히 파 본적은 있는걸까...
이번달 부터는 좀 달라지겠습니다. 힘냅시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909 [일반] 최근 타 사이트 해킹, 악성 앱 다운로드 및 피지알의 서버 보안에 관하여 (공지내림) [25] IEEE7959 15/09/13 7959 14
61317 [일반] 친구가 세상을 향해 커밍아웃하다. [29] 헥스밤10495 15/10/04 10495 66
61316 [일반] [가요] 노래를 잘한다는 것 [64] KARA7833 15/10/04 7833 1
61315 [일반] [야구] 10월7일 와일드카드결정전 이야기 [35] 이홍기6346 15/10/04 6346 1
61314 [일반] 바그너 생가..(?) [18] 표절작곡가5444 15/10/04 5444 3
61313 [일반] [K리그] 상/하위 스플릿이 결정됐습니다. [12] Rorschach4096 15/10/04 4096 1
61312 [일반] 누군가 게임을 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에겐 어떤 의미인가 [52] 테바트론5146 15/10/04 5146 6
61311 [일반] 신천지에 다니는 동생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요? [67] 삭제됨12306 15/10/04 12306 0
61310 [일반] [가요] 멜론 통계로 살펴보는 K-POP 아티스트별 남녀 지지율 [20] KARA9542 15/10/04 9542 0
61309 [일반] 급식비 안냈으면 밥을 먹지말라.. 충암고 비리 발칵 [25] 아리마스7961 15/10/04 7961 7
61308 [일반] [펌글] 슬램덩크 잡담글 [10] 비타에듀7244 15/10/04 7244 3
61307 [일반] 신입 여경 활약…알고 보니 ‘조작’ [46] 명탐정코난10814 15/10/04 10814 1
61306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시즌 22호 솔로 홈런) [9] 김치찌개4358 15/10/04 4358 0
61305 [일반] 현재까지의 첼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50] 마티치7987 15/10/04 7987 2
61304 [일반] [애니] 에반게리온 20주년 기념, 안노 히데아키감독 공식 코멘트 업데이트 [8] 여자친구5895 15/10/04 5895 0
61303 [일반] 이순진 합창의장 후보자의 역사인식 논란에 대하여 [20] 이순신정네거리5956 15/10/04 5956 7
61302 [일반] 소개팅을 받고 집에 오는 길에 울었습니다. [84] 상상력사전13766 15/10/04 13766 38
61301 [일반] 행복한 인생이었습니다. [19] 9678 15/10/03 9678 16
61300 [일반] [일음] 사잔 올 스타즈 3대 명곡.AVI [14] 비타에듀8193 15/10/03 8193 2
61299 [일반] [야구] 10/04 전력비교_KBO순위경쟁 [17] 이홍기5374 15/10/03 5374 0
61298 [일반] 잊히지 않던 한마디 [23] 가능빈가6863 15/10/03 6863 3
61297 [일반] 2015년 최동원 상의 주인공은? (2) [64] 눈시BBand8011 15/10/03 8011 0
61296 [일반] [야구] 테임즈 vs 박병호 MVP 경쟁 [122] Perfume9861 15/10/03 9861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