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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27 00:16:18
Name 바위처럼
Subject [일반] [1][우왕] 너는 나의 컨디션 - (2) 고슴도치같은 여자
1편 https://pgr21.com/?b=8&n=6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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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군휴학이 끝나고 한 학기를 학비번다고 이어서 쉬었다가 학교에 오니 나는 이미 시조새가 되어있었다. 새 학기에 처음 만난 아는 얼굴이 동기이자 조교님이라니. 하긴 휴학하기 전이라고 내가 막 마당발에 인기가 높은 학생은 아니었으니 그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나는 복학할 때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학교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해 보는 것이었다. 오랜시간 재야의 키보드질로 단련된 나의 능력을 드디어 중원 무림에서 해방시키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사파의 무공이 과연 중원에서 어떻게 통할것인가...! 그 욕구야 말로 수많은 중원 대첩과 무협지의 꿈과 희망, 삶과 죽음, 모험과 액숀을 책임지던 서사시의 핵심 아니었던가! 그러나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는 중원땅을 밟을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물론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나는 휴학한 기간동안 할게 없어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을 읽는건 돈 없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취미였다. 서울은 공립도서관들 이용하기가 좋고 대학도서관은 휴학생들에게도 열려있으며 우리학교의 도서관에서 내가 찾아 읽는 책은 인기도서와는 아주 멀었기 때문이다. 칼 하인리히 마르크스의 '자본'역시 그러했다. 나는 그 외에도 각종 사회문제나 이슈와 관련되어서 읽어볼만한 사회과학,철학 개론서를 주로 즐겨 읽었으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상당히 한정적이라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학교에서 이런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결국 맨땅에 헤딩하자는 마음으로, 첫 조별 수업때 나는 조심스레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혹시 이런 독서모임이 있으면 어떨거 같냐고 물었다. 반응은 정말 생.각.보.다.긍.정.적.이.었.다. 까마득히 높은 학번의 선배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했다. 어쨌거나 나는 그 빈말에 가까운 반응을 덥썩 물고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지난 학기 내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한덕에 주머니 사정도 괜찮았어서 전략도 단순했다. 막 사줘! 막 먹여! 막 또 사주고, 먹이고, 또 사줘! 술을 넣고 밥을 넣고 커피를 넣고 아이스크림을 넣고 거의 뭐 자판기처럼 맥였다. 그렇게 열명이 넘는 후배들을 모았다. 그 중에 걔는 없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이런 모임에 대해 빠삭한 지인으로부터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받고, 재밌고 쉬운 소설책들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쟁점은 내가 잘 뽑아내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읽는게 재밌는 책이 훨씬 모임을 진행하기 좋을거라는 조언은 그야말로 정확했다. 그렇게 모임이 세번쯤 굴러가고 슬슬 구성원 사이에서 고정적인 스케쥴이 잡힐 무렵 들어온 것이 그 애였다. 소문을 타고 견학왔다던 아이는 첫 인상이 매우 강렬했다. 그도 그럴게 스물 언저리의 학생들이 가죽으로 된 쫙 달라붙은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고 딱 달라붙는 나시같은 상의를 입고 새빨간 립스틱을 칠했으니 얼마나 인상깊었을꼬! 예쁘고 섹시하고를 떠나서 그런 패션을 하고다니는 아이는 정말 드물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다리를 딱 꼬고 팔장을 똭 끼고 앉아서 두시간을 말 없이 경청하더니 다음주부터 자기도 나오겠다고 선언했다. 한 사람이라도 늘어나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는 이런 모임을 해 보신 분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잘 됐다고, 오늘 끝나고 다같이 뒷풀이하는데 같이 가자는 말에 '아뇨, 일있어서. 담주 일정 카톡으로 주세요.'하고는 자기 번호를 슥삭 적어 주는 것이다. 와, 장난아니게 쿨하다. 도시미녀란 말이 딱 어울렸다.



처음에는 그 애가 예쁘고, 똘똘해서 참 좋았는데 (사실 약간 흑심도 생길 뻔 했다.)그런 기대는 와장창 박살이 났다. 그 뒤로는 정말 전쟁같은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아이는 책을 정말 잘 읽어왔고, 내가 생각하는 쟁점 이외의 것들도 파고들었으며 무엇보다 쟁점의 현실성에 지독히 달려들었다. 사실 그 모임은 나의 지적 허영을 충족시키는 역할도 했던 것이, 내가 어떤 책에서 사회적 이슈나 시사문제와 연관을 시키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회과학 이론이나 철학을 이야기하며 주장을 정리하고 교통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듣고 마지막에 손석희처럼 그런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그 감탄과 신기함이 뒤섞인 눈빛은 정말 짜릿했다. 매번 좋아. 새로워. 질리질 않아. 그러나 그 애는 달랐다. 그 애는 이러한 이야기에 절대 동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령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서 '그치만 예쁜애가 좋잖아요? 나도 잘생긴애가 좋은데.' 좋은 애를 더 좋게 평가하게 되는게 현실 아닌가요? 그러니까 첫인상이 중요하지. 그렇게 되면 부당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자의 삶이 너무 힘들어지는 거 아닐까? 외모는 개인의 영역이기도 하고. 그건 맞는데 현실은 안그렇잖아요.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예쁘고 잘생긴사람 만나고 싶어하고 첫인상 좋은 사람한테 더 좋은 평가주고.. 뭐 이런식이었다. 이렇게 짧게 쓰면 마치 어그로를 끄는 애 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멤버중에 책도 가장 열심히 읽고 토론과정에서의 논리력과 이해력도 정말 뛰어났다. 그저 대부분의 주장과 분석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강조하고는 했다. 자본주의가 모순된 체제인거 동의해요. 노동가치론도 동의하고요. 그런데 실제 가치가 매겨지는 현실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현실을 바꿔야지. 현실은 바꾸는게 아니라 존재하는거죠. 내가 바꾼다고 현실이 바뀌는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우리라면 바꿀 수 있지. 어떻게 우리가 되는데요? 그게 민주주의 아닐까? 민주주의니까 이런 현실도 안바뀌는거죠. 알고 옳다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게 아니잖아요.




점점 모임 내에서 그 아이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모임을 해 오던 아이들 사이에서는 썩 곱지 않은 시선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좌파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혹은 그보다는 조금 더 러프하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주기적으로 토론하고, 쟁점을 교환하는 과정은 약간의 선민의식을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본인이 좀 더 적절하게 착하거나 도덕적인 자리, 혹은 지식인이 위치할 자리에 있다고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이 애는 그걸 쉽게 부수고는 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 모임에 있던 친구들은 그래서 얘를 불편해하고, 짜증나게 여기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매번 함께 가자던 뒷풀이의 권유에도 나중에는 점점 이 친구가 뒷풀이를 간다고 하면 슬슬 빠지거나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이 많아졌다. 하루는 직접적으로 그 애가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가볍게, 지나가는 말투로 에이 그래도 같이 공부하는데 그러지 말자~ 하고 설렁설렁 넘겨왔다. 어쩌면 그 갈등을 외면한 내가 가장 문제였을테다.



방학의 어느 모임날, 우리는 평소처럼 토론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졌다. 그 애를 가장 불편해하는 아이들 몇 명이 빠진 조촐한 자리였다. 그 애는 언제나처럼 나와 격렬한 말싸움 중이었다. 술이 들어가고 조금 더 과격해지고, 또 들어가고 언성이 높아진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다른사람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 친구랑 나는 그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은 사이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그렇게 이야기해도 토론의 룰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대화가 가능한 사이. 그러나 그날은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함께 술을 마시던 다른 학우들이 전부 중간에 일어나서 가버린 것이다. 한 친구가 마치 대표자처럼 '아, 작작좀 해라 진짜.' 라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나가는 아이들을 가게 밖에서 잡았다. 선배, 솔직히 저희 쟤랑 같이 못하겠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 학우들과 그 사이에 서린 눈빛들 앞에서 나는 어떤 말이라도 해야했다. 설렁거리며 넘어갈수는 없는 어떤 말을. 알았어, 내가 잘 얘기해서 빼든지.. 아니면 술을 같이 먹거나 이런 자리 안만들게. 미안하다. 형이 미안해 하실건 아니에요. 솔직히 저희도.. 쟤 말 잘하고, 똑똑하고, 진짜 공부 열심히 해오고.. 알겠는데.. 너무 막 말을 세게하고, 긁고. 왜 형이 다 받아주는지도 사실 모르겠고.. 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들어가서 풀고.. 아뇨, 우리 그렇게 충동적으로 그런거 아니에요. 미안해요 형. 다음 모임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애들을 보내고 처참한 심정으로 자리에 돌아왔다. 그 애는 빈 술잔을 두고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어.. 급한 일들이 있나봐. 그 애는 한참을 무표정으로 있다가 술잔을 내밀었다. 이미 쫄아버린 김치찌개 위로 소주를 건냈다. 반잔쯤 따라줬더니 장난해요? 더 줘요. 하고 쏘아댄다. 한잔을 가득 채워주자 그제서야 건배도 없이 쭉 들이킨다. 크으.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경제가 결정하고 뭐 이런 이야기였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만하자. 그 애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나는 비겁한 짜증을 부린 것이다. 그 애가 어떤 얼굴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자신의 술 잔에 또 한번의 술을 가득 따라 마시고는 아. 잘마셨다. 가요 선배. 다 드셨죠? 하고 주섬주섬 일어나는 것이었다.



며칠 뒤, 아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음주 모임을 예정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 애에 대해서는 형이 적절하게 전해주시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며칠전의 술자리에서 했던 내 비겁한 짜증에 짓눌려 이 일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모임 날이 도래했다. 어느때처럼 그 애도, 학우들도 자리에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약간의 수근거림. 그리고 누군가가 입을 열기 직전에 그 애는 먼저 일어섰다. 미안해요. 많이 불편했죠? 오늘은 제가 이제 이 모임 못나올거같아서 인사드리러 온거에요. 그동안 재밌었고.. 많이 배웠어요. 저 때문에 다들 그러시는거같은데.. 안그러셔도되요. 죄송했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내게도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인다. 세미나실을 훌쩍 나가는 그 애를 나도, 아무도 잡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어디선가 잘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민폐였지. 맞아. 좀 심하게 깝쳤..깝쳤다고 하면 좀 글타 히히히 아니 솔직히 맞지 까르르... 그 때, 한 학우가 내게 물었다. 쫒아가 보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아니, 너희들 의견이 그런데 내가..뭐.. 그렇잖아. 하고 희미하게 웃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친구는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날 끌고 나왔다.


"형."
"왜?"
"그래도 이건 아닌거 같아요."
"..그렇긴 해도 어쩔 도리가 없잖아. 나중에 내가 따로 연락해서 이야기 잘 마무리.."
"그게 아니라요. 아.. 그러니까..."
"응?"
"솔직히.. 걔가 하는 말이 정말 짜증나긴 하는데 틀린말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애들이 저렇게 반응하긴 해도 아.. 막...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튼요, 제가 애들이랑은 말해볼게요. 이렇게 나가면 우리가 왕따시킨거같고...학교 수업때도 계속 마주칠텐데.."
"부탁해요 형."


비겁했다. 그렇지만 나도 비겁했다. 나는 건물을 나와 그 애를 찾았다. 벌써 어디까지 간거야? 전화를 거니 받지를 않는다. 마음이 불편했다. 학교를 한 바퀴 도는데 교내 카페에서 유유히 커피를 쭙쭙 빨며 나오는 걔를 보았다. 야! 어? 모임 안하고 왜 나오셨어요? 아니 니가 그렇게 나가니까.. 별.. 저 진짜 일 있어서 관두는거에요. 아니 그걸 누가믿냐... 선배도 커피 한잔 할래요? 아니 커피가 문제가 아니라.. 한 입 마시라는 식으로 자기가 먹던 카페라떼를 눈앞에 휙 건낸다. 나도 모르게 입에 물자, 다 마셔요. 내가 쏘는거야. 하고 총총 걸어간다. 읍! 하고 커피를 쭉 빨았다가 사례를 들렸다. 정말 지독하게도 달았다. 물엿을 입에 짜 넣어도 이정도는 아닐테였다. 야! 하는데 손을 휙휙 흔들고 성큼성큼 사라진다.



그 애에게서 술 한잔 하자고 연락이 온건 이주가 지나서였다. 결국 모임은 그 애 없이 흘러가게 되었고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단 한가지, 어딘가에서 외면받는 마음 한 켠의 불편함과 허전함만 뺀다면. 나는 애들한테 같이 가자고 말을 해 볼까 하다가, 이번엔 그냥 혼자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둘이서 만나도 괜찮냐는 물음에 흔쾌히 그러자고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술을 마셨다. 정말 이상한 술자리였다. 매번 지독히 논쟁을 벌이다가 막상 별 일 없이 술 한잔 하려니 할 말은 없고 술만 들어간다. 거나하게 취기가 오를 무렵, 그 애는 대뜸 자기가 잘 아는 집이 있다며 2차를 가자고 했다. 여기 안주는 맛이 좀 별루다. 그렇게 우리는 건대까지 아이스크림을 빨며 별 말 없이 걸어갔고, 그 애가 잘 안다는 술집에서 2차를 했다. 이번엔 막걸리를 잔뜩 시켰고, 여전히 우리는 별 말이 없었다. 모임은 어때요? 뭐 똑같지. 잘 지내 다들. 하긴. 책은 뭐 읽어요? 그냥 뭐. 아 그 책, 나도 읽어봐야겠다. 요새 수업은 들을만 하세요? 늦깍이 복학생이 다 똑같지 뭐. 하긴 아저씨지. 아저씨까진 아니지. 넌 연애 안하냐? 그러는 선배는요? 나야 뭐.. 근데 뭘 물어봐요. 쓸데없이. 그러냐? 술이나먹어요. 이런식이었다.



그리고는 이 꼴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처음으로 썅욕을 했고, 나는 정말로 짜증이 났다. 내가 왜 이래야 하지? 모든게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화장실 문을 사이에 대고 서로 침묵이 흘렀다. 옷좀 구해다 주면 안되요? 빨았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뭐 어디가서.. 제가 돈은 주면 되잖아요. 야 이 새벽에 옷을 어디서 사.. 아니 그럼 난 계속 화장실에 있어요? 아 그냥 대충 수건으로 말고 나와! 안볼테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럼 뭐가 문제야! 대화는 쳇바퀴를 구르듯이 원점이다. 아니 아.. 씨. 나 남자앞에서 벗은적 없다고요! 나는 뭐 그럼 여자앞에서 맨날 벗은 사람같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야 내가 너 옷 다 벗기고 거기다 던져놓고 씻기기까지 했거든. 아 진짜! 야 그럼 뭐 어쩌라고 뭐 뭐 내가 뭐 나 아무짓도 안했어! 그런거 신경쓸 만큼 여유있었을거 같냐! 아.. 죽고싶다 진짜.. 누가할소릴.. 아 몰라 니 알아서해. 저기 선배.. 그럼.. 여기 주인집에서 옷좀 빌려오면 안되요? 나도 팬티밖에 안입었어!! 아니 뭐 전화로라도.. 부탁해볼수 있잖아요. 아 쫌...



주인 아주머니께 여관 전화로 내선을 걸자, 아주머니는 궁시렁대면서도 반바지와 후줄근한 티셔츠 한장을 가져다 주셨다. 총각 남자옷은 없어서...여자친구만 입히면 되지 뭘. 근데 같이 그냥 벗고있어도 되는거 아녀? 아니 그러게 젊은 친구가 여자친구한테 술을 맥여도 적당히 먹여야지 아무리 젊기로서니 그러는거 아녀. 아주 그냥.. 어휴.. 콘돔은 챙긴겨? 뭐 이런 이야기를 5분 정도는 들은 것 같다. 빨래는 말려서 줄 테니까 좀 기다려. 내일 점심때는 되야혀. 밥은 우짤껴? 지금은 아무 생각이.. 아 그래도 뭘 먹어야지. 거기 서랍에보면 24시간 배달해주는 집들 있어. 시켜서들 먹어. 아 예.. 내가 우리 집 아들 생각나서 이렇게 해주는거야! 빨래하고 옷도 빌려주고 뭐 남겠어 남긴? 아이고 그럼요 감사합니다. 알면 깨끗하게 쓰고. 방을 휙 둘러보시고는, 그래도 용케 그 꼴로 어디 안더럽혔네. 하고는 옷을 남긴채 나가셨다. 야, 옷왔어. 진짜요? 그래. 화장실 문틈 사이로 옷을 넣어주었다. 이내 힙합패션이 된 그 애가 물에 젖은 생쥐꼴로 나왔다. 팬티만 입고 있던 나는 나온다고 얘길 해야지! 하며 화를 냈다. 나는 뭐 보고싶어서 보는줄 알아요? 이불이라도 두르시든지.. 어이가 없었다.


아, 속쓰려. 뭐 먹을거 없어요?
너는 그러고도 뭐가 더 먹고싶냐?

여관 냉장고를 여니 생수와 맥주가 있었다. 뭐라고 하기도 전에 캔맥주를 따서 입에 가져간다.
야! 너 술 그만먹어 미쳤네 진짜
아 술은 해장술인거 모르세요 아마추어같이..

그렇게 기어코 캔맥주를 비우고는, 앉아요. 하고 말한다.
아 안볼게요. 이불 진짜 열심히 두르셨네.
내가 쪽팔려서 그래 내가.
오빠도 볼거 다 봤다면서요.
야 아주 토가 범벅인것밖에 기억이 안나.
아 진짜!

아까보다는 훨씬 누그러진 분위기였다. 역시나 별 할말도 없어서 나는 생수만 쭉쭉 빨고 있었다. 그 애는 헐렁한 반바지를 입은 채 무릎을 모으고 그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세상에서 얘한테 가장 안 어울리는 자세였다.


오빠
? 미쳤니?
...미워하지 마요. 나.



-3 에 계속쓰겠습니다 길어지네요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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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rabee
15/09/27 00:38
수정 아이콘
[추천] 이건 마치...... 아닙니다 첫화가 이런 흐름이였군요
남극소년
15/09/27 00:38
수정 아이콘
[추천]이거너무재미있는데요. 얼른 다음편ㅜㅜ
15/09/27 00:52
수정 아이콘
[추천] 이런 글엔 추천이라고 배웠습니다.
눈뜬세르피코
15/09/27 01:06
수정 아이콘
[추천] 아니 이거... 옛날에 읽었던 혼자 뜨는 달도 떠오르고 하는 것이... 난 대학 때 뭐했지?
아니 그리고 설마 결말이... 당연히 피지알스러운 결말이겠죠? 설마 지금 내 옆에 누워있다로 끝난다거나...
15/09/27 01:14
수정 아이콘
[추천]이분 납치해서 가두러 가실 분 구합니다
15/09/27 01:26
수정 아이콘
같은 아이디, 같은 제목에 부제만 토에서 여자로 바뀌었는데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가 훨 낫네요. 역시 피지알이 토사물 좋아한다는 것은 다 가식이었어!!
바위처럼
15/09/27 01:27
수정 아이콘
너무 밝혀요 흐뭇
15/09/27 11:20
수정 아이콘
피지알은 똥을 좋아하지 토를 좋아하는건 아닙니다.
이것은 피지알이 우경화되었다는 증거로써, 절차와 규범을 중요시하고 반동은 싫어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영수오빠야
15/09/27 09:23
수정 아이콘
[추천] 판타지물인가요? 현기증 나네요 얼른 다음편좀 주세요.. ㅠㅠ
장수풍뎅이
15/09/27 09:41
수정 아이콘
[추천]아 절단쫌!!!!
모그리
15/09/27 11:00
수정 아이콘
[추천] 빨리 다음편 주세요 ㅠㅠ
15/09/27 11:18
수정 아이콘
[추천]이분 가둬놓는거 반대요. 가둬놓으면 이런 비범한 체험을 어디서 하겠습니까.. 흠흠..
한걸음
15/09/27 12:05
수정 아이콘
[추천]
해원맥
15/09/27 13:19
수정 아이콘
컨디션=토사물 ..(?)
15/09/27 14:02
수정 아이콘
[추천] 크 이런 비범한 글이라니 손이 절로 가네요
실론티매니아
15/09/27 19:13
수정 아이콘
피지알스러운 훈훈한 결말이 아니라면 매우 실망할것 같네요
상상력사전
15/09/27 19:21
수정 아이콘
[추천] 추천글씨 빨갛게 바꾸는 거 어떻게 하는 거죠? 추천합니다. 너무 재밌어요
로켓라쿤
15/09/28 19:31
수정 아이콘
[추천] 정말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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